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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범 잡으려 SNS에 올린 블랙박스 동영상, 명예훼손일까요?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이재만

2019. 11. 19

Q 얼마 전 오토바이 운전자로부터 보복운전 뺑소니 사고를 당했습니다. 제 차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며 오토바이로 제 차의 백미러를 부서뜨리고 달아난 것입니다. 경찰에 사고 접수를 했지만 오토바이 번호판이 가려져 범인을 찾기 어려웠던 탓에 제 SNS에 블랙박스 영상을 올려 네티즌 수사대의 도움으로 범인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을 빌미로 범인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뺑소니범을 잡으려고 영상을 올린 건데, 제가 처벌을 받게 될까요?

A 개인 간의 분쟁이 일어났을 때, 그 사실에 대하여 폭로하며 명예를 훼손시킬 목적으로 블랙박스나 CCTV 동영상을 SNS에 공개하는 경우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면 특별법인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대법원은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해당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해당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구체적인 사안마다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의뢰인의 사례처럼 경찰에 뺑소니 사고 접수를 했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없자 SNS에 블랙박스 영상을 올린 경우는 ‘비방할 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만약 범인이 경찰에 검거되어 수사 중임에도 불구하고 SNS에 상대방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있도록 모자이크 등의 처리 없이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한 경우에는 상대방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이 인정되어 사이버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데다가 범인을 검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SNS에 해당 영상을 게시한 것이므로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힘듭니다. 따라서 특별법상의 사이버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비방할 목적이 없어도 성립되지만, SNS에 공개한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되지 않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피해자는 가해자의 행위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경찰에 의해 검거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 공개 수배를 한 것이고, 실제로 네티즌의 도움을 받아 가해자를 찾아낸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해당 영상을 올린 점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의뢰인은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시 정신건강홍보대사, 연탄은행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법률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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