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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싱글 대디’ 아놔리의 육아 라이프 ①

“아빠들이여! 화부터 내지 말고 친구처럼 눈높이 토크하길”

글 이성배 아나운서

2020. 09. 16

몇 년 전, ‘생방송 오늘 아침’을 진행할 때 싱글 대디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시간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남자들이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 놀랍고도 반가웠다. 물론 속사정은 자세히 알 길 없지만 그들과 같은 싱글 대디로서 각각의 어려움에 깊이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덧 아들 헌이는 올해로 아홉 살이 됐다. 10년 가까이 홀로 키우면서 겪었던 경험담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그런 뜻에서 이 글은 반성의 의미이자 아이를 키우며 경험한 잘못을 통해 알게 된 육아 노하우, 가끔 아이를 잘 이끈 덕분에 조금 나아졌던 일화를 공유하는 일종의 ‘팁(Tips)’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에게 ‘자식을 키운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아들 헌이가 나를 ‘아빠로 만든다’는 표현이 더 잘 맞을 것이다. 회사를 휴직하고 1년 가까이 영국에서 오롯이 함께한 시간 덕분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러 방면에서 서툰 아빠를 이제는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는 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주변에서 아빠가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헌이가 기본적으로 말(스피치)을 잘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혹자는 아빠가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소통도 잘할 것이라는 선입견도 가진다. 물론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보통의 한국 아빠들처럼 권위주의적인 대화법이 기본일 수밖에 없다. 헌이는 다른 친구들처럼 살갑고 부드러운 엄마에게 기대고 싶어 하지만 주양육자가 아빠다 보니 그렇게 못 해왔을 테다. 이런저런 어려움들이 쌓이다 보니, 특히 싱글 대디의 입장에서는 아이와 대화할 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헌이는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서 뛰어다니고 장난칠 나이다.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지, 괴롭히는 친구는 없는지 물어보곤 한다. 곧잘 답변을 해주지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내게 말하지 않고 피하려는 느낌을 받곤 한다. 하루는 아이가 태권도 학원에 갔다가 얼굴에 상처가 나서 돌아왔다. 이유를 물어봐도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말을 돌리기만 했다. 



아이가 말을 안 하니 나 역시 슬슬 화가 나서 언성이 높아졌다. 답답함에 “아니, 누가 그랬냐니까!” 라고 소리치자 헌이가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좋게 이야기할 수 있잖아요!”라고 답하는 것 아닌가. 순간 너무 당황했지만 진정하고 차분하게 다시 묻자 그제야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두 살 많은 형이 태권도 학원 차에서 이유 없이 때렸는데, 평소에 다른 친구들도 때리는 형이라 그러려니 했다고 한다. ‘내가 헌이의 친구라면 어땠을까?’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에 대해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말을 들어줬고, 그 형에게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을 물어보며 앞으로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대화를 나눴다. 

헌이를 재우고 방에 돌아와 상황을 돌아봤다. 처음부터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만약 내가 “걔가 너를 대체 왜 때렸는데?”라고 반복해서 물었다면 헌이는 “몰라, 모른다고!” 하고 말하기를 거부해 대화는 끝났을 것이다. 남자아이라 학년이 올라갈수록 친구들과 다투고 싸울 일이 종종 생길 수 있다. 그럴 때일수록 역정을 내고 몰아붙이기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우선일 듯했다. 상황 수습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준 다음 할 일이다. 

아이와 직접 보면서 이야기를 하고, 속내를 알게 되면 훨씬 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설령 아이와 의견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부모가 대화를 통해 아이와의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한다면 자연스레 해결책도 얻을 수 있다. 또 부모 마음을 전하면서 아이의 이야기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함께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달의 팁

1. 화부터 내지 말고, 자초지종을 들어보자.

2.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함께 이야기해보자.

3. ‘왜?’보다는 ‘무엇을, 어떻게’로 들어보자.



이성배 아나운서


이성배 아나운서는 2008년 MBC에 입사해 ‘섹션TV 연예통신’ ‘생방송 오늘 아침’ 등에서 리포터와 MC로 활약했다. 7년 전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 대디. ‘아놔리(아나운서 리)’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그가 자신만의 특별한 육아 경험을 담은 칼럼을 여성동아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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