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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다

글·홍수용 동아일보 기자 | 사진·REX 제공

2014. 01. 02

보너스는 월급 이외에 얹어주는 돈이라는 뉘앙스가 있는데, 분명히 하자. 연말정산금은 공돈이나 덤이 아니라 더 낸 금액을 돌려받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알아서 챙겨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요령이 필요하다.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다
보통 샐러리맨의 월급 봉투를 ‘유리 지갑’이라고 한다. 세금에 관한 한 숨길 것도, 숨길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월급은 회사에서 갑근세라는 이름으로 ‘미리, 충분히’ 세금을 떼고 주는데, 연말정산은 국세청에서 간이세액표에 따라 1년간 징수한 근로소득세를 연말에 재점검해 근로소득자가 실제보다 세금을 더 냈으면 과다 징수액을 돌려주고 적게 냈으면 과소 징수액을 더 받아가는 절차다. 그러니 연말정산을 대충 해서 10만원을 덜 돌려받는다면 보너스 10만원을 적게 받는 게 아니라 자기의 지갑에서 10만원을 꺼내 나라에 주는 것이다.

정부가 근로소득세를 매기는 원리는 간단하다. 근로자가 직장에서 받는 총수입에서 ‘각종 비용’을 뺀 뒤(공제한 뒤) 남는 진짜 수입에다 세율을 곱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면 연말정산은 앞서 말한 각종 비용을 증명하는 절차다. 이 비용을 많이 인정받으면 받을수록 세금이 줄어든다.

연말정산을 잘하는 비결은 1년 전과 달라진 제도를 숙지하고 절차에 따라 정확히 비용을 입력하는 것이다. 달라진 제도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2013년 8월 엄청난 국민적 반발을 불러일으킨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이번 연말정산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지난여름 세제 파동의 내용은 2014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소득과 지출에 적용된다. 2014년 1월에 하는 연말정산 때는 자녀 관련 인적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는 것 같은 복잡한 변화를 일단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공제 한도에 유의하라



우선 특별공제를 생각해보자. 말 그대로 원래는 공제 대상이 아닌데 정책적 목표에 따라 예외적으로 공제를 해주는 항목이다.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기부금, 카드 사용액 등이다. 이 가운데 보험료, 교육비, 의료비, 지정 기부금, 주택자금, 청약저축, 기업창업투자조합 출자, 우리사주조합 출자, 신용카드 사용금액 등 9개 항목은 별도로 묶어 2500만원까지만 공제하도록 한도를 설정해뒀다. 이번 연말정산부터 바뀐 내용이다. 종전에는 한도가 없어서 고액 자산가들이 엄청난 금액의 보험료나 기부금을 내고 소득공제를 왕창 받아 세금을 많이 환급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이런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됐다.

일부 중산층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 자녀 2명을 둔 상태에서 가장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 교육비만으로 2500만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의료비 지출이 유난히 많았던 해라면 특별공제 한도 때문에 예년보다 세금 환급을 적게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지난해 20%였지만 올해부터는 15%로 줄어든다.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그대로 30%다. 이 공제율이라는 말은 카드 사용액 중 공제 대상 금액을 정하기 위해 곱하는 비율을 말한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공제금액이 많아지는 것이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을 사용한 금액은 총급여의 25%를 넘게 사용한 부분부터 공제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1년에 4000만원을 벌면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으로 1500만원을 쓴 직장인은 이번 연말정산 때 급여의 25%(1000만원)를 초과한 500만원에 공제율(카드 종류에 따라 15% 또는 30%)을 적용, 그 금액만큼을 공제받는다. 500만원 전체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75만원(500만원×15%)이 공제금액이 되고, 전액 체크카드로 결제했다면 150만원(500만원×30%)이 공제금액이 된다. 신용카드 등의 사용액에 대한 공제금액 한도는 300만원이므로 이 공제 한도가 채워졌다면 굳이 공제율이 더 높은 카드를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사교육비도 소득공제 가능

카드 공제나 현금영수증 공제는 개념이 쉽고 절차도 간단해서 공제 내용을 입력할 때 실수를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사교육비와 의료비는 좀 어렵다.

먼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드는 사교육비는 일반적으로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취학 전 어린이를 학원에 보낼 때 드는 사교육비는 소득공제 대상이다. 영어 학원, 태권도장, 검도 도장, 수영장 등에 아이를 보내면서 낸 수강료가 대상이며 1인당 연간 300만원까지가 공제 한도다. 일주일에 1회 이상 월단위로 수업을 하는 학원에 보낼 때 이 같은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런 학원비를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로 내면 카드 공제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2중 공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다
교육비 공제와 관련해 이런 질문을 해보자. 자녀가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면 대학원 등록금을 공제받을 수 있을까? 못 받는다. 대학원 등록금은 근로소득자 본인이 대학원에 다닐 때만 공제를 받을 수 있고, 다른 부양가족이 다니는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초·중·고등학교 자녀 정규교육에 드는 비용은 전액 소득공제가 되며 취학 전 아동에게 드는 사교육비도 공제 대상이지만, 대학원은 본인만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육비 공제 못지않게 공제 기준과 방식이 까다로운 항목이 바로 의료비다. 집안에 큰 병과 싸우는 환자가 있지 않은 경우라면 의료비를 공제받는 것이 쉽지 않다. 공제 대상 의료비에는 일반의료비와 특정의료비 2가지가 있다.

일반의료비는 치료·진료·요양을 위해 의료기관에 낸 비용과 안경 및 콘택트렌즈 구입비, 스케일링비, 라식수술비, 임산부 초음파 검사비, 의치비, 보청기 구입비를 포함한 금액을 말한다. 특정의료비는 본인, 장애인, 65세 이상인 고령자를 위해 쓴 의료 비용을 뜻한다. 일반의료비는 의료비 지출액에서 근로자 총급여의 3%를 뺀 금액이 공제 대상이고 700만원이 한도다. 반면 특정의료비는 무제한 공제가 가능하지만 일반의료비 공제 금액을 뺀 액수를 공제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연간 5000만원을 버는 봉급생활자 A씨가 있다. A씨는 1년 동안 일반의료비로 50만원을 썼고 특정의료비로 200만원을 썼다. 이 사람의 연간 급여의 3%는 150만원이라는 계산은 쉽게 될 것이다. 이제 뺄셈을 할 차례. 일반의료비(50만원)에서 총급여의 3%(150만원)를 뺀 금액이 공제 대상이라 했는데, 실제로 빼보면 -100만원이 나온다. 일반의료비 항목에선 공제받을 금액이 없다는 얘기다. 다음 특정의료비. 특정의료비 사용액 200만원에서 100만원(총급여의 3%인 150만원-일반의료비 50만원)을 뺀 금액이 공제 대상이다.

한집에 살아도 인적공제 못 받을 수 있다

인적공제는 납세자가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생계에 압박이 클 것으로 보고 가족 수에 따라 과표(세금부과 대상 소득)를 줄여주는 것이다. 이런 인적공제는 기본공제와 추가공제로 구성된다. 기본공제는 본인, 배우자, 부양가족 수대로 1인당 150만원씩 과표에서 빼주는 것(공제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 과장의 집에는 아내와 10세·5세인 두 딸, 65세인 아버지, 59세인 어머니 총 6명이 살고 있다. 박 과장 가족의 기본공제액은 750만원(150만원×5명)이다. 공제 대상이 함께 사는 6명이 아니라 5명이다. 이건 어머니의 나이가 아직 60세가 안 돼 공제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한집에 살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기본 인적공제를 받는 건 아니다. 부모는 만 60세 이상이고, 부모 각각의 연소득이 100만원 이하라야 한다. 부모는 원칙상 동거하고 있어야 기본공제가 되지만 다른 곳에 따로 살고 있어도 생활비를 보내는 등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있다면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우자와 자녀는 수입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한집에 살고 있지 않아도 기본공제 대상이 된다.

만약 시골에 사는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면서 연간 300만원 정도 번다면 공제를 받을 수 있을까? 받을 수 있다. 방금 부모 각각의 연소득이 100만원 이하라야 공제 대상이 된다고 했는데, 이때 연소득은 근로·연금·이자·배당·부동산임대·퇴직금·양도차익을 의미한다. 눈을 씻고 봐도 농업소득은 여기서 규정한 연소득의 범주에 없다. 다시 말해 농업소득은 종합소득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 농업소득세 부과 대상이어서 ‘연소득 100만원 이하’를 계산하는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부모가 농사를 짓고 있어도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다
◆ 과다공제하면 가산세 폭탄

연말정산 때 공제액을 실제보다 많이 신청하면 어떻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세법을 잘 몰라서 자신도 모르게, 결과적으로 과다 신청하기도 한다. 국세청은 실수나 고의를 구분하지 않고 세금 납부 대상 소득을 적게 신고한 사람(공제 신청을 과도하게 한 사람)에 대해 가산세를 매기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일례로 회사원 A씨는 2011년에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아버지의 수입이 매달 20만원 정도밖에 안 돼 경비를 제외한 소득금액이 연간 100만원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아버지에 대해 기본공제 신청을 하고 아버지가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까지 공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실제 아버지가 운영한 공인중개사무소의 수입은 108만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과다공제 신청을 한 셈이 됐다.

국세청은 매년 연말정산 신고 후 ‘연말정산 과다공제 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과다공제 등 혐의가 있는 근로자를 추려 연말정산을 제대로 했는지 점검한다.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를 실제보다 많이 받은 근로자는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 기존 정산 내용을 고쳐서 확정신고를 할 수 있다. 6월 이후 과다하게 공제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국세청은 원천징수 의무자인 회사를 통해 가산세와 함께 근로소득세를 추징한다. 과다공제자가 많이 생긴 회사는 원천징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을 받기도 한다. 과다공제가 개인뿐 아니라 회사에까지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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