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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계에서 떨어진 예능 신동, 강용석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갈 것”

글·김명희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3.05.16 10:41:00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말을 강용석에게 대입해 보면 ‘말로 망한 자 말로 흥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3년 전 아나운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는 요즘 ‘강용석의 고소한 19’ ‘썰전’ 등을 통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성역에 대한 금기에 가까운 이야기를 풀어놓는 그를, 누군가는 ‘상위 1% 그들만의 세상에서 우리의 세상에 떨어진 고소한 강용석’이라고 표현했다.
정치계에서 떨어진 예능 신동, 강용석


“아유, 강용석 씨 아닙니까.”
“팬이에요. 하하하.”
요즘 가장 잘 나가는 방송인이자 변호사인 강용석(44)을 그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만났다. 택시 기사가 차를 세우고 반갑게 알은체하는가 하면 지나가던 대학생들은 팬이라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대중적 인기만 놓고 보자면 국회의원이 부럽지 않다.
강용석은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산 사람이 아닐까 싶다. 서울대 법대-하버드 법과대학원-변호사-국회의원이라는 초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는 2010년 한 술자리에서 내뱉은 아나운서 비하 발언으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총선에서도 낙선하고, 정치인으로 재기가 힘들어 보였던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의외로 예능이라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를 시작으로, TV조선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JTBC ‘썰전’ 등에서 진행자로 맹활약하며 반전을 넘어 호감 이미지를 쌓아가는 중이다.

▼ 요즘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많은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소감은?
“방송의 힘이죠. 저는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방송이 저를 좋은 사람처럼 만들어줬어요. ‘썰전’을 시작하기 전 여운혁 CP와 두어 번 만났는데, 예능 PD들은 다른 건 몰라도 시청자가 출연자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란 확신이 들더군요(여운혁 CP는 MBC PD 출신으로, ‘무한도전’ ‘황금어장’ 등 MBC 간판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했으며 2011년 JTBC로 옮겼다).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생명이 신뢰감이라면 예능 프로그램 진행자의 생명은 호감도니까요.”

▼ 지난 3년 동안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은데요.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았죠. 이젠 끝이라 생각하고 낙심했더라면 더 힘들었을 텐데, 전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내가 어떻게 언론에 이렇듯 크게 나올 수 있을까’라고. 그랬더니 마음이 다잡아지더라고요. 편하게 생각하고, 책 많이 읽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미드’ 보면서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렸죠.”

▼ 아내와 아이들은 어땠나요.
“장인(윤재기 전 의원)이 국회의원을 하셨기 때문에 아내도 정치인으로서 한 번쯤 겪는 일 정도로 생각한 것 같아요. ‘비리 사건에 휘말려 감옥 가는 것보단 낫지 않느냐’고 오히려 저를 위로해주더라고요(웃음). 아이들한테도 자초지종을 잘 설명해줬고요. 그래도 아이들은 좀 그랬어요. 제 기사가 항상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려 있으니까 인터넷 들어갈 때 포털로 안 들어가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사이트로 들어가 거기서 기사 보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그것도 좋게 생각하는 게, 아이들이 그런 일을 통해서 굉장히 강해진 것 같아요.”

▼ 아나운서 비하 발언을 가장 먼저 보도한 곳이 중앙일보였어요. 안 좋은 감정이 남아 있었다면 JTBC 출연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의치 않았고요, 그쪽에서 껄끄러워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들만의 세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
“국내 1백49대밖에 없는 전용기, 저도 타본 적 있어요. 다른 분의 전용기를 정몽준 의원님과 빌려 탔는데 신기하더라고. 그 안에서 샴페인을 너무 많이 마셔서 잤어요.”(강용석의 고소한 19)
“호텔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이 잠깐 있었는데 선거 나가면서 팔았죠. 제일 먼저 팔리더라고. 부부에다 아이 둘까지 해서 7천(만원)인가에 샀다 나중에 1억6천(만원)인가에 팔았어요. 운동이 아니라 목욕하러, 거기 목욕탕에 딱 앉아 있으니 ‘성공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강용석의 고소한 19)
“박근혜 대통령이 예전에 한나라당 원외위원장 연수 뒤풀이에 오셔서 솔리드의 ‘천생연분’을 불렀는데, 그 자리에 있던 1백50명쯤 되는 정치인 중에 천생연분을 아는 사람이 저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나가 박 대통령 뒤에서 랩을 했다는 거 아니에요. 끝나고 나오니까 원외위원장들이 시샘 어린 눈빛을 보내더라고요.”(썰전)



방송 진행자로서 강용석의 경쟁력은 이런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카더라’라는 소문을 통해 알고 있는 것들을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자신이 만나고 접한 대한민국 상위 0.1%와 정치인들의 세계에 관한 고급 정보를 풀어놓는 것이다. 시청자로선 현장감 있는 그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듣다 보면 그들만의 리그에서 우리의 리그로 강등당한 강용석에 대한 묘한 동료 의식, 측은지심까지 생긴다.

▼ 방송을 시작한 후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걸 느끼나요?
“가끔 사인해달라는 분들도 있고, 사진 찍자는 분들도 있고. 그런 분들이 공통적으로 ‘앞으로 정치하지 말고 방송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또 기본적으로 제가 보수이긴 하지만 방송에선 중립적인 위치에 서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니까 예전에 보수적인 강용석을 싫어했던 분들도 생각보다 극단적이지 않구나 해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 방송을 보면 수위가 상당히 센 편인데 대본에 적힌 대로 하는 편인지, 아니면 애드리브가 많은지?
“‘고소한 19’에서는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초반에는 웃기긴 한데 강용석 애드리브에 지나치게 의존해서 오래 못 갈 것 같다는 비판도 있었는데, 우리 작가 말로는 갈수록 더 재밌다고, 1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 수위 조절은 어떻게 하는지?
“저는 이 말을 해서 어떤 문제가 생길까 그런 계산을 안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요.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제작진이 알아서 아슬아슬한 선에서 편집을 잘해주더라고요. 그래서 믿고 가요.”

▼ 정치권에 관한 민감한 이야기도 많이 하던데, 국회의원들이 항의하지는 않는지?
“전화가 좀 옵니다(웃음). ‘왜 그렇게 말했느냐’고 따지는 건 아니고, 주로 해명차 전화를 하시는데, 그럼 ‘잘 듣고 기회가 되면 방송에 반영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죠. 그런 전화가 오면 저보다 제작진이 더 신기해하더라고요. 시사나 보도 프로그램은 그런 전화를 많이 받으니까 익숙한데, 예능 PD들은 깜짝 놀라더라고요.”

▼ 변호사, 국회의원, 방송인 등 화려한 직업을 두루 거쳤습니다. 국회의원도 아나운서 발언 파문으로 문제되기 전까지는 의정 활동 성적이 좋았습니다. 각각의 일에서 직업적인 성공을 거둔 비결은?
“제 인생의 모토가 선택과 집중이에요. 사람이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으니까 이왕이면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거죠. 고시 공부를 할 때도 주관식은 책의 1/3만 줄 치고 줄 친 내용의 1/3만 확실히 쓰자는 마음가짐으로 나머지는 과감하게 포기했어요. 선거 운동 할 때, 의정 할동 할 때 모두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했죠. 요즘은 방송을 하고 있으니까 출연 제의가 여기저기서 엄청나게 많이 들어와요. 그런데 많은 패널 중 한 명으로 나가는 것보다 이왕이면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 ‘고소한 19’와 ‘썰전’을 선택했어요. 패널로 돌았더라면 아마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거예요.”

▼ 아이들 교육에도 물론 선택과 집중을 적용하시겠네요?
“아이들에게 늘 그런 이야기를 해주죠. 물론 모든 일을 두루 다 잘하면 좋겠지만 사람의 능력은 한정돼 있거든요. 아이들에게도 운동을 잘하면 운동, 음악을 잘하면 음악을 하라고 얘기했어요. 그런데 걔네들이 그런 걸 다 잘 못해요(웃음). 그나마 잘하는 게 공부더라고요. 그래서 그쪽에 집중하자고 했죠. 그리고 아이들이 선거에 나가는 걸 좋아해요(웃음). 큰아이가 중학교 3학년, 둘째가 2학년인데 이번 학기 초에 각각 전교 회장, 부회장 선거에 나갔어요. ‘둘 다 나가면 떨어질 확률이 높으니까 후보 단일화를 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더라고요. 결국은 큰녀석은 회장, 둘째는 부회장에 당선됐어요(웃음).”

지금은 방학 중인 정치,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것
3년 전 아나운서 비하 발언에 대한 온갖 기사와 댓글이 쏟아질 때만 해도 그를 ‘뿔 달린 괴물’쯤으로 생각했다. 자신을 개그 소재로 삼은 개그맨을 고소했을 땐 ‘좀 웃기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 최근 방송을 통해 접한 그의 이미지는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직접 만난 강용석은 방송에 비춰진 모습보다 훨씬 더 진지했다.
강용석에겐 요즘이 ‘화양연화’가 아닌가 싶다. 물론 그도 지금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은 정치인이라고 못을 박는다. 사실 몇 차례 언론에서 밝힌 적이 있듯, 그의 꿈은 대통령이다. 한때 재기 불능인 것처럼 보였던 그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대통령도 아주 무모한 꿈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꿈은 클수록 좋은 거니까.

정치계에서 떨어진 예능 신동, 강용석


▼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그중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이 있다면?
“다 그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는데, 피드백이 가장 좋은 건 역시 방송이에요. 매일 시청률이라는 성적표가 나오니까. 시청률이 잘 나오면 뿌듯하고, 잘 안 나오면 더 분발해야겠다 싶죠. 제작진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제가 잘해야 방송이 산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고, 대화를 주도하려고 노력해요. 시청자들의 눈이 정말 매서운 게 준비가 조금 미흡하다 싶으면 바로 시청률에서 표가 나더라고요.”

▼ 얼마 전 ‘썰전’에서 논문 표절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김미경 씨에게 ‘눈이 다 오고 나서 마당을 쓸라’고 조언을 하시던데.
“김미경 씨가 그 방송을 봤을지 모르겠는데, 댓글에 연연하거나 새로운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하면 견디지 못해요. 시간이 충분히 지난 다음에 사과하고 대응해도 늦지 않다는 거죠. 제 경우엔 10년, 20년이 지난 후 돌이켜 봤을 때 ‘그때 어떻게 하는 게 옳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10년 후 내가 뭘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어떻게 스탠스를 잡아야 할지 답이 나오더라고요.”

▼ 10년 후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요?
“확실히 정치를 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정당에 입당하거나 그럴 생각은 아니고요, 좀 더 시간을 갖고 타이밍을 지켜보려고요.”

▼ 정치를 하면서 그렇게 힘든 일을 겪었는데,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대한민국, 우리 사회를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싶은 게 모든 정치하는 사람의 꿈이에요. 사실 저는 처음에 내 주변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변호사를 하면서 참여연대에 들어가 5년 정도 재벌 개혁 운동, 소액 주주 운동을 했죠. 그런데 그런 걸 하려면 먼저 법을 바꿔야겠더라고요. 그래서 국회의원이 됐는데 의원 한 사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더군요.”

▼ 그래서 대통령을 꿈꾸는 거군요.
“제가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가려면 결국은 대통령을 해야겠더라고요. 사실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모든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꿈꿀 거예요. 국회의원 하려고 정치하는 건 아니거든요.”

▼ 요즘 방송에서 서울 노원 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 저격수를 자처하던데, 혹시 그것 때문에 역풍을 맞으면 정치인으로 재기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제가 안철수 후보와 같은 당이 될 일은 없을 테니, 그런 걱정은 안 해요.”

▼ 혹시라도 나중에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럼 카운터파트너로 오히려 제가 뜨지 않을까요(웃음).”

장소협조·UFF(02-326-0864)

여성동아 2013년 5월 5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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