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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cktail

가을밤 유쾌하게 칵테일

EDITOR 한여진 기자

2019. 11. 14

오롯이 나만을 위해 만든 칵테일. 그 소소한 즐거움에 대하여.

뷰카레, 좀비, 네그로니, 블러디메리, 브라스 몽키, 진진뮬! 이 암호 같은 낯선 단어는 무엇? 바로 칵테일 이름이다. 에디터에게 칵테일은 이 이름만큼이나 낯설고 어색하다. 왠지 불편한 슈트처럼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아 그동안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이런 편견이 올봄 괌 여행에서 깨졌다. 칵테일 세계도 생각보다 캐주얼하며 흥미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사실 뭐 20년 전 대한민국 소주방에서 유행한 레몬소주나 오이소주도, 최근 SNS를 장악하고 있는 소주 베리에이션도 칵테일의 한 종류이지 않은가. 

칵테일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여러 설이 있으나, 1795년경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이주해온 페이쇼라는 약사가 달걀노른자를 넣은 음료를 조합해서 프랑스어로 코크티에(coquetier)라고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보드카, 럼, 진, 스카치위스키, 데킬라, 코냑 등 증류주에 소다수, 과일주스, 샴페인, 와인, 커피 등 개선제와 시럽, 비터스, 리큐어 등 첨가제를 섞어 만드는데, 정확한 레시피에 따라 만드는 것이 포인트. 만드는 과정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알코올 맛이 과하거나 반대로 주스 같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칵테일을 만들다가 알게 된 미묘한 맛의 차이를 나만의 레시피로 창조하는 것도 좋다. 요리처럼 말이다. 전용 셰이커에 재료를 넣고 흔들어 섞는 것이 칵테일 만들기의 기본이지만, 셰이커가 없다면 잔에 믹싱하는 것도 방법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난 괌 여행에서 맥주 대신 즐긴 것은 칵테일이었다. 남국의 밤을 즐기고 싶었지만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던 차에 라이브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호텔 바가 눈에 들어왔다. 무대 앞에서는 젊은 커플, 은발의 노인 커플뿐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고, 테이블에서는 제각각의 칵테일을 즐기고 있었다. 그 풍경을 보고 있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유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후 우리 가족도 매일 밤 호텔 바에서 칵테일을 즐기며 일주일을 보냈다. 하루는 미드 ‘위기의 주부들’에서 수잔 마이어 역의 테리 해처가 즐겨 마시던 마르가리타, 다음 날은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잔할까’ 하며 모히토 한잔, 그 다음 날은 대학 시절 첫 소개팅에서 마셨던 피냐콜라다, 밤마다 다양한 칵테일을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참 신기하게도 사람마다 칵테일에 스토리를 담고 있다. 누구는 마르가리타를 마시며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누구는 소개팅남 이야기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칵테일의 매력인 것 같다. 

칵테일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에디터는 따뜻하면서 은은한 커피 향이 로맨틱한 분위기까지 선사하는 아이리시커피나 기분까지 상큼해지는 마르가리타를 즐기고 있다. 아이리시커피는 뉴욕으로 향하던 수상비행기가 악천후로 회항하자 추위에 지친 승객들을 위해 만든 것이 시작으로,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카페 부에나비스타의 잭 쾨플러가 연구 끝에 레시피를 완성했다고 한다. 아이리시 위스키에 뜨거운 에스프레소와 설탕을 섞은 뒤 휘핑크림을 올린 아이리시커피는 따뜻한 칵테일로 이 계절에 즐기기에 그만. 마르가리타는 데킬라에 라임주스로 상큼함을 더해 언제 마셔도 기분 좋아지는 마법의 칵테일이다. 깊어가는 가을밤, 나에게 칵테일 한잔 선물하면 어떨까. 노라 존스의 ‘뉴욕 시티’나 바비 다린의 ‘선데이 인 뉴욕’과 함께라면 더욱 분위기 있을 것이다.



Editor’s Pick

마르가리타

Ingredients
라임주스 · 쿠앵트로 ¼컵씩, 소금 적당량, 데킬라 ½컵 

How to make
1
잔 입구에 라임주스를 고루 묻힌 뒤 소금을 묻혀 프로스팅한다.
2 데킬라와 쿠앵트로, 라임주스를 셰이커에 넣어 흔든 뒤 프로스팅한 칵테일 잔에 따른다. 시원한 맛을 원하면 얼음 1조각을 넣어 마신다.


아이리시커피

Ingredients
아이리시 위스키 3큰술, 황설탕 시럽 2작은술, 미디엄 로스트 에스프레소 커피 ½컵, 생크림 2큰술, 너트메그가루 약간 

How to make
1
잔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넣은 뒤 황설탕 시럽을 넣어 고루 섞는다.
2 ①에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담는다.
3 가볍게 휘핑한 생크림을 ②에 얹은 후 너트메그를 살짝 뿌리고, 취향에 따라 시나몬 스틱이나 바닐라빈즈를 꽂는다.

사진 홍태식 디자인 박경옥
요리&스타일링 김상영(noda+쿠킹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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