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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이수만 없는 SM과 걸그룹 출범한 YG, 누가 더 날까?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2. 22

1심 무죄 판결로 총괄 프로듀서 자리에 복귀한 양현석은 새해 첫날 새 걸 그룹 ‘베이비몬스터’를 공개했다. YG는 ‘YG의 유전자를 가진 베이비’라는 새 걸 그룹 출범 소식을 전했다. 반면 전통적인 ‘SM 사슴상’은 없어질지도 모른다. 대형 엔터사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YG는 새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출범을 예고했다.

YG는 새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출범을 예고했다.

3년 전 노래 경연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김종국×터보 편에서 최애 아이돌그룹 에이티즈가 최종 우승했다. 특이점은 실시간 검색어였다. 에이티즈가 아니라 ‘에이티즈 소속사’가 올라왔기 때문. 아이돌 자체보다 투자를 염두에 둔 검색일 테다.

최근 실시간 주식 차트에도 엔터사 주식이 오르내린다. 관심의 출발점이 어떻든 아이돌 애호가로서 환영하는 바다. 주주 생활을 하면 아이돌 관련 지식도 자연스레 늘어난다. 현재 엔터사 대장은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SM), YG엔터테인먼트(YG), JYP엔터테인먼트(JYP)다. 설립순으로 하면 SM(1995), YG(1996), JYP(1997), 하이브(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시작해 2020년 사명 변경)지만 시가총액 규모로 줄을 세우면 달라진다. 2월 10일 기준 하이브(8조3741억 원), SM(2조7045억 원), JYP(2조6020억 원), YG(9888억 원) 순이다. 이들은 소속 아이돌 외모부터 노래, 안무, 하다못해 위기 대응 방식까지 추구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

SM은 1996년 데뷔한 보이 그룹 H.O.T.를 통해 본격적인 아이돌 시대를 열면서 K-팝 산업 시스템의 기틀을 잡아왔다. 해외 작곡진을 참여시키는 송캠프(Song camp)를 개최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세계관을 제시하거나, 온라인 공연 플랫폼 ‘비욘드 라이브’로 언택트 시대 방향성을 보여준 곳 모두 SM이다.

이수만 없는 SM, 실력의 JYP, 개성 존중 YG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단체 사진.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단체 사진.

아티스트도 정석형 미남, 미녀를 선호한다. 동방신기 최강창민, 소녀시대 윤아, 샤이니 민호, NCT 재민 등 눈망울이 사슴같이 크고 예쁜 ‘사슴상’ 계보를 예로 들 수 있다. 메인보컬도 소녀시대의 태연, 슈퍼주니어 려욱·예성·규현, 엑소의 백현·디오같이 음색과 파워 그리고 스킬을 고루 지닌 깔끔한 보컬이 많다.

다만 앞으론 일명 ‘수박상’(이수만이 박수 칠 상)으로 불리는 ‘확신의 SM상’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2월 3일 이성수·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는 팬과 주주 중심의 ‘비전 3.0’을 발표하며 27년간 SM을 이끈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퇴진을 알렸다. 이어 “여러 제작센터와 레이블을 이끄는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확립해 제작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올해는 신규 4팀 데뷔를 포함, 41개의 음반을 선보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이수만과 손잡은 방시혁의 하이브가 SM 지분 확보에 나서며 이 전 총괄의 입김이 살아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월 14일 박지원 하이브 CEO는 전사 설명회에서 “SM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며 “(이 전 총괄은) 경영권이 없고 프로듀싱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SM보다 5년 앞서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도입하고 박진영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간 JYP는 원더걸스·2PM·미쓰에이에서 갓세븐·트와이스·스트레이 키즈·ITZY(있지)로 차곡차곡 세대교체를 해왔다. 올해는 2분기 프로젝트 보이 그룹 ‘LOUD’를 선두로 3분기 중국 보이 그룹, 4분기 일본 보이 그룹과 미국 걸 그룹이 데뷔할 예정이다.

멀티 프로듀싱 체제 속에서도 ‘공기 반 소리 반’ 창법과 실력,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JYP의 정체성은 잘 유지되고 있다. 수장 박진영은 최근 “핸드 마이크 잡고 노래하는 아이돌이 살아남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는데, 그 결과 4세대 실력파 그룹 중엔 있지와 엔믹스, 스트레이 키즈 등 JYP 소속이 대거 포함돼 있다.

반면 JYP, SM과 달리 YG는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3년 6개월 만에 공식 복귀한다. YG 스타일을 밀고 나간 덕인지 최근 공개된 걸 그룹 베이비몬스터 멤버 7명에게선 YG 특유의 힙합 바이브와 스왜그가 물씬 느껴진다. YG 소속은 빅뱅, 투애니원, 위너, 블랙핑크 등 댄스보단 그루브한 힙합이나 R&B 위주로 활동하는 아이돌이 대부분이다. 비주얼에서도 샤넬의 뮤즈 지드래곤과 제니, 루이비통 패션쇼에 선 송민호, ‘인간 디올’ 지수처럼 트렌디하면서도 고급진 아티스트들의 아티스트 이미지를 추구한다.

여러모로 개성이 강한 YG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아닌 특징은 컴백 주기가 길다는 것이다. 지난해 약 2년 만에 완전체 컴백을 한 블랙핑크, 2020년 데뷔한 신인임에도 1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트레저 등 YG의 긴 공백기는 팬들의 갈증을 유발해왔다. YG 대표 프로듀서였던 테디는 그간 빅뱅, 투애니원, 블랙핑크의 대표곡을 만들어왔지만 지금은 더블랙레이블의 대표로 자체 걸 그룹 양성에 힘쓰고 있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 체제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베이비몬스터는 YG의 새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SM 지분 사들인 거대 공룡 하이브의 각개전투

JYP(왼쪽), 하이브의 홈페이지.

JYP(왼쪽), 하이브의 홈페이지.

한때 ‘중소(소속사)의 기적’을 대표했던 하이브는 K-팝 산업을 이끄는 거대 공룡이 됐다. 2019년부터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합작 설립으로 덩치를 키웠으며 현재 한국 본사, 하이브 아메리카, 하이브 재팬으로 구성돼 있다. 사업 영역은 레이블 운영과 솔루션, 플랫폼 세 분야. 국내 레이블로는 총 8개(빅히트 뮤직·빌리프랩·쏘스뮤직·플레디스·KOZ·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어도어·네이코)가 있으며, 2021년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 하이브 아메리카는 2월 9일 힙합 레이블인 QC뮤직도 영입했다.

각 레이블의 성과는 훌륭하다. 먼저 본진인 빅히트에서는 개인 활동을 시작한 방탄소년단이 건재한 가운데, 최근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발표한 미니 5집 ‘이름의 장: TEMPTATION’이 2월 11일 자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플레디스 소속 세븐틴과 빌리프랩의 엔하이픈도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얼마 전 싱글앨범 ‘OMG’ 활동을 마무리한 뉴진스(어도어)는 국내 가요방송 10관왕에 이어 별다른 현지 활동 없이 ‘빌보드 핫 100’에 데뷔했다. 르세라핌(쏘스뮤직)은 일본 데뷔 싱글 ‘FEARLESS’로 2월 6일 자 오리콘 주간 싱글 랭킹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최근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씨네21’의 인터뷰는 하이브가 풀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 “어도어가 하이브 내 자회사로 출발해 겪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와 “사람들이 쉽게 하이브 자본을 외치는데 개인적으로는 동의가 안 되는 표현” 등이다. 어도어와 하이브 사이 선을 긋는 듯한 태도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뉴진스는 애초부터 하이브의 신인 걸 그룹, 방탄소년단의 여동생 그룹으로 알려졌다. 하이브 역시 공식 SNS를 통해 뉴진스 소식을 꼬박꼬박 전했고, 6920만 명의 구독자를 지닌 하이브 레이블 유튜브 계정에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를 업로드했다. 아무래도 ‘선생님’ ‘PD님’ 아래서 가족다움을 강조하던 엔터사가 따로 또 함께 움직이다 보니 생긴 일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는 최근 이수만 SM 대주주가 내놓은 SM 지분을 사들였다. 과장 조금 보태면 앞으로 K-팝 시장은 하이브의 손이 닿았나 안 닿았나로 갈릴 판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레이블 체제는 대세의 흐름이고, 단점보단 장점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KOZ 대표이자 래퍼 지코의 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그는 “하이브는 다양한 레이블이 모여 있는 공동체라 필요한 부분에 조언을 얻으면서 우리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구조다. 걱정 없이 시너지를 믿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레이블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레이블 간 집안싸움은 팬들도 달갑지 않다. ‘가만있는 우리 애 머리채 잡지 마세요’ 소리가 나올 만하다. 각 레이블이 ‘너는 나, 나는 너’까진 아니더라도 각개 전투하다 ‘Attention’ 할 때가 오면 ‘I need you’를 외치는 사이가 되길 바란다.

#엔터주 #하이브 #레이블 #여성동아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마라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내돈내산’ 덕질 하는 엄마로 살고 있다.

사진출처 SM·YG·JYP·하이브 홈페이지 인스타그램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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