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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zero waste

친환경, 장애인 고용 착한 일 묻고 더블로! 동구밭

글 이현준 기자

2021. 04. 19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친환경 비누를 만드는, 2가지 의미 있는 일을 한꺼번에 하는 착한 기업의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플라스틱 대란으로 그 어느 때보다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종이 빨대, 텀블러, 에코백은 어느덧 흔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고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더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이러한 추세에 샴푸바, 린스 바, 설거지바 등 기존의 액상 물질을 고체화한 제품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액상 제품은 사용 후 플라스틱 통이 남지만 고체 제품은 그렇지 않아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장점이 있기 때문. 배우 박진희도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샴푸바로 머리를 감는다고 밝힌 바 있다.

직원 절반이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사회적 기업 동구밭은 고체 화장품(고체 비누)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동구밭은 원래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도시 농업(텃밭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2017년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해마다 2배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동구밭 제품 하나를 사용할 때마다 액상 제품 사용 대비 약 16.2g의 플라스틱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2020년엔 글로벌 인증기관 이브 비건(EVE VEGAN)로부터 비건 인증도 받았다. 4월 1일 동구밭이 한 차원 높은 사회적 기업으로 도약하길 꿈꾸는 노순호 대표를 만났다.

동구밭은 조금 특별한 사회적 기업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히스토리가 궁금해요.

사업 모델이 좀 바뀌었죠. 지금도 변함없는 원칙이지만, 2015년 창업 때엔 발달장애인 문제 해결에 집중했고 방식은 농업교육이었어요. 농사를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사업을 하는 첫 번째 이유였고요. 또 발달장애인은 취업률 10% 내외, 근속 기간도 3개월 남짓으로 짧아요. ‘일자리’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들의 사회 진출에 도움을 주는 게 두 번째 이유였죠. 하지만 그래도 취업이 잘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식물공장을 하려 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죠. 2016년까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거의 망할 뻔했어요. 함께 창업한 동료들도 모두 떠났지만 저는 한 번 더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2017년 제조업으로 업종을 변경했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여러 제조업 가운데 친환경 제품을 선택한 건 원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인가요.

사실 그건 아니에요(웃음). 친환경 제품 제조는 철저히 사업적인 접근이었는데, 점차 고객들이 동구밭을 친환경 회사로 만들어주신 부분이 커요. 그래서 이젠 저부터 환경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고 강사를 초빙해 전사적으로 교육도 듣고 있어요.

그렇다면 친환경 제품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 될 거라 생각한 건가요.

솔직히 그것도 아니에요(웃음). 철저히 발달장애인 고용 문제에 초점을 맞췄죠. 일단 몇 가지를 우선 고려했어요. 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는 것, 동구밭이 1등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조하자는 것,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할 것, 현재 보유한 자본 내에서 가능할 것까지 네 가지요. 그렇게 선택한 게 천연비누였죠. 사실 발달장애인들이 수제비누를 만드는 건 그 당시에도 굉장히 흔한 일이었어요. 주변으로부터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생각한 게 고작 그거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달랐어요. 당시엔 환경 이슈보단 세이프 이슈가 더 컸어요. 내 몸에 좋은 순한 천연비누요. 이런 것을 CP 비누(Cold Process Soap, 저온숙성비누)라고 부르는데, 꾸준하게 생산하는 곳이 없더라고요. 기존의 비누 제조업체들이 만들기도 까다롭고 시장도 작아 계륵같이 여기던 상품이었어요. 동구밭과 딱 맞는다는 생각에 ‘이걸로 1등 하자!’를 목표로 삼고 기존 기업에 납품하는 전략을 선택했는데, 적중했던 거죠.



비건 인증을 받은 것도 눈에 띄었어요.

사실 비건 제품이 일반 비누에 비해 무조건 품질이 좋은 건 아니에요. 그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인 거죠. 즉, ‘프리미엄’ 개념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의 가치관 친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대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15~20%가 축산업과 관련이 있어요. 인간이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가축들이 배출하는 것이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것이 동구밭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엄청난 영향을 받았죠. 코로나19를 통해 폐기물 양이 늘어나니 모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소비자가 고체 제품을 쓸 명확한 이유는 없었거든요. 하지만 라이프스타일이 바뀌었어요. 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쓰게 된 게 대표적이에요. 불편하지만 당연하고 의식 있는 행동이라 받아들이게 된 거죠.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동구밭의 샴푸바, 린스바 등도 각광받게 됐고요.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이 잘 안 돼요. 세척 비용이 더 들다 보니 그냥 폐기하는 경우가 많고요. 이젠 동구밭을 찾아오는 기업들도 천연비누가 아니라 “여기 제로 웨이스트 비누 만들죠?”라면서 관심을 보여요. 예전에는 비건, 환경 애호가들만 애용하는 브랜드가 주로 관심을 보였다면 지금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숍에서도 동구밭을 찾고 있죠.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트렌드를 넘어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듯해요. 그걸 소비의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요.

동구밭 제품 사용 시 1개당 16.2g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

동구밭 제품 사용 시 1개당 16.2g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다.

매출 규모는 얼마나 성장했나요.

2019년 20억원대 후반에서 지난해 기준 60억원 정도로 증가했어요. 2017년부터 해마다 2배 정도 성장하고 있죠.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뭔가요.

샴푸바예요. 그다음이 고체 설거지세제, 다음이 린스바죠. 오히려 천연비누보다 친환경 제품이 더 잘 팔려요(웃음). 비누 회사가 아니라 화장품 회사가 된 거죠. 저희는 발달장애인 고용 기업이라는 걸 제품에 부각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 제품을 접하는 고객들은 동구밭을 친환경,비건, 제로 웨이스트 기업으로 인식하는 듯해요.

동구밭 홈페이지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던데, 오프라인으론 어디서 구매할 수 있나요.

판매처를 늘리기 위해 준비하곤 있지만 현재 동구밭 자사 제품은 오프라인에 유통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어요. 기업에 납품해 PB 상품이 되는 게 저희 사업의 본류죠. 우리가 직접 판매를 하면 매출을 가늠할 수 없으니 안정적 고용이 어렵지만 발주를 받으면 계약 금액이 곧 매출이 되니 가능하거든요. 시중 고체 설거지세제의 80%, 샴푸바와 린스바는 60~70%가 동구밭이 만든 거라 보시면 돼요. 올리브영, 워커힐 호텔, 강원도 강릉 세인트존스 호텔 등에서 동구밭 제품을 만날 수 있어요. 아직 ‘업계’라고 말하기엔 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업계 1위는 맞아요(웃음).

홈페이지를 보니 품절된 상품도 많더라고요.

기업 납품을 우선시 하다 보니 정작 자사 제품 물량이 없어 못 팔고 있어요(웃음). 최근에 공장을 증설해서 사정이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고체 제품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환경적 이점은 뭔가요.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죠. 동구밭 제품 하나를 사용할 때마다 약 16.2g의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정말 ‘친환경’이라고 한다면 제조 과정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제품에 플라스틱이 없어도 제조 과정에서 플라스틱, 물, 전기를 가득 쓴다면 사실 의미가 없거든요. 당장은 힘들겠지만 제조 시 플라스틱을 없애고 사용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에요.

가격은 얼마나 하나요.

샴푸바 하나에 9천5백원, 평균 40회 정도 사용할 수 있어요. 남자 기준 오래 사용하면 두 달쯤 쓸 수 있는 건데, 사실 비싼 편이죠. 기존 액상 샴푸는 워낙 저렴한 게 많잖아요.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하니까요. 좀 비싸지만 가치소비(본인의 가치판단을 토대로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식)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액상 제품을 고체화한 것이라 성능은 같고요.

지금까지 동구밭을 운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을 고용해서 운영이 어렵지 않냐”고 걱정하는데, 발달장애인 때문에 힘든 건 하나도 없어요. 장애인이라고 해서 능률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건 단연코 편견이에요. 오히려 입욕제를 만드는 공정에선 훨씬 효율적일 만큼 특정 파트에선 더 장점이 있어요. 그럼에도 창업 초기엔 발달장애인 고용 회사라고 무시하는 편견에 힘들었죠. 사실 요즘엔 이것보단 기업의 정체성 문제로 힘들어요. 동구밭은 원래 발달장애인 고용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예요. 그런데 요즘 들어 고객들이 동구밭을 친환경 회사로 인식하고 응원해주시고 있거든요. 매출도 오르고,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동구밭이 정말 친환경 회사인지 돌아보게 돼요.

그런 고민과 성찰은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동구밭의 미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확고한 건 동구밭이 망하는 때란 제품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할 때가 아니라 발달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순간, 혹은 발달장애인 고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시점이라는 거예요. 동구밭의 시작이 바로 이 지점부터였으니까요. 물론 환경은 보호해야겠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제 친환경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환경보호 없인 더 이상 기업이 생존할 수 없다 느끼거든요. 하지만 환경은 시기에 따라 상대적이에요. 요즘 비닐봉지를 쓰지 말자는 말이 많지만, 사실 비닐을 만들게 된 계기는 종이봉투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였어요. 종이봉투는 쓰다 보면 쉽게 젖고 찢어져 금방 버리게 되니, 지나친 벌목을 피하고자 만든 거죠. 싸고, 질기고, 오래 쓸 수 있는 것으로요. 그런데 그렇다 보니 남용하게 된 거죠. 비닐이 만들어지기 전 시대의 개념으론 종이 포장지를 사용하는 동구밭 제품이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됐겠죠. 때문에 동구밭이 발달장애인 고용과 환경보호라는 가치를 함께 가져가되, 시대에 맞는 환경보호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기업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진 홍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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