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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미국 남자가 교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글·사진 | 김숭운 미국 통신원 사진제공 | REX

2012. 04. 04

미국 남자가 교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지난 2월, 뉴욕 시 4~8학년 교사들의 개인별 근무평가 점수가 발표되는 바람에 교직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교사 노조와 일부 학부모들은 발표 저지를 위해 소송까지 걸었지만 결국 법원이 발표를 찬성하는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교사들의 점수가 발표되자 언론은 최우수 등급(99점)을 받은 교사 15명 중 남자 교사가 1명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남자 교사의 숫자 자체가 적기 때문에 우수 교사의 수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교사들의 성비 불균형이 다시금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뉴욕 시 공립학교 교사 가운데 남자 비율은 23.7%에 불과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단에서 남자 교사가 줄어들면 학생들이 성 역할에 대해 배우는 데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교사의 증가로 인해 남학생들이 여성화되는 것은 물론, 수업이나 시험도 여학생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수업에 필요한 예를 들 때도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나 패션·메이크업 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스포츠나 기계류에 관심이 있는 남학생들에게 불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면에서는 남학생들이 성인 남성 롤 모델을 만날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현상의 부작용은 특히 편모 혹은 조모에 의해 양육되는 아이들이 많은 빈곤층과 유색 인종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미국에서는 이혼을 하면 아이들은 어머니가 키우고 아버지는 양육비를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이혼율이 높은 빈곤층 가정의 아이들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남성 롤 모델을 만날 수 없게 된다.

미국 남자가 교직을 기피하는 이유는…

1 2011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원 졸업식. 대부분이 여성이다. 2 미국 공립학교 교사 중 여성의 비율은 75% 이상이다.



여학생과의 성적 접촉에 대한 우려도 기피의 원인
이 같은 남녀 교사 성비 불균형의 근본 원인은 교직을 지원하는 남성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 교사를 위한 연구기관인 ‘맨티치’는 남자가 교직을 기피하는 이유로, ‘교직은 여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선입견과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여학생과의 성적 접촉에 대한 우려’ 그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보수 등을 꼽고 있다.
남자 교사 부족 현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007년 한 통계에 따르면 아르메니아는 초등학교 교사의 99.68%가 여자 교사이며 구소련과 동구권 국가 대부분도 심각한 교사 여초 현상을 겪고 있다. 남녀 교사 비율이 1대 1 정도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로코 정도이고, 여성의 교육 기회가 제한된 아프리카 나라들 정도만 아직도 남성 교원의 수가 여성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어쨌든 미국은 그 정도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어서 교직의 남녀 성비 불균형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남자 교사 수를 늘리기 위해 임용의 특혜를 주거나 특별 채용을 하는 방식도 고려되고 있지만 이는 헌법의 ‘성적 차별 금지’ 조항에 위배되기 때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현재 미국 교육계의 고민이다.

김숭운씨는…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28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원래 공학을 전공한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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