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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원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정은의 귀환

“알수록 힘든 시월드, 결혼과는 점점 멀어지는 듯”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이기욱 기자, KBS 제공

2012. 11. 15

원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정은의 귀환


아무 데서나 다리를 쩍쩍 벌리고 코를 후벼 판다. 머리는 늘 산발이고 복장은 초록색 트레이닝복이 전부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이미지로 먹고사는, 그것도 결혼도 안 한 여배우가 이래도 되나 싶다. 하지만 정작 김정은(36)은 더 리얼하게 하지 못해 안달이다. 신현준과 트위터 상에서 옥신각신하는 모습도 코믹 그 자체. 신현준은 극 중 불륜녀로 등장하는 한채아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올리며 ‘김정은 보고 있나’라는 멘션을 날리고, 김정은은 ‘내가 오늘 총부리로 오빠를 때렸다. 남자 연기를 해서인가, 갈수록 힘이 세지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떠는 식이다.
드라마 방영 전 만난 김정은은 시청률에 관한 질문에 “대작 드라마인 ‘마의’ ‘신의’와 맞붙게 돼 겁난다. 욕심을 비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과 신현준의 호연에 힘입어 ‘울랄라 부부’는 5초마다 (웃음을) 빵빵 터트리며 첫 회에 동시간대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그가 한 번쯤 영혼을 바꿔 살아보고 싶은 인물로 꼽은 사람은 요즘 대세남인 싸이. 김정은은 “싸이를 보며 ‘이렇게 살아봐야 하는 거 아냐 ’란 생각을 했다. 미국 가서 말춤을 춰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태어나도 여배우를 하겠다. 힘들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 이어 시월드에 대해 다루는 드라마다. 이번 작품이 결혼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드라마 초반 시어머니, 시누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이 많았다. 그 때문에 ‘결혼 못하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이나 언니들을 만나면 늘 시댁 이야기만 한다. 우아한 여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그게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조금은 공감하게 됐다.”
▼ 진짜 결혼 계획은 ?
“하루가 급하다. 이대로 가면 노산이다(웃음). 노력해보겠다. 하지만 (이서진과 교제했던 경험에 비추어) 공개연애는 반대다. 후배들한테도 숨길 수 있을 때까지 숨기라고 한다. 대신 나는 들키면 바로 인정한다.(웃음)”
▼ 여배우가 남자를 연기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는 여자 형제가 없고, 어머니도 딸만 여섯인 집안의 넷째다(그의 외가는 소문난 미인 집안이다. 그의 첫째 이모가 미스코리아 진, 그의 엄마는 미스 경북 진 출신이다). 그만큼 주변에 남자가 없어서 남자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다. 남자 배우와 스태프, 담당 PD까지 모든 사람을 모델로 삼고 있다. 연기를 해보니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저씨들은 좀 부끄러움을 모르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웃음). 다리도 쩍 벌리고 앉고, 가려우면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긁고 바지 속에 손을 넣고, 강아지풀로 이를 쑤시고…, 그런 부분을 실감 나게 표현해보려고 했다.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망가질 각오로 연기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보시는 분들이 ‘쟤, 왜 저래?’ 하실까봐 좀 걱정도 된다.”
▼ 신현준 흉내 중 특히 힘든 부분은 없었나?

원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정은의 귀환


“신현준 씨가 내 말투를 흉내 내려고 내가 출연한 작품은 모두 찾아봤다고 하더라.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최근 신현준 씨가 출연한 드라마를 찾아봤다. 그런데 막상 최근작들이 전부 바보 역뿐이라 연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웃음). 신현준 씨 코가 워낙 높고 턱도 큰 편이라 나도 그렇다고 상상하고 연기하는데, 너무 힘을 줘서 촬영이 끝나면 얼굴이 아프다. 육체적으로 힘드니까 잘 먹어도 자꾸 살이 빠진다(웃음).”
▼ 반대로 신현준의 흉내를 통해 몰랐던 자신의 모습도 알게 됐을 것 같다.
“내 말투가 그렇게 특이한 줄 몰랐다. 그걸 ‘쪼’라고 하나, 아무튼 억양이 굉장히 튀더라.”
▼ 제작진이 신현준과 찰떡궁합이라고 하던데.
“신현준 씨보다 더 고수남 역을 잘 소화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신현준’ 하면 다들 ‘맨발의 기봉이’를 떠올리는데 고수남이 기봉이를 넘어설 것 같다. 그만큼 현장에서 너무 몰입해서 잘한다. 단지 열심히 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캐릭터를 가지고 놀고 즐긴다는 느낌이 나서 나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 한때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코믹 연기는 ‘루루공주’ 이후 6년 만이다. 그동안 일부러 피한 건가.
“솔직히 예전에는 ‘코미디 달인’이라는 평가에 약간 발끈했다. 난 진지한 것도 잘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몇 년간 여러 작품을 하다 보니까 옛날에 몰랐던 코미디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이렇게 재밌고, 행복하고, 좋아하는 걸 왜 안 했을까 싶다.”



김정은은 KBS ‘연예가 중계’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받고 싶은 상으로 연기대상을 꼽았다. 하지만 이내 상반기에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각시탈’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안 되겠네” 하면서 금세 자포자기 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 같다. 무엇보다 시청자로서 매주 이틀씩 큰 웃음을 선사하는 김정은과 신현준에게 큰 상을 주고 싶다.

원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정은의 귀환

김정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그가 여배우임을 잊게 할 정도다.



공감 100% ‘울랄라 부부’ 명대사 퍼레이드

‘울랄라 부부’의 대사는 눈물나게 웃기면서도 귀에 쏙쏙 와 박힌다. 공감 100%, 때로는 속 시원한 19禁 토크까지, 결혼생활의 진리를 담고 있는 깨알 같은 명대사를 정리했다.

원조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정은의 귀환
부부는 이불만 같이 덮는 게 아니라, 서로 허물도 덮어주고 상처도 덮어주며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자고 난 이불을 정리하라는 여옥의 말에 “당신도 그곳에서 잤잖아. 이건 어디까지나 집안일이야”라며 얄밉게 몸만 빠져나와 출근한 고수남이 부부싸움 후 호텔로 피신 온 한 여사에게 조언을 한답시고.

“‘부처인연숙세래(夫妻因緣宿世來)’. 부부는 전생에서부터 쌓은 인연으로 만난다. 그렇게 만났으면 서로 좋은 인연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지.”
→ 전생에서부터 이어져온 인연을 거스르고 쉽게 이혼을 결정한 고수남과 나여옥에게 월하노인이 영혼이 바뀌는 벌을 내리면서.

“당신은 만날 집에서 뭐했냐고 그러지만 시어머니 시누이까지 뒷바라지하면서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게 쉬워 보이지. 해도 해도 끝도 없고 표도 안 나는 게 집안일이야…. 이건 퇴근도 없고, 힘들다고 그만둘 수도 없어. 당신은 쉬는 날도 있지만 난 월화수목금금금이란 말이야.”
→ 고수남과 나여옥이 영혼이 뒤바뀐 후 두 사람의 행동이 이상해지자 시어머니가 나여옥에게 “기왕 이혼하기로 했으니 집을 나가라”고 한다. 답답해진 나여옥이 고수남에게 그간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소연 하는 장면.

내가 당신한테 이런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헤어지니까 하는 거야! 당신 만나고 나서 지금까지 오 선생을 한 번도 뵌 적이 없어 (오 선생? 오 선생이 누구신가?) 오 선생님 몰라? 당신 고등학교 때 체력장 했지? 남자들은 뭐하니? 턱걸이, 여학생들은 뭐하니? 옆에서 오래매달리기 하잖아? 내가 그때 느껴보고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야!
→ 고수남과 나여옥은 영혼을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 호텔에서 합방을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나여옥이 남편에게 결혼생활 동안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낀 적이 없었노라고 말하는 장면.

“‘남눈여귀’. 남자는 눈 여자는 귀. 남자는 눈으로 보는 누드에 약하고 여자는 귀로 듣는 토크에 약하다는 얘기야.”
→ 같은 장면에서 나여옥이 남편에게 섹스의 정석을 알려주겠다며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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