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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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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연습생 주인공 소설 출간한 제시카의 진심

글 이현준 기자

2021. 02. 15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가 작가로 돌아왔다. 아이돌 연습생의 눈부시고도 치열한 삶, 그들을 둘러싼 연예 비즈니스의 세계는 너무 생생해서 마치 현실인 듯 하다. 그녀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가 지난해 9월 ‘샤인(Shine, 알에이치코리아)’을 출간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제시카는 7년 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열여덟 살이던 2007년 소녀시대로 데뷔했다. 하지만 소녀시대의 인기가 절정이던 2014년 9월 돌연 탈퇴를 선언하고 홀로서기에 나서 패션 브랜드 ‘블랑앤에클레어(Blanc&Eclare)’를 론칭하고 현재는 사업가와 인플루언서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샤인’은 K팝 스타를 꿈꾸는 한국계 미국인 레이첼 킴이 대형 기획사 DB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선발돼 미국을 떠나 한국에 온 후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도 같은 기획사의 톱스타 제이슨 리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등 다양한 사건 속에 한류스타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다. 10월 8일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에 공개된 베스트셀러 순위 ‘영 어덜트 하드커버(Young Adult Hardcover)’ 부문 5위로 진입했으며 미국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는 2월 10일 기준 5백89개의 리뷰가 올라와 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샤인’이 제시카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이 대중의 관심을 더했다. 소녀시대 탈퇴 배경이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시카가 책을 통해 그 당시 말할 수 없었던 것들을 털어놓는 것 아닐까하는 기대와 우려 때문이다. 책에 연습생간 살벌한 기싸움과 “DB 엔터테인먼트 이사진은 지독할 정도로 엄격하고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혁신보다 전통이, 진정성보다 기계적인 완벽함이 중요했다”는 언급 등이 담기며 ‘저격 논란’까지 일었다. 결국 출판사의 “‘샤인’은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 픽션”이라는 발표와 함께 지난해 9월 30일로 예정됐었던 한국 출간(영문판은 9월 29일)이 10월로 미뤄지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아마존 리뷰에는 K팝 팬으로서, 한국 아티스트들의 성장사 및 기획사 시스템 등에 대해 내부자의 시선으로 쓰여진 점이 인상 깊었다는 의견이 많다. 여전히 이 책을 논픽션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들도 있으며, ‘가족의 중요성, 한국의 정체성, 그리고 극도로 높은 기대에 둘러싸인 10대 소녀의 성장에 대한 진심 어린 이야기’라는 찬사도 있다. 제시카는 ‘샤인’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제는 솔로 가수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사업가로 자리매김한 제시카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샤인’은 나의 인생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소설”

지난해 10월 출간된 제시카의 ‘샤인’.

지난해 10월 출간된 제시카의 ‘샤인’.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블랑앤에클레어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와 레스토랑 클라로(CLAREAU) 오픈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유튜브에 채널 ‘Jessica Jung’을 오픈해 팬들과 소통하고, 광고 촬영 등 기존에 해왔던 활동 역시 열심히 하고 있고요. 



지난해 책 ‘샤인’을 출간해 화제가 됐어요.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제가 활동을 시작한 게 연습생 기간까지 포함하면 20여 년이에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글로 옮기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아 1년 반에서 2년 정도 구상하며 준비하게 됐어요. 제목 ‘샤인(shine)’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주인공 레이첼이 연습생 기간이라는 치열한 환경 속에서 빛나고 싶어 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거예요. 

책을 보면 재미있는 표현이 눈에 띄고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묘사도 돋보여요. 평소에 주변을 꼼꼼히 관찰하고 자주 기록하시는 편인가요. 

지금은 코로나19로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래 해외활동이 잦아 비행기를 많이 탔는데, 평소 주변을 관찰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생각이나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그때그때 떠오르는 내용을 비행기 안에서 메모장에 적어두곤 했어요. 

한국에선 ‘샤인’이 처음엔 ‘자전적 소설’이라고 소개됐다가 ‘픽션’이라고 바뀌었어요. 

‘샤인’은 이미 미국에서 청소년 성장소설(Young Adult Fiction)로 출간됐었어요. 한국에서 출간, 홍보하는 과정에서 오보가 있었죠. 잘못을 바로잡다보니 혼동이 생겼던 것 같아요.

‘샤인’의 주인공 레이첼과 실제 제시카는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7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친 후 9명으로 이뤄진 걸그룹으로 데뷔한 점, 부모가 운동선수 출신이며 언니처럼 K팝 스타가 되길 꿈꾸는 여동생의 존재에 오이를 싫어하는 취향까지. ‘샤인’이 단순한 ‘픽션’으로만 보이지는 않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제시카는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레이첼은 물론 나를 반영한다. 이 소설은 내 삶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을 허구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픽션으로 보기엔 인물 및 경험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구체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수많은 작가들이 작품을 집필할 때 자신의 삶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샤인’ 역시 제 인생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된 소설이기에 저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글 중간마다 팬들이 읽었을 때 발견하고 재미있어 할 법한 포인트를 추가하기도 했어요. 레이첼이 오이를 싫어한다는 설정이 그 예고요. 

주인공 외에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도 자세했어요. 모티프가 된 실제 인물이 있나요. 

레이첼의 여동생 레아처럼 실제 인물이 모티프(제시카는 ‘타임’지 인터뷰에서 “동생 크리스탈이 직접 레아라는 이름을 골랐다”며 “레아는 동생 ‘크리스탈’을 반영한 인물”이라 밝혔다)가 된 캐릭터도 있죠. 그렇지 않은 캐릭터도 있고요. 독자들이 이 점을 참고해 책을 읽으면 좀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책을 보면 연습생 간 기 싸움이 굉장해요. 모욕을 주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술에 약을 타기 까지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요? 본인이 당한 적 있는 건 아닌가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샤인’은 ‘Young Adult Fiction’이에요. 소설을 지나치게 사실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글의 재미를 위해 넣은 요소일 뿐이니까요. 

책을 출간하고 나서 미국 ‘타임’지 외엔 인터뷰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어요. 한국에서 굉장히 관심이 높았음에도 별도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샤인’은 원래 미국 출간을 목표로 했던 책이에요. 그러다 좋은 기회를 얻게 돼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 출간한 건데, 한국 출간 일정이 늦게 결정 되다보니 스케줄 조율이 쉽지 않았어요.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지금의 삶을 선택할 것”

본인에게 K팝은 어떤 의미인가요. 

K팝은 제 인생이에요. 제 삶의 반 이상을 함께 해 왔어요. 

K팝의 인기가 날로 높아져 가고 있고 K팝 스타가 되고자 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어요. 그들이 ‘샤인’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한 번쯤은 봐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K팝 스타의 화려하고 예쁜 모습만 보고 도전하기엔 이 세계는 냉정하고 혹독해요. 실력이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며 행운도 따라줘야 해요. 

‘샤인’ 말미에서 레이첼은 “내가 열한 살이었을 때 누군가가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기까지 희생해야 하는 것들과 빼앗겨야 하는 것들을 모두 말해줬다면, 나는 사람에게 드라마를 쓰고 있는 것인지 물었을 것이다”라고 말해요. 굉장히 인상적인 대목인데, 만약 연습생이 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건가요. 

아니오. 연습생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다른 삶을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현재 제 삶에 만족해요. 예전에 꿈꾸던 제 미래의 모습 중에 현재의 모습이 있어요. 참 신기하고 감사해요.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유롭게, 즐기면서 지내고 있으니까요. 

유튜브 채널에 ‘Let it go’ 커버곡 영상이 있는데 조회수 2백50만 회에 달할 만큼 반응이 뜨거워요. ‘노래하는 제시카’에 대한 팬들의 열망이 큰 듯해요. 2019년 이후 앨범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정식 앨범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나요. 

당연히 있어요. 항상 “곧 돌아오겠다”고만 얘기해서 팬들에게 미안해요. 앨범 준비는 거의 다 된 상황이고 현장에서 팬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럴 수가 없다보니 발매가 계속 연기되고 있어요. 올해엔 꼭 앨범 발매를 하고 팬들과 만나고 싶어요. 

‘샤인’의 후속작으로 ‘브라이트’를 집필 중이라고 들었어요. 

‘샤인’이 연습생 시절을 담은 내용이라면 ‘브라이트’는 K팝 스타로 성장한, 좀 더 성숙해진 레이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다양하고 역동적인, ‘꽉 찬’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올해 목표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또 팬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안정돼서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팬들에겐 좋은 음악으로 찾아뵙고 싶은 마음이 커요. 또 이번에 서울에 연 블랑앤에클레어 플래그십스토어도 잘 이끌어 나가고 싶고요.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제공 코리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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