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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벌이는 개척자, 송은이의 새로운 도전

글 문영훈 기자

2022. 04. 22

연기에서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상황극으로 이뤄지는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30년 차 코미디언 송은이는 덜 주목받지만 꼭 필요한 리액션을 하길 택한다.

1 송은이는 ‘셀럽은 회의 중’에서 ‘걱정 괴물’로 불린다. 글로벌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계속 회의를 열 것을 재촉하기 때문이다.
2 넷플릭스 코미디 스페셜 ‘셀럽은 회의 중’의 한 장면.
3 넷플릭스 코미디 스페셜 ‘셀럽은 회의 중’ 포스터.

“‘셀럽파이브’가 축구팀이라면 공격수 셋에 수비수 하나로 이뤄져 있죠.”

4월 1일 공개된 넷플릭스 코미디 스페셜 ‘셀럽은 회의 중’ 제작발표회에서 코미디언 송은이(49)가 한 말이다. 여기서 수비수 한 명은 자신을 일컫는다. 김신영이 전매특허인 할머니 성대모사를 하고, 안영미가 ‘섹드립’을 던지며 ‘가슴 춤’을 추고, 신봉선이 “옳지 않아!” 등 유행어를 난사하며 웃음 골을 터뜨리는 동안 후방에서 이들의 재간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확하게 비유하자면 송은이는 수비수보다는 감독이나 구단주에 가깝다. 2010년대 초반 ‘1박 2일’ ‘무한도전’ 등 남자만 살아남던 예능 판에서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 그다. “써주는 곳이 없으면 방송국을 만들어버리자”라는 생각으로 2015년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팟캐스트는 현재 유튜브를 넘어 지상파 방송과 협업해 독창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컨텐츠랩 비보’의 모태가 됐다. 2018년 ‘셀럽이 되고 싶어’로 가요계 판을 흔든 걸 그룹 셀럽파이브 역시 송은이의 기획이다.

‘방송 경력 도합 100년’이라는 셀럽파이브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까지 발을 뻗었다. 3월 30일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셀럽은 회의 중’ 제작발표회에서 출연자 겸 진행자로 나선 송은이는 다른 멤버들의 수위 높은 발언을 제지하기 바빴다. 송은이는 “현장 분위기를 느끼신 분들은 알겠지만 저희가 질서가 없는 편”이라며 “오늘 제작발표회도 끝까지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행사의 막을 열었다.



“엑기스는 회의 중에 나온다”

‘셀럽은 회의 중’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 중 코미디언을 전면에 내세운 세 번째 작품이다.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이수근의 눈치코치’ 등을 연출한 김주형 PD와 ‘범인은 바로 너!’를 연출한 고민석 PD가 힘을 합쳤다. 앞선 박나래와 이수근의 사례처럼 PD들은 처음엔 셀럽파이브에게 스탠드업 코미디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스탠드업 코미디를 준비해보려고 용을 썼어요. 그런데 ‘엑기스’가 회의 중에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회의를 주제로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 것 같냐고 역제안을 했죠.”

‘셀럽은 회의 중’은 모큐멘터리(mocumentary) 방식을 가져왔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려 허구의 상황을 실제처럼 연출한 것. 넷플릭스 측으로부터 ‘셀럽파이브 쇼’를 제안받은 송은이가 멤버들을 하나둘 차에 태우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K-코미디를 세계에 알릴 기회를 얻은 멤버들이 수차례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는 현장을 담았다. 한 달 기한 안에 쇼를 올릴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는 송은이, 목욕 중 전라 상태로 화상 회의에 참석하는 안영미 등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오래 봐온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한다.

“‘셀럽은 회의 중’ 배경은 감자탕집, 방송국 대기실 등 매우 다양해요. 평소 이런 곳에서 모이기만 하면 우리는 계속 회의를 하거든요. 자연스러운 경험을 살리는 게 가장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실제 쇼를 준비하는 코미디언들의 고군분투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현실감이 느껴지지만 실제 촬영은 미리 짜놓은 탄탄한 대본을 바탕으로 한다. 송은이는 “현장에서 애드리브가 나오기도 했다”며 “대본에 없던 내용이 무엇일까 맞혀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걱정 괴물’의 탁월한 리액션

3월 30일 코미디언 송은이가 넷플릭스 코미디 스페셜 ‘셀럽은 회의 중’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3월 30일 코미디언 송은이가 넷플릭스 코미디 스페셜 ‘셀럽은 회의 중’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연기에서 액션보다 리액션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상황극으로 이뤄지는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리액션 장면에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 시트콤 등에 웃음소리를 삽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리액션이야말로 송은이의 장기다. 제작발표회에서 신봉선은 “(송은이가) 균형을 잡아줘서 마음 놓고 까불 수 있었다”며 그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송은이는 ‘셀럽은 회의 중’에서 연신 셀럽파이브 멤버들을 말리며 “그게 돼?” “이거 못 나가”를 외친다. 압권은 안영미와 김신영이 ‘365일’ ‘섹스/라이프’ 등 넷플릭스 19금 걸작(?) 시리즈에 등장하는 베드신을 재연하는 장면. 송은이는 다급하게 이들을 저지하며 차렷 자세를 지시한다. ‘셀럽은 회의 중’에서 그에게 ‘걱정 괴물’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그는 이번 작품에 임하면서도 “내가 제일 못 웃기면 어떡하지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송은이가 이번 작품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건 동료 덕분이다.

“노래와 춤, 코미디를 모두 할 수 있는 코미디언 집단은 셀럽파이브가 유일하지 않을까요. 이번 촬영을 하면서도 멤버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코미디 도사들이 확신을 갖고 즐겁게 찍은 작품인 만큼 좋은 평가가 있길 기대합니다.”

‘셀럽은 회의 중’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오늘 한국의 TOP 10 영화’ 리스트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도합 55분의 비교적 짧은 콘텐츠로 만족하지 못한 시청자들은 셀럽파이브의 두 번째 회의가 열리길 고대하고 있다.

#송은이 #셀럽파이브 #셀럽은회의중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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