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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여름방학 잘 보내야 실력 쌓고 치열한 입시 경쟁 뚫을 수 있어요”

국제중·영재교육원 입학생 2인이 한소리로 외치다

글 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 박해윤 현일수 기자

2009. 07. 13

여름방학은 다음 학기 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 하지만 자칫 계획 짜기에 소홀하면 무더위에, 바캉스에 귀중한 시간을 흘려버리고 만다. 방학 동안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실력을 다진 덕분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제중과 영재교육원에 합격한 중학교 1학년 영재들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여름방학 잘 보내야 실력 쌓고  치열한 입시 경쟁 뚫을 수 있어요”


CASE1>> 독서와 체험학습으로 실력 쌓은 토론의 달인, 청심국제중 1학년 정연호
정연호군(13 )의 장래희망은 물리학자다. 정군은 아주대 부설 영재교육원에서도 중등반 물리심화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던 연호군은 원래는 외국어 특성화 중학교인 청심국제중에 지원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초등 6학년 때 어학원의 국제중 대비반에서 공부하기는 했지만 꼭 국제중에 가야겠다는 생각보다 우수한 친구들과 토론수업을 한다는 점이 맘에 들어 즐겁게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국제중 원서접수 마감을 앞두고 경험 삼아 한번 넣어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했는데 1차 서류심사, 2박3일간의 심층면접을 통과하더니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연호군은 어학원에서 일괄적으로 접수해서 본 영어 인증시험 성적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한다. 연호군의 엄마 김보미씨(41)는 “연호가 영어를 뛰어나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영어 토론을 좋아하고 자기 주장을 분명하게 펼치는 걸 즐기는 편이라 점수를 후하게 받지 않았을까 짐작해봤다”고 말한다.
국제중 심층면접 때는 외국에서 살다와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연호군은 토론만큼은 기죽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연호가 초등학교 5학년 방학 때 민사고에서 하는 영어 리더십 캠프에 참가했었는데 영어토론을 잘 해서 최종대회에 반대표로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토론을 좋아하는 건 평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서 상식이 풍부한 덕분인 것 같아요.”
김씨는 책 읽기를 너무 좋아해 숙제도 제쳐놓고 책에 빠져 있는 아들을 야단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는지 집에서 가까운 평촌·의왕·호계 등 세 곳 도서관에 회원가입을 해놓고 일주일이나 보름 걸러 한 번씩 세 군데 도서관을 돌면서 한 번에 빌릴 수 있는 최대치 책을 빌려다 아들에게 공급해주기 바빴다고 한다.
“여름방학 잘 보내야 실력 쌓고  치열한 입시 경쟁 뚫을 수 있어요”

물리학자를 꿈꾸는 정연호군과 엄마 김보미씨.


“방학 동안에는 영어 원서·시리즈물 쌓아놓고 읽었어요”
연호가 물리학자의 꿈을 갖게 된 것도 과학동화·과학위인전 등 책을 통해서라고 한다. 초등 3학년 때는 일기장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공식을 써놓고 그림을 그려가며 ‘증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과학·수학대회 수상 실적이 10여 개 이상이고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아주대 영재교육원 교육원장상을 받았다.
연호군에게 방학은 평소 읽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못 읽은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 학기 중에는 주로 단행본을 읽었지만 방학이 되면 읽고 싶은 시리즈물을 구해 마음껏 읽었다. 또 다음 학기 수업내용과 관련된 책을 미리 구해 읽기도 했다고.
“국어의 읽기·말하기·듣기 교과서의 맨 뒷장에 보면 참고도서 목록이 나와요. 방학 때는 다음 학기 교과서 목록에 있는 책들을 주로 빌려다 봤어요.”
국어뿐 아니라 다음 학기 과학시간 별자리에 대한 것이 나오면 천문학과 별자리에 대한 책들을 구해 읽었다. 고학년이 된 후에는 방학 때마다 영어 과학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앗! 시리즈’ 영어원서를 쌓아놓고 읽었다고 한다.
책 읽기를 통해 지식을 쌓은 연호군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4학년까지 1년 반 동안 논술학원에서 철학수업을 들으며 깊이 있는 토론을 했다고 한다. 5학년 때는 학교 논술영재반에 들어가 일주일에 두 번씩 방과 후 수업으로 토론하며 논리적인 사고력을 길렀다.
연호군이 사고력을 키운 데는 체험학습도 큰 몫을 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주말마다 전시회, 박물관, 각종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데리고 다녔다고. 때문에 지금은 전국에 있는 미술관·전시관·수목원·생태공원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회사원인 남편은 처음에는 ‘주말에는 쉬고 싶다’고 불평했지만 아이가 새로운 지식에 관심을 갖고 변해가는 걸 느낀 후부터는 김씨 못지않게 열심히 연호와 동생 연수의 주말 나들이를 도와준다고 한다.
아이들의 체험학습을 준비하면서 김씨가 특히 애용한 것은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였다고 한다.
“매달 25일 전후 서울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서울에 있는 모든 공원의 체험 프로그램 소개가 올라와요. 그냥 가서 둘러보는 것보다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게 좋아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방문할 때도 사전에 도슨트의 안내시간이 언제인지 확인하고 그 시간에 맞춰서 갔다고 한다. 주말의 체험학습 후에는 티켓·브로셔 등을 일기장에 붙이고 느낀 점 등을 일기장에 쓰도록 했다.
“아주 어렸을 때는 그냥 놀러 다닌 거였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지루해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학교 수업시간에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을 이미 가봤다든가 본 적이 있다는 사실에 재미있어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특히 방학 때는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돼요. 서울대의학박물관·현대미술관·국립국악원·서울대공원 등에서 마련하는 초등학생 체험 프로그램에 많이 다녔어요.”
엄마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화분에 물을 주듯 정성을 들인 체험학습의 경험이 연호의 무한한 에너지와 가능성을 키운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여름방학 잘 보내야 실력 쌓고  치열한 입시 경쟁 뚫을 수 있어요”

CASE2 >> 과학 실험과 캠프 통해 과학자 꿈 키운 경기과학고 부설 영재교육원 권기웅
권기웅군(13·대안중 1)은 올해 초부터 경기과학고 부설 영재교육원에 다니며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영재교육원 시험은 필기와 면접을 포함해 총 4차에 걸쳐 진행됐다. 그 중에서 창의력 문제가 나온 1차 필기시험은 학교에서 전혀 다뤄보지 못한 문제들이었다고 한다.
“두 가지 물건을 주고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10가지 쓰라는 문제도 있었고 우화를 예문으로 내놓고 네 줄의 시로 내용을 요약하라는 문제도 있었어요.”
기웅군은 초등학교 때 학원에서 중학과학 과정을 선행 학습했고, 영재교육원 대비 단기 강좌를 듣기도 했다. 하지만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를 푸는 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 것은 과학 실험과 과학캠프, 과학만화와 과학동화 등을 통해 얻은 과학적 사고력이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물건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걸 유별나게 좋아했다는 기웅군의 집 거실에는 전용 실험 책상이 마련돼 있다. 책상 위에는 한창 제작 또는 실험 중인 각종 도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영재교육원에서 1년간의 실험과제 계획표를 작성한 뒤 계획서대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블록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서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거기에 빠져들곤 했어요. 지금은 집안의 웬만한 전자제품 설치나 수리는 기웅이가 다 맡아서 하고 있어요.”
엄마 김미아씨(44)의 이야기다. 초등 3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교사와 함께 집에서 과학실험을 했던 기웅군은 과학을 재미있어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점차 과학이론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한다.
이후 실험과 이론을 연계시키는 학원에 다니며 과학적 호기심을 채웠다. 또 방학 때마다 빠지지 않고 과학캠프를 찾아다녔다. 전국의 과학캠프라는 캠프는 거의 다 참가했을 정도. 캠프가 끝나면 또 다른 캠프로 옮겨 다니는 식이었다. 과학 전시회와 박물관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둘러보았다고.
“여름방학 잘 보내야 실력 쌓고  치열한 입시 경쟁 뚫을 수 있어요”

과학캠프라면 어디든 다녔다는 권기웅군과 어머니 김미아씨.


여름방학이면 온갖 과학캠프 찾아 다녀
5, 6학년 여름방학 때는 캐나다와 영국에서 열린 과학캠프에 다녀왔는데 이는 기웅군이 과학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좋은 경험이 됐다. 과학 실험이나 이론 공부는 한국에서 하던 것과 다를 바 없었지만 과학산업이나 과학자를 대우하는 사회 분위기가 어딘가 달랐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과학 전시회가 무료로 열리더라고요. 케임브리지에서는 다윈이 살던 집을 기념관으로 운영하고 있었고요. 정부에서 과학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과학이 일생을 걸 만한 가치가 있는, 훌륭한 학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수학은 요즘 한창 강조되고 있는 창의적 사고력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에 다녀본 적 있지만 그보다는 교과서 위주로 공부한 것이 더 도움이 됐다고 한다.
“창의력 수학을 가르치는 곳에 보냈더니 아이가 너무 어려워했어요.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를 풀기 전에 먼저 기본적인 수학 실력이 갖춰져야 할 것 같아요.”
새로 옮긴 수학학원에서는 혼자 공부해서 문제를 먼저 풀어오게 한 후 모르는 문제를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수학 실력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간호사인 엄마 김씨는 엄마가 집에 없는 동안 아이가 혼자 시간을 잘 관리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는 데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기웅이가 4학년이 되던 해부터 주말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시간표를 짜놓고 계획표대로 지키도록 했어요. 혼자 집에 있을 때면 미리 공부를 해놓고 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과학 잡지나 만화를 보도록 이끌었죠.”
기웅군은 과학 잡지와 만화 읽기를 무엇보다 좋아하는데 중학생이 되니 학교와 학원 수업에다 수행평가, 봉사활동에도 시간을 쪼개야 해 밥 먹을 때나 간신히 과학책을 볼 수 있게 됐다. ‘과학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과학책을 실컷 읽고 혼자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할 텐데 이렇게 학원, 학교 숙제에 치여 살아서 어떡하나’ 하는 것이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걱정이다.
과학자가 되고 싶은 기웅군의 다음 계획은 과학고 진학이다. 경기외고에 다니는 누나의 경험을 발판 삼아 지금부터 차근차근히 과학고 입시를 준비할 생각이다. 과학고에 가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기웅군은 “과학수업을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한다.
“경기과학고 영재교육원에 가보니 처음 보는 실험도구들이 사방에 가득하고 마음껏 실험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과학고에 있는 자료열람실이나 실험실을 보고 꼭 과학고에 진학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웅군은 과학이 재미있는 이유가 “계속해서 모르는 것이 나오고 왜 그런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영재교육원에서 천문 관측에 대해 배우면서 천문학에도 관심이 생겼다는 기웅군에게 이번 여름방학 계획을 묻자 “베이징에 개기일식을 보러 가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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