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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art

불안한 시대, 예술에서 답을 찾다

글 정혜연 기자

2021. 12. 23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그 길을 찾아 나선 예술가들의 작가 정신이 담긴 전시를 소개한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의 국내 첫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아이 웨이웨이: 인간미래’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고 억압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중국 작가 아이 웨이웨이(65)의 개인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주로 표현의 자유와 난민의 삶을 주제로 작품을 발표해온 아이 웨이웨이는 회화뿐 아니라 사진, 영상, 건축, 공공미술, 도자, 출판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또한 그는 일찌감치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등 온라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예술 활동을 이어와 디지털 시대 선구적인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검은 샹들리에’

‘검은 샹들리에’

아이 웨이웨이의 예술 정신은 굴곡진 인생에서 비롯되었다. 1957년 중국 베이징에서 시인 아이 칭과 가오 잉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문화혁명기에 도시 청년과 지식인들을 농촌으로 보내 농민과 살게 한, 정치적 목적의 하방운동으로 아버지를 따라 중국 서부 신장 지역으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의 복권으로 1975년 18세에 베이징으로 돌아온 그는 3년 뒤 베이징영화학원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했고, 1981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수학하며 마르셀 뒤샹,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을 접하고 현대미술에 눈을 떴다. 1993년 베이징 귀국 이후 차오창디 예술촌 형성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그 결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인 ‘베이징 국가 체육장’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2008년 쓰촨 대지진 발생 당시 사상자 수를 은폐하려는 당국에 맞서 시민조사단을 구성해 사상자 수와 희생자 이름을 기록한 뒤로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혔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중국을 떠나 2015년부터 유럽에 체류하며 난민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구명조끼 뱀’

‘구명조끼 뱀’

이번 전시는 ‘인간의 미래’를 주제로 하는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어서 의미가 크다. 그는 예술적 실천을 통해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를 강조하며 미래세대가 그런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함을 작품을 통해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대표 사진 연작 ‘원근법 연구, 1995-2011’(2014)을 비롯해 베니스의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의 베렌고 공방과 협업한 ‘검은 샹들리에’(2017~21),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난민들이 벗고 간 구명조끼를 연결해 그들을 기억하도록 한 ‘구명조끼 뱀’(2019) 등 그의 대표작을 포함해 1백20여 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4월 17일까지 열린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6·7 전시실 관람료 무료

혐오에서 벗어나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다
제주 포도뮤지엄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우리 주위에 만연한 혐오를 성찰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진정한 의미를 들여다보기 위해 티앤씨재단에서 기획한 전시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이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2020년 같은 이름으로 서울에서 한 차례 공개된 전시를 2021년 4월 제주 포도뮤지엄 개관에 맞춰 새롭게 구성했다. 강애란, 권용주, 성립, 이용백, 최수진, 쿠와쿠보 료타, 장샤오강, 진기종 등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8인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나누어졌다. 첫 번째 섹션 ‘균열의 시작’에서는 사소한 뒷담화로 시작된 소문이 가짜뉴스로 생산돼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이 시대의 고질적 문제를 화두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두 번째 섹션 ‘왜곡의 심연’에서는 소문으로 인해 형성된 혐오와 편견이 많은 이로부터 공감을 얻으며 사회 분노가 되는 과정이 심도 있게 표현돼 있다. 세 번째 섹션 ‘혐오의 파편’에서는 상처 입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인간에 대한 믿음과 공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최수진 ‘벌레 먹은 숲’ 2020.

최수진 ‘벌레 먹은 숲’ 2020.

전시장 2층에서는 ‘케테 콜비츠-아가, 봄이 왔다’ 전시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독일 화가인 콜비츠는 전쟁에서 아들과 손자를 모두 잃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 이번 전시에서는 노동자의 삶을 조명하고 모성애를 그리며,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외쳤던 콜비츠의 판화 32점과 청동 조각 1점 등 총 33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포도뮤지엄의 전시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도 그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제페토에 오픈한 포도뮤지엄 맵에는 뮤지엄 외관과 1층 로비 및 카페, 전시 공간이 실제와 같은 모습으로 구현돼 있다. 특히 뮤지엄 밖에는 제주 해변과 아름다운 풍광도 펼쳐져 눈길을 끈다. 2021년 7월 오픈한 제페토 포도뮤지엄은 넉 달 만에 2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티앤씨재단은 ‘너와 내가 만든 세상’전에 소개된 작품을 NFT 작품으로 기획해 13점을 판매했는데, 해외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아 총 4억7천만원이 넘는 금액에 모두 판매돼 놀라움을 안겼다. 제주 포도뮤지엄에서 열리는 ‘너와 내가 만든 세상’ 전시는 3월 7일까지 열린다.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88 관람료 어른 5천원, 청소년 3천원, 어린이 무료

인류 보편의 가치를 찾아서
예술의전당 ‘게티이미지 사진전-세상을 연결하다’

‘호텔 벨보이와 강아지’

‘호텔 벨보이와 강아지’

1995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이후 세계 곳곳의 사진 기록을 이미지와 영상으로 보관하며 아키비스트 역할을 해온 게티이미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게티이미지 사진전-세상을 연결하다’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개최한다. 세대와 성별, 국경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담은 사진들이 ‘연결’이라는 키워드 아래 공개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게티이미지가 보유한 4억 개 이상의 사진과 1만2천 개 영상 가운데 3백30여 점이 소개된다.

‘뉴욕의 건설노동자들’

‘뉴욕의 건설노동자들’

전시는 크게 ‘아키비스트의 저장고’ ‘현대르포의 세계’ ‘기록의 시대’ ‘연대의 연대기’ ‘일상으로의 초대’ 등 5개 섹션으로 나뉜다. 관람객은 아날로그 프레임부터 디지털 모니터까지, 시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사진 촬영 기법의 변천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사진이 발명된 1839년 직후 흑백필름 시대의 작품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혀를 내밀고 있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철제 빔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뉴욕의 건설노동자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셀마 몽고메리 행진’ 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유명 사진들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관계자는 “사진 1장만으로 모든 이야기를 읽어내야 하는 기존 사진전들과 달리 ‘게티이미지 사진전’은 시대와 역사, 문화를 상징하는 사진을 중심으로 그 속에 담긴 사회적 배경까지 체득할 수 있는 사진들을 함께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열린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8천원, 청소년 1만5천원, 어린이 1만2천원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포도뮤지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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