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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남자가 사는 법

영화 ‘음란서생’으로 감독 데뷔한 스타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

“스스로를 김하드(hard)’라고 부를 만큼 인생을 힘들게 살았지만 앞으로도 ‘무모한 도전’ 계속할 거예요”

글·구가인 기자 / 사진ㆍ박해윤 기자

입력 2006.03.15 11:29:00

‘정사’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충무로의 ‘A급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가 감독이 됐다. 데뷔작 ‘음란서생’을 통해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는 마흔다섯 살 신인 감독 김대우를 만나 영화처럼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무모함 혹은 용기?!
영화 ‘음란서생’으로 감독 데뷔한 스타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

‘정사’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음란서생’으로 신고식을 치른 김대우 감독(44). 잘 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에서 신예 감독으로의 변신이 의외라 생각했건만, ‘의외의 결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나 보다.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결정’이 많았는지 묻자 “위험하고 과격한 결정을 많이 한다”며 ‘범상치 않은 과거’를 공개한다.
“원래 공대를 다녔어요. 그런데 대학 2학년 때 5월인가, 수업을 받다가 창밖을 보니 옆에 있는 미대에서 축제기간이라고 애드벌룬을 띄웠더라고요. 수업 내내 애드벌룬만 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순간 바람이 불자 애드벌룬이 쑤욱 누웠어요. 그때 갑자기 생각했죠. ‘아, 그만둬야겠다!’ 그때까지 한 번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냥 짐을 싸서 학교에서 나왔어요. 그리고 갑자기 외국바람이 불어서 다시 대입시험을 보고 이탈리아어과에 들어갔어요. 유럽에 가고 싶었거든요.”
풍선 하나가 쓰러지면서 그의 인생의 방향이 바뀐 셈이다. 그러나 그의 기행(奇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뒤 원하던 유학을 갔지만, 한 번 더 방향전환을 하게 된다.
“외국어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이탈리아로 갔어요. 교사 과정 수료가 두 달 남짓 남았을 때 부활절 휴가를 맞아 프랑스에 놀러갔죠. 불어를 못해서 파리 시내를 헤매고 있는데, 어느 극장 앞에 영화를 보려고 긴 줄이 늘어서 있었어요. 1950년대 미국 흑백영화였는데, 그걸 보려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서 있었던 거예요. 그것에 충격 받고 이탈리아로 돌아가 다시 짐을 쌌어요. 그리고 서울에 계신 부모님께 연락드렸죠. ‘파리에 영화 배우러 갑니다…’.”
이전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지만 역시 무모하다 싶은 용기다. 결국 그때까지 학비를 대줬던 그의 부모도 영화 공부한다는 아들에게 모든 경제적 지원을 끊었다고 한다.

“저는 자잘하게 부모 속을 썩이는 타입은 아니에요. 아버지가 군인이셨는데 잔소리가 심하셨어요. 옷 다 입고 나가려는데 ‘옷이 그게 뭐냐’ 하시고, 갈아입으면 ‘다른 거 입어라’ 하셨죠. 그런데 전 뭐든 ‘네!’ 하고 다 들었어요. 그러다가 한 번씩 ‘저 학교를 그만뒀거든요’ ‘영화 배우러 프랑스로 갑니다’ 이러니까 충격이 엄청 크셨던 거죠.”
영화 ‘음란서생’으로 감독 데뷔한 스타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 ‘반칙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정사’ (위부터).


그렇다면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어땠을까. “불어를 못해서 선생님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도 몰랐다”는 김대우는 그의 나이 서른, 프랑스고등영화연구소(IDHEC)에 입학한 후 음식점에서 서빙하며 영화연출을 공부했다. 이 시기는 또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는 때이기도 하다. 91년, 가난한 유학생활에 생활비라도 벌고자 응모했던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당선된 것. 김대우는 그 후 93년 영화 ‘사랑하고 싶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 시나리오를 쓰며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결국, 축제의 애드벌룬과 극장 앞에 늘어선 사람들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주요 동인이 된 셈이다. 때로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은 아주 사소한 것에 의해 좌우되는 것일까.

#2 83학번 X세대
“83학번이에요. 한참 살벌했던 때잖아요. 데모하고 투신자살하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종이뭉치를 들고 나오니까 경찰이 막 빼앗으려는 거예요.학생들도 사복경찰이 뭘 뺏으니까 몰려들고. 저를 둘러싸고 난리가 났어요. 결국 종이뭉치를 빼앗겼는데, 그게 사실 영어 요리책이었어요. 제가 요리를 좋아했거든요. 양식을 해먹고 싶어서 잔뜩 빌린 건데… 경찰이 그러더라고요. ‘이 새끼 뭐야! 지금 시국이 어느 시국인데…’(웃음) 말리러 왔던 학생들은 다 침 뱉는 분위기였고요. 80년대의 엑스(X)세대였죠. 90년대에 태어났어도 괜찮았을 텐데…(웃음).”

영화 ‘음란서생’으로 감독 데뷔한 스타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

스스로도 자신을 ‘뜬금없다’고 평하는 김대우는 취향도 시대를 앞서간 듯하다. 요리를 포함한 집안일뿐 아니라 “아내를 따라간 미용실에서 ‘여성지’ 읽기를 즐겨한다”는 그는 흔히 ‘여성적’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흥미가 많다고 한다.
“외아들인데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살았어요. 할머니, 어머니, 누나 셋, 일하는 누나, 친척 아주머니 한두 분 정도…? 일곱, 여덟 명의 여자들과 함께 살았어요. 그래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편이죠. 보통은 그러면 (여자를) 혐오하게 된다는데 저는 더 기대하는 것 같아요.”
현재 그는 두 명의 여자와 함께 살고 있다. 아내와 세 살배기 딸 ‘이지’.
“딸 이름이 ‘이지’예요, ‘쉽다’는 뜻이죠. 인생에서 ‘최고’는 운 좋고 쉽게 사는 것 같아요. 보통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아라’ 그러잖아요. 전 그런 말 들으면 쫓아가서 목 조르고 싶어요(웃음). 그냥 운 좋게 살아라, 듣기가 얼마나 좋아요. 운 좋은 놈에겐 못 당하거든요. 쉽게 풀리는 사람은 얼마나 쉽게 살아요.”
그러면서 자신은 “‘김하드(hard)’, ‘김터프(tough)’, ‘김디피컬트(difficult)’였다”고 말한다.
“같은 일을 해도 남들보다 어렵게 하고 유독 내가 하는 일만 안 풀린다고 생각했는데, 똑같은 사물을 남들보다 어렵게 생각한 거 같아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죠. 마음먹기에 따라 다른 건데, 이젠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3 행복에 대한 고민, 영화 ‘음란서생’
여기에 행복에 눈뜬 한 남자를 그려봤습니다. 그를 둘러싼 칭찬도, 지위도, 미래도 그 무엇도 그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를 모르고 평하는 잘못된 오해가 그를 불행하게 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삶을 온통 쏟아부을 만한 ‘그 어떤 내부의 욕망’을 갖지 못했기에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삶을 이어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 그가 그것을 발견했고, 그것을 이뤄가고, 그것으로 인해 삶이 바뀌어도 용기 있게,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해 진 것입니다. 그가 행복해지자 그의 행복이 조용히 번져나가서 주변을 행복하게 만들어나간다는, 그런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음란서생’ ‘연출의 변’에서)

김대우가 주로 다뤄온 주제는 ‘행복’이었다. 그간 김대우의 시나리오 속 주인공들은 우연한 계기로 만난 어떤 것에 강한 끌림을 받고 거기에 ‘올인’하며 행복을 느낀다. 사랑을 찾아 떠나는 ‘정사’의 ‘서현’이나 프로레슬러로 변신하는 ‘반칙왕’의 ‘대호’는 ‘축제 애드벌룬’이나 ‘극장 앞 긴 줄’에 충격을 받고 인생의 방향을 돌렸던 김대우의 모습과 닮았다.
그리고 이번 영화 ‘음란서생’에서 조선 최고 문장가에서 음란작가로 변신한 후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인물 ‘윤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음란서생’으로 감독 데뷔한 스타 시나리오 작가 김대우

충무로 스타 작가에서 영화 ‘음란서생’으로 감독 신고식을 치른 김대우.


하지만 그런 ‘행복’은 때로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실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우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고 결국 인생은 등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얻는 게 있는 만큼 잃는 게 있다면 굳이 무리수를 두면서 뭔가를 갈구할 필요가 있을까.
“저도 그런 생각을 해요. 어떤 것을 포기하고 얻은 행복도 결국엔 부질없는 게 될 수 있잖아요. 저건 위험한 거 같은데, 저게 꼭 행복은 아닌 거 같은데… 다시 말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더 행복할 수도 있는데…식의 고민 같은 거요. ‘음란서생’을 보고 (관객이) 그런 느낌도 함께 가져주길 바래요.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영화예요.”
이번 연출에 대해 “로빈슨 크루소가 명동 한복판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는 김대우는 “(영화 연출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편집을 하고 “영화가 자신에게서 분리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말을 벅찬 목소리로 전하는 걸 보면, 그 ‘순간’의 행복은 몇 개월간의 어려움을 잊게 할 만큼 값어치 있었던 것 같다. 아마, 그 ‘순간의 행복’ 때문에 앞으로도 김대우는 그 ‘무모한’ 혹은 ‘용기 있는’ 도전을 계속할 것 같다. 그의 다음 행보가 벌써 궁금해진다.

여성동아 2006년 3월 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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