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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여성가족부’ 3가지 시나리오

글 오홍석 기자

2022. 04. 20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차기 정부에서 여가부의 위상은 어떻게 바뀔까. 전문가 취재를 통해 내다본 3가지 시나리오.

다가오는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는 어떤 모습일지 여러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다가오는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는 어떤 모습일지 여러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지난 대선을 뜨겁게 달군 한 줄 공약이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적은 바로 이 문구일 것이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은 ‘여가부 폐지’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선거 이후에도 윤 당선인은 “여가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또한 “여가부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하지만 폐지 선언에도 윤 당선인은 초대 내각에 여가부 장관을 포함했다. 장관 후보자 발표에 앞서 인수위는 여가부 장관 임명 예고와 함께 “많은 분들이 이견을 내고 계시기에 우리가 방침을 잡았다고 해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여러 의견을 듣기로 했다”는 내부 논의 내용을 밝혔다. 이어 4월 11일 윤 당선인은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여가부 장관에 내정했다. 현장에서 김 후보자는 “미래를 여는 새로운 부처로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부처 개편 시기에 관한 질문에는 “부처가 언제 개편될지는 지금 예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패전 처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로 보기에는 미래지향적인 발언이었다. 인수위가 여가부 폐지 속도 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다가오는 전국동시지방선거, 야당의 반대 등 여러 변수가 부각되면서 여가부의 미래에 대한 관측도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과연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최근 열린 토론회 내용과 언론 보도, 전문가 분석을 통해 3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시나리오 1 미래가족부 신설

윤석열 당선인이 4월 11일 1차 내각 인선을 발표하며 장관 후보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4월 11일 1차 내각 인선을 발표하며 장관 후보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 생각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대로 여가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부처를 설치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부처 개편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개편 방식에 대한 힌트는 대통령의 공약집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에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적혀 있다. 세부적으로는 “정책 중심의 타 정부 조직과 달리 대상 중심 조직의 특성으로 인해 사업 중복이 발생한다”며 “가족을 보호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별도 부처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인수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신설 부처의 이름은 ‘미래가족부’다. 공약집에서 지적한 “대상 중심(여성 중심)”에서 탈피하면서도 “가족을 보호하고 다양한 사회 문제(저출생)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조직명이다. 이는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온 인수위의 내부 구상과도 일치한다. 인수위는 “신설 부처가 가족 문제, 저출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양성평등 업무는 여타 부처에 이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 근거로 인수위가 저출생 문제 등 인구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점, 김현숙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인구·가족 정책 전문가라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처 신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직 새로운 부처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아 확언하기 어렵지만, 한국은 여전히 성평등이 요원한 국가인데 인구 문제에 집중하고 양성평등 정책을 소홀히 하겠다는 판단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가족부 신설에 대한 의견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미래가족부 신설은) 선거 과정에서 구상했던 내용과 다른 방향”이라며 “(윤 당선인이) 재차 확인하셨던 폐지 입장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정부 조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간 여가부를 폐지하고 여가부가 해온 역할을 기존 부처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해왔다.

시나리오 2 대대적 조직 개편, 독일식 가족부 도입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3월 31일 여성가족부의 미래를 주제로 여성단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3월 31일 여성가족부의 미래를 주제로 여성단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대대적 조직 개편을 통한 독일식 가족부 도입이다. 이 정책 제안이 화제가 된 계기는 정현백 전 여가부 장관의 3월 28일 ‘한겨레’ 인터뷰다. 지난 3월 31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여가부의 미래에 대해 여러 여성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했을 당시 허명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이 독일식 가족부 도입안을 안 위원장에게 건네기도 했다. 이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또한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의 토론회에서 “여가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독일식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독일의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BMFSFJ)는 독일연방정부의 주요 부처 중 하나로 장관 아래 3명의 차관이 청소년·가족·복지·정책을 한 분야로 묶어 관리한다. 부처에는 900명의 공무원이 소속돼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72%의 공무원이 여성이며 관리직의 59%가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예산은 약 132억 유로(약 17조5800억원)로 독일 정부 예산의 약 2.4%를 차지한다. 한국 여가부의 2021년 예산은 1조2325억원으로 이는 한국 정부 예산의 0.24%에 해당한다.

독일의 가족부는 국정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그 권한은 산하 ‘평등국’으로부터 나온다. 평등국은 모든 부처의 평등 관련 사안에 대해 법안을 제출할 수 있으며, 평등에 어긋나는 법안에 대해서는 여타 부처의 법안이라 하더라도 문제 제기를 하고 연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그만큼 유력 부처로 손꼽힌다. 실제 이곳의 장관을 지낸 대표적 정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2005년 가족부 장관을 거쳐 2013년에는 독일 최초 여성 국방부 장관이 됐다. 현재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전 장관은 실제 독일식 가족부 도입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아래는 정 전 장관의 짧은 인터뷰 내용이다.
“여가부의 문제점은 부처 규모가 작다 보니 예산이 적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일식 여가부는 여성에 더해 가족, 노인, 청소년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정책 대상으로 하기에 규모가 커져 이러한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또 독일의 여가부는 일반 복지는 노동 및 사회부가, 대상 복지는 가족부가 담당하도록 분업이 이루어져 보다 섬세한 복지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이 이점이다.”

정 전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식 가족부 도입은 기존 여가부의 권한 확대를 의미했다. 정 전 장관은 “독일도 1953년 부처를 신설할 당시에는 가족부로 시작해 노인, 여성, 청소년을 합쳤다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우리도 여가부를 존치하면서 점진적으로 정책 분야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나리오 3 여성가족부 유지

국민의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의 여성가족부 관련 공약 내용.

국민의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정책공약집’의 여성가족부 관련 공약 내용.

마지막 시나리오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적 어려움으로 인해 여성가족부 폐지에 실패하는 것이다. 그 근거는 우선 폐지 여론이 쉽게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캠프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대남’의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선거 결과, 윤 캠프의 이대남 구애 전략은 성공했으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반대하는 20대 여성의 표가 이재명 후보에게로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KBS·MBC·SBS 방송 3사가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에서 윤 당선인은 58.7%의 지지도를 보인 반면 이 후보는 36.3%에 그쳤다. 그러나 20대 이하 여성에서는 이 후보 58%, 윤 당선인 33.8%의 지지도를 기록하며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상반된 투표 결과는 강한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인이 역대 최저 표차인 0.7%로 승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윤 당선인이 다가오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의식해서라도 섣불리 여가부 폐지를 밀어붙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가부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예정이다. 현행법상 여가부 폐지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현재 172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과 6석을 보유한 정의당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3월 14일 박광온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윤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발언에 대해 “여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우리 사회의 균형을 잡고 뿌리 깊은 차별을 철폐해 국민을 통합하는 방안”이라며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같은 날 “공약을 전부 국가 정책으로 하면서 부작용이 많이 나왔다”며 “선택지를 준비한 다음 당선자의 의사에 따라 방향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여가부를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개편을 위한 선택지는 5월 10일 임기를 시작할 윤석열 당선인에게 쥐어질 예정이다.

#여성가족부 #윤석열정부 #김현숙장관후보자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제공 국민의힘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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