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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귀농 이야기

인생 2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기획·한여진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11.04.06 11:26:00

★ 귀농에 대한 따뜻한 조언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가요 ‘님과 함께’의 한 대목이다. 최근 이런 꿈을 갖고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은퇴 후 귀향을 하던 것과 다르게 30~40대 젊은 나이에 귀농이나 귀촌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 귀농은 농(農)촌으로 돌아가는(歸) 것이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차도남녀’가 농촌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 막연한 동경으로 귀농을 하면 백이면 백, 실패를 한다. 시골 생활은 노랫말처럼 환상적이지만은 않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행복을 만끽하며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놓듯이 귀농의 삶을 튼튼하게 다지는 법을 알아보았다.

행복한 귀농 이야기


01 주말농사를 시작하라
시골에서 살다 보면 농사가 주 수입원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먹을 텃밭을 가꾸며 농사를 짓게 된다. 귀농하고 처음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한다. 주말농사나 텃밭을 가꾸면서 농사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봄에는 씨를 뿌리고 여름에는 김을 매고 가을에는 수확하는 경험은 귀농 생활에 큰 자산이 된다.
02 귀농 정보를 모은다
최근 귀농 인구가 늘면서 귀농에 관한 기사나 책, 전문 교육기관이 많으므로 적극 활용하고 원하는 정보는 찾아서 스크랩해둔다. 벼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면 벼농사 법에 대한 자료를, 포도 농사를 지을 계획이라면 포도 농사에 관한 자료를 충분히 모아둔다. 귀농한 사람들과 꾸준히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도 좋다. 전국귀농운동본부(www.refarm. org)에는 귀농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03 가치관 확립이 필요하다
귀농은 단순히 샐러리맨이 농부로 직업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가족의 생활양식 전체가 바뀌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좌절을 경험한다. 귀농했다고 했을 때 지인들의 부정적인 반응부터 농사를 실패했을 때 밀려드는 좌절감 등,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시련에 대처할 확고한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
04 기본 자금은 정답이 없다
귀농한 이들의 삶에 대해 쓴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 학교’에 등장하는 버들치 시인은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도시를 떠나 지리산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귀농을 시작할 때 자금, 생활하면서 들어가는 지출, 농사 수입 등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가족이 생활할 집과 먹을 음식을 자급자족할 165㎡(약 50평) 정도의 텃밭은 필요하다. 그 이상은 옵션이다.
05 부농의 꿈은 접어라
농사로 돈 번 농사꾼은 전체의 1~2%도 안 된다. 농사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귀농 초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초기에는 자급자족만 해도 성공적인 귀농이라고 말한다. 농사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을 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든든한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 자연이 주는 기쁨과 행복은 또 다른 수입임을 잊지 않는다.
06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
최근 귀농의 또 다른 형태인 귀촌을 하는 이들도 많다. 귀촌은 시골에서 농사짓는 대신 다른 일을 하면서 시골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1인 출판사의 대표나 예술가, 작가, 웹디자이너 등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이들이 선택한다. 농사 이외의 수입원이 있으면 시골에 정착하기 수월하므로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07 지역 관공서를 활용하라
현재 귀농을 지원하는 안정적인 지원시스템이 없으므로 면사무소나 농업기술센터 등 관공서를 적극 활용한다. 귀농자 지원 방안은 면 단위로 운영되므로 면사무소에서 정보를 얻고 동네 동호회나 농촌조직에도 참여한다. 관공서에서는 수시로 귀농자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해 지식도 쌓고 주변 사람들과 친분도 돈독하게 유지한다.
08 귀농지 선정은 연고지가 1순위!
귀농지는 고향이나 지인이 있는 연고지로 정한다. 우선 대상 지역을 강원도에서도 정선군, 그중 여량면 식으로 최대한 좁혀 정보를 모으고, 귀농지를 정했으면 지역 부동산 정보지를 보고 면사무소 직원이나 마을 이장을 만나 빈집이나 땅이 있는지 알아본다. 처음부터 땅이나 집을 사기보다는 집은 월세나 전세로 농사지을 땅은 빌리는 것이 좋다. 농촌에서 살다 보면 귀농 생활에 대한 계획이 좀 더 구체화되고 집과 농지에 대한 시각도 달라진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한다.
09 마을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다
귀농의 최종 목표는 그 마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마을 사람과 동화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낮춰야 한다. 마을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이웃이 일손을 필요로 할 때는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돕는다. 농촌에서는 이웃이 가족이란 사실을 잊지 않는다.



★ 귀농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추천도서

행복한 귀농 이야기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전남 구례에 귀농해 4년 동안 볍씨가 밥이 되기까지, 배추 모종이 김치가 되기까지, 밀이 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냈다. 농부, 대장장이, 분교 아이들, 단골집 슈퍼 주인, 귀촌한 후배 신입생 등 마을 이웃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삶의 지혜를 전해준다. 북하우스.
청라 이모의 오손도손 벼농사 이야기 도시에서 나고 자라 대안학교 ‘산어린이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스물아홉 살 되던 해 경남 황매산 기슭의 작은 산골 마을로 내려가 살기 시작한 저자의 벼농사 일지. 서툴지만 밭농사와 벼농사를 지으며 마을 사람들과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고 있는 그의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토토북.
아이들은 자연이다 경남 산청에서 간디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2년 후 무주에 뿌리를 내려 자급자족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김광화·장영란 부부와 딸 정현이, 아들 규현이의 시골 생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돌베개.
나의 애완 텃밭 가꾸기 텃밭 운영하는 노하우를 만화로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텃밭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인 3월부터 수확하는 11월까지 텃밭 농사법이 월별로 정리돼 있다. 귀농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들녘.
도시 아이들의 행복한 시골살이 산촌 유학 경북 예천에서 산촌유학 ‘시골살이 아이들’을 운영하는 이현숙·송일 부부가 도시에서 온 아이들과 엮어가는 소박하고 따뜻한 시골살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브.
귀농길잡이 젊은 귀농자 23명의 좌충우돌 시골살이를 담은 책. 시골로 내려가기 위한 준비부터 벼농사ㆍ밭농사ㆍ경제작물에 이르는 농사법, 교육, 의료, 주택, 생활 등 농촌에서 맞닥뜨릴 다양한 문제들이 소개돼 있다. 소나무.

>>> 강원도 삼척 동활리 윤정렬 이장네 좌충우돌 귀촌 이야기

안정적인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시골로 내려가 사는 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자연을 벗 삼아 여유롭게 살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이들을 위해 강원도 삼척에 귀농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났다. 30대 젊은 이장 윤정렬씨의 귀농에 대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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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날, 강원도 삼척의 집을 찾았을 때 윤정렬씨(39)는 동네 사람들과 한창 이야기 중이었다. 8년 전 이곳으로 귀농한 그는 하루 24시간을 마을을 위해 사는 30대 열혈 이장이다. 동네 어르신과 친구처럼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마을 이장을 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도시 생활에 너무 지친 상태라서 아내, 세 아이와 여유롭게 살고 싶었죠. 귀농한 지 일 년이 지날 무렵부터 마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졌고 이곳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어 이장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강릉에서 직장을 다니던 그는 치열한 도시생활에 지쳐 세 아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부모님이 살고 계신 삼척시 가곡면 동활리로 내려왔다. 귀농할 곳을 정할 때 부모님으로부터 온전히 독립할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갈까 고민했지만 아이들이 자라기에 이보다 좋은 자연 조건은 없을 것 같아 이곳에 정착했다.
동활리는 앞으로는 맑은 동활 계곡이 흐르고 뒤로는 토치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산중에 자리 잡고 있다. 철쭉·진달래·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는 아이들과 화전놀이를 하고, 여름에는 계곡에서 산천어를 잡고, 단풍 절경이 환상적인 가을에는 단풍 구경을 하다 보면 일 년이 행복하게 지나간다.
“도시 아이들처럼 많은 지식을 배울 순 없지만, 자연을 느끼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에 관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1등일 거예요. 귀농 초기에는 아이들 교육이 큰 걱정이었지만 누구보다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니 만족스러워요.”
귀농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아이들 교육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면서 터득하는 지식은 돈을 주고도 못 배우는 소중한 가르침이라는 것을 윤 이장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야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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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을 벗삼아 푸르게 자라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행복해진다.
2 4월 말이면 마당 가득 벚꽃, 금낭화, 매발톱 등 봄꽃이 만발한다.
3 산위에서 내려단 본 동활리 풍경. 집 앞에는 계곡이, 뒤에는 산이 자리하고 있어 사계절 내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4 여름이면 아이들은 집앞 천연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물장구치며 시간을 보낸다.

시골로 내려오고 2~3년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농사를 지은 첫해는 수입이 투자한 돈의 10분의 1도 안 됐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벌었던 돈이 바닥을 보일 때쯤 농사짓는 기쁨을 알게 됐다.
“농사로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해요. 저는 잡곡 농사와 고추·감자·옥수수 등 밭농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가족이 먹고살 정도예요. 부족한 것은 이웃과 물물교환으로 맞바꿔 쓰고요. 지난해 깨와 수수 농사가 잘돼서 옆집에 나눠줬더니 옆집에서 감자 농사가 잘됐다며 겨우내 먹을 감자를 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런 생활이 힘들겠지만 이웃과 나눠 쓰는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 그것이 행복으로 다가옵니다.”
동활리에는 귀농한 가구가 여럿 있다. 각자 다양한 사연을 갖고 시골 생활을 시작했지만 서로 돈독한 유대 관계를 형성하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낮에는 각자 흩어져 개미처럼 일하고 밤에는 모두 모여 술 한잔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베짱이처럼 즐긴다. 설이나 추석, 한식, 단오 등 크고 작은 명절뿐 아니라 메주 띄워 담그고, 김장하는 날 역시 동네잔치가 열린다. 윤씨는 이런 것이 바로 시골 생활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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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재배한 수수. 수확량이 많아 이웃과 나눠 먹고 나머지는 마당 정자에 달아 장식했다.
2 아직 응달에는 눈이 쌓여 있지만, 양지에는 달래가 쑥쑥 머리를 내밀고 있다. 산과 들에 자라는 나물들은 시골 생활을 하는 데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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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4 5 된장, 고추장, 간장뿐 아니라 청국장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지난해 농사 지은 콩과 고추로 만든 고추장이 맛깔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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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마을회관에 모여 부침개를 부치거나 감자를 쪄서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런 베짱이 생활이 바로 시골 생활의 묘미다.

귀농 후 한 해 동안 이웃에게 받고만 지내던 부부는 동네 사람들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고민하다가 글을 못 읽는 어르신들을 위해 ‘한글 공부방’을 열었다. 저녁식사 후 차를 갖고 산골마다 들리며 어르신들을 마을회관으로 모신 다음 2시간 동안 한글을 가르쳤다. 수업이 끝나면 어르신들을 집에 모셔다드리고 돌아오면 자정이 거의 다 됐다. 일 년 동안 한글 공부방에서 봉사한 결과, 동활리에는 한글을 못 읽는 사람이 없어졌다. 한글 공부방은 동네 사람들이 부부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연 계기도 됐다.
한글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아직 시골 생활에 적응하기 전인데 공부나 생활을 도와주기는커녕 제때 끼니도 못 챙겼다. 다행히 이런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아이들이 알았는지 딸아이 셋이서 서로 의지하면서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사이좋게 지냈다. 동활리에 처음 왔을 당시 초등학교 다니던 큰딸 은비는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이 됐고, 둘째는 중학교를 다닌다. 아장아장 걷던 막내는 큰딸이 키웠다. 윤씨는 이런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는 말을 실감해요. 서로 의지하며 해맑게 자란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난다”며 “귀농을 결심했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실천하라”고 조언했다.

행복한 귀농 이야기


행복한 귀농 이야기


1 봄 햇살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둘째 딸 고은이. 마을 일로 바쁜 엄마 아빠에게 언제나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기특한 딸이다.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윤 이장은 귀농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2 아이들은 푸른 마당에서 하루 종일 마음껏 뛰어논다. 잘 먹고 즐겁게 놀아서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다.
3 4 막내딸이 그린 집 주변 지도와 첫째·둘째가 찍은 동네 풍경 사진. 맑은 물과 나무, 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밝다.

>>> 강원도 영월 ‘행복한 포도 농장’ 가족의 시골 생활

강원도 영월 산골 마을에서 세 아이와 함께 ‘행복한 포도 농장’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단란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가족을 만났다. 귀농 15년 차 정정근·박은경 부부와 그의 세 자녀가 들려주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

진행·김수영 사진·조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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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이나 ‘귀촌’ 등의 단어조차 생소했던 1996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정정근씨(45)는 고향인 영월에 내려가 살기로 결심했다. 시골 출신이기도 했거니와 결혼을 하면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뛰어놀게 하며 키우는 것이 그가 마음속으로 그려온 삶이었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첫아이를 낳자마자 아내를 설득해 영월로 내려왔어요. 다행히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집 지을 땅도, 농사 지을 땅도 있어서 조금은 수월했어요. 그래도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내는 많이 힘들어 했죠.” 태어난 지 1백 일도 되지 않은 딸과 함께 세 식구가 영월에 내려온 건 그해 4월. 정씨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주말마다 내려와 터를 잡고 직접 집을 짓는 등 나름대로의 귀농을 준비해왔지만, 아내 박은경씨(39)는 모든 게 갑작스러웠다. “남편을 믿었기 때문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따라나섰는데, 처음에는 낯설고 외로워서 힘들었어요. 딸아이를 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죠. 그런데 남편이 딱 한 달만 믿고 기다려달라고, 그때도 아니면 다시 서울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남편 말대로 한 달을 기다리면서 시골의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주변의 꽃도, 풀도, 물도…. 자연스럽게 사계절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즐기며 그렇게 시간이 흐르게 됐다. “나이도 어렸고, 요리는커녕 살림도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그러는 사이 아이 둘을 더 낳았고, 어느새 다섯 식구가 됐어요. 지금요? 제대로 시골 아낙이죠. 아프지 않고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 셋을 보며 큰 욕심 없이 남편과 농사지으며 사는 거, 이게 진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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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년에 새 식구로 맞이한 송아지 세 마리는 부부가 세 아이에게 준 친구다. 진짜 숨은 이유는 학자금 재테크로 세 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
2 둘째 수환(14)과 셋째 두환(12)은 집안에서 개구쟁이로 통한다. 틈만 나면 자전거, 농구, 축구, 물싸움 등을 하며 쉴 틈 없이 동네를 누비고 다닌다. 티격태격하다가도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으며 금세 둘도 없는 개구쟁이 짝꿍으로 변한다.
3 10년을 함께 살다가 서울에 사는 자식 집에 머물고 계시는 시어머니. 시골 생활을 잊지 못해 시간 날 때마다 영월에 내려와 일손을 도우신다. 요즘에는 집 주변을 다니며 갖가지 봄나물 캐는 재미에 푹 빠지셨다.

자연 담은 건강 밥상
요리에 ‘요’자도 몰랐던 아내 박은경씨는 귀농 15년 차인 지금, 김장은 물론이고 된장, 고추장, 간장을 직접 담가 먹는다. 밥상에는 산과 들에서 채취한 계절별 나물로 담근 장아찌가 가득하고, 산에서 갓 채취한 나물들은 싱그러운 향을 담뿍 담고 있다. 아이들은 김치며 장아찌를 밥 위에 척척 걸쳐 먹으며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햄이 없어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의 밥 먹는 모습이 마냥 예쁘고 기특하다.
박씨는 봄에는 봄나물, 여름에는 텃밭의 싱싱한 채소들, 가을에는 곡식이며 열매 등 주변의 모든 게 훌륭한 음식 재료라고 소개한다. “겨울에는 지난해 봄·여름·가을에 채취한 산나물을 직접 담근 간장에 절여 만든 장아찌를 먹어요. 도시에서는 웰빙이니 건강이니 하며 사람들이 좋은 것만 챙겨 먹으려고 혈안이지만, 저희 가족은 매일 그런 음식 호사를 누리며 사는 셈이죠.” 실제로 서울에서 태어난 첫째 딸 지호(16)는 아토피를 앓았지만 이곳에서 살면서 자연스럽게 나았고, 두 아들 역시 잔병치레 없이 잘 자라고 있다. 정씨는 “인스턴트음식을 먹일 환경도 안 될 뿐더러 서울 아이들 학원 다닐 시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흙에서 뛰어다니니 아이들의 건강은 시골 생활이 덤으로 주는 선물이죠. 아이들뿐 아니라 저희 부부도 어디 가면 피부 좋다는 소리 많이 들어요. 사람이 뭘 먹고 사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며 살고 있죠.”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밥상에 그대로 옮겨놓은 가족의 식사는 소박하지만 가장 귀한 음식이라고 가족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행복한 귀농 이야기


1 청양고추·마늘·질경이장아찌 등 최고의 발효식품이 일 년 내내 밥상에 끊이지 않는다.
2 박은경씨는 재래 메주를 만들어 생협에 납품하고 있다. 그 메주로 된장, 간장, 고추장을 직접 담가 먹는다.
3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자 채 녹지 않은 땅 위로 얼굴을 내민 냉이. 잎이 자라지 않은 어린 냉이는 맛과 향이 풍부하다.

부부의 포도 농장 이야기
포도는 일교차가 클수록 당도가 높다. 영월은 어느 지역보다 일교차가 커서 과일의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1만3천㎡ (4천 평)가 넘는 포도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제는 자리를 잡아서 수월해졌지만, 처음에는 힘든 점이 많았어요.” 최근에는 홈페이지(cafe.daum.net/hbfarms)를 통해 포도 재배 과정과 시골생활 등을 진솔하게 보여주면서 이곳을 통해 포도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더욱 바빠졌다. “요즘에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조건 시골에 와서 살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오히려 상처 받고 돌아가기 쉬워요.” 정씨가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경제적’ 부분에 대한 확실한 계획이다. “시골이라고 풀만 뜯어 먹고 사는 건 아니죠. 다들 그런 마음가짐으로 오는데, 시골 생활도 현실입니다.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벌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농사지을 귀농인지, 다른 일을 할 귀촌인지도 결정해야 하고, 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했다면 시장 조사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정씨 역시 귀농 초기에는 농장을 준비하며 큰 위기를 겪었고 이후 온라인을 통한 홍보부터 지자체와의 협력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제적으로 안정을 얻게 됐다.
아내 박씨 역시 “이웃과의 친화가 중요해요. 서울은 우리 가족만 살면 되는 문화이지만, 시골은 더불어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 문화를 빨리 이해하고 어울리는 연습을 해야 해요”라고 조언한다. 귀농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이 가족은 15년 동안 시골에 정착해 살면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그것은 물질적 풍요보다는 자연이 주는 마음의 풍요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행복한 귀농 이야기


행복한 귀농 이야기


1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고, 늘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기 때문에 화낼 일이 없다는 부부. 뭐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골 생활이 그저 행복하다.
2 4 5 1만3천㎡(4천 평)가 넘는 포도 농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정정근씨. 영월은 일교차가 커서 포도 당도가 높다.
3 직접 재배한 포도를 효소로 만들어 물에 희석해 마시면 건강 음료로 좋다. 아이들 간식은 물론 손님 접대 음료로 인기가 많다.

도움말·전국귀농운동본부(031-408-4080)

여성동아 2011년 4월 5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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