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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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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주년 이하정 지금을 사는 기쁨

글 정혜연 기자

2021. 01. 28

누군가의 아내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성이자 방송인으로서 자기 길을 조용히 걸어온 아나운서 이하정. 올해로 데뷔 16년차이자 결혼 10년차를 맞은 그녀의 남다른 소회를 들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우러나온다는 말이 있다. 만면에 가득하던 선홍빛 생기는 갈수록 빛을 잃어가고, 어느 순간 자기만의 생각과 심정이 얼굴에 그대로 비쳐지는 때가 온다. 그런 면에서 늘 한결같은 미소와 여유로운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하는 이하정 아나운서(42)는 자신의 인생을 잘 가꿔온 사람이 아닐까 싶다. 

현재 프리랜서 방송인이자 인플루언서로 활약 중인 이하정 아나운서는 16년 전 MBC 공채 아나운서로 발탁돼 일을 시작했다. 뉴스 앵커 등을 거쳐 2008년 ‘뽀뽀뽀’의 뽀미언니로 발탁돼 친근감 넘치는 진행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 ‘섹션TV 연예통신’의 리포터로 나서 생동감 넘치는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이 아나운서는 일을 하던 중 천생배필을 만나는 행운도 얻었다. 2010년 ‘6시 뉴스매거진’ 앵커로 일하던 중 ‘이하정이 만난 사람’이라는 코너가 만들어져 한창 인기를 끌던 드라마 ‘역전의 여왕’ 남자 주인공인 배우 정준호(52)를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바쁜 촬영 스케줄 때문에 이하정 아나운서를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한 정준호가 추후 식사자리를 마련해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 계기가 돼 연애를 시작, 이듬해 3월 웨딩마치를 울렸다.
 
이후 그녀는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변화 이외 커리어 면에서 또 다른 전환점을 맞았다. 2011년 12월 MBC를 떠나 TV조선 아나운서로 이적한 것. 공중파 아나운서의 새로운 도전에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지만 이 아나운서는 2020년 2월 퇴사하기까지 9년간 근무하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 처음 출연한 예능 ‘아내의 맛’을 통해 딱딱한 뉴스 앵커로서의 이미지와 더불어 친근감 있는 이웃집 언니로서의 모습을 보여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 사이 아들 시욱(7), 딸 유담(2)을 얻었고, 현재 SNS와 유튜브 채널 ‘이하정TV’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어느덧 올해 방송 데뷔 16년차와 결혼 10년차를 맞게 된 그녀가 지금을 즐기며 사는 행복한 일상 이야기.

한 달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분과 동선이 겹쳐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소식이 전해져 걱정했어요. 

누구나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어요.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촬영했는데 확진 판정을 받은 이찬원 씨와 동선이 겹쳐서 ‘아내의 맛’ 촬영이 중단됐고, 몇몇 출연진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가야했죠. 검사 받은 당일 아이들을 친정에 보내고 뜬눈으로 겸사 결과를 기다렸어요. 제왕절개수술 기다릴 때보다 더 떨리더라고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만약을 위해 출연진 및 제작진이 자가격리에 들어갔어요. 아이들은 외가에서, 남편은 서재방에서, 저는 안방에서 2주를 보냈어요. 아나운서 데뷔 이후 휴가를 1주일 이상 써본 적이 없는데 2주라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도 자가격리 들어간 출연진이 단톡방을 만들어 서로 팁을 공유하는 등 의지하며 북돋워줘 긴 시간을 슬기롭게 버틸 수 있었어요. 

아나운서에서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지금은 유튜버 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계세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데, 도전을 즐기는 것 같아요.
 
거의 15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어요. 프리랜서가 된 건 이제 1년이에요. 조직 구성원으로 주어진 일만 수동적으로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일을 주체적으로 해보고 싶어졌죠. 또 아이 둘의 엄마가 되니까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기도 해 지난해 사표를 냈어요. 방송 일을 하면서 운 좋게 인플루언서 활동도 하게 됐는데 여러 기업과 협업하면서 보람도 느껴요. 또 요즘은 1인1채널 시대니까 유튜브도 2년째 운영하고 있는데 많은 팔로어와 교류하다보니 즐거워요. 처음에는 모든 게 쑥스러웠지만 하다 보니 열심히 하게 됐고, 앞으로도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SNS나 유튜브 채널에 호의적인 댓글이 많더라고요. 

남동생만 있어서 어릴 때부터 언니나 여동생이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그런데 요즘은 또래 엄마들을 온라인상에서 많이 만나고 교류하게 돼 자매가 생긴 기분이에요. 특히 둘째 유담이는 태어날 때부터 방송에 노출돼 밖에 나가면 조카 혹은 손녀 같다고 봐주세요. 그분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를 같이 키우는 느낌이에요. 시욱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예비 학부모님들과 무엇을 준비하면 되는지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감사해요. 또 제 유튜브 채널에는 남편의 해외 팬들도 댓글을 다는데 그걸 보고 남편이 신기해해요. 해외로 팬미팅을 나가던 시대를 지나 SNS로 소통할 수 있게 된 데 문화적 충격을 받더라고요. 남편은 이렇게나마 팬들과 소통하는 걸 고맙게 생각해요. 


결혼 10주년을 맞은 정준호·이하정 부부는 화목한 일상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결혼 10주년을 맞은 정준호·이하정 부부는 화목한 일상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오는 3월 결혼 10주년을 맞는데 부부 사이가 한결 같이 좋은 거 같아요. 

세월이 너무 빨라요. 결혼할 때 남편이 자녀 욕심이 많아서 ‘4명 낳고 싶다’고 했거든요. 아직도 하나 더 낳자고 그러네요(웃음). 10년을 살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자녀를 낳은 거예요. 남편이나 저나 아이가 없을 때 몰랐던 인생의 풍성함과 감사함을 느껴요.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남편과는 이제 눈빛만 봐도 속을 알 수 있게 됐어요. 결혼 초에는 서로 다를 것 같았는데 살아보니 비슷한 점도 많고요. 둘 다 목소리 크게 내며 싸우는 편이 아니라서 맞춰 가며 살아요. 또 서로가 하는 일을 적극 응원해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 조력하는 배우자로 살아가고 있죠. 무엇보다 올해는 첫째 시욱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집안 최대의 이벤트라 둘 다 긴장모드예요.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 만나 잘 적응하면 좋겠어요. 

처음 정준호 씨를 만났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그럼요. 드라마 촬영장으로 인터뷰하러 갔는데 겨울이라 너무 추웠어요. 원래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스케줄이었는데 짬짬이 인터뷰를 해주기로 한 거였거든요. 사실 전 방송사 직원이니까 하라고 하면 하는 거였고, 기다리는 것도 그리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편이 너무 미안해하며 밥을 샀어요. 돌아보면 인연이다 싶은 게 제가 만약 여주인공인 김남주 씨를 인터뷰해야 했다면 남편을 못 만났을 거잖아요. 결혼도 남편이 정말 바빴던 시기에 만난지 4개월 만에 했으니까, 누구나 다 인연이 있는 거 같아요. 

정준호 씨의 매력을 꼽자면. 

지금도 그렇지만 전 남편을 연예인으로 본 적이 없어요. 처음 식사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도 일 때문에 사람이니까 설렌다던가 하지도 않았죠. 남편 입장에서는 인터뷰하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 팬심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전 드라이하게 하니까 ‘이 사람은 뭐지?’하고 다시 봤다고 하더라고요. 서로를 배우나 아나운서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봤기에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간 정준호는 어른들한테 잘하고 매사에 긍정적이고 주변을 잘 챙기는 사람이더라고요. 지금도 그런 면에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제가 퇴사를 결심하는 데도 남편의 조언이 힘이 됐거든요. 프리랜서로 일할 경우 어떤 길이 펼쳐질지,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으로 얘기해줘서 고마웠죠. 

다소 늦은 나이에 다섯 살 터울로 아이들을 낳았어요. 

아이를 어렵게 가졌죠. 첫째 낳기 전 두 번 유산했고, 둘째도 노력하다가 포기했을 때 생기더라고요. 하늘의 축복이 있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느꼈고, 이런 경험으로 저희 부부가 더 성장한 것 같아요. 두 아이 모두 너무 소중한데 둘째는 또 딸이니까 너무 예뻐요. 아빠를 너무 좋아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부터 찾아요. 절대적으로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데도 아빠를 찾으니까 서운하기도 하지만 잘 지내는 모습 보면 기분 좋죠. 

코로나19 때문에 육아가 더 힘들어졌다는 엄마들이 많아요. 

저희도 똑같아요. 특히 요즘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때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기니까 힘들죠. 유치원이 쉬는 바람에 요즘 아이들과 24시간 같이 지내고 있어요. 하루에 ‘엄마!’를 천번 이상 부르는 것 같아요(웃음). 속으로 ‘엄마 좀 그만 불렀으면’ 싶었는데 자가격리 할 때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혼났어요. 아이들의 소중함을 많이 느낀 시간이었죠. 

정준호 씨는 육아나 살림을 많이 돕는 편인가요. 

많이 도와줘요. 불가피 하게 스케줄이 생기거나 일을 나가야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저더라 쉬라고 하고 아이들을 돌보죠. 첫째가 아들이라 아빠를 잘 따르는데 요즘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아빠야”라고 할 정도로 아빠 사랑이 대단해요. 집에 아빠가 있으면 애들이 자연스레 그 옆으로 가니까 그때 전 쉬는 시간을 얻죠(웃음). 

자녀 교육을 위해 참고하는 책이나 육아 롤모델 등이 있나요. 

주변에 자녀를 다양한 방식으로 키우신 분들이 많아요.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대안학교를 선택한 분들도 있고요. 요즘 신애라 씨와 자녀 대화법 수업을 듣는데 그런 인생 선배들에게 많이 배워요. 아이들은 재능과 달란트가 다 다르잖아요. 그걸 발견하는 게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어디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발견하고 조력하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아이가 행복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고의 교육이지 않을까 싶어서 무조건 공부를 강요하거나 하진 않아요. 관심 갖는 분야에서 스스로 열심히 해 두각을 나타냈으면 해요. 


그러고보니 이하정 씨가 어떻게 아나운서가 되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전 학창시절에 발표하라고 하면 손도 못들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그 시절 친구들은 아나운서가 된 절보고 놀랬죠.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정치학과에 진학했는데 당시 교수님께서 어울린다며 아나운서를 추천해주셨어요. 당시로서 스물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준비를 시작했는데 첫해에 떨어졌고, 이듬해 KBS 최종에서도 떨어져 정말 막막했죠. 주변 친구들은 다 취업을 했던 때였거든요. 마지막으로 1년만 더 준비해보자는 심정으로 도전했는데 다행히 합격했죠. 일을 할수록 ‘말의 힘’이라는 걸 느끼며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매력을 체감했어요. 

‘뽀뽀뽀’부터 뉴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기억 남는 방송이 있나요. 

남편을 만나게 해준 ‘6시 뉴스매거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다른 뉴스도 많이 진행했지만 제 이름을 걸고 인터뷰를 하는 코너가 있었던 건 유일하니까요. ‘뽀뽀뽀’도 잊을 수 없는 게 스물아홉 살에 제의를 받았거든요. 이렇게 늦은 나이에 할 수 있을까 망설이던 차에 국장님께서 “누구나 다 하고 싶어하는 거야”라고 해서 용기를 냈죠. 요즘 아이들 책 읽어줄 때 뽀미언니 때 구연 동화하던 말투가 나와서 ‘인생에서 어떤 일이든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은 없구나’ 하는 걸 느껴요. 

피부도, 몸매도 관리를 잘하시는 거 같아요. 비법이 궁금해요. 

제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픈 체질이라 필라테스를 수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어요. 요즘은 나가지 못하니까 집에서 유튜브로 필라테스 채널을 구독하며 따라하고 있죠. 피부 관리는 방송을 통해 만나 친해진 에스더 박사님을 통해 이너뷰티의 중요성을 배운 후로 영양제를 잘 챙겨 먹고 있어요. 또 매일 홈케어로 피부 관리를 하는 등 집에서 부지런을 떨고 있죠. 과거에는 ‘나이 마흔 이후에 과연 내가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면서 즐겁게 일하다보니 일도 계속 들어오는 등 선순환이 되는 거 같아요. 요즘은 김미경 선생님의 책 ‘리부트’를 읽고 자극을 받아서 더욱 열심히 살고 있어요. 스스로 워커홀릭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사는데, 힘들기 보단 너무 즐거워요. 제가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요즘이에요. 앞으로 10년 뒤를 그려보면, 전 쉰이 넘어도 활발히 활동할 것 같아요.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이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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