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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피해 여성 편에 설 뿐, 통합당이라 거절할 이유 없다”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

글 이현준 기자 / 사진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2020. 07. 31

국내를 대표하는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7월 30일 미래통합당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 합류가 화제가 됐다. 화제의 중심에 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7월 30일 미래통합당(통합당)이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성폭력 대책 특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화두가 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가장 큰 화제가 된 점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성폭력 대책 특위에 위원으로 합류했다는 것이다. 이수정 교수가 지금껏 보인 행보를 감안하면 다소 파격적인 소식. 이에 일부 여권 지지자들이 SNS, 댓글 등을 통해 “이해할 수 없다”, “정치를 하려는 것이냐”, “실망스럽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 교수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인 상황. 7월 31일 통화를 통해 이 교수의 말을 들어보았다.

통합당에 합류한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아닌가요.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통합당에 가입한 것이 아니에요. 성폭력 대책 특위에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만 ‘ok’한 거죠.

비난의 여론이 있을 거라고 예상 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성폭력 대책 특위에 가신 까닭은요. 

일단 저는 정치인이 아니에요. 전문가로서 전문가 역할을 하는 것인데 좌우가 어디 있고 여야가 어디 있어요. 다들 입법을 위해 힘쓰는 국회의원이고. 그런 차원에서 저도 도와주겠다고 이야길 한 것이죠. 제안을 받고 잠깐 고민하긴 했어요. ‘통합당’이라고 해서 내가 거절할 명분이 있는가. 다른 일도 아니고 성폭력 대책 특위라는데요. 거절할 명분이 없어서 받아들인 거고 지금도 생각은 같아요. 복잡하게 생각 하지 않았어요. 복잡하게 생각할 이유도 없는 것이, 제가 정치인이 되고 싶은 거면 모르겠는데 당이 무슨 상관이에요. 더불어 민주당(민주당)이든 정의당이든 그런 요청을 했으면 해줬겠죠. 통합당이라고 유달리 ‘왕따’시켜야 하는 논리가 제겐 없어요.

민주당과 정의당 쪽에서는 제안이 없었나요. 

네. 민주당 여성위원회는 의원들끼리 하잖아요. 민간인에게 제의한 적도 없는데, 제가 국회의원도 아니고 껴달라고 얘기할 게 뭐 있어요. 그리고 그들을 위해선 이미 협조를 쭉 해왔어요. 토론회 와서 발표하라고 하면 하고, 강의해달라고 하면 강의해주고 그랬죠. 제가 통합당은 한 번도 도와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 도와달라고 하니까, 안 도와줄 이유가 없었던 거죠. 다른 곳도 다 도와줬는데요.

교수님의 통합당 성폭력 대책 특위 합류는 진보‧보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인지요. 

그렇죠. 애당초 박 전 서울시장 관련 사건도 정치이슈가 돼선 안 되는 사건이었고요. 피해자를 위해서 저처럼 한 사람 정도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사람이 있지 말란 법은 없잖아요. 저는 제가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것 자체가 웃겨요.



성폭력 대책 특위에 가서 어떤 활동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건 없어요. 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일에 전문적인 의견을 주는 역할인 것이니, 위원회 차원에서 먼저 발제를 하겠죠. 법률을 개정한다거나 새로운 법안을 제시해보라거나. 거기에 의견을 내겠죠. 제가 정치행위를 하러 온 것도 아니고 계획을 세워서 공약 발표하듯이 할 것은 아니죠.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저는 정치할 생각이 없어요. 할 생각이었으면 이번 기회를 이용하겠지만. 제가 무슨 당에 자문을 하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한가요.

그렇게만 해석하지 않는 시선들이 많은 것 같은데요. 

그건 그 사람들 사정이고요. 제게 무슨 욕을 하든, 무슨 시선으로 바라보든 저는 ‘아이 돈 케어’예요. 전 제가 해온 일을 하는 것뿐이고요. 제가 정치색이 다름에도 이번 제안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비난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뭔가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겠어요? 그게 제가 원했던 의도였을 수도 있어요.

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으셨다는 건가요. 

경종 같은 것 울리고 싶지는 않고요. 다만 피해 받는 여성의 편에 서고 싶다는 생각 외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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