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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신종플루로부터 우리 가족 지키기

글 김유림 기자 사진 현일수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 자료제공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질병관리본부

입력 2009.12.16 10:37:00

전국적으로 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 또한 잇따르고 있다. 현재로선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 복용과 백신 접종이 신종플루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신종플루 예방요령과 치료법을 알아보았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신종플루로부터 우리 가족 지키기

지난 11월3일 정부는 신종인플루엔자 전염병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하루 평균 수천 명에 달하는 데다 사망자도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 특히 얼마 전에는 탤런트 이광기의 아들이 신종플루로 사망하면서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감염 확률이 높아진 만큼 대처법을 미리 숙지해둬야 한다.
신종플루에 걸렸다면
신종플루의 대표적인 증상은 고열(37.8℃ 이상)과 기침·콧물·목아픔·코막힘 등 호흡기 이상이다. 신종플루 초기에는 발열 유무에 따라 신종플루 환자로 분류했지만, 최근에는 열이 나지 않아도 호흡기 이상 증상 중 어느 한 가지만 해당되면 신종플루로 의심한다. 실제로 확진환자의 약 20%는 발열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플루와 계절성 독감을 구분하기 쉽지 않지만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이상 감기 증상이 있으면 일단 신종플루를 의심하는 것이 맞다.
감기증상이 나타나면 자가진단을 내리지 말고 바로 가까운 동네 내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을 찾아 진료를 받고 신종플루가 의심되면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야 한다. 신종플루 검사는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약식 검사인 RAT와 확진 검사인 PCR이 그것. 약식 검사는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인지 여부만 판단하는 것으로 약식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더라도 이는 수많은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 중 하나라는 의미에 불과하다. 따라서 명확하게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인지 알고 싶다면 확진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최근 들어 신종플루 감염이 빠르게 진행되자 굳이 확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당부한다. 처음에는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신종플루 확진환자거나 폐렴 등의 합병증이 나타나야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확진 검사가 필요했지만, 지난 10월26일부터는 의심 증상만으로도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다. 또한 약식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명돼도 100% 신종플루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신종플루 증상이 보이면 바로 타미플루를 처방받는 게 현명하다. 타미플루는 정부 비축분이므로 무료. 단 타미플루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하다. 45kg 미만 아이에게는 45mg짜리 저용량 타미플루가, 성인에게는 75mg짜리 고용량 타미플루가 처방된다.
타미플루는 총 5일 동안 복용한다. 중간에 호전 증세를 보이더라도 중단하지 말고 끝까지 다 먹어야 한다. 간혹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체내에 항체가 생긴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타미플루는 치료제이지 백신이 아니다. 항체는 신종플루 백신을 맞거나 신종플루를 앓고 지나가야 몸 안에 생긴다.
신종플루 감염자는 완치될 때까지 최소 일주일 이상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생활해야 한다. 아이가 신종플루에 걸렸다면 엄마나 아빠가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이 돌보기에 전념하는 게 옳다. 완치된 뒤에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확진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간혹 학교나 직장에서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원칙적으로 ‘완치확인서’라는 것은 없다. ‘치료를 받았고 증상이 모두 사라졌다’는 의사 소견서 정도만 받으면 된다.

신종플루 환자 가정 내 간병 요령
1 외부인과의 접촉을 철저히 막고 완치될 때까지 집에서 격리 치료한다.
2 포옹과 키스 등의 스킨십 금물.
3 간병은 한 명이 하고 환자와 2m 이상의 거리를 두고 대한다.
4 환자는 집 안에서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
5 방과 화장실, 수건, 수저, 식기 등을 따로 쓴다.
6 환자가 사용한 식기, 침구류, 옷 등을 자주 세척한다.
7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을 삼간다.

타미플루 부작용
감기 증상을 보이면 ‘일단 먹고 보자’는 심정으로 타미플루를 처방받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부 의료기관과 약국에서는 타미플루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타미플루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타미플루는 위장장애나 복통, 설사 등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각·환청 증세도 보인다. 가까이 있는 물체가 멀리 있어 보이거나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특히 어린 아이가 타미플루를 복용할 경우에는 의사·약사에게 정확하게 물어서 먹여야 한다. 현재 소아용 타미플루가 부족한 형편이라 성인용을 잘라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 아이가 성인용을 복용할 경우 용법 등이 정해져 있다. 7세 이상의 소아는 릴렌자(흡입형)도 투약 가능하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신종플루로부터 우리 가족 지키기

신종플루 예방접종
지난 11월11일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2월 초까지 모든 학생에 대한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신종플루 백신을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근거 없는 괴소문이 퍼지면서 불안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예방접종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국 초·중·고교생의 8%가 접종을 거부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신종플루 예방백신은 철저한 임상심리를 거친 안전한 약으로 앞서 실시된 의료진에 대한 예방접종에서도 치명적인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단 백신 접종은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상태에서 받는 게 좋고, 접종 후 의료기관에서 30분, 집에서 3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며 이상 반응을 체크하면 된다. 접종 부위가 오염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접종받은 당일에는 샤워나 목욕을 피하는 게 좋다.
소아·청소년용 신종플루 예방백신에 대한 임상 실험 결과 9~18세는 1회 접종, 3~8세는 2회 접종한다. 임상실험에서 9세 이상은 1회 접종 시 항체생성률이 82.6%(국제 기준 70%)로 나타났고, 3세이상~8세의 경우 1차 접종 후 항체생성률이 38.6%로 낮아 2회 접종이 필요한 것. 1차 접종 후 임상실험 결과 항체생성률이 너무 낮아 허가가 보류됐던 생후 6개월~만 3세 어린이도 12월부터 접종 받을 수 있게 됐다. 3~6세 어린이는 11월18일부터, 6개월~3세 어린이는 11월23일부터 예약을 받고 있으며 2회 접종료 3만원이다. 아예 임상실험을 거치지 못한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는 접종 대상에서 빠졌다.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엄마가 임신 중에 예방접종을 받았다면 아이가 면역력을 물려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유아가 있는 가정은 각별히 청결을 유지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을 삼가야 한다. 아이들은 몸이 아프더라도 명확히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체온을 재는 등 아이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국가가 정한 예방접종 대상자 우선순위는 보건종사자, 초·중·고생, 6개월~6세 영·유아·임신부, 노인·만성질환자며 일반인은 이들의 예방접종이 다 끝난 뒤에 접종받을 수 있다.

예방접종 시 주의사항
중증의 열성(熱性) 질환을 앓는 경우는 접종을 피하는 것이 좋다. 미열·중이염 등 가벼운 증상일 경우에는 접종을 받아도 무방하지만, 접종 전 의사로부터 예진을 받고 접종 당일 미리 체온을 재보는 게 도움이 된다. 또한 최근에 급성 질환을 앓은 경우, 항암 치료 등 면역억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만성질환자 등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예방접종이 불가능한 사람도 있다. 심한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과거 계절독감 예방접종 후 심한 과민반응이나 접종 6주 이내에 운동신경이 마비되는 ‘길랭바레증후군’ 등을 경험한 경우는 예방접종을 받을 수 없다.



예방접종 부작용
백신을 맞은 뒤 접종 부위가 붓거나 통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개 1~2일이면 사라진다. 드물게 두통·메스꺼움·발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보통 접종 6~12시간 내에 발생해 1~2일간 지속되다 사라진다. 하지만 심한 호흡곤란·두드러기·쉰 목소리·눈 부위의 심한 부종·손이나 발가락 마비 등의 현상이 나타나면 심한 이상 반응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신종플루 예방법
겨울이 되면서 신종플루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누구나 신종플루에 걸리는 건 아니다. 면역력 강화와 개인 위생에 만전을 기한다면 신종플루도 빗겨갈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인체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기온이 떨어지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밀폐된 공간에서는 바이러스가 더 쉽게 전파된다. 따라서 실내에서 기침을 할 때는 반드시 입을 손이나 휴지로 막고 기침을 한 뒤 비누로 분비물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평소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에서 난방기구를 사용할 때는 자주 환기를 시켜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한다. 가습기 청소도 자주 해야 한다. 어린이나 노인은 내복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급적 외부 활동을 자제한다. 환자가 있는 가정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가족간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면역력 강화를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습관을 들이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좋은 방법이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신종플루로부터 우리 가족 지키기

1 신종플루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키고 가습기 청소도 자주 한다. 내복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효과적. 2 신종플루에 걸렸다면 수건, 수저, 식기 등을 따로 쓰게 하고 자주 세척해야 한다.


Q·A로 풀어보는 신종플루 이모저모~
Q 신종플루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전염병인가?
A 신종플루 감염 의심으로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경우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병·의원이나 약국 이용 시 진료비·약값 일부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Q 타미플루 재고가 부족하자 식약청이 일부 타미플루의 유효기간을 연장해주었다. 그럼 타미플루는 효과가 떨어지지 않나?
A 엄격히 보관·관리 중인 국가 비축약품에 대해 약효 연장 프로그램을 적용해 식약청이 약효시험을 거쳤으므로 효능에는 문제가 없다. 외국에서도 약효 연장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Q 외부로 배출된 신종플루 바이러스는 얼마 동안 생존 가능한가?
A 고체이고 딱딱하며 구멍이 없는 표면에서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72시간까지 생존한다. 그러나 감염을 일으킬 정도의 바이러스 양은 24시간까지만 존재한다. 옷·이불·수건·책 등 부드러운 물체의 표면에서는 12시간까지 생존하고,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는 15분간만 생존 가능하다. 손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5분 이하. 손을 물과 비누로 씻으면 바이러스는 바로 씻겨나간다. 알코올 성분의 손 세척제를 사용해도 30초 내에 바이러스가 파괴된다.
Q 예방접종 대상자에게는 정부에서 별도의 절차를 통해 알려주나?
A 초·중·고학생은 해당 보건소에서 학교를 방문해 예방접종을 실시하므로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낸다. 건강한 65세 이상 노인과 임신부, 생후 6개월~취학 전 아동의 경우는 지역 보건소에서 안내문이 전달되고, 만성질환자는 건강보험공단에서 해당 질환자에게 통지를 해준다. 이들에게는 예약제가 운영되는데, 우편 등으로 접종 대상 통보를 받으면 인터넷이나 전화로 가까운 병·의원에 접종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찾아가 맞으면 된다. 접종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12월 중순쯤 예방접종 도우미(http;//nip.cdc.go.kr)나 보건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Q 신종플루 유사 증상을 겪었는데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나?
A 신종플루 확진 검사로 감염 사실을 확인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약식 검사 혹은 의심 증상만을 바탕으로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경우 신종플루 감염 여부나 면역력이 생겼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회복된 경우라면 면역력이 생겼으므로 접종을 받을 필요가 없다.
Q 신종플루 항체 생성 여부는 어떻게 알 수 있나?
A 현재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신종플루 항체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검사 결과를 아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신종플루 백신 접종에 비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종플루 감염 확진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낫다.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신종플루로부터 우리 가족 지키기

인플루엔자 이기기 상세 가이드! ‘이기적인 바이러스, 플루’
‘이기적인 바이러스, 플루’(동아일보사)는 우리나라에서만 수십 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부터 킬러플루까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계절 ·변종플루에 대한 정보, 잦은 정책변화로 인해 신속한 판단이 어려웠을 의료인을 위한 지침 등을 담고 있다.
저자인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몇 년 전부터 2008~2010년 바이러스가 대유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으며 신종플루 백신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동아일보 하임숙 기자의 ‘네 살배기 딸 신종플루 극복기’
또 열이 올랐다. 10월18일 일요일 저녁이었다.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미국 생활을 하다 귀국한 게 7월 말. 그때부터 만 4세인 둘째 아이는 서너 차례 감기에 걸렸고 열을 달고 살았다. 아무리 열이 나도 해열제를 먹인 지 1시간 정도 지나면36.5~37.5℃ 사이로 열이 떨어졌다가 다시 2시간이 지나면 열이 오르는 게 아이가 앓았던 감기의 일반적인 패턴이었는데, 그날은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38℃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밤에는 41℃까지 올랐고 간헐적으로 기침, 코막힘 증상도 보였다. 다음 날 출근길에 바로 거점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갈까 고민했다. 하지만 오전에 재본 체온은 37.9℃. 확실히 열이 잡히는 걸 보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첫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라 할 일이 많았다.
“동네 병원에서 약을 지어 먹이고, 약을 먹여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바로 전화주세요.”
함께 사는 시부모님께 전자체온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며 신신당부한 뒤 출근을 했다. 오후 5시 반쯤 시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직장 근처인 시청역까지 시아버지께서 아이를 데려오셨다. 열로 얼굴이 발개진 아이는 기운이 없었다. 그래도 “열이 계속 나” 하면서 자신의 상태를 또렷이 설명했다. 가까운 거점병원으로 향했다.
당시만 해도 발병환자 수가 하루 1천5백 명, 사망자 수도 18명으로 신종플루는 대유행이 아닌 비교적 초기유행 단계였다. 대기한 지 30분 만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엑스레이 검사부터 했다. 폐는 이상이 없었다.
“목이 부었네요. 일단 감기 증상 같아 보이는데 약을 먹여보시죠.”
약은 동네 병원에서 지었다고,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걱정된다고 이야기했더니 그제야 “검사 한번 해보자”고 했다. 의사는 목젖 가까운 부위의 혀를 검사막대로 긁었고 아이는 헛구역질을 했다.
“이건 신종플루 약입니다. 감기약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두 번 먹이고 내일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복용을 중단하세요. 만일 양성으로 나오면 5일치를 다 먹이면 됩니다. 혹시 상태가 나빠지면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타미플루였다. 집에 도착해 캡슐을 열고 가루약 성분을 숟가락에 올린 뒤 물에 녹여 아이에게 먹였다. 신기하게도 타미플루를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체온이 36.5℃로 돌아왔다. 밤에 간간이 깨어 혹 열이 다시 오르지 않았을까 재어봤지만 정상이었다. 타미플루 부작용이 걱정됐지만 다행히 아이는 아무런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11시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계속 불통이던 전화는 오후 2시 반쯤 연결됐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기분이 멍했다. 걱정은 했지만 내심 설마 아니겠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열이 잡힌 뒤라 아이 걱정보다는 고위험군인 시부모님과 첫째 아이 걱정이 먼저 됐다. 부랴부랴 집에 전화를 걸어 결과를 알리고 컵·수건을 따로 쓰게 했다. “되도록 아이를 격리시켜 주세요.”
아이 격리시키기 쉽지 않지만 컵·수건 등을 따로 써 가족 감염 막아
사실 네 살배기 딸을 집에서 다른 가족과 격리시킨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친구처럼 붙어 사는 언니와 놀지 못하게 할 수도 없고, 애교가 많은 아이가 가족들에게 뽀뽀하는 걸 막기도 쉽지 않았다. 온 가족이 살얼음을 걷는 기분으로 며칠이 지났다. 다행히 다른 가족에게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10월 24일 토요일,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멀쩡해졌지만 의사의 확인서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그 일주일 새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환자가 하루 3천 명을 넘어섰고, 거점병원의 진료구역은 북새통이었다. 접수창구에서는 2시간을 기다리라고 했다. 기침하는 환자들 틈에 있다가는 없던 병도 걸리겠다 싶어 다른 곳에 있다가 2시간 뒤에 갔다. 하지만 2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확인서만 받으면 된다고 했더니 의사가 “아이는 괜찮나요?” 묻고는 진료를 하지도 않고 확인서를 써줬다. 환자가 급증하면서 거점병원의 의료체계가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동네 병원에서도 타미플루를 처방받을 수 있다.
최근 일부 환자들이 고위험군이 아닌데도 어이없게 사망하면서 국민적 공포감이 극도로 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종플루 환자들은 우리 가족처럼 쉽게 이겨냈다. 환자가 생기면 상태를 잘 관찰하고, 평소의 감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면 바로 대처하는 게 가장 현명할 것 같다.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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