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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 HERMÈS! 제인 버킨의 결별 선언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REX

입력 2015.09.04 17:34:00

여성들의 로망, 명품 중의 명품, 1년 이상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살 수 있는 가방. 에르메스 버킨 백이 뮤즈인 제인 버킨으로부터 일방적인 결별을 통보받았다. 세계 최고의 명품 하우스를 충격에 빠뜨린 이별 스캔들의 전말.
Good bye HERMÈS! 제인 버킨의 결별 선언

제인 버킨

요즘은 ‘협찬’이라는 이름으로 스타와 패션 브랜드가 잠깐 만나 공동의 이익을 취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 스타들과 패션 하우스의 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끈끈하고 고상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서로 신인 시절 만나 평생 우정을 이어간 오드리 헵번과 지방시의 창업자 위베르 드 지방시다. 1954년 영화 ‘사브리나’를 통해 지방시와 처음 인연을 맺은 오드리 헵번은 이후 영화 의상뿐 아니라 개인적인 의상까지 의뢰할 정도로 지방시를 신뢰했으며, 지방시가 오드리 헵번을 위해 제작한 리틀 블랙 드레스와 보트 넥 톱은 그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심플하고 우아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이자 누구보다 성실하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에게 뮤즈와 디자이너의 관계는 스타일뿐 아니라 철학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했다.

켈리 백의 뮤즈 그레이스 켈리와 버킨 백의 제인 버킨은 에르메스의 전설적인 아이콘이다. 에르메스는 켈리 백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에게 할리우드 배우에서 모나코의 왕비로 신분 상승한 그레이스 켈리의 동화 같은 삶의 판타지를 심어주었고, 버킨 백을 통해서는 자유로우면서도 개성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전파했다.

언젠가 제인 버킨이 스스로 밝힌 버킨 백의 탄생 스토리는 영국에서 태어나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가 된 그녀의 삶만큼이나 흥미롭다. 1984년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에어프랑스 일등석(그녀의 좌석은 에어프랑스에서 업그레이해줬다!)에 탑승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녀의 가방이 열리며 내용물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신사가 “뚜껑이 있는 가방이 필요하실 것 같다”고 했고 버킨은 “에르메스에서 그런 가방이 나온다면요”라고 응수했다. 그때까지도 제인 버킨은 옆자리 신사가 에르메스의 CEO 장 루이 뒤마라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뒤마 회장은 그 자리에서 버킨에게 켈리 백보다 크고 뚜껑이 달린 가방을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 제인 버킨이 처음 만들어진 버킨 백을 받으러 에르메스 아틀리에에 간 날, 뒤마 회장은 그녀에게 이름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고 여기에 그녀가 기꺼이 응하면서 버킨 백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제인 버킨은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는 대가로 에르메스로부터 매년 3만 파운드(약 5천5백만원) 정도의 로열티를 받아 자선단체에 기부해왔다.

“악어의 존엄사를 허할 때까지 우리 일단 헤어져요”

Good bye HERMÈS! 제인 버킨의 결별 선언
그런데 버킨 백의 탄생에 영감을 준 제인 버킨이 7월 28일 돌연 버킨 백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명품 중의 명품이라는 에르메스의 이름 덕분에 더욱더 전설적인 존재가 된 그녀가 더 이상 신화에 머물기를 거부한 것은 ‘철학’ 때문이다. 제인 버킨은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이라는 동물 보호 단체에서 제작한 비디오를 본 후 충격을 받아 에르메스와의 결별을 결심했다고 한다. 물론 영원히 관계를 청산하는 건 아니고 에르메스 측이 버킨 백의 악어 공정에 국제적인 표준을 도입할 때까지 한시적인 결별이다.



미국 텍사스와 아프리카 짐바브웨 등지에서 촬영된 영상물에는, 명품 브랜드에 가죽을 제공하기 위해 살아 있는 악어들을 잔혹하게 죽이고 박피하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영상대로라면, 에르메스의 ‘버킨 크로크백’을 든다는 건 세 살 무렵 신경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잔인하게 도살된 악어 세 마리쯤을 갖고 다니는 걸 의미한다. 버킨 백의 소재로 쓰이는 가죽은 소가죽, 타조가죽, 뱀피, 악어가죽 등인데, 이 가운데 악어가죽이 최상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너무 늦은 반성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PETA는 제인 버킨의 용기 있는 결정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제인 버킨이 성명을 발표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르메스는 “최근 보도된 영상에 우리도 큰 충격을 받았으며, 제인 버킨의 우려에 공감한다. 그녀의 이번 성명은 에르메스와 수십 년간 쌓아온 우정과 신뢰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영상물이 촬영된 농장에서 생산된 악어가죽은 버킨 백에 사용되지 않았다면서도, 거래 농장들을 조사해 규칙을 위반한 점이 발견되면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버킨 백이 영원히 사라질지, 아니면 도덕성까지 갖춘 진정한 명품으로 거듭날지는 에르메스의 결정에 달렸다. 현재로선 영리한 패션 하우스 에르메스가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럴 경우 버킨 백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더 길어지고 그에 비례해 버킨 백을 향한 로망도 더욱 커질 것이며 그럼 대기자 명단은 더욱더 길어질 테니까.

디자인 · 최정미

여성동아 2015년 9월 6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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