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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동행 취재

‘중동의 그레이스 켈리’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문형일 기자

2012. 01. 17

라니아 알 압둘라 왕비는 출중한 미모만큼이나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인기가 많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지금의 요르단 국왕 압둘라 2세와 결혼해 왕비의 자리에 오른 덕에 현대판 신데렐라로 불리기도 한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를 찾은 그녀를 동행 취재하며 3가지 수식어로 매력을 분석했다.

‘중동의 그레이스 켈리’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42)가 1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11월 말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회 세계개발원조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라니아 왕비는 빼어난 외모와 교육에 대한 열정적인 관심 덕에 왕보다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다. 별명은 ‘교육 여왕’. 학대받는 아동을 위해 ‘요르단리버재단’을 세운 그는, 훌륭한 교사에게 수여하는 ‘올해의 교사상’을 제정하는 등 교육 제도와 지역사회 발전에 힘을 쏟았다. 유니세프 ‘어린이를 위한 명예 글로벌 홍보대사’와 UN 소녀교육 이니셔티브 명예의장을 지냈고 요르단의 공립학교 5백여 곳을 쇄신하기 위한 민관 협력 기구 ‘마드라사티 이니셔티브’를 발족했다.
이번 총회에서도 국제교육 공적개발원조 포럼의 기조연설과 교육세션 연설자로 나섰다. 개회식 직후 그는 부산교육대학교를 깜짝 방문해 부설 초등학교의 수업을 참관했다. 대학 관계자는 “라니아 왕비 측에서 한국의 교육 현장을 보고 싶다고 먼저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수식어 1 호기심 많은
라니아 왕비가 부산교대 교정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술렁였다. 수많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차에서 내린 그의 첫인상은 전통적인 아랍 국가 여성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아이보리색 블라우스에 브라운 톤 스커트와 벨트, 하이힐 차림에 긴 생머리를 한 또렷한 이목구비의 왕비는 할리우드 스타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가방까지 브라운 계열로 색을 통일해 단아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우아하고 당당한 발걸음을 옮기던 왕비는 그를 보려 몰린 이들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로 화답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르단은 좋은 선생님을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도 빨리 방문해보고 싶네요.”
부산교대 김상용 총장과 교수진으로부터 한국의 교육 실정과 초등학교 교사 양성 관련 브리핑을 듣던 왕비는 전통차를 내오자 무슨 차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브리핑과 관련해서 “한국에서는 교사가 되려면 경쟁률이 어느 정도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Hello, Queen Rania! Nice to meet you!”
브리핑이 끝나고 라니아 왕비는 부산교대 부설 초등학교를 찾았다. 왕비가 영어 수업이 한창이던 3학년 1반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큰 소리로 인사했다. 그는 동화책을 읽고 있던 한 어린이에게 다가가 “어떤 내용을 배우고 있느냐”고 묻더니 책을 찬찬히 살펴봤다. 아이들의 대답을 들은 그는 “멋지다, 똑똑하다”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래층에 있는 1학년 1반 교실에서는 찰흙놀이가 한창이었다. 그는 찰흙 칼로 그린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만들고 있니?”라고 물으며 친근감을 표했다. 수업을 참관하면서 교사에게 “한 교실에서 몇 명씩 수업 받느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몇 명이냐” 등 매우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강당에서 열린 학예제. 그는 아이들이 낙엽을 본떠 그림을 그린 하얀 종이카펫 위를 걸으며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에게 눈인사하고 손을 잡아줬다. 몇몇 아이들은 “왕비님하고 손잡았어! 안 씻을 거야!”라며 특별한 경험을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에는 없는 직책인 왕비라는 말에 “진짜 왕비예요?”라며 신기해했다.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나 봐요. 대부분 정규 교육을 중요시하지만 미술 같은 예체능은 등한시할 수 있는데 이곳은 다르네요.”
아이들의 클레이아트를 구경한 왕비는 특히 잠자리와 공작을 정밀 묘사한 그림을 보고는 “아이들 작품치곤 수준이 높은데, 몇 살 학생이 그린 것이냐”라며 “아주 인상적이다”라고 감탄했다. 학부모들의 수공예 작품을 보면서는 “한국의 부모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학교 활동에 참여하느냐”고 놀라워했다. 학교 방문을 마친 그는 “한국은 교육의 힘으로 나라를 바꾼 대표적 케이스”라며 “앞으로 두 나라가 교육적 측면에서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찾고 싶다”고 전했다.

‘중동의 그레이스 켈리’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

라니아 왕비는 부산교육대학교 부설 초등학교를 깜짝 방문해 수업을 참관했다.



수식어 2 아름다운
라니아 왕비는 현대판 신데렐라다. 팔레스타인 난민의 후손인 그의 고향은 쿠웨이트. 의사인 아버지는 요르단 강 서안의 툴카름에서 살다가 다른 팔레스타인 난민들과 마찬가지로 더 나은 삶을 위해 쿠웨이트로 이주했다. 라니아 왕비는 쿠웨이트 자브리야에 있는 뉴잉글리시 스쿨을 졸업하고 이집트 카이로의 아메리칸대(AUC)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요르단 애플, 씨티은행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했다. 1993년 1월 당시 요르단의 왕세자였던 압둘라 2세를 디너 파티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다. 2개월 뒤 약혼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한 두 사람은 같은 해 6월 결혼해 슬하에 왕자 2명과 공주 2명을 뒀다.
그는 빼어난 미모 덕에 ‘중동의 그레이스 켈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영국 대중잡지 ‘헬로’가 2003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여성’으로 뽑혔다. 잡지는 그의 장점으로 “아랍 전통의상을 입고 국빈 만찬에 참여하든, 청바지 차림으로 아들의 생일 파티를 열든 한순간도 고귀한 매력을 잃지 않는 것”을 꼽았다. 그는 영국의 한 웹사이트에서 2011년 12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왕족’ 설문 결과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영화배우 출신으로 모나코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
한때 엄청난 여성 편력을 보이며 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던 남편 압둘라 2세는 그에게 반한 후 180도 변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압둘라 2세는 47년간 요르단을 통치한 ‘아랍의 중재자’ 후세인 국왕의 아들. 1999년 3월 왕위에 올라 지금까지 요르단을 통치하고 있다. 그는 라니아 왕비가 팔레스타인의 난민 출신이라 요르단 인구의 절반을 넘는 팔레스타인인의 거부감을 덜 수 있었다. 라니아 왕비는 국민 화합의 아이콘으로도 꼽힌다. 제대로 내조 받는 셈이다.
이슬람 국가의 왕비지만 히잡을 쓰지 않는 신여성인 라니아 왕비. 그는 여성의 대외 활동이 제한된 이슬람 국가의 퍼스트레이디로서는 극히 드물게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청바지, 청반바지, 하이힐 차림도 즐긴다. 매일 조깅으로 몸매를 유지한다는 그의 취미는 수상 스키와 사이클. 요르단 수상스포츠연맹 회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의 모델 같은 포스에 세계적인 유명 디자이너들도 모델로 모시기를 간청할 정도다. 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르마니 프리베’나 프랑스 오트쿠튀르계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드레스의 단골 고객으로도 알려졌다.
아름다운 외모와 우아한 의상으로 그간 국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씀씀이는 종종 구설에 올랐다. 2010년 8월 마흔 살 생일 파티를 빈곤에 시달리는 남부 사막 지역에서 열어 논란이 됐다. 2011년 초에는 친국왕파 36개 베드윈 부족 대표들이 압둘라 2세에게 탄원서를 보내 “(왕비는) 국민과 국가 조직은 물론 왕실에도 위험한 존재”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후부터 그는 공식 행사에서 수수한 옷차림을 고수하고 있다.



‘중동의 그레이스 켈리’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


수식어 3 소통하는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덕에 넓은 인맥과 탁월한 홍보 전략으로도 유명하다. 2003년 4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독자투고란에 이라크전쟁으로 가족과 양쪽 팔을 잃은 소년에 대한 글을 보내 지원을 호소한 그는 청바지 차림으로 테러 반대 시위에도 참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그를 뽑았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2010년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암만의 씨티은행과 애플컴퓨터 지사에서 근무한 경험 덕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신문물에도 능통하고 열린 자세로 소통한다. 실제로 라니아 왕비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클릭 수 6백20만 명이 넘는 자신의 채널(you tube.com/QueenRania)을 갖고 있다. 2008년 처음 올린 동영상에서 “아랍에 대한 선입견을 들을 때마다 매우 놀란다”며 “편견을 하나하나 허물기 위해 노력하겠다. ‘진짜’ 아랍 세계에 대해 알게 되기를 바란다”고 개인 채널 개설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즐겨찾기 한 사람은 82만 명, 트위터 폴로어는 1백78만 명에 이른다. 다재다능하고 매력적인 왕비는 한국에서의 여정을 마치고 요르단으로 돌아가기 전, 자신의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 따뜻한 사람들이 있는 아름다운 나라, 한국에서의 매 순간은 즐거웠습니다. Kamsahamnida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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