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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패셔니스타의 다섯 살 어려 보이는 스타일링 팁 8

글 이나래

입력 2022.01.03 10:30:02

새해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고 너무 슬퍼하진 말자. 옷 잘 입는 것 하나만으로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패션 브랜드에서 러브 콜까지 받는 시니어 패셔니스타들에게서 배우는, 다섯 살 어려 보이는 스타일링 팁을 소개한다.
기대수명 83.5세 시대, 새 달력을 움켜쥐고 지나간 젊음을 회상하며 한숨 쉬기보다는 좀 더 젊고 활기차게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세상 역시 늙었다고 뒤로 물러서기보다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도전 정신에 세월이 만들어준 연륜을 더해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시니어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는 사실도 자명하다. 젊은 세대에게는 ‘말 잘 통하는 쿨한 어른’으로, 동년배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니 나이를 불문하고 사랑받을 방법이기도 하다.

이미 월드 스타로 성장한 ‘코리안 그랜마’ 박막례나, 구독자 91만 명을 거느린 메가 유튜버 ‘밀라논나’ 장명숙이 좋은 선례다. 박막례의 대박 콘텐츠가 ‘계모임 메이크업’, 밀라논나의 대박 콘텐츠가 ‘60대 명품 바이어가 고른 자라ZARA 꿀템’이었다는 사실은 적절한 힌트가 된다. 남녀노소 누구나 ‘오늘 뭐 입지?’를 고민하고 있으니,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쉽다. 그러니 점잖은 마담복, 편안한 등산복이 내 나이를 대변하게 내버려두지 말고 취향 있는 스타일링으로 자기만의 캐릭터를 구축해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미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로 자리매김한 패셔니스타들의 SNS를 둘러보고 내게 어울릴 만한 팁을 흡수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1. 체형을 분석해야 패셔니스타가 된다, 닉 우스터

전 세계에서 가장 옷 잘 입는 남성으로 알려진 닉 우스터는 톰브라운, 몽클레르, 랄프로렌 등 세계적인 패션 명품 브랜드의 디렉터로 활약했고, 지금도 패션 필드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패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라도 유튜브나 SNS의 추천 광고를 통해 한 번쯤은 그의 얼굴을 보았을 만큼 세계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스타일링된 그의 룩을 보면 범접하기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닉 우스터는 서양인치고 크지 않은 키에 작지 않은 얼굴의 소유자로, 자신의 단점을 적절히 커버한 스타일링이 그의 주무기이니 배울 점은 분명히 있다.

실제로 그 역시 여러 매체에서 스타일링 팁을 묻는 질문에 항상 “체형 분석”을 강조하고 있다. 뚱뚱하든 말랐든 옷을 ‘핏’하게 입는 게 중요하다는 것. 덩치가 크다고 해서 항상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날씬하다고 해서 딱 달라붙는 옷이 잘 어울린다는 뜻도 아니다.

몸을 잘 감싸는, 잘 맞는 옷을 입으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패셔니스타가 되고 싶다면 헬스장으로 가라”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2. 맞춤옷이 선사하는 품격, 여용기

‘한국의 닉 우스터’라 불리는 부산 멋쟁이 여용기 역시 시니어 패셔니스타를 꿈꾸는 남성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될 것이다. 1960년대부터 재단사로 일하면서 한국 패션의 발전사를 모두 지켜본 데다, 2030이 열광하는 패션 스타일링을 몸소 체험한 인물이기 때문. 실제로 그는 “나이 들어서도 멋있게 보이고 싶다면 펑퍼짐한 옷은 벗어버리고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을 연구하라”고 조언한다. 다만 이때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변한 체형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 젊을 때와 달리 한쪽만 처진 어깨, 어느새 살짝 굽은 등, 미묘하게 틀어진 골반의 소유자라면 아무리 멋진 옷을 입어도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 추천할 만한 대안이 바로 맞춤옷이다. 현재 나의 몸 상태를 진단하고 그에 맞게 옷을 디자인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내게 딱 맞는, 나만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여용기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실제 자신이 지어 입은 옷으로 가득하니, 테일러링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 또는 테일러링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해봐도 좋겠다.

3. 좋은 소재가 만드는 여유로움, 린다 라이트

나이가 들수록 소재 좋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은은한 광택으로 보기만 해도 ‘부티 나는’ 캐시미어나 실크는 시니어에게 요구되는 미덕-연륜이나 품위, 고상함-을 대변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실제로 남성 패셔니스타 닉 우스터 역시 “가격이 다소 나가더라도 좋은 소재로 만든 클래식한 디자인의 옷을 사라”고 권한다. 그는 2019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5달러짜리 옷 네 벌보다 1백 달러 짜리 옷 한 벌을 사라. 유행하는 아이템보다는 악어가죽 벨트. 캐시미어 스웨터처럼 품질이 좋으면서 클래식한 아이템을 사면 싫증도 덜 나고 오래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런 소비는 지구의 지속 가능성까지 높이니, 그야말로 연륜 있는 시니어의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린다 라이트는 모델로 커리어를 시작해 랄프로렌에서 일하다가 독립해 자신의 캐시미어 브랜드를 론칭한 패션 피플이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청바지나 낮은 굽의 샌들, 운동화, 스트라이프 티셔츠 같은 편안한 의상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룩이 힘을 잃지 않는 비밀은 소재에 있다. 캐시미어 브랜드 오너답게 포근한 소재의 카디건과 머플러, 숄을 두루 매치하고 탄성 좋은 소재의 셔츠를 적절하게 섞어줌으로써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4. 작은 액세서리의 큰 힘, 타카히로 키노시타

패션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남성들이라면 액세서리를 이야기할 때 고작 넥타이나 머플러, 시계 정도를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액세서리 착용이 영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적재적소에 작은 액세서리를 더하는 방법은 여성보다 오히려 남성에게 훨씬 효과적이다. 늘 쓰는 금테 안경 대신 젊은 감각의 브랜드에서 선보인 안경 디자인을 선택한다거나, 주머니에 불룩하게 핸드폰과 손수건, 담배를 쑤셔 넣는 대신 적당한 사이즈의 손가방, 즉 클러치백을 마련해 사용한다든지 하는 방법 말이다.

한국인 중년 남성이 과하지 않은 스타일링을 표방할 때 참고하면 좋은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일본의 남성 패션지 ‘뽀빠이 매거진’ 전 편집장이자, 현재 유니클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타카히로 키노시타다. 그는 1960년대부터 긴자 거리에 프레피 룩을 전파한 패셔니스타인 동시에, 체형 및 체구에서 한국 남성과 유사한 점을 두루 가지고 있기 때문. 실제로 그는 유니클로나 지오다노 같은 중저가 브랜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옥스퍼드 셔츠나 치노 팬츠, 카디건, 컨버스 슈즈 등의 아이템으로 훌륭한 스타일링을 완성해낸다.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아이템인 까닭에 손쉽게 캐주얼한 분위기를 낼 수 있을뿐더러, 실패의 확률도 적은 안전한 아이템이라는 사실. 대신 그는 특유의 뿔테 안경과 TPO에 맞춘 클러치백, 밑단을 접어 올린 롤업 팬츠 등 작은 변화로 스타일링의 포인트를 달리하는 데 능숙하다. 여름에는 보트 슈즈를, 겨울에는 워커를 매치하고 포멀한 자리에는 클래식한 윙팁 슈즈를 신는 센스도 갖췄다.

비니와 캡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칠두 & 주디스 보이드

김칠두.

김칠두.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인상적인 웨이브 장발을 자랑하는 모델 김칠두는 60대가 넘어 패션모델이 된 후, 젊은 브랜드로부터 쉴 새 없는 러브 콜을 받고 있는 그야말로 은발의 패셔니스타다. 다양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그와 협업을 진행했고, 20대들에게 가장 핫한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의 캠페인 모델로 활약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액세서리 중에서도 유독 모자나 비니의 활용에 강하다. 나이 든 이들에게는 중절모나 헌팅캡이 제격이라는 고정관념만 벗어던질 수 있다면, 김칠두가 선보이는 야구 모자와 비니의 활용법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듯. 이런 스타일링은 특히 여름과 겨울 체온 유지에 용이하다는 점에서도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주디스 보이드.

주디스 보이드.

여성이라면 뉴욕 패션위크에서 현역 모델로 활약 중인 주디스 보이드의 과감한 모자 스타일링을 참고하자. 그녀 역시 70대에 데뷔한 늦깎이 모델로, 화려한 모자가 트레이드마크다. 마치 이브닝 파티에나 어울릴 법한 모자를 실제로 쓰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패션 게이지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6. 은발에 블랙 슈트가 만들어내는 카리스마,
린 케네디 슬레이터

할머니를 연상할 때,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려한 꽃무늬의 몸뻬바지와 방한 조끼를 빠트리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시니어들이 어두워진 낯빛과 윤기 없는 피부 대신 생기를 더해줄 방법으로 화려한 컬러나 패턴의 의상에 눈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그야말로 미봉책. 매장의 조도 높은 조명 앞에서는 순식간에 얼굴을 밝혀주었던 화려한 꽃무늬가 현실에 들어오면 그저 할머니 부대의 유니폼으로 보일 뿐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자.

세련된 시니어로 보이고 싶다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하는 컬러가 바로 블랙이다. 혹시라도 너무 칙칙하고 어두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금물, 패션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블랙=클래식’이라는 명제에 동의하기 마련이니까. 이를 가장 대표적으로 실천하는 패셔니스타가 뉴욕에 거주하는 린 케네디 슬레이터.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패션 감각을 알리고 있는 그녀의 원래 직업은 뉴욕 포드햄대학 교수로 60대가 넘은 나이에 패션계에 등장한 혜성으로 불린다. 뉴욕 패션위크가 열리는 링컨센터 근처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중, 패션위크를 취재하던 포토그래퍼들이 그녀를 셀레브리티로 오인하고 촬영하는 해프닝이 그녀를 패션계로 이끈 것. 패션계 인사들에게도 자신의 스타일이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시니어, 특히 본인처럼 키가 작은 사람들을 위한 스타일링 팁을 공개하면서 팬덤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특히 그녀에게서 참고할 만한 스타일링은 염색하지 않은 은발에서 그 파괴력이 더욱 뛰어난 블랙 스타일링이다. 블랙과 화이트의 강렬한 대비가 카리스마를 불러일으키는데,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디자인은 가급적 심플하게, 소재는 가급적 고급스럽게, 재단은 자신의 체형에 잘 맞는 것으로 골라야 한다는 점. 피부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방법을 시도해볼 것을 추천한다. 만약 올 블랙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면 밀라논나가 시도한 포인트 컬러 팁을 참고해도 좋겠다. 올 블랙에 모자와 귀걸이 정도만 오렌지 등 원색으로 포인트를 주면 생기를 한 스푼 더할 수 있다.

황혼의 커플 룩으로 뽐내는 러블리 무드,
본·폰 커플

늙어서 웬 주책이냐고? 황혼의 커플 룩도 러블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일본의 본·폰 커플이다. 은퇴 후의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더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이 부부는 손을 잡고 일본 전역의 여행지를 찾아 떠나는 과정에서 활동적인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피크닉에 어울리는 밝고 화사한 의상이 주를 이루는데, 남편은 블루, 아내는 레드를 주조색으로 블랙과 화이트를 더하거나 체크, 도트 등의 무늬로 포인트를 살리는 것. 만약 대놓고 커플 룩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본·폰 부부에게서 영감을 얻어 양말 색깔이나 가방 디자인 등을 통일하는 꼼수를 부려봐도 좋을 듯. 아이템은 주로 유니클로 등의 저가 브랜드에서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부담도 없다.

데님이 주는 젊은 에너지, 브루스 패스크

젊은이들이 흔히 입거나 착용하는 아이템은 그 자체로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데님은 영원한 젊음의 상징인 동시에, 중년에게도 익숙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대신 고려해야 할 점은 청바지라고 해서 모두 같은 청바지가 아니라는 것. 걸 그룹 소녀시대가 유행시킨 스키니진의 시대는 이제 끝났고, 남자 친구의 옷장에서 꺼낸 듯해서 이름 붙여진 보이프렌드 진을 지나 1980년대 압구정 오렌지족들이 즐겨 입었던 와이드 핏이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심벌과도 같았던 로라이즈 진도 속속 길거리로 복귀하고 있다. 즉, 유행이 없다고 알려진 데님이라도 한번 사서 천년만년 입을 생각 대신 유행에 맞추어 적절하게 변주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미국의 스타일 디렉터이자 아메리칸 캐주얼 룩의 선수로 불리는 브루스 패스크. 데님의 활용을 바지에 국한시키지 않고 셔츠나 재킷으로 폭넓게 확장할 뿐 아니라 함께 매치하면 좋은 재킷, 블레이저, 운동화 등의 아이템을 그의 스타일링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 스카프나 머플러를 적절하게 사용해 언뜻 가볍게 보이기 쉬운 데님 스타일링을 중후하게 만드는 방법도 그에게서 배울 수 있다.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Studionicholson·린 케네디 슬레이터 홈페이지



여성동아 2022년 1월 6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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