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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 만드는 장인,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

글 | 김명희 기자 사진 | 홍중식 기자

입력 2012.07.31 10:16:00

면역력을 높여 각종 질병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며 변비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유산균.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유산균도 섭취하는 원칙이 있다. 우선 양이 충분해야 하고 장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떻게 먹어야 할까. 쎌바이오텍은 선진국에서 비타민만큼이나 인기가 높은 유산균을 농축하는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유산균 만드는 장인,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체내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내는 살아 있는 유산균) 전문 기업 쎌바이오텍 정명준(54) 대표는 개그맨 유민상처럼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이다. 셔츠 위에 걸친 회사 조끼엔 큼지막한 태극 마크가 달려 있다. 쎌바이오텍은 세계 무대에서 ‘바이오업계의 삼성’으로 통한다. 삼성이 가로 세로 1cm 내외의 얇은 실리콘 웨이퍼 안에 메모리를 집적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면, 쎌바이오텍은 1g 안에 1천억 마리의 유산균을 농축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단백질과 다당류로 이중 코팅을 해 유산균이 소화 과정에서 소멸되지 않고 장까지 살아서 가도록 하는 특허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유산균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특히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는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 정 대표는 덴마크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연세대 생물학과·서울대 대학원 미생물학과 출신인 그는 졸업 후 식품 기업 대상에서 10년간 일했다. 그러다 회사에서 덴마크로 유학을 보내줘 그곳에서 두유를 유산균으로 발효시켜 사과주스를 만드는 기술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이는 비교적 저렴한 콩으로 맛있는 주스를 공급해 빈곤한 아프리카 국민들의 영양 상태를 개선할 목적으로 유니도(UNIDO·개발도상국 기술 원조를 위한 국제 기구)에서 지원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정 대표는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유산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덴마크 유학 중 돈 벌어주는 유산균에 눈떠
“당시 세계적인 유산균 회사 크리스찬 한센과 공동 작업을 했어요. 당시 우리 회사(대상)에서 만드는 미원은 이윤이 1kg에 1달러인데, 그들이 만드는 유산균은 1kg에 4백 달러가 남는 것을 보고 억울한 생각이 들더군요. 이걸 연구해서 사업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1996년 유산균 전문 기업을 창업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1호 쎌바이오텍은 이렇게 탄생했다. 쎌바이오텍은 외환 위기 당시 무리한 공장 증설로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유산균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지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저희 회사에서 완제품을 구입해가는 덴마크 제약 회사 악타비스 관계자가 ‘쎌바이오텍 유산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하더군요. 가장 잘 팔릴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재구매율도 높다고요. 개인적으로는 덴마크에서 공부할 때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으며 설움을 많이 당했기 때문에 저희 제품으로 덴마크 시장을 석권했다는 게 더 감회가 깊습니다. 소심한 복수라고 할까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에서 덴마크에 져 은메달에 그쳤던 임오경 선수도 ‘한을 풀어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웃음).”

유산균 만드는 장인,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

1 쎌바이오텍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유산균. 2 3 쎌바이오텍은 외국 제약사에 OEM으로 유산균을 납품하는 한편 국내에서는 ‘듀오락’이라는 자사 브랜드도 갖고 있다.



유산균은 면역력을 높여 각종 질병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것 외에도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변비를 개선하는 등의 효과가 있어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식품보충제(supplement)로 비타민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특히 항생제 복용으로 체내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여행을 앞두고 물갈이 설사가 걱정되는 경우엔 꼭 유산균을 복용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와 간장, 고추장, 된장 등 발효 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에 유산균을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한참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
“유산균이 몸속에서 제 기능을 하려면 하루 50억 마리 이상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걸 김치로 따지면 10포기 정도는 먹어야하는 양입니다. 또 유산균은 끓이면 모두 죽기 때문에 찌개로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발효 식품의 좋은 유산균 성분은 다 없애고 감칠맛만 느끼는 거죠. 유산균을 제대로 섭취하려면 김치도 젓갈을 많이 넣어 담근 뒤 푹 삭혀서 날로 먹어야 하고, 청국장도 일본의 낫토처럼 생으로 먹는 것이 좋아요.”
더 큰 문제는 한국인의 장 건강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음주 문화와 인스턴트 식품, 육식 위주의 식생활 때문이다. 특히 위스키 반 병을 마시면 장내 유산균이 절반 정도 죽어나간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 이를 보충해주지 않으면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의 입가나 코 주위에 부스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장 건강 이상은 어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는 유산균 종균을 채취하기 위해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등에서 아이들 기저귀를 수거하는데 17년 전에는 기저귀 10개 중 3개가 푸른 변이었다면, 요즘은 7개 정도가 푸른 변이라고 한다.



유산균 만드는 장인,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

경기도 김포 회사 옆에 위치한 쎌바이오텍의 게스트하우스. 외국 바이어들을 맞기 위해 고급 펜션처럼 꾸몄다.



“저희는 농담 삼아 ‘변 색깔만 봐도 아이가 나중에 커서 서울대 갈 수 있을지 안다’고 합니다. 0~2세가 아이들 두뇌 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뇌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그러러면 장에서 단백질을 잘 분해해서 소화 흡수를 해야 하는데 유산균이 그 역할을 하죠. 황금색 변은 그런 활동이 잘되고 있다는 증거인 반면 푸른 변은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출산할 때 엄마의 유산균이 산도를 타고 아기 입으로 들어가는데, 결국 요즘 엄마들 장 상태가 안 좋다는 의미예요.”
그러면서 정 대표는 요즘 강남 시어머니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며느리 고르는 법을 들려줬다. 호텔 뷔페에 데리고 가 먹고 싶은 것을 맘껏 골라 먹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은연중에 식생활이 드러나는데, 이때 손주 낳을 며느릿감으로 적당한지 여부를 살핀다고 한다.
“이왕이면 항생제나 방부제가 적게 들어간 음식을 골라 먹고 생선도 양식이나 냉동보다는 자연산을, 채소도 농약을 덜 치고 키운 걸 가려 먹으면 좋겠어요. 몸에 좋은 음식을 선별해 먹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 차이가 나게 마련이에요. 제 경우에도 고등학교 동창회에 가면 친구 중 절반은 머리숱이 듬성듬성하고 나머지 절반은 머리가 하얘요. 탈모나 백발은 두피까지 단백질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죠. 저는 아직 흰머리가 없어요. 친구들이 산삼을 달여 먹느냐고 묻는데 그건 아니고, 유산균을 매일 규칙적으로 먹습니다(웃음).”

직원 자녀들도 다니고 싶을 만큼 좋은 회사 만드는 것이 꿈

전 세계적으로 유산균 종균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업체는 쎌바이오텍이 유일하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 외국 유수 제약 회사에 OEM으로 유산균을 납품하던 쎌바이오텍은 최근 ‘듀오락’이라는 자사 브랜드로 국내·외 시장을 개척 중인데 뛰어난 기술력에다 코리안 프리미엄이 보태져 특히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쎌바이오텍을 직원 자녀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 하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 그의 꿈이다. 또 현재는 이공계 전공자가 사회에 나왔을 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고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쎌바이오텍이 바이오 인력의 사관학교가 돼 대학과 기업을 이어주고 싶은 포부도 있다고 한다.
“저희는 직원들한테 ‘자녀들은 대학에서 바이오 관련 전공을 시키라’고 합니다. 직원들이 나이 들어 퇴직하면 새로운 인력이 필요한데, 이왕이면 자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 좋지 않겠어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직원들이 비전을 갖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일 년에 두 번 ‘1박2일’과 ‘만원의 행복’을 결합한 스타일의 팀장 워크숍을 진행해 우승한 팀 부부들은 해외 여행을 보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친해진 직원 아내들은 회사일에도 한 식구처럼 참여한다. 회사 구내 식당에서 김장을 담그는 날에는 직원 아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남편이 먹을 김치를 함께 만들고, 얻어 가기도 한다고 한다.
정명준 대표와의 인터뷰는 당초 한 시간으로 예정됐지만 유산균에 대한 그의 신념과 경영 철학을 듣다 보니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진정성이 배어 있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의 가슴에 달려 있는 태극기가 더욱 자랑스러워 보였다. 기술이나 비전, 모든 면에서 쎌바이오텍은 국가대표 벤처 기업임이 분명해 보인다.

여성동아 2012년 8월 5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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