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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Global Edu Talk

중국 대륙에 부는 영어 사교육 바람

글&사진·이수진

입력 2011.03.08 10:19:00

중국 대륙에 부는 영어 사교육 바람


중국 대륙에도 영어를 필두로 한 외국어 학습 열기가 뜨겁다. 초·중·고교 입학부터 대학 입시는 물론 취업과 연봉, 승진까지 영어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영어가 생존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8년 이전까지 중국의 제1 외국어는 러시아어였다. 하지만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영어가 명실상부한 제1 외국어로 떠올랐다. 2001년 9월 이후 과거 중학교에서 시작했던 영어 교육을 초등학교 3학년으로 대폭 앞당겼다. 특히 영어 교육열이 뜨거운 상하이는 아예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다. 다른 도시들 역시 법률상 규정된 주당 4시간 이상을 영어 수업에 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베이징 근교 도시인 스자좡 시의 경우 25개 학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당 7시간을 영어에 배정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기타 외국어를 주당 1~2시간 가르치기도 하지만, 현재까지는 외국어 가운데 영어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등 진학 단계마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중국에서 영어 실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고등학교 입학 시험인 중카오(中考), 대학 입학 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서도 영어 실력 차가 당락을 가른다. 중국 대학입시의 영어 시험은 듣기·어휘·문법·독해뿐 아니라 빈칸 채우기 및 영어 번역, 영어 작문 등이 골고루 출제된다. 대학 진학 이후에도 졸업을 위해서는 중국 자체 영어능력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영어 전공자를 위한 ‘Test for English Major(TEM)’와 영어 비전공자를 위한 ‘College English Test(CET)’ 등에서 각각 4등급 이상을 받아야 졸업할 수 있다.

영어 실력이 입시와 취업의 당락 갈라

중국 대륙에 부는 영어 사교육 바람

1 2 중국 초등학교와 영어유치원(학부모 참관 행사) 수업 모습.



이에 따라 각종 영어 경시대회 및 자격증 시험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회화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시험이 중요한 초·중·고교생들은 유명 토종 영어 학원인 신둥팡 파오파오 학원 등을 찾는다. 갈수록 영어 학습 연령이 낮아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월트 디즈니 영어가 2세 이상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반을 개설,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달 8시간 수업 수강료가 1천 위안(17만원 상당)으로 상당히 비싸지만 친근한 디즈니 만화영화 캐릭터를 앞세운 말하기 중심의 프로그램이 조기 영어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시간당 50~2백 위안(8천5백~3만4천원)에 달하는 1대 1 과외교사를 붙이기도 한다. 중국 명문대생 및 강사의 경우 시간당 50~1백 위안, 필리핀 교사는 1백50위안 안팎, 원어민 교사는 2백 위안 안팎의 비용이 든다.
중국의 영어 교육은 학교에 따라 영어 수업시간에 영어만 사용하게 하는 방식, 영어 문장 암기, 중역 번역 훈련 등으로 나름의 효과를 얻고 있다. 비록 발음이나 표현의 정확성이 떨어져도 제한된 조건에서나마 영어 사용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각 대학의 기숙사 근처에는 아침 일찍 교정 벤치에서 혼자 영어 문장을 큰소리로 읽으며 외우는 학생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중국의 영어 교육 역시 기본적으로 ‘시험 영어’의 울타리 안에 있지만 연수나 유학 경험 없이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도 이런 교육열 덕분이다.
한편 갈수록 거세지는 영어 열풍은 조기 유학 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단 대학에 진학한 뒤 유학을 떠났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해외 대학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왕 가려면 일찍 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생, 초등학생까지 조기 유학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7년에만 해도 1백20명에 불과하던 미국 사립고교 입학시험( SSAT: The Secondary School Admission Test)의 중국 응시생이 2008년 2백30명에서 2009년에는 3천명 가까이로 불어났다.
하지만 중국의 학부모들 역시 너무 이른 유학은 아이에게 정서적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 영어가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생각이라는 점에서 생각의 뿌리인 모국어 교육에 대한 고민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이수진씨는… 문화일보에서 14년 동안 문화부·산업부·경제부 기자로 일하다 지난해부터 중국 국무원 산하 외문국의 외국전문가로서 인민화보 한글판 월간지 ‘중국’의 한글 책임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중1, 초등 5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여성동아 2011년 3월 5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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