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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투자처 ‘서반포’ 흑석동 직접 가보니

글 정혜연 기자

2020. 07. 02

재건축·재개발이 돈이 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한강의 남쪽, 서초구와 영등포구 사이 동작구는 꾸준히 재개발이 진행돼 관심을 모은다. 그중에서도 ‘서반포’라 불리는 흑석동을 찾아가봤다.

흑석 7구역 상공에서 촬영한 흑석동 일대. 멀리 동작대교가 보인다.

흑석 7구역 상공에서 촬영한 흑석동 일대. 멀리 동작대교가 보인다.

5월 말, 서울의 한 아파트 분양단지에서 청약 가점 만점자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올해 들어 최다 청약 접수 건수를 기록한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 전용면적 59㎡의 당첨자 최고 가점이 84점이었던 것. 이는 세대주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만족해야 나올 수 있는 점수다. 

더 놀라운 건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이 74.56점으로 70점 이하인 통장은 없었다는 점. 분양가는 3.3㎡당 2천8백13만원으로 타입에 따라 6억4천6백20만~12억2천7백60만원이 형성됐다. 일반 분양 3백26가구 모집에 총 3만1천여 명이 몰려 평균 9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분양가 9억원 이하 물량의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까지 분양권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데, 서울시 내 재건축 단지 가운데 9억원 이하 물량을 찾기 어려워 청약통장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4월, 흑석동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재개발 매물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곳이다. 김 전 대변인은 2018년 7월 청와대 재직 시절 흑석9구역에 2층짜리 상가주택을 25억7천만원에 매입했는데 전용 84㎡와 전용 59㎡짜리 아파트 2채와 상가 1채를 분양받을 수 있는 알짜 매물이었다. 당시 흑석동의 신축 아파트와 상가 시세를 고려하면 최소 10억원 이상은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 김 전 대변인은 매입 시점으로부터 1년 5개월 뒤 해당 상가를 34억5천만원에 매각해 8억8천만원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동네로 유명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보유했던 상가가 위치한 흑석 9구역.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보유했던 상가가 위치한 흑석 9구역.

현재 흑석동은 총 11개 구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단지들은 속도감 있게 재개발이 추진돼 입주가 완료된 곳도 상당수다. 2011년 흑석한강센트레빌1차(5구역), 2012년 흑석한강센트레빌2차(6구역) 및 흑석한강푸르지오(4구역), 2018년 아크로리버하임(7구역) 및 흑석뉴타운롯데캐슬에듀포레(8구역) 등이 순차적으로 입주했다. 5월 분양한 흑석리버파크자이(3구역)가 2023년 완공을 앞두고 있고, 11구역은 건축심의 통과가 임박했다. 롯데건설이 재개발 예정이던 9구역은 조합이 시공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켜 수개월째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어쨌든 향후 10년 안에 나머지 6개 구역의 재개발이 모두 완료되면 흑석동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6월 중순 흑석동을 찾아가봤다.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 4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니 걸어서 3분 거리에 도로 왼쪽으로 신축 아파트가 한눈에 들어왔다. 해당 단지는 흑석 7구역을 재개발해 2018년 11월 입주한 ‘아크로리버하임’으로 흑석동에서도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현충로를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 한강과 바로 접해 있고, 단지 건너편으로 원불교 100주년 기념관을 제외하고는 고층 빌딩이 없어 시야가 트여 있다. 입지 덕에 고층 일부 세대는 거실에서도 동작대교와 한강을 감상할 수 있어 분양 당시에도 관심을 끌었다. 대각선 방향으로 서울흑석초등학교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배우 송일국이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하철, 학군, 입지 3박자가 갖춰져 있어 흑석동에서도 시세가 가장 높게 형성된 곳이다. 다만 도로가에서 용봉정 근린공원까지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자리 잡아 위쪽 동은 한참 걸어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신축 아파트로 입주 후 매매 가격이 오른 것은 물론 전세가도 높게 형성돼 있었다. 인근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크로리버하임은 입지가 좋아 흑석뉴타운 중에서도 값이 비싸다. 호가는 전용 84㎡ 매매가 17억~20억원, 전세는 8억~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올가을에 입주 2년 차가 돌아와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운 집주인 매물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매물이 귀하다. 전세도 8월부터 조금씩 나오겠으나 분위기상 재계약하는 집들이 상당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를 등지고 걸어가면 중앙대학교병원이 바로 보인다. 병원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나지막한 상가 건물들과 명수대아파트가 자리해 있는데 이곳이 흑석2구역이다. 흑석역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있고 흑석동 중앙부 평지에 자리한다. 재개발 후 총 세대수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입지 덕에 투자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현재 재개발조합 설립 추진 중으로, 상가가 밀집해 있어 재개발 이후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다. 


‘강남 5구’ 동작구에서도 ‘서반포’라 불리는 흑석동

2구역 남쪽으로 중앙대부속중학교를 끼고 다세대주택과 상가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등장한다. 이곳이 유명세를 탄 9구역으로 현재 3구역에 이어 흑석동에서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어서 투자가치가 높게 점쳐진다. 대부분 언덕 지대인 흑석동에서도 비교적 평지이고, 흑석역과 가까운 데다 병원 및 초등·중학교가 인접해 있다. 흑석9구역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은 “김의겸 전 대변인이 급매로 내놓아 헐값에 팔렸는데 제대로 받았다면 시세차익이 10억원은 넘었을 것이다. 6개월 지난 현재 이 구역 매물은 거의 없는 데다가 지난 연말보다 호가가 더 올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흑석동의 부동산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하는 등 시장에 투기 세력 원천 차단 메시지를 강력하게 보냈다. 그에 비해 재개발 규제는 덜한 편이다. 동작구 뉴타운 가운데 흑석뉴타운은 ‘서반포’라 불릴 정도로 구반포 재건축 단지와 인접해 있고, 한강변에 자리해 입지적으로도 우월하다. 정부 대책으로 집값이 조정된다고 해도 흑석동은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단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서초구 반포동의 재건축 조합원으로 현재 흑석동에 거주하는 박 모 씨는 “아이들을 반포에서 키웠기 때문에 멀리 이사하기는 싫고, 자금 여력이 되는 곳 가운데 가까운 흑석동 신축을 선택했다. 그런데 학원이나 생활 편의 시설이 부족해 항상 반포나 여의도로 건너가야 하고, 언덕 지대인데 마을버스만 드물게 다니는 터라 자기 차가 없으면 살기 어렵다”며 실거주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할 때도 장기적으로 가치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분양가를 강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가를 높여 이익을 누리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출 규제 역시 더욱 강화돼 자기 소유 주택이 있는 경우 수억원의 현금이 없으면 투자하기 힘들다. 무주택자는 대출이 되지만 조합원 매물이 추후 어느 정도 분담금을 떠안게 되는지를 고려하고, 흑석동 현 시세와 비교해 차익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보고 매입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흑석동 집값이 계속 올라주지 않으면 크게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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