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기사

green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배달음식, 다회용기에 주문해 주세요”

글 김명희 기자

2022. 04. 26

지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일회용품에 깃든 편리함의 유혹을 떨쳐내야 할 때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으로부터 시민들 일상을 친환경으로 바꿀 제로웨이스트 정책에 대해 들었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의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환경 관련 기사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에너지, 미세먼지, 일회용품 등 분야도 다양한데, 이러한 문제들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서울시민들의 미래와 안전이 달려 있기에 유 본부장을 비롯한 기후환경본부 구성원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환경 정책은 제로웨이스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문화가 확산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20년 가정에서 배출된 폐합성수지류(플라스틱)가 전년 대비 26.3%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폐플라스틱은 소각할 경우 발열량이 많아 소각로에 내화벽 손상을 일으키며, 매립해도 썩지 않아 지속적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환경 재앙으로 연결될 줄 뻔히 알면서도 쓰레기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마음도 편치 않다. 2020년 10월 녹색연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배달 쓰레기를 버릴 때 마음이 불편하거나 죄책감이 든다”고 답했다. 배달쓰레기 처리 대책에서 가장 시급한 것으로는 응답자의 40%가 ‘다회용기 배달 시스템’을 꼽았다.

서울시는 배달음식에서 나오는 일회용품을 줄이고자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음식배달 플랫폼 ‘요기요’와 다회용 배달용기 시범사업을 시행한 데 이어 4월 22일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 4개 배달 플랫폼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다회용기 이용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을 진행한 3개월 간 총 6만7726건이 스테인리스 다회용기에 담겨 배달됐는데 “배달음식이지만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걱정이 줄었다” “잔반 처리와 분리 배출의 불편함이 사라지고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음식점에 대해서는 “사장님의 따스한 환경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다회용기 사용 덕분에 매출이 증가한 업체도 확인됐다. 유연식 본부장은 “다회용기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고, 배달 플랫폼들 사이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유연식 본부장을 비롯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직원들이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다회용기를 들어보이며 다회용기 사용을 부탁하고 있다.

유연식 본부장을 비롯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직원들이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다회용기를 들어보이며 다회용기 사용을 부탁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회용기 배달사업 외에도 카페와 제과점 등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컵 반납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수 있도록 다회용 컵 무인 회수기 설치를 확대하고 그동안 시행해온 제로카페, 제로식당, 제로마켓 규모도 늘려나가는 등 다각도로 제로웨이스트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배달용 일회용기도 분리배출만 잘 하면 재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난해 한 조사에 따르면 음식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인 세트 기준으로 배달을 한 번 시키면 1회용품이 평균 9.7개가 발생합니다. 그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한 일회용기는 단 1개에 불과하고요. 배달용 일회용기는 음식물을 깨끗하게 비우고 배출해도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용기를 깨끗하게 씻어 건조시킨 후 배출해도 기름기가 일부 남아있거나 포장 목적으로 사용한 접착제 등이 남아있으면 이를 제거하는 공정이 추가돼 재활용이 어려워지죠. 또 보온성과 내구성을 갖춰야 하는 배달용 일회용기 특성상 단일 성분이 아닌 복합 성분 플라스틱으로 제조하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 더욱 어렵습니다. 배달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다회용기를 활용해야 합니다. 쓰레기를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죠. 서울시가 최근 다회용기 활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는 데는 이러한 이유가 있습니다.

배달앱과 연계한 다회용기 사업은 용기 수거   -   세척  -  재공급 과정이 얼마나 신속하고 위생적으로 진행되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지요.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전용 물류 시스템과 세척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에 참여한 사업자의 경우 입고에서 출고까지 총 9단계의 세척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세척의 핵심인 애벌세척과 고온세척 때 최고 150도 이상의 온도에서 용기를 세척하기 때문에 유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말끔하게 처리됩니다. 고온 세척된 용기는 살균기로 2차 검수를 하므로 공장에서 생산한 후 별도의 세척 과정 없이 제공되는 일회용기보다 더 깨끗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식품 용기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데 별도의 위생 기준은 없습니다. 보통 세척 업계에서는 ATP(아데노신3인산, 유기물질 에너지원으로 ATP가 높으면 세균, 유기물로 오염될 확률이 높음)를 분석해 오염도를 간접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업체별로 ATP 50~200RLU 수준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다회용기 시범사업 당시 위생 기준을 ATP 200RLU 이하(세척 후 검사 기준)로 적용했고 올해부터는 50RLU 이하로 강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카페, 제과점 등의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자 실시한 다회용 컵 무인회수기 시범운영 사업에서 약 80% 가까운 반납률을 보였습니다. 타 시도(5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인데, 성공 요인은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높은 반납률의 가장 큰 요인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보호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의 노력 덕분이죠. 시범사업 지역이 서울시청 주변으로 개인 텀블러 사용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 많았고, 환경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적절한 수준의 보증금(1000원, 음료비를 계산할 때 지불하고, 무인회수기에 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음)을 도입한 점, 직원 도움 없이도 무인회수기를 통해 쉽고 편하게 반납할 수 있게 한 점 등도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학생들과 ‘제로웨이스트 캠퍼스 MZ 회담’을 갖고 제로웨이스트 실천방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을 것 같은데요.

학생들이 분리배출, 상가, 시스템, 자원순환, 인식전환 등 5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대학교 캠퍼스 안에 자원순환 가게를 개설하고 월 1회 캠퍼스 ‘자원순환의 날’을 지정해 학생들이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거나, “환경교육 관련 과목을 개설해 대학생들의 환경 지식 욕구를 충족하고 교내 텀블러 장학금을 신설해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자”는 의견도 나왔죠. MZ회담에서 나온 청년들의 의견을 참고해 올해 20개 대학에서 ‘제로캠퍼스’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제로캠퍼스’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제로웨이스트 사업을 도입한 일회용품 없는 대학 캠퍼스를 의미합니다. 함께 실천하고 행동하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더욱 빨리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로카페, 제로마켓, 제로식당, 제로캠퍼스 사업 등을 통해 서울시가 전반적으로 친환경에 한발 다가선 느낌입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서울시가 추구하는 자원순환 모델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궁극적으로는 자원순환을 쉽고 편하게, 숨 쉬듯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 목표를 실현하려면 배출되는 폐기물 양을 줄이고, 발생할 경우 잘 수거해 재활용·새활용으로 연결하는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서울시는 지역별 수거 시스템 개선, 제로웨이스트 정책 등과 더불어 도시를 구성하는 작은 마을 단위부터 자원순환을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마을 단위 생활권에 재사용 가게 등 자원순환 거점공간을 만들어 서울 지역의 자원순환 시스템이 원활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서울시 #제로웨이스트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