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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착한 남자 vs 늑대 소년 어느 쪽이 진짜 송중기?

야누스적 매력으로 진짜 배우가 되다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아이에이치큐 제공, CJ E&M

2012. 11. 16

아이돌 같은 외모의 배우 송중기는 이래 봬도 발연기 논란 없는 ‘진짜배기’다. 부드러운 밀크 보이에서 야성적인 나쁜 남자로 돌아온 그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착한 남자 vs 늑대 소년 어느 쪽이 진짜 송중기?


뽀얗고 깨끗한 피부의 소유자인 배우 송중기(27).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 광고 모델 시절, 영화관에서 스크린 가득 광고 속 그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여성들의 탄식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웬만한 여자보다 뽀송뽀송한 피부의 그는 남자 배우로는 드물게 뷰티 북 ‘피부미남 프로젝트’의 저자이기도 하다.
데뷔작은 2008년 YTN 드라마 ‘러브 레이싱’의 수영 강사, 영화 데뷔작 또한 같은 해 ‘쌍화점’의 건룡위 노탁 역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처음 방송에 얼굴을 비춘 건 2006년 KBS ‘퀴즈 대한민국’이었다. 당시 성균관대 경영학과 1학년이던 그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미 방송을 타기 전부터 ‘성균관대 대표 얼짱’으로 불린 그는 학교 홍보대사와 대학생 잡지 표지 모델을 하는 등 ‘지’와 ‘미’를 겸비한 ‘엄친아’로 살고 있었다.

꽃미남에서 연기파 배우 되기까지
그가 방송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2008년 엠넷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에서였다. ‘재용이의 순결한 19’를 만든 이슈메이커 김태은 PD의 작품으로 꽃미남들에게 뜨악할 상황을 던져주고 그들의 반응을 살피는 프로그램이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광녀를 살리고자 인공호흡도 마다하지 않던 까칠하지만 따뜻한 대학생이 바로 그였다.
방송에서는 평범한 차림에 도서관을 자주 드나드는 학구파 모범생의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방송에 따르면 주 활동 지역은 서울 대학로로 여자 친구를 사귄 횟수는 4번. 이상형은 발랄하고 청순한 여성으로 배우 이수경 같은 타입을 좋아한다고 했다. 한 달 용돈은 40만원. 쇼트트랙 선수로 활동했던 이력이 밝혀지기도 했다. 참고로 그는 아마추어 선수급 탁구 실력을 갖춘 데다 클라리넷과 아코디언도 다룰 줄 아는 다재다능한 남자다.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에 출연했던 꽃미남들은 ‘제국의 아이들’ 멤버 문준용, ‘B1A4’의 멤버 정진영 등으로 현재 모두 활발하게 연예 활동을 하고 있다.
송중기가 배우를 꿈꾸게 된 건 고등학교 시절 교회 연극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소심하던 자신이 무대에서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게 변하는 모습에 ‘끼’를 발견했다고.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혀 일단은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취업 걱정은 없었겠다’는 질문에 “언론고시도 준비하며 아나운서와 PD를 꿈꿨다”고 했다. 실제로 대입에 실패 하자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와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다녔다. 재수 끝에 2005년 성균관대 경영학과에 진학한 그는 교내 방송국 아나운서로 2년가량 활동하며 경험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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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에 정식 데뷔한 이후로는 특기를 살려 드라마 ‘트리플’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지풍호 역을 맡기도 했다. 영화 ‘오감도’와 ‘이태원 살인사건’에서는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제 또래 대학생을 연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나갔다. 드라마 ‘산부인과’에서 이영아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아~ 이쁘다 뽀뽀뽀뽀뽀뽀”는 그의 이름 옆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로 인기.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트렌디한 드라마에 어울리는 20대 남자 배우 중 하나로만 보였다.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 건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서였다. 조선시대 얼짱 선비 4인방 중 한 명으로 여색을 밝히고 음주가무를 즐기는 깐족 대마왕 구용하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그와 대비되는 거친 매력의 유아인(문재신 역)과 찰떡 호흡을 선보인 것. 그해 KBS 연기대상은 이례적으로 ‘남녀 커플’에게만 주던 ‘베스트 커플상’을 이들 ‘남 남커플’에게 수여했다. 이날 ‘인기상’도 함께 받아 2관왕에 오른 송중기는 “눈이 불편해서 손자 얼굴도 평생 못 보고 사신 외할머니가 많이 생각난다”라며 “집에서 손자 목소리 들으실 텐데 사랑합니다”라며 울먹였다. 이후 ‘연예가중계’와의 인터뷰에서 “(베스트 커플 투표에서) 우리가 압도적으로 1위라서 당황스러웠다”라며 “그날 이후로 (유아인과) 연락이 뜸해졌다”고 재치 있게 답하기도 했다.
앞선 2009년에는 KBS2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MC 자리를 꿰차고 첫 방송에서 신고식 삼아 포미닛의 ‘핫이슈’에 맞춰 뻣뻣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그는 “그 이후로 팬들이 춤은 추지 말라더라”라며 지우고 싶은 과거로 ‘뮤직뱅크 첫 방’을 꼽았다. 이듬해에는 S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는 원년 멤버로 10개월간 활동하며 예능감과 운동 실력을 뽐냈다.



‘우유청년’ 이미지 바꿀 생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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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가 말없는 늑대 소년으로 변신한 영화 ‘늑대 소년’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기’도 ‘예능’도 되는 배우임을 증명한 그는 주연을 맡으려 서두르기보다 좋은 작품을 고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해 인기를 끈 SBS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의 젊은 세종대왕 이도 역이다. 극 전체를 보면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그는 성인 역을 맡은 한석규에게 바통을 넘기기까지 대선배의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찍 데뷔한 편이 아니라서 주연과 조연, 분량을 가리지 말고 이것저것 해보자는 생각이 크다”는 송중기. 올해 4백93만 명을 동원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차태현과의 친분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받고 우정 출연했다. 스태프 롤이 거의 올라갈 때쯤 나오는 그의 분량은 1분이 채 안 된다.
그런 송중기의 첫 주연 드라마가 바로 KBS2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그는 “첫 주연작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어떤 배역을 맡을 때 분량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 아니라서요. 만약 그랬다면 ‘뿌리 깊은 나무’도 만나지 못했겠죠. 그런 의미에서 첫 주연작이라는 점에 의미를 두지 않아요. 제가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본방으로 챙겨본 거의 유일한 드라마가 ‘꼭지’예요. 이경희 작가님과는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지만, 그때까지도 이 작가님이 ‘꼭지’를 쓰신 줄 모르다가 나중에 알고 놀랐죠. 지금도 촬영하면서 ‘내가 이 작가님 작품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무척 설레요. 대중에게도 그렇지만 작가님께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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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극을 이끌어가는 주축이 어린 배우들이라 무게 중심이 제대로 잡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착한 남자’는 송중기와 박시연, 문채원의 호연에 힘입어 시청률 15%를 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본디 한없이 착한 남자였지만 사랑에 배신당한 뒤 복수를 위해 또 다른 사랑을 이용하는 나쁜 남자가 되는 강마루 역을 맡았다. 순둥이나 애교 많고 통통 튀는 캐릭터를 주로 맡은 그에게는 다소 의외의 선택.
“지금까지 제 이미지가 ‘서울우유’던데, 기존 이미지를 바꿔보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바꾸려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그저 시나리오가 좋아 선택했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서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죠. 성장통을 겪어보고 싶었어요. 제가 연기를 못해서 욕을 먹더라도 이걸 끝내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이미지는 굳이 바꾸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지금 이미지가 ‘광고’하기에 더 낫거든요(웃음). 앞으로도 어떤 이미지를 노리고 특정한 역할을 연기할 생각은 없어요.”
연출을 맡은 김진원 PD는 그와 촬영하며 “미디어를 통해 봐왔던 송중기에 대해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촬영 장면을 모니터링하면서 송중기 씨가 ‘남자’인 걸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감사한 건 모니터 상의 송중기 씨를 보면 봉우리가 터지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잦다는 점이에요. 그런 순간을 본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죠. 작가와 제가 그에게 햇빛과 물을 너무 많이 주는 건 아닐까, 색을 못 내게 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고요. 이 친구가 알고 보니 꽃이 아니라 잡초 같은 사람이더라고요.”
가만히 듣고 있던 송중기는 “주연 배우에게 ‘잡초’라는 이야기를 하느냐”며 웃었다.
“저같이 어린 나이에 연기를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어요. 그래서 이 작품은 경험 쌓기에는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주연 배우니까 결과물도 좋으면 좋겠죠. 나는 여기까지 보여줄 수 있는데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가 고민이에요. 학업은, 아직 졸업을 못했는데 휴학은 하지 않았지만 계속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학교를 못 나간 적이 많았어요. 예전부터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하는 성격이라 병행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열심히 해야죠. 이왕에 시작한 거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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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타이틀 개의치 않는 진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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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와 박보영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영화 ‘늑대 소년’도 10월 말 개봉한다. 영화는 늑대 소년과 세상에 마음을 닫은 외로운 소녀의 운명적 만남을 그렸다. 그는 “한국 영화에서 지금껏 그 누구도 해보지 않았던 연기라서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영화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걸 하는 게 맞을까’ 싶은 굉장한 모험이라 생각했어요. 하지 말라고 말리는 분들도 있었고요. 그런데 조성희 감독님께서 A4용지 40장에 달하는 분량의 캐릭터 분석 자료를 메일로 보내주시며 잘 소화하면 도움이 될 거라며 조곤조곤 믿음직스럽게 말씀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큰 믿음이 생겼고, 감독님의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아, 이거 힘들겠구나’ 겁도 났어요. 영화를 보면 감독님만의 디테일을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는 비슷한 캐릭터를 찾아보고 모방하는 방식으로 연기 연습을 한다고.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영화 ‘렛미인’과 ‘가위손’ 등을 참고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골룸 역을 맡은 배우의 제작 과정 영상도 수차례 돌려봤다. 함께 출연한 배우에게 마임을 배우고 동네 개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등 누구보다 진지한 자세로 촬영에 임했던 그. 추운 날씨에 체온 46℃의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얇은 옷을 입고 찍는 게 고역이었다.
“정말 춥더라고요(웃음). 시나리오에 제 대사가 거의 없어 ‘이번 작품은 편하게 하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대사 없는 게 그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물론 좋은 점도 있었죠. 대사가 없으니 상대의 감정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육체적인 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워서 늑대의 걸음걸이, 행동 등 공부를 많이 했어요. ‘현장 가서 박보영 씨 대사를 듣고 움직여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답을 찾아나간 것 같아요. 역시 현장이 답이더라고요. 오히려 제 대사가 없다 보니 보영 씨가 피드백 받을 게 없어서 더 힘들었을 거예요.”
그는 “정말 감사하게도 주연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런 것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나중에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지만 생각한다”며 “더욱 성실한 자세로 공부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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