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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행복한 그녀

제2의 전성기 이경실의 재발견

“나를 웃게 해주는 두 아이, 편안한 안식처 같은 남편 & 가족 응원 힘입어 다시 꾸는 꿈…”

글 남혜연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스포츠서울 제공

입력 2010.01.19 14:24:00

제대로 물을 만났다. 개그우먼 이경실 얘기다. 지상파와 케이블TV 오락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그는 “데뷔 이후 이렇게 바쁜 적은 처음”이라며 엄살을 부렸지만 얼굴 표정은 “나 요즘 정말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남편과 아이들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최고 전성기를 열어나가는 이경실과 그간의 삶과 미래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호통경실? 역할에 충실할 뿐!

제2의 전성기 이경실의 재발견


TV 속 이경실(41)은 상대 게스트를 향해 호통을 치고, 후배들에게는 엄한 선배 역할을 자처한다. 겉으로 보이는 이러한 면면 때문에 사람들은 그와 말을 해보기도 전에 ‘무섭다면서요?’라며 슬슬 피한다. 그를 표현할 때 ‘누구 누구의 엄마’나 ‘누구의 아내’라는 수식어 대신 ‘코미디언 이경실’이 더 친숙하다. 몇 년 전부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활동이 활발한 덕에 “요즘 검토하고 있는 시나리오 있어요?”라는 기분 좋은 말도 듣는다. 코미디언과 연기자, 그 어느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게 이경실의 생각이다. 그래도 누군가 ‘정확한 직업을 말해달라’고 하면 그는 주저없이 “나는 코미디언”이라고 말한다.

-‘세바퀴’‘하땅사’‘이 사람을 고발합니다’ 등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한 토크쇼를 해보고 싶어서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의 ‘이 사람을 고발합니다’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이런 걸(부부간 솔직한 얘기를) 민망하게 어떻게 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방송에서 그런 소재들을 다루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요? 그런 점에서 보람을 느껴요. 후배들과 어우러져 방송을 하는 것도 즐거움이고요.”
-후배들 사이에서 무서운 선배로 소문났어요.
“생각보다 까다롭거나 무섭지 않아요. 하하하.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을 다 찾아다니면서 ‘저 원래 그렇지 않은데요’라고 말할 수는 없잖아요. 각자 자기 몫이 있는 것 같아요. 예능에서 저의 역할은 ‘공격수’죠. 생각해보세요. 강수정이나 임예진씨가 예능에서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공격을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잖아요. 모든 사람이 그런 캐릭터면 프로그램이 험악해지죠. 방송에서 제 역할은 게스트가 재밌는 말을 하거나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경실이 너무 착한 눈빛으로 조용히 앉아 있다면 시청자나 제작진이 공감할 수 있을까요?”
-연기에도 꾸준히 도전하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슬픔을 겪었으니 아마 조금 더 깊이가 있을 거예요. 그런데 다른 것은 다 하겠는데, 못하는 게 딱 하나 있어요. 바보 연기요. 이미지 생각해서 안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예요. 각자 자신의 능력에 맞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 상처? 시간 그리고 사람이 약



제2의 전성기 이경실의 재발견


TV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하는 그이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워지기까지 사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2003년 이혼 후 한동안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무렵 이경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우나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았다. ‘이혼’ 사실이 알려진 순간 사람들은 그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냈고, 이경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TV에서는 자주 얼굴을 보지만 인터뷰로는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인터넷에 보면 댓글도 많고…. 나는 가야할 고지가 아직 멀었는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싶지 않았어요. 연예인이니까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앙금이 오래가더군요. 저도 사람이니까. 또 악성 댓글이나 인터넷상의 유언비어로 아이들이 상처받을까봐 두려웠어요.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죠.”
-이제는 괜찮으시죠?
“괜찮다기보다는, 지금은 행복하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과거의 일을) 개그 소재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요. 아이들 덕분에 빨리 떨쳐낼 수 있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기 때문에 웃으며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상처는 흉터가 남죠. 그래서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연예인들의 속을 잘 알아요. 남의 일 같지 않죠.”

제2의 전성기 이경실의 재발견


-두 아이가 외국에서 유학 중입니다.

“큰딸 수아는 한국에 있으면 중학교 3학년이고 둘째 보승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에요. 두 아이 모두 유학을 가고 싶어했어요. 제가 이혼한 게 세상에 알려졌을 때 수아가 사춘기였죠. 걱정이 많이 됐어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저 자신을 추스리기도 힘들었으니까요. 머리도 식힐 겸 수아와 함께 친구가 있는 캐나다로 잠시 여행을 갔죠. 유학은 꿈꾸지도 않았을 때고요. 한국에 돌아왔는데 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앞으로 엄마가 어떻게 될지 몰라. 일을 많이 못할 수도 있고. 그래도 가고 싶니?’라고 물었죠. 한 달이었지만 느낀 게 많았나봐요. 꼭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보내줬어요. 딸의 유학을 허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현지에 있는 친구 남편이 무척 좋은 사람이라는 점이었어요. 아이들한테 ‘아빠’라는 존재를 대신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덕분에 수아가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됐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됐죠. 친구 부부에게 정말 고마워요.”
둘째는 2년 전에 갔어요. 이제는 진짜 아빠가 생겨서 아주 좋아해요. 여름에는 저희가 가서 아이들을 보고 겨울에는 아이들이 와요. 얼마 전에는 아이들이 아빠한테 장문의 편지를 썼더라고요. ‘아빠가 엄마 옆에 있어서 고마워요. 친구들이 멋진 아빠 있어서 좋겠다고 부러워했어요. 힘을 줘서 고마워요. 사랑해 아빠’라고요. 이 정도면 전 정말 행복한 사람이죠?”
-아이들 자랑을 한다면.
“(딸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휴대전화 사진을 보여주며)우리 수아는 ‘착한’몸매예요. 하하하. 키도 170㎝나 되고. 엄마를 위해 무엇을 할까 생각하는 배려 많은 딸이자 친구죠. 이혼 후 제가 힘들었을 때 (친정)가족들과 수아가 제 눈치를 많이 봤어요. 한번은 사우나 다녀와서 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그 모습이 불안해 보였나봐요. 어린 수아가 다가오더니 ‘엄마 내가 빨리 커서 술 친구 해줄게’라고 말하는데… 우리 수아는 그런 아이예요.
얼마 전에는 아침 7시에 전화가 왔어요. ‘엄마 아침 일찍 나갔다면서? 힘내라고 기쁜 소식 전해주고 싶어서 전화했어. 나 이번에 올A 받았어. 그리고 내가 보승이도 잘 돌볼게’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래 고맙다 수아야. 엄마 끊을게’라는 말밖에 못했어요. 너무 목이 메어서요. ‘우리 수아가 엄마를 아는구나…. 수아가 엄마를 아는구나…’ 속으로 이 생각만 가득했어요.”
-전 남편 소식은 알고 계실 텐데요.
“네. 아이 아빠니까요. 수아는 아빠를 만나지 않지만, 보승이는 아빠와 연락을 자주 하고 만나기도 해요. 아빠잖아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하지만 이 생각만은 분명해요. ‘모두 다 잘됐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죠. 우리 가족은 잘 살고 있는데, 아빠가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 마음이 편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 이유 때문에 전남편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내 새끼들을 보면 결국은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이 커나가는 데 있어서 그 어떤 장애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부모 마음인 것 같아요.”

애교가 없다? 사랑하는 이 앞에선 부드러운 여자
‘여보야~’ 이 한마디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인터뷰 중간중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이경실은 확 달라진 표정으로 통화를 했다. 남편은 밤 12시가 되자 인터뷰 장소에 합석을 했다.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예쁜 아내 이경실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또 아내가 인터뷰에서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다고 한다. 남편의 친구들도 함께 들떠 있었다. 남편 친구들은 이경실을 ‘이스타!’라고 부른다. 이경실 역시 남편의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세바퀴’에서 몇 번 남편과 통화를 한 적이 있으시죠? 남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집에 들어가면 철저히 제 위주로 맞춰줘요. 사업하는 사람이라 주중에는 바쁘지만 주말에는 휴대전화도 꺼놓고 철저히 저와 함께 보내죠. 집에서 뭐 하냐고요? 그냥 우리 둘이 시체놀이 해요(웃음). 요즘은 ‘세바퀴’에서 문자 공개하는 코너가 없어져서 마음이 편하대요. 녹화 당일 ‘오늘도 문자 갈 거야’라는 정도만 말해주거든요. 숙제 같았나봐요. 그래도 하는 동안 재미있었어요.”

제2의 전성기 이경실의 재발견

2007년 재혼한 이경실은 남편 덕분에 자신과 아이들 모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분이 아직도 연애를 하는 것 같습니다.

“네. 서로 많이 배려하는 편이에요. 남편 덕분에 등산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남편의 좋은 친구들 덕분에 제가 많이 웃어요. 둘이 있는 시간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남편이 있기 때문에 늘 재미있고 행복해지죠.”
-재혼 후 달라진 점이있다면.
“남편 덕분에 마음 편하게 방송활동을 할 수 있어요. 숨 돌릴 틈 없어도 즐겁고 또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게 돼요. 아마 제가 가장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시기가 지금일 거예요. 혼자 지낼 때는 저를 잘 챙기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예를 들어 옷이나 가방을 사고 싶어도 몇 번을 고민하고 망설이곤 했죠. 저 말고도 챙겨야 할 사람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남편에게 전화를 해요. ‘여보, 나 사줘.’ 그렇다고 받기만 하지는 않아요. 가끔 남편이 예뻐보일 때 일부러 통장에 돈을 넣어준 뒤 전화를 하죠. ‘여보야! 자기 사고 싶은 것 있으면 사! 오늘 여보가 너무 예뻐 보여서 내가 선물로 주는 거야.’ 가장 좋은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가 생겼다는 점이고요.”
(인터뷰 중간 남편 친구가 이경실에게 불쑥 전화기를 내밀었다.) 이스타! 우리 딸인데 통화 한 번만 해줘. 이경실은 반갑게 휴대전화를 받았다. ‘어! 아줌마야~ 너 요즘 공부 잘하고 있다며? 아빠가 자랑하시더라. 더 힘내라~.’
“남편 친구들이 참 재미있어요. 생활의 활력소죠. 함께 등산을 하고, 이렇게 좋은 자리도 종종 만들고요. 또 다른 즐거움을 찾게 됐어요.”
-문자가 많이 옵니다. 전화도 마찬가지고요. 방금 전에는 채림과 김선아씨가 잠깐 들러 인사를 했네요.
“네. 사람들을 자주 못 만나니까 전화로 안부를 자주 물어요. 함께 작품을 했던 사람들과는 거의 연락을 해요. 문자로 하는 정도지만, 그래도 속마음은 알 수 있거든요.”
-연예인 중 친한 이는?
“이홍렬 박미선 조영남 이성미씨 등과는 말을 안해도 눈빛만으로 통하는 사이죠. 정말 많은 힘이 돼요. 그리고 제게는 또 하나의 숙제가 있어요. 바로 정선희요. 왠지 선희는 제가 책임져야 할 것 같아요. 그 심정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요. 정선희씨의 TV출연에 대해 어쩌면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실지 몰라요. 하지만 그래야 선희가 살 수 있어요. 많이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선희가 예전처럼 환하게 웃으며 방송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줄 겁니다.”
-고 최진실씨와도 친분이 있었나요. 장례식날 정선희씨와 함께 우는 모습이 비쳤습니다.
“아주 친한 건 아니었지만 진실이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았어요. 이혼과 아이들, 저도 경험한 일이니까요. 사람들은 ‘톱스타 최진실’로만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을 챙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예요. 예전에 만났을 때 그냥 ‘진실아 우리 나중에 한번 얘기하자’라고만 말을 건넸어요. 조금 더 일찍 만나 얘기를 했어야 하는 건데… 많이 마음이 아팠어요. 진실이 영구차가 나갈 때 혼자 ‘진실아. 미안하다. 내가 먼저 더 다가섰어야 하는데. 얼마나 힘들었니, 편하게 쉬렴’하고 되뇌었죠.”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세요.
“사실 전 저를 너무 사랑해요. 물론 아이들과 남편도 사랑하지만(웃음).‘경실아 넌 미래에 뭐가 돼 있을까?’‘잘하고 있는거지?’ 혼자 질문을 많이 해요. 그런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과 비슷하게 살 수도 있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이렇게 예능 게스트를 하다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어요. 단지 내 꿈을 애기하면 사람들이 콧방귀를 뀔까봐 말하지 못할 뿐이죠(웃음).”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이유 중 하나도 그 꿈 때문이겠군요.
“아마도요. ‘넌 이 길밖에 없어’라고 규정짓고 싶지 않아요. 개그부터 연기, MC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또 다른 가능성과 미래를 엿볼 수 있으니까요. 개그우먼 이경실이라는 기본 뿌리로 다양한 가지를 뻗는 큰 나무가 되고 싶어요.”

그는 마치 열 여섯 살 소녀처럼 자신의 미래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편하게 즐기는 삶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경실은 자신과 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절대로 쉴 수가 없다.

여성동아 2010년 1월 5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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