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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바르는 ‘대마’ 이야기

EDITOR 오영제

2020. 02. 02

‘대마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대마초=마약’과 동일시되고 있으니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리 좋을 리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워싱턴 D.C.와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몇몇 주에서는 이미 기호용(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했다. 뉴욕에서도 길을 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솔솔 풍기는 대마초의 향기(?)를 쉽게 마주하게 된다. ‘연예인, 대마초 혐의로 구속’ 등의 뉴스를 접하며 자란 사람으로서, 길거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마리화나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한 술 더 떠 대마로 만든 CBD오일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이토록 대마에 열광하는 것일까.

지금 미국은 CBD오일 전성시대

대마초의 영문명은 ‘칸나비스(cannabis)’다. 칸나비스 안에는 ‘칸나비노이드(cannabinoids)’라는 1백4가지의 천연 화합 물질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다양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칸나비노이드 중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환각, 흥분 등을 유발하는 것은 ‘테트라 하이드로 칸나비놀(THC, tetrahydrocannabinol)’ 종류다. 그리고 ‘칸나비디올(CBD, Cannabidiol)’은 이런 증상이 없는 칸나비노이드다. 단어와 설명이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CBD는 통증 완화, 우울증과 불안증의 감소, 피부 트러블 해소와 같은 대마의 장점은 갖고 있으면서 환각 증세나 중독 증상은 없는 성분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니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는가! 지금 뉴욕에서는 이 CBD오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커피숍에서는 CBD라테를 판매하고, CBD오일을 넣은 쿠키와 머핀· 초콜릿 바·사탕이 출시됐다. 스파에서는 CBD오일을 이용한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뷰티 브랜드에서는 CBD오일이 함유된 스킨케어 제품을 앞다투어 내놓는 중이다. 

하지만 조금 깊이 들어가면 생기는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CBD는 통증과 관절염, 심지어 암과 같은 질병들을 고쳐줄 특효약이라 소개돼왔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FDA(미국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CBD 약물은 에피디오렉스(Epidiolex) 하나뿐이다. 이는 지난해 특정 유형의 간질 치료를 위해 승인됐다. 이마저도 부작용에 대해선 장기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얼마 전에는 많은 CBD 제품들이 허위 과장 광고로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니 의료용이 아닌 식품이나 미용을 목적으로 한 일반용 CBD오일에서 설명처럼 대단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 

게다가 지난해 7월 19일 뉴욕주는 식품이나 음료에 CBD를 첨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권고는 국소용 오일, 패치, 기타 용도와 더불어 CBD를 제외한 대마씨오일(대마의 종류와 THC 함량에 따라 대마오일도 여러 종류로 나뉜다)이 포함된 음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준도 애매한데 언제부터 CDB 금지 정책을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기한도 정하지 않았다. 물론 단속도 하고 있지 않고 말이다. 때문에 여전히 뉴욕 곳곳에선 CBD를 먹고, 마시고, 바른다.

불법인 듯, 불법 아닌, 불법 같은 너

CBD오일은 힙한 하나의 새로운 유행으로 소비되고 있는 모양새다.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이 무엇 때문에 유명하냐고 묻는 질문에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대답한 것처럼 CBD오일 역시 유행하니까 유명해진 것 같은 분위기랄까. 마리화나에 대한 호기심, 불법적이었던 약물을 합법적인 제품으로 세련되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 만병통치약처럼 포장된 효능 등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인기를 만들어낸 듯 보인다. 갑자기 너무 유행하니 당국에서도 일단 남용되는 것을 다급하게 막은 것 같고 말이다. CBD오일은 효능도, 부작용도, 아직 무엇 하나 확실한 기준 없이 아리송한 안갯 속이다. 불법인 듯, 불법 아닌, 불법 같은 CBD오일은 그렇게 오늘도 뉴욕 전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오영제의 뉴욕 트렌드 리포트


리빙 매거진에서 10년 동안 기자로 일했다. 뉴욕에서 요리학교 졸업 후 글을 쓰면서, 건강하게 요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게으른 플렉시테리언(때에 따라 고기도 먹는 베지테리언)으로 살고 있다.




기획 강현숙 기자 디자인 이지은 사진제공 BEAK&SKIFF APPLE ORCHRROS, HEAD+HEAL, CBD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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