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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rt & Culture

Trace & Grace -한 소장가의 꿈·길

SK 최태원 회장 어머니 고(故) 박계희 여사 10주기 소장품전

글·송화선 기자 / 사진·아트센터 나비 제공

2007. 07. 12

SK 최태원 회장의 어머니로 80·9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 미술 수집가 가운데 한 명이던 고(故) 박계희 워커힐미술관장의 10주기 추모전이 열리고 있다. 고서화부터 판화·조각 등 현대미술 작품까지 박 관장의 소장품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Trace & Grace -한 소장가의 꿈·길

‘Trace & Grace’전에 전시된 앵포르멜 경향 작품 김봉태의 ‘Untitled’.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인 고 박계희 워커힐미술관장의 초상화. 팝아티스트 대가 클래스 올덴버그의 ‘Colossal-screw in Landscape’. (왼쪽부터 차례로)


고 최종현 SK 회장의 부인이자 최태원 현 SK 회장의 어머니인 고 박계희 워커힐미술관장(1935∼1997)은 현대미술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지난 84년 설립한 워커힐미술관(현 아트센터 나비)은 해외 현대미술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해마다 젊은 작가를 위한 초대전을 여는 등 미술계의 새로운 경향을 앞장서 이끌었던 곳. 당시 일반 미술관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공예·디자인 등 ‘주변 미술’과 굿 등 전통공연까지 과감히 수용해 한국 관객에게 새로운 예술 영역을 소개했다는 평도 듣는다.
그의 10주기를 맞아 고인을 기리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박 관장의 며느리인 노소영씨가 운영하는 ‘아트센터 나비’와 ‘소마미술관’이 공동으로 마련한 ‘Trace · Grace-한 소장가의 꿈·길’전이 그것. 지난 6월1일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마미술관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번 전시회에선 고서화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향과 장르의 미술작품 80점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앵포르멜(informel) 작가들의 작품. ‘앵포르멜’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화단을 휩쓴 서정적 추상회화의 한 경향으로, 60~70년대 국내 작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박서보·윤명로·김창렬·김봉태 등 여러 작가가 청년 시절 이에 심취했는데, 김창렬의 ‘Rite(의식) 1964’, 김봉태의 ‘Untitled(무제)’ 등 유명 작가들의 60년대 작품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Trace & Grace -한 소장가의 꿈·길

영화 ‘취화선’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조선시대 화가 오원 장승업의 10폭 병풍.



Trace & Grace -한 소장가의 꿈·길

대형 천을 이용한 ‘포장미술’의 대가 크리스토의 ‘Wrapped Floors’.(좌) 모빌을 창시해 20세기 현대미술의 한 획을 그은 알렉산더 칼더의 ‘Black Counterweight’.(우)


앵포르멜은 박 관장과 워커힐미술관이 깊은 관심을 기울였던 분야로, 지난 84년 워커힐미술관의 개관전이 바로 ‘60년대 한국현대미술-앵포르멜과 그 주변’이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알렉산더 칼더의 ‘검은 평형추(Black Counterweight)’, 프랭크 스텔라의 ‘파편들(Shards) V’ 등 해외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부터 오원 장승업의 10폭 병풍, 윤명로의 ‘무제’ 등 시대를 넘나드는 한국 작품들이 고루 전시돼 있다.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하는 데 앞장섰던 미술 애호가”
Trace & Grace -한 소장가의 꿈·길

추상적 조형미로 유명한 조각가 베티 골드의 ‘Kaikoo Series #10’.(좌)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 작가 데이비드 스미스의 ‘Black White Backward’.(우)


미국 뉴욕 베네트대와 미시간 카라마주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박 관장은 “좋은 미술품 컬렉션은 꿈과 영광의 궤적을 그리는 과정”이라며 기회가 될 때마다 서울 인사동 등 미술가를 찾았고, 그 과정에서 기른 미술에 대한 감각으로 다채로운 컬렉션을 보유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 제목을 ‘Trace · Grace(궤적과 영광)’로 붙인 것은 이 때문이다.
워커힐미술관장을 역임한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그를 회고하는 글에서 “시내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가면 반드시 박 관장을 만나곤 했다. 서울의 미술관장 가운데 전시회를 빼놓지 않고 보는 사람은 박 관장 한 사람뿐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또 “박 관장은 매일 오후 2시면 미술관에 출근해 자기 방에서 미술에 대한 책을 읽다가 6시엔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는 규칙적이고 학구적인 생활을 했다. 규칙적인 독서생활은 그의 교양을 높이고 세계 미술에 대한 일가견을 이루게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박 관장은 지난 84년 우리나라 최초로 앤디 워홀 전시회를 열고, 이듬해엔 신현실주의 대표주자 아르망을 초청해 전시 및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등 참신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미술관을 운영할 수 있었다. 85년 내한 당시 아르망은 현대 문명을 풍자하는 의미를 담아 책을 찢어 유리 상자에 넣는 퍼포먼스를 벌였는데, 당시 제작돼 ‘타버린 첼로’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지금도 아트센터 나비에 소장돼 있다.
소마미술관 운영위원인 김영나 서울대 교수는 “박 관장은 특히 현대조각에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전시품 중 데이비드 스미스, 알렉산더 칼더 등 현대 조각가의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면 좋다”고 조언했다.

일시 7월4일까지, 평일·주말 및 공휴일 오전 10시~오후 6시, 목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소마미술관 제1∼5전시실
입장료 어른 3천원, 청소년 2천원, 어린이 1천원
문의 02-4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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