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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lobal Edu Talk

중국 학생들, 방과 후 더 바쁜 이유

글&사진·이수진

2011. 04. 01

중국 학생들, 방과 후 더 바쁜 이유


중국 베이징 한 초등학교 3학년인 루지아이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아침을 먹고 6시40분에 스쿨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까지 거리는 차로 20~30분, 오전 7시가 조금 넘으면 학교에 도착한다. 오후 4시 수업이 끝나 다시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5시 전후. 부모가 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숙제를 하고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도 한다.
집에 돌아와 씻고, 저녁을 먹은 후에는 숙제하기 바쁘다. 학교에서 잠깐 낮잠 자는 시간이 있지만 일찍 일어나야 하는 루지아이는 늦어도 8시30분에는 잠자리에 든다. 루지아이의 아버지는 “학교 숙제가 너무 많아 평일에는 놀 시간이 거의 없다. 가족이 함께 저녁 외식을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영어 과외와 피아노 학원도 주말에 보낸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워낙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푸다오라오스(개인교사)를 집으로 초빙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국어에 해당하는 어문과 수학, 영어 등 과목의 숙제를 돕고 학업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점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자신이 가르치는 반 학생의 푸다오라오스를 맡기도 한다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실제 많은 교사들이 퇴근 후 혹은 방학 중에 푸다오라오스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 학생들, 방과 후 더 바쁜 이유


몇 년 전 중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바쁜 직업을 묻는 질문에 ‘초등학생’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루지아이처럼 중국 학생 대부분은 이른 등교 시간과 많은 숙제로 버거운 생활을 한다.
중국의 초등학교에서는 1년에 8백 자 가량의 한자를 익혀 졸업 때까지 3천~4천 자의 글자를 배우고, 1백여 편의 한시를 외우게 한다. 수학 역시 메모 없이 머릿속으로 암산하도록 하는 커우쏸 숙제 등이 매일 상당량 주어진다.

수학·한자… 숙제만으로도 오후 시간 빠듯해



중국 학생들, 방과 후 더 바쁜 이유

숙제 때문에 방과 후에도 바쁜 중국 학생들은 주말에 취미활동을 몰아서 한다.



초등학교가 이럴진대 중·고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다. 기숙학교가 일반화된 중국의 한 중·고등학교 기숙생의 일과는 오전 6시 기상 이후 아침 체조(6시40분), 세면(7시10분), 아침식사(7시30분), 중국어 및 영어 낭독(7시55분) 등의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점심시간을 포함한 8교시 수업이 진행된다. 저녁식사 및 휴식시간 이후에는 다시 오후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보충수업이 있다.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들 역시 학교 숙제 및 자습을 하다 보면 시간이 모자라기 일쑤다.
그런데 이렇게 빡빡한 학생들의 일과는 일반적인 도시 학생들의 사정이고, 농촌 학생들은 방과 후 사각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가 도시로 일하러 나가고 할머니 할아버지나 친척과 함께 고향 마을에 남은 아이들은 방과 후 사실상 방치된 상태다. 이런 아이들이 전국적으로 5천8백만 명. 이 아이들은 도서관이나 학원, 예체능 활동 기회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에서 대부분 TV 시청이나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용돈을 벌기 위해 일찌감치 직업 전선에 나서는 아이들도 있다. 같은 하늘 아래 어떤 아이들에게 방과 후는 숨 쉴 틈 없는 공부의 연속이고 또 다른 아이들에게는 힘겨운 생존의 시간이다.

이수진씨는… 문화일보에서 14년 동안 문화부·산업부·경제부 기자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로서 인민화보 한글판 월간지 ‘중국’의 한글 책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중1, 초등 5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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