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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낭창낭창 휘적휘적 가고 싶은 길

나그네세여, 잠시 쉬었다 가시게

충남 서산 천수만 철새를 찾아서

글 | 김화성 동아일보 전문기자 사진 | 서영수 전문기자, 김형우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2.02.03 10:58:00

충청남도 서산의 천수만은 얕다. 얕을 ‘淺(천)’자의 ‘淺水灣(천수만)’이다.
물고기가 알을 낳기 좋다. 그만큼 민물고기가 많다. 자연스럽게 새들이 모여든다.
더구나 주변엔 1만121㏊(약 3천36만여 평)나 되는 들판이 있다.
추수 끝난 겨울 들판은 낟알이 많다. 새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천수만 철새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나그네세여, 잠시 쉬었다 가시게

중대백로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가진 것 없어도
말과 밝은 웃음으로
기쁨의 깃을 치며
오늘을 살게 해주십시오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무릅쓰고
먼 길을 떠나는 철새의 당당함으로
텅 빈 하늘을 나는
고독과 자유를 맛보게 해주십시오

오직 사랑 하나로
눈물 속에도 기쁨이 넘쳐날
서원의 삶에
햇살로 넘쳐오는 축복
나의 선택은
가난을 위한 가난이 아니라
사랑을 위한 가난이기에
모든 것 버리고도
넉넉할 수 있음이니



내 삶의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의 평화여

날마다 새가 되어
새로이 떠나려는 내게
더 이상
무게가 주는 슬픔은 없습니다
-이해인 수녀의 ‘가난한 새의 기도’ 전문

천수만은 1995년 갯벌을 막아 논으로 만든 간척 땅이다. A지구 방조제 안쪽이 간월호, B지구 방조제 안쪽이 부남호다. 새들은 간월호 쪽에 더 많다. 하지만 한겨울엔 호수 바닥이 얼어붙는다. 쉴 곳이 없다. 보통 새들은 쉴 때 천적이 접근할 수 없는 물 가운데에서 나래를 접는다. 결국 천수만 새들은 물이 흐르는 간월호 위쪽 해미천 장지천 쪽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
거대한 군무(群舞)로 이름난 가창오리들은 보이지 않는다. 11월께 이미 해남 등으로 내려가 쉬고 있다. 2월 중순쯤 돼야 다시 천수만에 나타날 것이다. 천수만에서 1~2주일 동안 힘을 비축한 뒤 다시 북녘으로 날아간다.
요즘 천수만엔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가 가장 많다. 큰고니도 수백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희귀 새인 노랑부리저어새 40~50마리와 두루미 2~3마리도 가끔 눈에 띈다.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청둥오리 등은 옹기종기 모여 한데 어울리지만, 두루미는 철저히 따로 논다. 그만큼 보기 어렵다. 하기야 두루미는 황새(평균 날개 길이 112cm)보다 약 30cm나 크다. 어찌 오리, 기러기 따위가 봉황과 같이 놀 수 있을까. 다만 황새는 나무에 둥지를 틀지만, 두루미는 나뭇가지에 앉지 못할 뿐이다. 뒷발가락이 짧고 다리 위쪽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황새는 ‘큰새’라는 뜻의 ‘한새(大鳥)’에서 온 말이다.

나그네세여, 잠시 쉬었다 가시게

1 천수만 해안가나 하천에서 쉽게 관찰되는 붉은어깨도요. 2 천수만 기러기들이 이동하는 모습.



Tip 철새 박물관 ‘서산버드랜드’
4D 입체 영상관 아이들과 짜릿한 탐조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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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버드랜드

‘천수만 철새를 보려면 먼저 서산버드랜드부터 가보라’. 서산버드랜드는 철새 박물관이다. 멋진 피라미드형 건물의 생태 공원이다. 천수만에 날아오는 가창오리,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큰기러기, 왜가리, 황새, 황조롱이, 참매 등 온갖 새들의 박제를 볼 수 있다. 철새들이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날아올 수 있는지, 언제 와서 언제 가는지, 날갯짓은 무슨 원리로 하는지 등을 해설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내로라하는 사진작가들의 철새 작품도 볼 수 있다. 이 중 4D 입체 영상관(관람료 2천원)이 압권이다. 영상물을 보면 천수만의 온갖 철새들이 머리 위로 날아오르고, 실제 눈과 바람 물방울도 머리 위로 날린다. 앉은 좌석이 수시로 좌우로 뒤틀리고 출렁인다. 영상 내용에서 기러기가 천둥 번개에 놀라 허둥대면, 동시에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의 좌석이 요동치면서 물방울 섞인 바람이 불어오는 식이다. 실감 나고 재미도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10시30분부터 1시간마다 상영. 041-664-7455 www.seosanbirdland.kr


간월호 상류는 철새들의 수상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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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백조로 더 알려진 큰고니(천연기념물201-2호)도 겨울철 천수만에서 볼 수 있다.



동틀 무렵 천수만은 부산하다. 얼어붙지 않은 간월호 상류는 ‘철새의 수상비행장’이나 마찬가지다. 뜨거나 내려앉는 새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야행성인 오리는 밤새 들판에서 낟알을 주워 먹고 떼를 지어 물활주로에 내려앉는다. 배부른 데다 엉덩이가 무거워 아슬아슬하다. “첨버덩!” 발보다 꽁지가 먼저 닿는 것 같다. 이제 낮 동안 오리들은 늘어지게 잠을 자거나 물장구치면서 쉴 것이다.
주행성인 기러기들도 일출에 맞춰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밤새 쉬었으니 이제 먹이를 먹으러 나가야 한다. 들판에 나가 해 질 때까지 낟알을 찾아야 한다. 큰고니도 주행성이다. 밤새 날개에 고개를 파묻고 자다가 해가 떠오르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다. 목을 몇 번 좌우로 흔들어 풀어주고, 물속에 고개를 처박으며 한 바퀴 돈다. “곤! 고온! 고니! 고니!”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너울너울 ‘헛 날갯짓’을 해댄다.
큰고니들은 자주 날지 않는다. 그저 물 위를 소리 없이 미끄러질 뿐이다. 큰고니는 갈대 뿌리 등을 즐겨 먹기 때문에 굳이 날 필요도 없다. 갈대 숲 언저리가 바로 먹이 공급처인 것이다. 사람들이 들판에 배춧잎이나 무 고구마 등을 뿌려주지 않는 한, 멀리 나가지 않고 주로 물 위에서 논다. 몸 길이 140cm 정도로 거의 두루미 체격만큼 큰 탓도 있다. 한번 날 때마다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비된다.
송준철 천수만밀렵감시원(59)은 “잿빛 고니는 새끼들인데 2~3년 지나야 어미처럼 흰색이 된다. 기러기나 오리는 벼 낟알을 즐겨 먹기 때문에 먹이 다툼을 곧잘 벌이지만, 조개 물고기 잡아먹고 사는 노랑부리저어새는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김신환씨(60)는 천수만 지킴이로 통한다. 천수만에서 15년 넘게 야생 동물 보호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는 인터넷 성금 모금과 사재를 털어 2천5백만원 상당의 먹이를 새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천수만 철새가 갈수록 줄고 있다. 천수만은 원래 물고기 산란장인 ‘바다의 자궁’ 같은 곳이었는데, 그걸 도려내고 쌀 나오는 ‘인공 위’를 만들어버렸으니, 그저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한다. 그는 올해도 새들과 먹이를 나누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팝송 중에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라는 노래가 있다.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이 부르는 그 노래를 듣다 보면 영혼이 스르르 맑아진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콘도르’는 잉카인들에게 성스러운 새다. 안데스 산맥 바위산에서 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맹금류다. 콘도르는 잉카인들에게 ‘절대 자유’를 뜻한다.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 언제 어디서든 훨훨 날 수 있는 자유. 당연히 안데스를 지키는 텃새다. 왜 이 노래를 우리말로 옮길 때 ‘철새는 날아가고…’라고 했을까. 철새가 텃새보다 더 자유스러운 느낌이 나서 그랬을까?

경허·만공 스님의 일화를 간직한 간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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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만공 스님 (오른쪽) 경허 선사

간월암은 밀물 때는 바닷물에 밑자락이 잠기고,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되는 암자다. 밀물 때는 연꽃이 한 포기 떠 있고, 썰물 땐 우렁 각시 하나가 웅크리고 있다. 밀물과 썰물은 6시간마다 바뀐다. 보통 오후 1~4시엔 걸어서 갈 수 있고, 바닷물이 찼을 땐 널빤지 배로 건널 수 있다.
휴일엔 관광버스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날 정도다. 사람과 차가 뒤범벅돼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간월암 옆 갯벌이 아슴아슴 볼만하다. 바닷물이 빠지면 멸치젓국같이 거무튀튀한 갯벌이 드러난다. 말라비틀어진 할머니 젖가슴처럼 짠하다. ‘간월암에 걸친 붉은 저녁 해’는 사진작가들의 단골 작품이다.
간월암은 제2의 원효로 불리는 ‘길 위의 큰스님’ 경허 선사(1849~1912)와 그의 제자 만공 스님(1871~1946)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간월암(看月庵) 현판 글씨는 만공이 쓴 것이다. 간월암에서 13km 떨어진 곳에 부석사(浮石寺)가 있다. 서산 부석사는 경북 영주 부석사와 이름과 창건 설화가 똑같다. 부석사는 도비산(351.6m)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천수만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3백~4백 년 된 늙은 팽나무 느티나무들이 절집 주위를 지키고 있다. 아래서 올려다보면 뜨인돌 같고, 내려다보면 바둑판 같은 들과 서해 바다가 쏙 들어온다. 철새들의 군무도 아득하다.
부석사 심검당(尋劒堂) 현판은 경허가, 큰 방에 걸려 있는 부석사 현판은 만공이 썼다. 부석사엔 만공이 수행하던 토굴도 있다. 경허는 주로 서산 고북면 천장사에 묵으며 개심사 부석사 간월암에 오갔다. 천장사엔 경허가 3년간 수행한 0.5평짜리 쪽방이 있다.
1896년 5월 어느 날 해 질 녘. 두 탁발승이 홍성의 한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텁석부리 수염의 한 스님은 체구가 건장했다. 얼굴은 부리부리한 달마 같았고, 걸음도 성큼성큼 앞서 걸었다. 뒤따르는 젊은 스님도 몸집은 큰 편이었지만 어딘지 선이 부드러웠다. 등에 걸머진 바랑은 두 스님 모두 불룩했다. 하루 탁발을 끝내고 절로 돌아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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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의 일몰

“스님, 좀 쉬었다가 가시지요. 바랑이 무겁고 다리가 아픕니다.” 젊은 스님이 말했다. 하지만 앞서 가던 스님은 들은 척 만 척 휘적휘적 갈 길을 갈 뿐이었다. 그때 마침 한 동네의 우물가에 다다랐다. 아낙네 하나가 물동이를 이고 그들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갑자기 텁석부리 스님이 그 아낙네의 양 볼을 잡더니 ‘쪽~’ 하고 입을 맞췄다. “에그머니나!” 아낙네가 질겁했다. 물동이가 와장창 깨졌다. 주위 논에서 일하다가 이 장면을 본 농부들이 괭이나 몽둥이를 들고 달려왔다. 텁석부리 스님은 나는 듯이 도망쳤다. 젊은 스님도 죽자 살자 내뺄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갔을까. 뒤쫓던 사람들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앞서 가던 텁석부리 스님이 멈춰 서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다리가 아프더냐? 등의 바랑이 무겁더냐?”
경허와 그의 제자 만공 스님의 일화다. 당시 그들은 고북면 천장사에서 살고 있었다. ‘빈 거울’ 경허는 행동에 걸림이 없었다. 계율에 얽매이지 않았다. 음식도 술 고기 등 가리지 않았다. ‘텅 빈 충만’ 만공은 이런 스승을 깍듯이 모셨다. ‘일체 걸림이 없는 사람은 단번에 생사를 벗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경허는 졸음을 쫓기 위해 송곳을 턱밑에 받쳐놓고 수행했다. 문둥병 여인과 몇 달 동안 같이 살기도 하고, 일부러 남의 아녀자를 희롱한 뒤 묵묵히 몽둥이 세례를 견뎌보기도 했다.
만공은 소박했다. 법문도 저잣거리 사람이 알 정도로 알기 쉬웠다. 거문고 타기를 즐기거나, 서울 부민관의 최승희 춤 구경을 갈 정도로 풍류를 알았다. 만해 한용운(1879~1944)을 “내 애인”이라며 아낀 것이나, 한참 아래인 김좌진 장군(1889~1930)과 팔씨름하며 허물없이 지낸 것도 소탈한 그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만공은 1945년 8월16일 수덕사에서 해방 소식을 들었다. 그는 제자들 앞에서 무궁화 꽃송이에 먹물을 듬뿍 묻혀 한지에 ‘世界一花(세계일화)’라고 썼다. 그리고 말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이 나라 저 나라가 둘이 아니요, 이 세상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다. 머지않아 이 조선이 ‘세계일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지렁이 한 마리도 부처로 보고, 저 미웠던 왜놈들까지도 부처로 봐야, 이 세상 모두가 편안할 것이다.”
경허는 말년에 서당 훈장으로 산골(함경도 갑산)에서 이름 없이 살다 죽었다. 비록 수염과 머리를 기르고 저잣거리에 숨어 살았지만, 죽을 때도 전혀 걸림이 없었다. ‘마음달 외로이 둥그니/ 빛이 만상을 삼켰구나/ 빛과 경계를 함께 잊으니/ 다시 이것은 무엇인가’ 그의 임종계다. 만공도 시골 노인처럼 눈을 감았다. 그는 거울 앞에서 “이 사람 만공, 자네와 나는 70여 년을 동고동락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일세. 그동안 욕봤네” 하고 육신의 옷을 벗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다.


한반도는 나그네새의 중간기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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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부리갈매기는 5월이면 시베리아로 떠나는 겨울 철새다.



철새는 유목민이다. 머무는 곳이 집이다. 끊임없이 오고 간다. 먹이가 많고 따뜻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겨울 철새는 한여름 시베리아 등 북녘에서 새끼 낳고 살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남쪽으로 내려오는 새들이다. 오리, 두루미, 황새, 고니, 기러기, 독수리, 칡부엉이, 논병아리가 그렇다.
여름 철새도 있다. 봄철 제비처럼 따뜻한 남쪽에서 날아와 새끼 낳고 살다가, 추워지면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는 새다. 뻐꾸기, 꾀꼬리, 두견이, 뜸부기, 후투티, 물총새, 파랑새, 솔부엉이의 울음소리를 겨울에 듣지 못하는 이유다.
나그네새는 한반도가 중간기착지다. 시베리아에서 호주까지 엄청난 거리를 가는 중간에, 잠깐 우리나라에 머물며 체력을 비축하는 것들이다. 도요새, 제비갈매기, 물떼새, 흰배멧새, 꼬까참새는 봄가을 두 번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떠돌이새는 가까운 부근에서 움직이는 텃새다. 한여름에는 먹이가 풍부하고 시원한 깊은 산속에서 보내고, 가을에서 봄까지는 낟알 등 먹이가 많고 따뜻한 평지에서 보낸다. 굴뚝새, 말똥가리, 물까마귀, 새매들이 그렇다. 한곳에 둥지 틀고 붙박이로 사는 까치나 참새와 다르다.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 위해 철새들은 에너지를 비축한다. 뱃살에 글리코겐을 잔뜩 저장한다. 보통 몸무게를 40% 이상 불려야 수천수만 km를 날 수 있다. 도요물떼새는 절반 정도가 지방질이다. 속도도 다르다. 매 종류는 시속 50~65km로 날지만, 작은 새들은 40~50km로 날아간다.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바람을 타는 경우가 많다. 작은 새는 매에 잡혀 먹을까봐 밤에 주로 이동한다.
방향은 어떻게 감지할까. 낮에 이동하는 새는 태양의 위치, 밤은 별자리를 보고 간다는 설이 유력하다. 육지 지형지물을 기억했다가 그걸 보고 간다거나, 태어날 때부터 유전적으로 안다는 설도 있다. 자기장 변화를 감지한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날아가는 높이나 나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두루미같이 V자 형태로 나는 것들은 맨 앞이 우두머리다. 우두머리 새가 상승 기류를 만들며 나아가면, 뒤따르던 것들은 70%의 에너지로 날 수 있다. 리더가 지치면 다른 새가 자리를 바꿔준다. 기러기나 오리는 막대처럼 종대로 날다가 열쇠 모양이 되기도 하고, 바람에 따라 모양을 수시로 바꾸며 난다. 고니는 4~6마리 가족 단위로 난다. 호수에서 먹이를 찾을 때와 똑같다. 당연히 아빠 엄마 고니가 앞장선다. 새끼들은 그 뒤를 따른다. 모가지를 길게 쭈욱 뺀 채 난다. 그래야 공기의 저항이 적기 때문이다. 고니는 물속에서 잘 때도 목을 날갯죽지에 깊숙이 처박고 잔다. 비교적 날씬한 백로가 목을 잔뜩 집어넣고 나는 것과 대조적이다.

가난한 시인의 집에 내일의 꿈을 열었던/외로운 고니 한 마리 지금은 어디로 갔나/속울음을 삼키면서 지친 몸을 창에 기대고/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이 미워졌다고/날아도 날개가 없고 울어도 눈물이 없어 없어라/이젠 다시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아 우리의 고니 -이태원의 노래 ‘고니’에서

Tip 탐조 여행 준비물과 주의할 점

1 철새 관찰은 인내력의 싸움이다. 무조건 참고 기다려야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해 뜨기 전후 2시간 사이가 새들의 움직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황금 탐조 시간대’다. 두툼한 방한복은 두말할 필요 없다.
2 새는 사람보다 눈이 8~40배는 밝다. 귀도 밝고 냄새에도 민감하다. 향수 등 화장품은 금물. 큰 소리 치면 금세 반응한다. 울긋불긋 튀는 옷차림도 새를 불편하게 만든다.
3 배율이 7~9배 정도인 쌍안경이 필수. 배율이 너무 높으면 시야가 좁아질뿐더러 어지럽다. 바다 호수 등 넓은 곳에선 망원경(20~25배)을 가져가도 도움이 된다.
4 장소에 따라 장화가 필요한 곳도 있다. 미니 조류도감과 수첩도 유용하다.


기러기 눈빛을 한 철새 같은 아내여
새의 뼈는 비어 있다. 폐는 더운 공기가 가득한 공기 주머니와 연결돼 있다. 날아갈 연료인 지방을 빼곤 몸을 최대한 비운다. 그런데도 20%가량은 이동하다가 목숨을 잃는다. 시베리아에 살던 도요새가 호주에 도착했을 땐 날갯죽지를 축 늘어뜨린 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체중은 출발할 때의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구만리장천을 날다 죽은 새는 날갯죽지를 편 채 죽는다. 장엄하다. 몸은 썩지만, 꿈은 영원한 화석으로 남는다. 철새의 꿈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다.
시인의 눈은 절절하다. 먼저 눈을 감은 부인을 그리며 ‘사랑하다 못해, 미운 아내여!’라고 목 놓아 운다. ‘기러기 눈빛을 한 철새’라니! 우리는 모두 잠깐 지구에 왔다 가는 철새임에 틀림없다.

우리 혼인 생활 30년에/밑줄 그을 만한 뜨거운 사랑 없었지만/하늘 높이 날아오를 만한/기쁨 없었지만/아내여 미운 아내여/다음 생에서 또 만나/하늘을 날아가다가/좀 쉬고 싶으면 날개를 접고/가을 논에 흩어져 있는 햅쌀을/냠 냠 냠 쪼아 먹는/기러기 눈빛을 한/철새나 될까 몰라/아내여 미운 아내여
-오탁번의 ‘철새’ 전문

★ 천수만 철새 도래지
교통
승용차 : 서울→경부고속도로→안성 나들목→서평택→서해안고속도로→당진→서산→649지방도→부석→서산 AB지구 방조제→간월암→버드랜드, 서울→서해안고속도로→안산→수원→서평택→당진→서산→649지방도→부석→서산 AB지구 방조제→간월암→버드랜드
버스 : 서울강남터미널(06시부터 20분 간격), 서울남부터미널(06:40분부터 20분 간격) 서산행. 서산공용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 이용

먹을거리
간월도 : 큰마을영양굴밥(041-662-2706), 간월도영양굴밥(041-664-8875), 간월도바다횟집(041-664-7821), 해우리횟집(041-664-9812)
서산 : 서산꽃게장(041-665-8829), 원할머니보쌈(041-666-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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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어리굴젓
‘얼간’을 한 굴젓 슴슴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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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은 어리굴젓 고장이다. 어리굴젓은 간월도에서 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간월암에서 수행하던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보내면서부터 진상품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요즘도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만조 때를 맞춰, 굴 풍년을 기원하는 ‘굴 부르기 군왕제’가 펼쳐진다. 간월도에는 ‘어리굴젓 기념탑’도 있다.
천수만에서 자라는 서산 굴은 씨알이 작다. 통영 굴에 비해 반 정도밖에 안 된다. 통영 굴은 속살이 뽀얗고 물컹하다. 굴은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다. 통영 굴은 바닷물 속에서 양식하므로 성장하는 내내 플랑크톤을 먹는다. 서산 어리굴은 바닷물이 가득 찰 때만 플랑크톤을 먹을 수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햇볕에 드러나 성장이 멈춘다. 그래서 자라는 속도가 느리다. ‘흰 보시기에 담긴 굴젓은 울다 지친 눈동자 같다(김경윤 시인)’.
서산 굴은 작지만 맛이 달고 차지다. 더구나 굴 둘레에 돋은 잔털(날감지, 물날개)이 7~8겹이나 된다. 그만큼 고춧가루 등의 양념이 골고루 잘 밴다. 씨알이 굵은 굴은 상대적으로 잔털이 드물다. 양념이 잘 배지 않는다.
서산 어리굴젓은 천일염으로 15일에서 2개월 동안 발효시키며 고추도 햇볕에 말린 것만 쓴다. 고춧가루가 굴에 충분히 배어 숙성되면, 맛이 고소하고 얼얼해진다. 소금은 조금만 쳐도 간이 잘 밴다. 어리굴의 ‘어리’는 ‘덜되거나 모자라다’는 뜻이다. 얼간이의 ‘얼’과 같은 어원이다. 결국 어리굴젓은 ‘짜지 않게 간을 한 굴젓’이라는 뜻이다. 소위 ‘얼간’을 한 굴젓인 것이다. 슴슴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혀가 얼얼해서 어리굴젓’은 결코 아니다.
서산은 어리굴젓뿐만 아니라 굴밥도 유명하다. 하지만 서산 굴밥엔 하나같이 씨알 굵은 통영 굴을 쓴다. 입안에서의 뭉클 씹히는 맛과 향이 좋기 때문이다. 굴밥은 쌀에 굴 밤 버섯 당근 대추 호두 은행 등을 넣어 돌솥에 안쳐 짓는다. 달래양념장에 쓱쓱 비빈 뒤 어리굴젓을 밑반찬 삼아 먹는다. 황홀하다. 섬마을 간월도 어리굴젓 041-669-1290, 무학 어리굴젓 041-662-4622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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