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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이렇게 공부했어요

국제청소년물리대회 은상 수상한 옥종목군·아버지 옥재학씨

“사교육 받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게 했더니 문제 해결력 뛰어나다는 평가 들어요”

기획·김명희 기자 /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조세일‘프리랜서’

입력 2007.08.13 11:15:00

옥재학씨의 두 아들은 사교육을 받지 않고 집에서 ‘스스로’ 공부해 특목고인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전주 상산고에 합격했다. 아버지 옥재학씨가 최근 세계 과학영재들이 겨룬 ‘국제청소년물리토너먼트대회(IYPT)’에서 은상을 수상한 옥종목군을 과학영재로 키운 비결과 남다른 자녀교육법을 공개했다.
국제청소년물리대회 은상 수상한 옥종목군·아버지 옥재학씨

지난 7월11일 경기도 성남 경원대에서는 전 세계 과학영재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20회 ‘국제청소년물리토너먼트대회(IYPT)’ 결승전이 열렸다. 이날 한국 대표로 대회에 참가한 옥종목군(18)의 아버지 옥재학씨(49)는 방청석 맨 뒷줄에 앉아 아들의 모습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대회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은 옥씨에게 “똑똑하고 훌륭한 아들을 둬서 좋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사교육 한 번 안 받은 아이가 저 자리에 서 있다는 게 고마울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종목군은 부산 한국과학영재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옥씨는 “아들이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한국과학)영재학교에 들어갔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혼자 힘으로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학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각종 책을 통해 꾸준히 혼자 공부하는 과정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서 그런지 어떤 공부든 두려움 없이 잘 해내더라고요.”
국제청소년물리토너먼트는 개인이 실력을 겨루는 물리올림피아드(IPhO)와 달리 과학적 지식 이외에도 사전에 제출된 과제를 놓고 팀원들이 협력해 연구한 뒤 영어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능력과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과학교육의 방법을 제시한 대회다. 각국 예선을 거친 26개국 27개 팀 1백30여 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는 호주팀이 금상을 차지했고 옥종목군을 포함한 다섯 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한국팀은 은상을 차지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는 온 동네가 놀이터였어요. 시골에서 자랐으니까 자연에서 뛰어노는 게 유일한 공부이자 교육공간이었던 셈이죠. 꽃과 나무, 그리고 각종 곤충들이 두 아이의 친구였고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뛰어놀던 종목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첫 성적표를 받았을 때 옥씨 부부는 황당했다고 한다. 성적이 형편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성적표를 받아쥔 옥씨는 아내에게 “새로운 각도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자녀교육에 신경을 써보자”고 제안했다.
“가장 먼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제가 하는 일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저희 집에 드나들었거든요. 그래서 책도 보고 가족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지트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나눴어요. 두 아이가 흥미를 느낄 만한 사회현상과 또래아이들의 관심사, 그리고 친구와 어울려서 놀았던 이야기들까지. 그러니까 가족이 함께 어울려 대화하는 게 유일한 교육 방법이자 수단이었어요.”
경남 진주 외곽에 살던 옥씨가 진주 시내로 이사를 결심한 것은 종목군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공부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옥씨 부부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대신 자신들이 가르치는 방법을 택했다. 옥씨는 서점에서 중학교 영어교과서를 구입해 아내에게 건넸다.

실패한 아들에게 꾸중 대신 도전할 수 있는 꿈 심어줘
국제청소년물리대회 은상 수상한 옥종목군·아버지 옥재학씨

국제청소년물리대회 은상을 차지한 종목군은 항공우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아내가 아이들에게 영어단어 시험을 내고 채점을 했어요. 교재는 주로 제가 선택을 했고요. 여러 가지 책을 비교한 후 아이의 단계와 수준에 맞는 것을 골라줬어요. 단어를 무작정 외우게 하는 것보다 뭔가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영어단어 공부를 시작한 이듬해 영어 관련 대회에 나갔는데 실력이 형편없더라고요. 저희 부부가 시킨 영어공부가 별 효과를 보지 못한 거죠.”
옥씨는 아들이 비록 영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종목군에게 또 다른 도전과 꿈을 심어주기 위해 컴퓨터와 관련된 책을 사줬다. 컴퓨터 학원에 보내는 대신 책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기를 바란 옥씨는 의외로 아이가 컴퓨터에 관심을 갖자 여러 종류의 컴퓨터 서적을 손에 쥐어줬다.
“혼자 컴퓨터 책과 백과사전을 보고 공부해서 경상남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 금상을 받았어요. 초등학교 4학년밖에 안 된 종목이가 큰 대회에서 상을 받더니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요. 그런데 경남도 대표로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 출전했다가 예선에서 떨어지고 말았어요. 풀이 죽어 있는 종목이와 둘째 아들 손을 잡고 진주로 내려오기 전에 서울대학교에 들렀어요. 아이들에게 도전과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였죠.”
종목군은 서울대학교를 둘러본 후 정문에 ‘침’을 찍어 바르며 “나는 이 다음에 커서 꼭 서울대학교에 다닐 것”이라며 다짐을 했다고 한다.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아이를 꾸중하지 않았어요. 부모가 자녀에게 서울대학교를 가라고 잔소리를 하는 것보다 직접 캠퍼스를 둘러보면서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북돋워주는 게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너희들이 이다음에 공부 열심히 해서 이 대학에 꼭 와보자’며 약속하고 진주로 내려간 겁니다.”
서울에 다녀온 종목군은 공부에 매진해 5·6학년에 걸쳐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1·2급과 워드프로세서 1·2급, 컴퓨터활용능력 2급,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까지. 그것이 과학에 대한 첫 실기교육이었다.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면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해 정복할 수 있도록 유도했죠. 아이들이 뭔가 이루고자 하는 대상이 새로 생기면 정상에 서기 위해 스스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고요.”
종목군은 초등학교 4~6학년까지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고 한다. 공부를 잘하는 비결은 ‘반복학습’이었다. 초등학교 때 아이들의 국어와 과학은 옥씨가, 영어와 수학은 그의 아내가 담당했다.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문제집 3~4권을 집중적으로 풀었고 교과목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그렇게 공부하던 종목군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 “수학경시대회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아이들이 하겠다는 일에 대해 반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옥씨는 “그렇게 해보라”며 격려했고 수학경시와 관련된 책을 아들에게 건넸다. 그러나 학원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한 아이들에게 밀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종목군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이듬해 수학 대신 과학경시대회에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과학경시를 하고 싶다고 하기에 2학년 과학책을 사다줬어요. 1학년 때 2학년 책으로 공부를 한 겁니다. 그 책을 다 이해하면 중3, 고1, 나중에는 대학교재를 사다줬어요. 책 선정은 여전히 제가 했죠. 헌책방에서 대학생들이 보고 버린 물리나 생물 원론 책을 사다줬어요. 그 책을 본 후 중1 겨울방학 때 경남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과학경시대회에 출전해 금상을 받더라고요. 전국 대회에 출전해 동상을 받았고요.”
중학교 3학년 1학기 말 종목군은 “한국과학영재학교에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옥씨는 어려서부터 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종목군이 합격을 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합격을 하고 나서 나중에 학교 선생님들 말씀을 들어보니 종목이가 학원에서 배우고 입학한 아이에 비해 주도적인 학습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하시더라고요.”

“TV 보는 대신 신문 읽고 10년간 아이들과 등하교 함께했어요”
국제청소년물리대회 은상 수상한 옥종목군·아버지 옥재학씨

옥씨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는 되도록 TV를 켜지 않았다.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신 부모와 아이 모두 신문과 친하게 지냈다.
“TV보다는 신문이 아이들의 논리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되도록이면 아이들이 다른 데 한눈을 팔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터넷은 종목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설치했어요. 휴대전화는 고등학교 진학한 이후에 사 줬고요.”
옥씨는 두 아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10여 년 동안 자녀의 등하굣길을 함께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옥씨가 아이들을 차에 태워 등하교를 시켰다는 것. 옥씨는 멋쩍게 웃으면서 “그것이 아이들에게 쏟아부은 유일한 ‘투자’였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공부하는 자세를 잘 익히는 기회로 삼아야 해요. 느슨해지지 않도록 곁에서 도와주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잘 인도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공부한 학생들은 어떤 문제든 해결하는 능력이 탁월한데다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서 공부가 훨씬 수월해요.”
형이 특목고에 입학하자 자극을 받은 둘째 종수군은 1년 남짓 특목고인 전주 상산고 진학을 목표로 형이 보던 참고서와 문제집을 파고들었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어떤 일이든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요. 선택도 아이들이 하는 것이고요. 자신이 선택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아이들 몫입니다. 부모는 조언자일 뿐이고요. 중학교 때까지는 부모가 자녀의 선택을 돕기 위해 간섭하고 그 이후부터는 자녀가 자신의 삶에 책임지고 살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목군이 “전남 고흥에 건립 중인 우리나라 최초 우주항공센터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내비치자 옥씨는 말없이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네 꿈이 이뤄질 것을 믿는다’는 눈빛을 건넸다.

여성동아 2007년 8월 5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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