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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가 말하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

“이렇게 하면 암 80%는 예방”

글 | 백경선 자유기고가 사진 | 조영철 기자

2011. 11. 01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과 2대 원장, 법인화된 국립중앙의료원의 초대 원장을 지내며 우리나라 암 연구 및 예방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는 “암만큼 대처하기 쉬운 병도 없다”고 말한다. 단 ‘아는 만큼’ 암을 예방하고 극복할 수 있다고.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가 말하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


애플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무쇠팔’로 불리던 최동원과 ‘안타 제조기’ 장효조 선수도 암으로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다. 암은 ‘여인의 향기’의 김선아(담낭암), ‘폼나게 살 거야’의 이효춘(폐암) 등 드라마 소재로도 자주 등장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고조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약 28%가 암 때문이었다. 더욱이 암 발생률은 매년 평균 3.3%씩 증가하는 추세다.
대장암 분야의 권위자인 서울대병원 박재갑(63) 교수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고, 조기 발견만 하면 완치도 가능한 암 때문에 사망하는 국민이 너무 많은 사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한다.

암에 대처하는 3원칙 금연, 백신 접종, 정기검진
“흔히 암을 공포의 질병이라고 하죠. 그런데 암을 공포의 질병으로 만든 것은 암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 보면’ 암만큼 대처하기 쉬운 병도 없습니다.”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면 “그 많은 발암물질을 어떻게 다 피하며 사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많다. 맞는 말이다. 산업시설과 자동차를 없애고 흙과 나무 같은 천연재료로 건물을 짓지 않는 이상 발암물질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심지어 암 예방에 좋다는 과일과 채소를 먹으면서도 살충제와 제초제 등의 잔류 농약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박 교수는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딱 세 가지 원칙만 지키면 암 때문에 사망할 가능성을 80%나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세 가지란 금연, 백신 접종, 정기검진이다.
그는 암 예방을 위해 금연이 제일 중요하다며 국가적으로 담배의 제조 및 매매 금지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금연운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담배 역시 그저 다양한 발암물질 중 하나로 치부하죠. ‘주위에 널린 것이 온통 발암물질인데 그깟 담배 하나 안 피운다고 걸릴 암을 막을 수 있겠느냐’고 하는 이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저 발암물질 중 하나’ ‘그깟 담배 하나’가 아니에요. 담배 연기는 62가지나 되는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는 발암물질 덩어리로, 그 어떤 유해 환경보다 많은 발암물질을 지니고 있죠.”
실제 암을 유발하는 수많은 원인 중 으뜸이 담배라는 사실은 이미 의학적으로나 역학(疫學)적으로 명백히 규명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암 환자의 20%가 흡연 때문에 암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고, 전체 암 사망자의 30%가 흡연 관련 암으로 사망한다고. 특히 폐암의 경우엔 금연을 하면 80~90%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발암물질에 대해 아무리 예민하게 대처해도 실상 오염물질이나 유해물질을 피해 살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담배 연기는 피할 수 있죠. 금연만 실천하면 62가지 발암물질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니 이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인 암 예방법은 없는 셈이죠.”
간암과 자궁경부암의 대표적인 유발 요인은 발암성 바이러스라고 한다. 간암의 70%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10%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자궁경부암의 70%가 16형 및 18형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고 한다. 따라서 간암은 B형 간염 바이러스 예방 백신만 접종해도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만 접종해도 70%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아직 예방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라고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그 보유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유입됨으로써 주로 감염된다고 한다. 주삿바늘,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을 함께 사용해 감염될 수 있고, 소독되지 않은 문신도구, 피어싱, 침술용 침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고. 또한 성 접촉이나 수혈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다고 한다. 반면, 입으로는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함께 먹거나 입맞춤을 하는 정도는 안심해도 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바이러스 때문에 간암과 자궁경부암에 걸려 사망하는 비율이 전체 암 사망자의 4% 정도에 불과한데 비해 우리나라는 20%나 돼요. 우리나라도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생활화되면 좋겠습니다.”
그는 예방 백신 접종과 함께 정기검진의 생활화를 권고했다. 암은 초기 단계는 물론이고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만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각종 자각 증상(상자 기사 참고)이 시작되면 이미 초기 단계는 지났거나 심각한 단계에 접어든 상태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가 말하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

박재갑 교수는 바쁜 현대인들이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운출생운, ‘운동화로 출근하는 생활 속 운동’을 추천한다.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가 말하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




따라서 그는 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아무런 증상도 없을 때 정기검진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설령 암에 걸렸더라도 조기에 발견만 하면 완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민의 암 검진율을 높이기 위해 국가 5대 암 검진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그의 업적 중 하나다. 그 덕분에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의 5대 암(우리나라에서 사망 빈도가 가장 높은 6대 암 중 폐암을 제외)은 건강보험 가입자 중 소득 수준 하위 50%의 국민을 대상으로 국가에서 무료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상위 50%의 국민도 10%의 본인 부담금만 내면 검진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의 경우에는 만 30세 이상의 여성이면 무료검진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돈이 없어 암 검진을 하지 못하는 시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정기검진을 귀찮아해서 혹은 두려워해서 미루다가 심각한 지경이 돼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고 한다.
“암은 한마디로 ‘유전자의 질병’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세포 속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면서 생기는 병이죠. 그러니 유전자를 지닌 인간에게 암은 숙명과도 같아요.”
그는 누구나 암 환자가 될 수 있다며 ‘나만은 예외일 것’이란 기대를 버리고 정기검진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특히, 40대 이상이면 꼭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단다. 유전자 한 쌍(유전자는 어머니에게서 전해진 유전자와 아버지에게서 전해진 유전자가 쌍을 이루는데, 쌍을 이루는 두 개의 유전자가 동시에 돌연변이를 일으켜야만 암세포로 변한다고 한다)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까지 40~50년 걸리는 것이 보통. 따라서 40세 이상이 되면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대병원 박재갑 교수가 말하는 암과의 전쟁에서 이기는 법


규칙적으로 꾸준히 운동해야 하는 이유
금연, 백신 접종, 정기검진 이 세 가지 외에 암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바로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다. 신체 활동량이 많으면 암 발생률을 10% 정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암 가운데 신체 활동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규명된 것은 대장암과 유방암. 신체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40~50%, 많게는 70%까지 감소한다. 그리고 유방암 발생 위험은 30~4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신체 활동량을 늘리려면 운동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거죠. 그리고 스트레스만 받아요. 운동을 쉽게,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심하던 중 운동화에서 그 해답을 찾았어요.”
그의 명함에는 서울대병원 교수라는 직함 대신 그가 앞장서고 있는 2개의 캠페인이 새겨져 있다. 하나는 ‘담배 제조 및 매매 금지’이고, 다른 하나는 ‘운출생운’. 이 생소한 말은 ‘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생활 속 운동’을 줄인 말이란다. 그는 이 캠페인에 발 벗고, 아니 운동화를 신고 나서고 있다.
“‘운출생운’은 따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일상에서 신체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에요. 전 국민이 운동화를 신고 거리를 활보하는 미래를 희망해봅니다.”
그런데 운동화만 신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운동화를 신고 최대한 많이, 빨리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등 틈날 때마다 걸으려고 노력하되, 약간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걸어야 효과가 있다. 하루에 최소 30분 이상은 이렇게 걸어야 하는데, 충분히 걷지 못했다고 생각되면 퇴근할 때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 걸어가면서 운동량을 보충하라고 권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방이 불가능하거나 조기진단이 어려운 암도 반 이상은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우리나라 암 치료기술이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며 “암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그는 예방할 수 있고 완치할 수 있는 암 때문에 고통당하고 사망에까지 이르는 국민이 더는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십중팔구 암에게 이긴다’(동아일보사)를 썼다.

꼭 지켜야 할 암 예방 수칙 6

1 담배는 반드시 끊어라.
담배 속에는 4천여 종에 달하는 각종 화학물질과 62가지나 되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흡연을 하면 아무리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해도 25~30년 후에는 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지므로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2 B형 간염 바이러스 예방 백신과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을 접종하라.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신생아기와 유아기, 청소년기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출생 직후에, 유아는 생후 2개월 이후 가장 빠른 시기에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성인은 혈액 검사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여부를 확인하고 항체가 없을 경우 반드시 예방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 정기검진을 통해 암 발생 여부를 감시하라.
암 덩어리는 1cm 정도는 돼야 발견할 수 있으므로 암세포가 자라고 있어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정기검진은 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특히, 부모가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렸거나 친가 또는 외가 쪽으로 2대에 걸쳐 같은 종류의 암에 걸린 사람이 3명 이상이면 유전성 암을 의심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남보다 빨리 정기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의 암 발생 연령보다 10년 일찍 시작하면 된다.

4 적정 체중과 적정 체지방량을 유지하라.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면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암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마른 체형이어도 체지방량이 많거나 복부 비만이면 역시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적정 체중과 적정 체지방량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5 신체 활동량을 늘려라.
신체 활동량을 늘리면 과체중과 비만을 예방해 암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 발생에 관여하는 체내 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암세포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인슐린의 혈중 농도를 낮추고 면역 기능이 향상돼 발암물질에 대한 저항력이 강화되는가 하면,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도 제거하고 장운동도 활성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6 식생활에 주의하라.
암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총 칼로리 섭취량이 많으면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므로 필요량 이상 칼로리를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맵고 짜고 기름지고 탄 음식, 식품첨가물이 함유된 가공식품은 피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참고도서 | ‘십중팔구 암에게 이긴다’(동아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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