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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power woman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세 아들 엄마’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오홍석 기자

2022. 05. 30

세 아들을 키우며 창업에 나서 후발 주자인 회사를 홈 클리닝 서비스업계 1위로 올려놓은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그는 집과 회사를 분주하게 오가며 어떤 고민을 해왔을까. ‘청소연구소’라는 사명에 걸맞은 깔끔한 사무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토요일 저녁 빨래를 개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황금 같은 주말에 나는 왜 양말 짝을 맞추고 있어야 하는 걸까. 누가 좀 대신해줬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넋두리다. 그런데 이런 수요를 한데 모아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승화시킨 이가 있다. 청소연구소 연현주(44) 대표가 그 주인공. 청소연구소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청소 도우미와 사용자를 매칭하는 홈 클리닝 플랫폼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250만, 가입자는 110만 명이며 현재 홈 클리닝 서비스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절반이 넘는 고객이 2030 세대다.

연현주 대표는 카카오에서 홈 클리닝 서비스를 준비하다 프로젝트가 좌초되자 같은 팀 직원 다섯 명과 2017년 청소연구소를 창업했다. 2001년 ‘다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엔씨소프트와 카카오를 거친,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쌍둥이를 포함한 세 아들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후발 주자인 청소연구소를 선두 주자로 만들었다.

경기 성남 판교 청소연구소 사무실은 이름에 걸맞게 올 화이트 톤으로 깔끔했다. 그를 만나 ‘워킹맘’으로서의 삶, 업계 1위 기업을 만든 비결, 그리고 돈을 주고 사람을 부린다는 이유로 홈 클리닝 서비스업체에 보내는 따가운 시선 등에 대한 반론을 들어봤다.

여러 IT 기업들에 몸담았는데, 창업에 밑거름이 된 경험이 있나요.

앱 서비스의 속성, 온라인 서비스 비즈니스에 대한 기본 영업부터 다 배웠죠. 업무 자유도가 높은 IT업계의 조직 문화를 학습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대기업인 회사들이 규모가 작았을 당시부터 다닌 거죠.

그렇죠. 카카오 전신인 다음은 제가 입사할 당시 직원이 100명 정도였어요. 퇴사할 때는 2500명이 넘었죠. 기업이 작을 때 겪을 수 있는 성장통과 시행착오를 모두 겪었어요.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려고 특별히 더 노력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제 경험에서 비롯한 것 같아요.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엔지니어도 대표와 토론이 가능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다음에 다닐 때 이재웅 대표랑 자주 토론하면서 생각이 넓어지고 많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이런 방식이 직원도 일을 빨리 배우고 성장하게 하는 것 같아요. 또 칸막이가 없어야 비효율이 사라지죠.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서로 다 알고 있으니까요. 조직이 커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관료화되는 측면이 있어요. 이 현상을 최대한 늦추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직원들에게 많은 자유를 주는 게 대표로서는 두려울 수도 있는데요.

두려움은 있죠. 저도 제가 주니어 때 위에서 기획을 맡기면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하면서 혼자 고민한 적이 많아요. 하지만 회사는 그 위험을 감수하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스타트업은 새로운 걸 만들고 도전해야 해요. 이미 했던 일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거든요. 또 어쩔 수 없이 맡겨야 하는 측면도 있어요. 저희 고객 중에는 젊은 세대가 많은데 그들을 설득하는 마케팅은 아무래도 저보다 (동석하고 있는 직원을 가리키며) 젊은 직원분들이 훨씬 잘하겠죠.

카카오에 다니는 동료들을 어떻게 설득해 창업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카카오에 있을 당시 준비했던 서비스는 론칭도 되기 전에 문을 닫아야 했어요. (당시 카카오는 대리운전 서비스 등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준비 중이던 서비스를 여럿 중단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저를 포함한 여러 동료들이 ‘이 사업은 된다’는 확신이 있었죠. 그래서 창업하자고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너무 많은 동료들이 지원해 그중 일 잘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을 선별하는 과정이 더 어려웠죠.

대출받는 한이 있어도 육아에 투자를 아끼지 마라!

연현주 대표의 커리어가 20년이 넘은 만큼 그는 엄마가 된 이후 줄곧 워킹맘으로 살아왔다. 연 대표 또한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 아래서 컸다”고 한다. 그는 얼마 전 은퇴한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하며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일하면서 애 못 키웠단 소리가 듣기 싫어 도시락 한번 빼먹은 적 없으세요”라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어머니는 연 대표의 남편에게 “약속 하나만 하면 결혼을 허락하마. 돈 많이 벌 필요도 없다. 돈은 현주도 잘 버니. 현주가 계속 일하는 걸 막지 마라. 얘는 일을 해야 빛이 나는 아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워킹맘 아래 자라 워킹맘으로 살아온 그가 일하는 여성의 마음을 잘 이해하리라 생각하고 관련 질문을 던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있어요. 조언을 하자면요.

저희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기억 나네요. 제가 어머니에게 비슷한 고민을 토로했을 때 “너는 미안해하지 마라. 이제는 남자도 여자도 다 일하는 시대 아니냐. 애들이 혹시라도 공부를 좀 못해도 그게 네 탓은 아닌 거다”라고 하셨어요. 워킹맘이셨던 어머니께 들으니 굉장히 와 닿더라고요.

늘 일하는 엄마만 봐왔을 텐데, 아이들이 말하는 엄마는 어떤 엄마인가요.

제가 하는 말이 신뢰도가 떨어질 테니 아들을 데리고 와야 하나 싶네요(웃음). 아이들은 절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 한번은 저희 막내가 “엄마는 다른 엄마랑 다른 것 같아”라고 말하더라고요.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되물으니 다른 엄마들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요구사항이 많은데 저는 아무 말도 안 한다고 그러더라고요(웃음). 저는 같이 있는 시간에는 되도록 아이들한테 싫은 소리는 안 하려고 노력해요. 아이들과 만나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즐겁게 보내고 싶거든요.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회사 대표라는 직업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서 미팅하다 보면 하루 근무가 끝나요. 오후 7시에 퇴근하면 아이들과 꼭 저녁을 먹어요. 그리고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오후 10시, 11시가 돼요. 그럼 아이들을 재우고 다시 노트북을 꺼내요. 이 시간에는 혼자서 데이터를 보고 자료도 만들면서 생각을 정리하죠. 보통 새벽 2시 정도에 잠자리에 듭니다.

후배 여성 창업자, 직장인과 교류하면서 멘토링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애 낳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해요. 어떻게든 방법은 생기기 마련이라고요. 아이들 키우기 위해 도움을 받는 데는 돈을 좀 써야 한다고 조언해요. 대출을 받아서라도요! 직장 다니면서 버는 돈, 앞으로 오를 월급을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육아에 비용을 지출해도 된다고요. 무엇보다 여자는 한번 경력이 단절되면 다시 취업하기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직장을 절대 그만두지 말라고 하죠. 희망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들은 커요. 천년 만년 먹이고 재우고 하지 않아도 1년, 2년만 지나면 어린이집에 가고 유치원 가고 하거든요. 초기에 어려운 시기만 견뎌내면 좋은 시간이 온다고 말합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기업의 여성 친화적 제도가 회사 경영에도 도움이 될까요.

그럼요. 저희 회사 고객의 경우 아이가 있는 집이 특히 많거든요. 사내 여성 직원들 덕분에 그런 고객의 관점을 많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큰 조직일수록 이사회 같은 의사결정 기구에 여성이 필요하고, 여성이 있으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자주 말해요. 남성들끼리 모여 있으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업계 1위로 올라선 비결: 앱 디자인과 매니저 교육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가 특별히 공여 만든 청소연구소 애플리케이션.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가 특별히 공여 만든 청소연구소 애플리케이션.

홈 클리닝 기업이 여럿 있습니다. 청소연구소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시장 선두 주자로 발돋움했기에 이제 내부에서 분석한 성공 비결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앱의 편의성이 주요했던 것 같아요. 저는 쭉 IT업계에서 근무하다 보니 앱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어요. 창업 멤버이자 현재 최고기술경영자(CTO)로 계신 엔지니어는 카카오톡을 만드신 분이에요. 이분을 비롯해 여러 베테랑 엔지니어들을 모셔 24시간 무인 응대가 가능한 앱을 만들었죠. 특별히 공을 많이 들였어요. 두 번째는 매니저(청소연구소에서는 청소 도우미를 매니저라고 부른다) 교육을 통해 서비스 퀄리티 유지에 신경 썼어요. 제가 알기로 이 업계에서 체계적으로 매니저 교육을 하는 업체는 저희밖에 없어요.

많은 홈 클리닝 플랫폼들이 청소 도우미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는데요.

청소연구소는 한번 일한 매니저가 다시 청소연구소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사전 교육 때 청소연구소가 매니저들의 파트너이고 저희가 나서서 매니저들을 보호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 부분이 어필이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복지도 있고요. 경조사비를 지급하고 일을 잘하면 보너스도 드려요.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6시간 동안 무료 오프라인 교육을 제공해요. 내 집을 치우는 일이랑 정해진 시간 안에 남의 집을 치우는 건 많이 다르거든요. 효율적인 동선 정리 방법부터 실습 도구를 이용한 청소 방법까지 전부 알려드려요. 빨래 개는 법, 침대 정리 방법이 집마다 다르잖아요. 매뉴얼화해서 교육하죠. 온라인 교육의 경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요. 새로운 청소 기구가 나오면 동영상으로 사용법을 전달하는 방식이죠. 또 청소 도중 와인 잔이 파손되는 사고가 잦다는 데이터를 확인하면 와인 잔 세척 동영상을 제공하는 식입니다.

매니저들은 교육에 호의적인가요.

매니저 중에는 50대(44%)와 60대(38%)가 가장 많아요. 그렇다 보니 “내가 설거지를 30년 동안 했는데 강사님보다 잘하지”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분이 더러 있어요(웃음). 하지만 막상 교육을 받으면 좋아하세요. 무엇보다 앱 관련 교육을 받을 때 반응이 좋아요. 세상이 바뀐 걸 느끼시는 것 같더라고요. 직업소개소에 전화해서 “오늘 일자리 없을까요”라고 저자세로 묻는 대신 앱을 통해 자신이 편할 때 하고 싶은 일을 고를 수 있으니까요. 자기 의지로 일을 찾고 가고 싶은 곳을 고르다 보니 전보다 당당해지시는 것 같아요.

‘블랙 컨슈머’도 있을 텐데요.

내부 규정도 있고, 저희가 나서서 강력하게 차단하고 있습니다. 개 목욕을 시켜달라거나, 사다리 타고 천장을 닦아달라고 하는 요구를 하면 저희가 나서서 그런 서비스는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고 말씀드려요. 인터넷 수리 기사님한테 오는 길에 택배를 가져와 달라거나,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건 되게 무례한 요구잖아요. 다행인 점은 ‘내가 돈 주는 사람이니까 맘대로 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5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들었어요.

대표님도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나요.

그럼요. 매주 월요일, 목요일에 매니저분이 집에 오세요. 목요일 담당 매니저는 4년째 오고 계세요.

집에 오는 매니저가 자신이 청소연구소 대표 집을 청소하는 걸 아나요.

그동안 저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어서 모르셨는데, 최근에 들켰습니다(웃음). 목요일에 오시는 분이 얼마 전 TV에서 저를 보고 ‘아 우리 대표님은 저렇게 생겼구나’ 했는데, 제가 재택근무를 하는 중에 마주친 거죠. 부담스러워 하실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절 알아보고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홈 클리닝 서비스에 대해 ‘하기 싫은 일을 돈 주고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이런 분들을 어떻게 설득하실 건가요.

고객들의 데이터를 보면 저희가 유일하게 공략 못 한 분들이 50대, 60대예요. 살림을 오래 하다 보니 솜씨가 좋아 ‘내가 하고 말지’ 하시는 분들이죠. 어릴 때부터 가사 노동은 주부가 하는 일이라고 교육받다 보니 당연히 당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심지어 저희 어머니도 젊으실 때 바쁘면 종종 가사 도우미를 쓰셨는데 제가 매니저를 보내드린다고 하니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서비스를 한번 받으시고는 좋아하세요.

어떤 점이 좋다고 하시던가요.

화장실 청소 같은 일은 힘들잖아요. 또 청소할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으셨던 것 같아요. 한번 서비스를 받아보시면 ‘남의 손에 맡겨도 충분히 잘하는구나.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네’ 싶으실 거예요.

홈 클리닝 서비스업의 성패는 숙련된 청소 도우미를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에 만난 한 클리닝 서비스 플랫폼 관계자는 “한번은 청소 요구가 쏟아지는데 청소 도우미 수는 부족했다. 전 직원이 이전에 일하셨던 분들에게 한 번만 더 일해달라고 전화를 돌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청소연구소에는 약 7만 명의 매니저가 등록돼 있고 10만 명 유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한다. 청소연구소가 안정적으로 청소 도우미를 확보하는 비결은 매니저를 최우선해야 한다는 연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연 대표는 “사용자와 청소 도우미를 매칭하는 일만 하는 건 단순 중개업에 지나지 않는다”며 “매니저들이 청소연구소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며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돈을 버는 건 모두의 바람이지만 많은 돈을 원했다면 다른 일을 했을 거예요(웃음). 청소연구소는 제가 쓰려고 만들었고, 워킹맘들을 위해 만든 서비스였는데 의외로 매니저들로부터 얻는 보람이 가장 커요. 경력 단절로 경제활동이 어려웠던 분, 우울증에 걸려 집에만 있던 분들이 일을 시작하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단 말을 들을 때 울림이 와요.

가사 도우미는 예전부터 있어왔어요. 이 분야가 산업으로 발달하지 못한 건 누구도 가사 노동에 전문성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교육기관도 없었고, 매일 집에서 혼자 일하니 개선 방안을 찾기도 어려웠죠. 생각해보면 중장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없거든요. 저는 경력 단절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분들의 전문성을 키워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일하도록 도와드리고 싶어요.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게요.

#연현주대표 #청소연구소 #가사노동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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