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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column

‘섹스 앤 더 시티’의 그녀들이 사랑한 명품 운동 기구 펠러톤의 매력

#And Just Like That

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2022. 02. 07

HBO MAX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

HBO MAX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

요즘 미국에서는 OTT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이 선도하던 시장에 애플 TV+와 디즈니+가 뛰어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하며 4파전 양상이 나타난 것도 잠시, 이후 HBO MAX와 파라마운트+까지 등장하며 이제 관련 시장은 거의 전장을 방불케 한다.

그로 인해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과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던 많은 콘텐츠가 원래 주인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원하는 콘텐츠를 보려면 이제 각기 다른 OTT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얼핏 소비자 선택의 폭이 늘어난 듯 보이지만, 실은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새롭게 시장에 들어선 후발 OTT 서비스들은 하나같이 자기 스튜디오나 방송 채널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해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며 기존 팬의 가입을 유도한다. 해당 콘텐츠를 리부팅하거나 속편 격으로 새로운 시리즈를 론칭하기도 한다. 최근 특히 눈에 띄는 건 워너 브라더스 계열 OTT 서비스인 HBO MAX의 행보다.

HBO MAX의 대표 콘텐츠는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다. 이 작품은 1998년 미국 유료 채널 HBO의 드라마로 시작해 6번의 시즌을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광범위한 팬덤을 이끌며 ‘레전드’로 추앙받는 수준이다. 이 드라마의 엄청난 성공에 힘입어 2008년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고 2010년 속편까지 나왔다. 이후에도 간간이 후속편 관련 가십이 떠돌고 주연 배우들 사이의 불화 등에 대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희미해지던 무렵, 세상이 변했다. 우편으로 비디오테이프와 DVD 대여 서비스를 하던 넷플릭스가 OTT 서비스라는 엄청난 가능성의 문을 열면서 거대 영화사와 스튜디오 그리고 방송국까지 연이어 이 시장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후발 주자가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 할 때 사용할 만한 강력한 카드가 ‘인기 시리즈의 부활’이라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새롭게 OTT 서비스를 시작한 HBO 처지에서 보자면 ‘섹스 앤 더 시티’ 같은 메가 히트 시리즈의 후속작은 ‘반드시’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그 결과 2021년 겨울,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공개 11년 만에 이 작품이 HBO MAX로 돌아왔다. 이 시리즈의 중요 캐릭터 중 한 명인 사만다 역의 킴 캐트럴은 후속작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세월에 따라 나이가 든 캐릭터들이 작품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그래도 ‘섹스 앤 더 시티’ 마니아들에게는 그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새로운 시리즈 ‘앤드 저스트 라이크 댓(And Just Like That·AJLT)’은 현재 HBO MAX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 공개 후 시청률이 전주에 비해 59% 뛰었다. 가입자 수는 45만 회선을 넘어섰다. 실제로 필자를 비롯해 주변의 많은 지인이 ‘AJLT’를 보려고 새로 HBO MAX에 가입했다.

사실 초반에는 난관이 많았다. 사라 제시카 파커가 연기하는 캐릭터 캐리 브래드쇼의 게이 친구 스탠포드 역을 맡은 배우 윌리 가슨이 촬영 진행 중 지병으로 사망했다. 또 캐리의 남편 ‘미스터 빅’ 역의 크리스 노스가 상상도 하지 못한 방식으로 극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그 바로 직후 노스가 성폭행 의혹에 휘말린 사실이 보도돼, 불가피한 하차가 아니었나 하는 짐작을 하게 만들었다.

미스터 빅의 퇴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아이템, 홈 트레이닝 머신 ‘펠러톤(Peloton)’ 또한 드라마 못잖게 화제를 모았다. 실내에서 달리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해주는 운동 기구는 오래전부터 다양하게 존재해왔다. 펠러톤은 단순히 운동량을 표시해주는 인디케이터를 넘어선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인터넷에 연결하면 고화질 대형 화면을 통해 유명 강사의 수업에 참여하고,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유산소 운동을 즐길 수 있다. LA 유명 헬스클럽 인기 강사의 수업을 듣고 싶지만, 뉴욕에 살고 있어 미리 녹화한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재생할 수밖에 없던 많은 운동 마니아들은 최신 테크놀로지에 프레시한 발상이 더해진 이 제품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한 홈 트레이닝 머신 펠러톤. 미국 영 & 리치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한 홈 트레이닝 머신 펠러톤. 미국 영 & 리치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펠러톤의 성공 이면에는 세계를 뒤덮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없지 않다. 그로 인해 홈 트레이닝 인구가 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전부터 펠러톤은 최고로 인기 있는 수업을 내 집에서 들으며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걸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또 펠러톤은 상품 소개 이미지 촬영에 공을 들였다. ‘영 & 리치(young & rich)’라 불리는 젊은 부유층이 매력을 느끼도록 모던한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콘셉트로 제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요즘은 집에 펠러톤 하나는 있어줘야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것 같은 이미지가 구축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에 이보다 더 적절한 PPL이 있었을까 싶다. 이제 50대 중반이 된 주인공들이라면 패션만이 아니라 고가의 라이프스타일 상품에도 큰 관심을 둘 것이기 때문이다.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가 잠시 멈췄던 10여 년 동안 세상은 크게 변했다.

그사이 나타난 변화가 이전 50년 이상에 걸쳐 나타난 변화와 맞먹는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2019년 말 나타난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이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의식까지 완전히 바뀌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하나 인간이 억지로 추구한 변화가 아니다. 작은 흐름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큰 흐름이 만들어졌고, 그것이 점차 체계화돼 하나의 현상이 됐다. 세상의 변화는 어떤 형태로든 결론 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늘 진행하고 진화한다. 언제나 그랬듯, 2022년도 모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패션·뷰티 트렌드 최전선의 마케팅 인사이트를 담은 저서 ‘프레시니스 코드’(리더스북)을 펴냈다.



사진제공 HBO MAX·펠러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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