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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싱글 대디’ 아놔리의 육아 라이프 ②

혼자서도 잘하는 아이는 ‘생각하는 힘’이 강하다!

이성배 아나운서

2020. 10. 08

“5G, AI, 바이오 산업~ 반갑다! 새로운 시대!” 

최근 CF에 나오는 문구를 들으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첨단기술이 가져온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의 확산까지, 세상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은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런던에 잠시 거주할 때 숙제하는 아들 헌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4차 산업시대에 헌이에게 어떤 교육이 가장 필요할까’를 생각한 적이 있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과 다를 것이라고 하는데 대체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 나도 다른 부모와 똑같이 고민한다. 대체 ‘뭣이 중할까?’ 

부모마다 교육관이 다르겠지만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아나운서가 되기 전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도, 신입 사원에게 가장 강조했던 것이 바로 문제 해결 능력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6-sigm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레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게 했다. 사회생활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멀티 능력도, 전문 역량도 아닌 어떤 문제 상황에 닥쳤을 때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다.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공부가 머니?’에서 의미 있는 분석을 접했다. 전직 야구선수 홍성흔의 딸 화리가 4개 국어에 능통한 엄청난 능력을 보이자, 패널로 출연한 금나나 동국대 교수는 “(화리가) 너무너무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세상에서 통번역은 기계가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언어 능력만으로는 자신을 차별화시킬 수 없다. 갖고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 투자해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조언이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학부모들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집중하며 아이가 혼자서 해낼 수 있도록 ‘스스로 하는 법’을 주로 교육했다. 헌이 친구인 퍼거스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요즘 너무 많은 것을 부모가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조차 혼자 하지 못해 걱정된다”며 “아이를 보내고 뒤에서 쫓아가는 것으로 자립심을 키워준다”고 했다. 

혼자 하는 법을 터득하려면 우선 ‘생각하는 힘’부터 길러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가 무엇일까?’ ‘어떻게 해결할까?’ ‘왜 이것은 중요할까?’ 등 생각하는 방법을 키워야 혼자 시도할 수 있기 때문. 지난주 헌이 학교에서 내준 ‘두발자전거 타기’ 숙제를 하기 위해 주말에 함께 나가 자전거 타기를 가르쳤다. 자꾸 넘어지는 헌이에게 “네 살 때, 공 던지기 할 때처럼 방법을 떠올려봐”라고 말했다. 당시 공을 던질 때, 공이 바닥에 한 번 또는 두 번 떨어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쳤다. 아이는 페달을 밟는 방법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난 옆에서 아이가 용기를 갖도록 독려했다.

나 : 아빠는 어릴 때 하도 넘어져서 자전거 타는 것 자체가 두려웠어. 그런데 헌이는 벌써 이만큼이나 왔네. 

헌이 : 그럼 아빠가 뒤에서 좀 더 잡아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 대신 성공하면 점수를 10점에서 20점으로 올려주세요(웃음). 

나 : 오케이. 어떻게 하면 자전거 페달을 더 쉽게 밟을 수 있을까? 그것만큼은 헌이가 꼭 방법을 찾았으면 하는데. 그러면 아마 저 스무 발자국 지점까지는 한 번에 갈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대화를 하니 아이가 적극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때 “생각해봐”라고 강요하지는 말아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초능력자는 아니지 않은가. 못한다고 다그치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런 역량을 갖춘다고 해서 학습 수준이 우수하다고 입증된 것도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의지를 갖고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 물론 헌이가 한 번에 자전거 타기를 성공한 건 아니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헌이가 스스로 자전거 타는 법을 생각하려고 노력한 것만으로 큰 소득이다.

이달의 팁

1. 아이의 푸념은 받아주되, 제한해야 한다.

2.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를 준다.

3. 아이가 생각할 동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준다.

‘싱글 대디’ 아놔리의 육아 라이프


이성배 아나운서는 2008년 MBC에 입사해 ‘섹션TV 연예통신’ ‘생방송 오늘 아침’ 등에서 리포터와 MC로 활약했다. 7년 전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 대디. ‘아놔리(아나운서 리)’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그가 자신만의 특별한 육아 경험을 담은 칼럼을 여성동아에 연재한다.



사진제공 이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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