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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유튜브 뮤직이 업계 1위 된 진짜 이유

오지수 프리랜서 기자

2023. 03. 01

음원시장은 차별화가 어려워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모두가 비슷한 음원을 제공하는데 대다수 수요는 소수 음원에 몰리는 탓이다. 차별화 수단이라곤 가격뿐이었다. 후발 주자의 역공이 거의 불가능한 시장에서 유튜브 뮤직은 어떻게 ‘멜론’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섰을까. 

조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려고 잠시 동생네 집에 갔을 때다. 셋 중 둘째가 요즘 학원에서 배우는 춤을 보여주겠다며 음악을 준비한다. 초등학생이 아이돌 가수 춤을 배우러 학원에 다니는 것도 신기했는데, 준비한 음악이 유튜브 영상이라는 점에 또 한 번 놀랐다.

실제로 우리는 유튜브를 이용해 음악을 많이 듣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2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음악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를 이용하는 두 번째 서비스가 유튜브(28.7%)였다. 3위인 유튜브 뮤직 이용자 9.8%를 합치면, 1위인 멜론(32.8%)을 뛰어넘는다(38.5%).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다. 유튜브는 광고를 보면 뮤직비디오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냈다.

다만 유튜브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튜브로 음악을 틀어놓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지만, ‘틀어놓는 것’과 ‘듣는 것’은 다르다. ‘음악을 듣는다’라고 했을 때, 보통 음반이나 음원을 이용하는 걸 떠올린다. 그리고 음원 서비스는 지난 몇 년간 큰 변동 없이 흘러왔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이 있고, 그 라이벌 격인 지니와 플로가 있다. 그 밖에 다른 작은 서비스 몇몇이 경쟁한다. 이 시장에 균열을 낸 게 유튜브 뮤직이다. 유튜브의 성장과 함께 기존 음원 사이트 이용자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2020년 9월부터 유튜브 프리미엄에 유튜브 뮤직을 끼워 판 것이 주효했다.

프리미엄과 끼워팔기 & 팬데믹의 여파

국내 음원 시장에는 멜론, 유튜브 뮤직 외에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 중이다.

국내 음원 시장에는 멜론, 유튜브 뮤직 외에 다양한 플랫폼이 경쟁 중이다.

유튜브 뮤직만 쓰면 월 8690원이지만 이렇게 쓰는 사람은 드물다. 보통 월 1만450원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면서 함께 제공되는 유튜브 뮤직도 쓰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입자도 빠르게 늘어, 2021년 9월 기준 세계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는 5000만 명을 돌파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의 상승세는 얼마나 가팔랐을까. 모바일 인덱스 기준으로 2020년 12월 월간 사용자 272만 명에서 2021년 12월 412만 명, 2022년 6월에는 460만 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다른 서비스는 이용자가 줄거나 엇비슷했으니, 유튜브 뮤직 혼자 성장한 셈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10월 한 달간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음악 스트리밍 앱은 유튜브 뮤직이다(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459만 명). 단기간에 이루어진 조사라 아직 멜론의 아성을 무너뜨렸다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일시적으로 멜론을 밀어내고 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다.



당연히 신흥 강자에 대한 기존 음원 스트리밍 업체의 반발도 상당하다. 이들은 유튜브 뮤직이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다만 확실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음원 유통사와 구글의 계약 내용은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유튜브 프리미엄에 끼워 파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튜브 뮤직은 30%에 달하는 스마트폰 인앱 결제 수수료도 부담하지 않는다. 구글에서 직접 운영하는 서비스라서 그렇다.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주장이지만 한국 음원 스트리밍 시장 역시 그렇게 성장했다. 영상과는 달리 음악은 제공하는 곡들이 업체에 따라 많이 다르지 않아서 서비스보단 가격에 좌우됐다.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기보다 부가서비스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아니면 다른 서비스와 엮어서 판매되는 번들 상품이거나.

국내 유통사 문제 제기는 ‘자승자박’

인앱 결제 수수료는 국내 음원 유통사의 문제 제기가 어떤 면에선 일리가 있다. 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다. 하지만 끼워 팔기는 문제 삼기 어렵다. 가령 멜론이 시장 1위 업체가 된 배경에는 예전 멜론을 소유한 이동통신사의 공격적인 가격 할인이 있다. 지금도 해지하려는 사용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에 멤버십 유지를 권하는 ‘해지 방어’ 마케팅에 설득돼 멜론을 이용하는 이가 많다.

시장 자체도 복잡하다. 2020년까지 음원 콘텐츠 시장에 큰 변화가 없었던 이유다. 음원 유통 시장은 기본적으로 몇몇 인기 콘텐츠에 이익이 확 몰리는 데다 음원 플랫폼, 음원 유통사, 제작사, 저작권자, 아티스트 등 다양한 주체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싸운다. 국가가 나서서 직접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할 정도다. 여기에 음원을 어떻게 큐레이션하는지에 따라 차트 순위가 달라지고, 순위에 따라 인기가 급격히 쏠리는 문제도 있다.

유튜브 뮤직이 대단한 건 이런 시장에서 성장을 이뤄내서다. 유튜브 덕분인 건 분명하지만 파고들어 가 보면, 근본적으로 우리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유튜브로 인해 태어난 영상 중심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풍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곡이 발표되면 그 곡을 소비하는 방식까지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팬들이 만드는 리액션 영상을 비롯해 다른 아마추어 가수가 커버해서 부르기도 하고, 같은 노래를 두고 다른 가수와 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유튜브 뮤직은 이렇게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음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유튜브에서 추천한 다른 곡을 만나게 된다. 다른 이들이 만든 플레이리스트에 닿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곡을 중심으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점점 더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취향을 알고 검색을 통해 찾아 듣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유튜브 영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음악을 추천하고, 유튜브 영상으로 새로운 음악을 알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거기에 돈을 좀 내면 유튜브에 있는 영상과 음원을 더욱 편하게 쓸 수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유튜브 뮤직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 내다본다.

#국내음원시장 #유튜브뮤직 #스트리밍서비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멜론 스포티파이 유튜브 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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