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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엄마표 영어 꿈꾸는 초보 맘 실전 가이드 ④

엄마와 놀다 보니 영어가 저절로~

글 & 사진·오미경

입력 2013.07.03 11:22:00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아이와 함께 영어로 놀아보자. ‘Rain rain go away’와 같은 동요를 따라 부르고, “What’s your favorite number?”처럼 간단한 대화를 매일 반복한다. ‘Simon says’ ‘I spy’ 등 부모와 어린 자녀가 놀면서 단어와 개념을 배우는 놀이는 얼마든지 있다.
엄마와 놀다 보니 영어가 저절로~

옥스퍼드 근처 밴버리에서 열린 한글학교 소풍.



“영어 문법이나 독해라면 나도 꽤 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이들 앞에서 막상 영어로 말을 꺼내려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걸 난들 어떻게 하나.”
아마도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안심해도 된다. 이는 한국어를 통해 영어를 배울 때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른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영어교육은 사람들에게 해박한 영어 지식을 선사해줄 수 있지만 언어 사용능력을 가져다 주지는 못한다. 그러니 몰입교육이니 원어민 교육이니 하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완벽한’ 영어 몰입 환경에서 물 흐르는 듯한 영어를 배워오는 아이들과 ‘완벽한’ 한국어 환경에서 문법과 독해를 배워왔던 엄마 아빠와의 사이에 놓인 차이가 가져오는 비극이다. 이 간격을 메우는 방법으로 지난 호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로 잔소리하기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이번 호에서는 엄마나 아빠가 아이와 영어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방법을 소개한다. 사실 아이들의 세상은 놀이로 꽉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하기 싫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일도 놀이와 연결시키면 흥미로운 것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동요 함께 부르기는 최고의 눈높이 영어
영어를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놀려면 부모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들과 감정을 나누기 위해 눈부터 맞춰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노래 부르기다. 아이가 어릴수록 이 방법은 효과를 발휘한다.
한국의 동요처럼 ‘너서리 라임(nursery rhyme)’이라고 부르는 영국의 동요 역시 같은 음과 운율이 반복되면서 몇 번만 들어도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며 영어의 기본 패턴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영국의 날씨 탓인지 우리 아이들은 비와 관련된 노래를 즐겨 불렀던 것 같다. 그중 하나가 ‘Rain rain go away’란 노래다.
Rain rain go away
Come again another day
Little Jonny wants to play
Rain rain go away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아이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이렇게 몇 번 부르고 나면 신기하게도 언제 비가 왔었느냐는 듯 무지개와 함께 해가 ‘쨍’ 하고 나타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뿌리다 해가 나는 것은 영국의 전형적인 날씨다. 하지만 꼬맹이들은 자기들이 이 노래를 열심히 불러 비가 그쳤다고 생각하면서 즐거워한다. 가사 중 Little Jonny라는 말 대신 나, 엄마, 아빠, 또는 오빠 등을 넣어 여러 번 반복해 부를 수도 있다.
한글 동요나 동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너서리 라임 역시 반복되는 가사의 느낌을 최대한 활용한다. ‘Rain rain go away’라는 노래의 영어 가사에서는 away-day-play-away처럼 맨 끝에 오는 단어들의 발음을 일치시켜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하면서 익숙해지도록 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너서리 라임의 형태는 유치원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조금 큰 아이들에게 성냥(match)을 만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려고 할 때 “matches matches never touch / they hurt you so much”와 같은, 반복되는 운율이 담긴 노래를 사용하기도 한다. 태양계 행성의 이름과 숫자를 외우는 데 우리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는 두문자 방식을 사용하지만 영국 아이들은 재미있는 문장을 만들어 이용하는 것을 즐긴다. ‘행성기억법(planetary mnemonic)’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My(Mercury: 수성) Very(Venus: 금성) Excellent(Earth: 지구) Mum(Mars: 화성) Just(Jupiter: 목성) Served(Saturn: 토성) Us(Uranus: 천왕성) Nine(Neptune: 해왕성) Pizzas(Pluto: 명왕성).’ 우리말로는 ‘엄마가 막 피자 9개를 사주었다’는 말이니 얼마나 외우기 쉬운 방법인가.

하루에 수십 번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 놀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과도 연결된다. 영국에서 준용이가 특히 좋아했던 어린이 TV 프로그램 중 하나가 ‘넘버잭(Number Jacks)’이라는 BBC 프로그램이었다. 0부터 9까지 고유의 색깔을 가진 각 숫자들이 그날그날의 에피소드에 따라 주인공이 돼 벌이는 모험 이야기다. 당시 준용이가 가장 좋아하던 색깔은 파란색이었기 때문에 ‘넘버 잭’에서 늘 파란색으로 등장하던 ‘8’은 준용이가 제일 좋아하는 숫자가 됐다. 준용이는 심지어 엄마나 아빠와 뽀뽀를 할 때도 항상 ‘eight times’를 외치며 여덟 번을 꼭 채우곤 했다. 물론 준용이가 0부터 9까지의 숫자 중에서 ‘8’을 가장 먼저 읽고 쓸 줄 알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프로그램을 함께 보면서 나와 준용이는 매일 같은 내용의 대화를 반복하면서 놀았다.
엄마: What’s your favorite number?
준용: Eight!
엄마: Why do you like the number?
준용: Because it’s blue!
이렇게 똑같은 말을 매일 반복하던 어느 날 준용이의 답이 바뀌었다.

엄마와 놀다 보니 영어가 저절로~

1 런던 템즈페스티벌에서 한글학교 친구들과 함께 멋진 태권도 시범 공연을 본 후 태권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준용(윗줄 맨 앞)이와 정현(윗줄 맨 뒤). 2 버밍험의 싱크탱크에서 의사놀이를 하는 정현이와 준용. 버밍험 싱크탱크는 유료로 운영되는 일종의 어린이박물관이다. 특히 자연, 과학,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실험이나 체험 등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엄마: What’s your favorite number?
준용: Three!
엄마: No~ Yours is eight.
준용: I changed my mind. Number three is pink and you like pink color because you are a girl! I love 엄마, that’s why I like the number!
준용이 나름대로는 엄마에 대한 애정 표현을 이렇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준용이와 나누는 이런 식의 대화는 ‘레이지 타운(Lazy Town)’이라는 BBC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이어졌다. 주인공 스포타커스는 모든 것에 만능이다. 악당과 용감하게 싸워 사람들을 위험에서 구해내는, 늘 경쾌하면서도 친절한 영웅이다. 그 주인공의 특기 중 하나는 한 손 팔굽혀펴기였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은 집 안에서나 마당에서나 신나는 일이 있으면 주인공 스포타커스처럼 신나게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흥을 발산하곤 했다.
엄마: Can you show me one-hand push-up?
준용: Alright!
엄마: How many times would you like to?
준용: Eight, because I like the number.
경우에 따라서는 TV나 DVD를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을 꺼리는 엄마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이가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TV나 DVD를 보면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면 아이는 점점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으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TV의 영어 프로그램이나 영어 DVD를 적절하게 이용하면 아이와 엄마가 함께 영어를 즐기면서 배울 수도 있다. 물론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프로그램을 함께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영어 프로그램에 엄마가 관심을 보인다면 아이는 훨씬 열린 마음으로 엄마에게 영어로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물론 적절한 선에서 TV나 DVD 시청의 분량을 조절하는 것은 부모의 또 다른 역할이다.

“Simon says” 영국 어른들도 즐겨 쓰는 말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더 많은 친구들과 놀 기회가 생겨나고 사용하는 어휘도 다양해짐에 따라 노는 모습도 조금씩 바뀌었다. 정현이와 준용이가 또래 친구들과 영어로 게임을 하며 노는 것을 보며 현지 아이들과는 영어 수준이 다른 한국 어린이들도 시도해봄 직한 것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영국에서 아이들과 선생님 또는 부모님이 함께 즐기던 게임 중에 ‘Simon says’라는 게임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상대방을 향해 “Simon says, put your hands up”이라고 명령하면 상대방은 이 말을 따라 손을 위로 들어야 한다. 그러나 ‘Simon says’라는 말을 붙이지 않은 채 “put your hands up”이라고 명령하면 동작을 해서는 안 된다. 동작을 하면 벌칙이 주어진다. 사내 아이들은 이 놀이를 하면서 “바지를 벗어라” 또는 “신발을 뒤집어써라” 같은 짓궂은 명령을 내려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하면서 낄낄대기도 한다. ‘Simon says’는 엄마와 아이가 이 구문만을 이용해 간단한 문장을 만들어 주고받기식 놀이를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게임이다. 영국에서 ‘Simon says’라는 표현은 수영 강습이나 축구 캠프 등에서 코치가 떠드는 아이들의 주의를 환기시킬 때 입에 자주 올리는 단어이기도 하다.
영어를 활용해 아이들과 간단히 즐기기 쉬운 놀이로는 ‘I spy’라는 게임도 있다. ‘spy(자세히 관찰해 무엇인지 알아내다)’라는 간단한 동사를 활용해 다양한 단어 연습을 하는 것이다. 게임 요령은 간단하다. 한 사람이 거실이나 방 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 중의 하나, 예를 들어 컴퓨터(computer)를 마음속에 생각하면서 “I spy with my little eyes something beginning with C”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C’로 시작하는 물건들의 이름을 대는 것이다. ‘Cup’ ‘Chair’ ‘Card’ 등의 단어를 돌아가면서 대면서 ‘Computer’라는 단어를 맞힐 때까지 단어 게임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물론 단어가 조금 어렵다 싶으면 something beginning with ‘C and O’와 같은 추가 힌트를 줄 수도 있다.
영어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하는 유아들을 위해서는 “I spy with my little eyes something that is yellow”처럼 단어 첫 문자의 스펠링 대신 모양이나 색깔을 이용해 응용할 수도 있다. 아무런 준비 없이도 집에서나 달리는 차 안에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에서 이미 알고 있는 단어 수준이 어디까지인지를 점검하고 단어 실력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데 매우 유용한 게임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영어 게임으로는 ‘Remind me’ 게임도 있다. 한 사람이 ‘Something reminds me of something ①’하고 말하면 다음 사람이 ‘Something ① reminds me of something ②’라고 문장을 이어가는 게임이다. 말하자면 끝말잇기와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하는 연상 이미지 잇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① My daughter reminds me of a doll. → ② A doll reminds me of a toy shop. → ③ A toy shop reminds me of Christmas. → ④ Christmas reminds me of a church.→ ⑤ A church reminds me of prayer 와 같은 방식으로 연결되는 단어를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이 게임은 아이들이 알고 있는 단어들의 수준에 따라 1라운드는 물건 (things), 2라운드는 사람(people), 그리고 3라운드는 동물(animals) 등으로 개별 주제를 정해놓고 진행할 수도 있다.

엄마와 놀다 보니 영어가 저절로~

1 학교 정식 입학일은 9월이지만 6월 경 ‘학교생활 맛보기 날(Taster's day)’이 있어 예비 신입생은 미리 담임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사진은 ‘학교생활 맛보기 날’ 처음 학교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현이의 모습. 2 코벤트리 외곽의 벅스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열린 여름 축제에 참가한 형제. 벅스웰에서는 매년 여름 마을 사람들이 타운 내 교회 목사님 집 뒷마당에서 여름 축제를 연다.



늘 활동적인 아이들을 위해 집 안에서 가볍게 움직이며 할 수 있는 게임으로는 ‘hotter and colder’와 같은 놀이도 있다. 엄마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물건을 집 안 여기저기에 미리 숨겨두고 아이에게 이를 찾게 한다. 물건의 이름은 말하지 않고 아이가 찾고자 하는 물건과 다른 방향으로 가면 엄마는 “colder” 또는 “getting colder”를 외쳐주고, 가깝게 접근하면 “hotter” “getting hotter”라고 말해주면 된다. 아이의 움직임에 따라, 숨겨놓은 물건이 바로 눈앞에 있는 상황이 됐을 때는 “Boiling” 또는 “you’re boiling”이라고 말하거나 반대로 아예 반대 방향으로 멀어져갈 때에는 “Freezing” 또는 “You are freezing”이라고 외쳐주면 아이는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hot, cold, boil, freeze와 같은 4개 단어만을 이용해서도 쉽게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간단한 영어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난센스 퀴즈 풀다 단어 실력 늘어
굳이 게임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영어 수수께끼나 난센스 퀴즈 등을 활용해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이 6~7세 무렵부터 수수께끼를 배우면서 크는 것처럼 영어권에서도 수수께끼와 유사한 ‘조크 북(joke book)’이 어린이들에게는 필수도서 목록에 들어 있다시피 하다. 단어를 조금씩 변형하거나 말장난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하는 놀이는 우리나라에도 많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즐겨 하는 말장난이 몇 개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우리는 사이다를 나눠 먹는 사이다.”
“피아노를 집어던지면 어떻게 피하노?”
“오렌지를 먹은 지 얼마나 오랜지?”
아마도 TV 개그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어디에선가 시작돼아이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이리라. 단어의 느낌이 반복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뜻이 없지만 같은 단어(같은 음)가 반복되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주는 모양이다. 영국에서 아이들이 즐겨 하는 조크에도 이와 비슷한 것들이 있다.
“Which girl is very good at exams?”이라는 질문을 했다고 치자. 답은 “Anne Sirs(answers)”다. “하늘에 별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수수께끼의 답을 기억하는가. 정답은 ‘별 볼 일 없다’. 그렇다면 ‘Beautiful’에서 ‘t’를 빼면 어떤 뜻이 될까? 정답은 ‘티(t) 없이 아름다운’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의 단어 놀이는 영어권에도 수없이 많다.
“What it a deer with no eye?(눈이 없는 사슴을 뭐라고 하게?)”라는 질문을 했다고 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르겠다(No idea)”라고 대답하면 질문을 한 사람은 박수를 치며 “You’ve just said it (방금 네가 말했잖아)”라고 말한다. 정답은 ‘No eye deer’다. 영국에서는 화장실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로 ‘restroom’이나 ‘toilet’말고도 ‘loo’라는 단어도 종종 쓰인다. 이 단어와 관련한 조크도 있다. “화장실이 없는 이글루를 뭐라고 하게?(What do you call an igloo without a toilet)?”라는 퀴즈의 정답은 ‘an igloo’에서 ‘a loo’를 뺀 ‘an ig’다.
아이들이 즐기는 영어 게임은 이렇듯 간단한 패턴을 계속 반복하는 놀이가 많다. 비슷한 패턴의 한국어와 영어로 된 조크를 엄마가 아이들에게 소개해 보자. 영어가 학습이 아니라 놀이의 도구가 되는 순간, 그것도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의 수단이 되는 순간 아이들은 영어와 훨씬 친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자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는 준용이 친구들은 내게도 다가와 이것저것 묻기 시작한다.
“준용이는 왜 한국말을 잘 몰라요?”
“사실은 한국말도 곧잘 하는데 받아쓰기는 아직 어려워. 외국에서 오래 살았거든. 혹시 준용이가 모르는 게 있으면 좀 가르쳐줄래?”
“근데 아줌마는 왜 한국말 잘해요? 아줌마도 외국에서 살았잖아요?”
“아줌마는 한국말을 다 배우고 갔거든. 근데 넌 이름이 뭐야?”
“한국 이름이요? 아님 영어 이름이요?”
“오우! 너 영어 이름도 있어?”
“네, 저도 영어 학원 다니거든요. 여기 있는 아이들 거의 다 다녀요.”
“그럼 영어 학원 가면 영어만 하니?”
“그럼요. 한국말 하면 손들고 앉아 있어야 해요.”
“와! 너 그럼 영어 잘하겠구나!”
“아뇨, 그냥 아는 말만 하면서 앉아 있어요.”
“그래도 영어 학원 가면 재미있겠네?”
“아뇨, 엄마가 가라고 하니까 가는 거예요. 짜증나지만 그냥 앉아 있어요.”
내 걱정은 이 대목에서 시작된다. 영어에 대한 불안감에 쫓겨 엄마들은 아이를 영어 학원으로 밀어 넣는다. 영어 학원에 등록해놓고 나면 엄마는 안심하고 아이의 영어실력이 쑥쑥 늘어 금방이라도 말이 튀어나올 것 같은 환상을 갖는다. 물론 아이가 수십 개의 단어를 외워 날마다 받아쓰기에서 만점을 맞아오는 것으로 엄마의 기대감은 채워질지 모른다. 그러나 단어 시험 만점이 영어에 대한 아이의 흥미를 높여주는 게 결코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의무감으로 영어 학원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것보다 게임과 놀이를 통해 엄마와 1시간만이라도 영어로 노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놀이는 아이와 부모에게 모두 도움되는 것(mutual benefit of child and parent)이라는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엄마와 놀다 보니 영어가 저절로~


오미경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했다. 2005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 6년, 다시 미국에서 1년을 살다 최근 귀국했다. 서강대와 영국 워릭대학교(University of Warwick)에서 각각 영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세 살과 한 살이던 두 아이는 열 살과 여덟 살이 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성동아 2013년 7월 5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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