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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시인에 대한 흠모 담은 ‘사포와 알카이우스’

2006. 01. 04

시인에 대한 흠모 담은 ‘사포와 알카이우스’

로렌스 앨머 테디머(1836~1912), 사포와 알카이우스, 1881, 캔버스에 유채, 66×122cm, 볼티모어, 월터스 아트 갤러리


지중해의 푸른 물결이 꿈같이 아름답습니다. 그 물결을 바라보는 소나무도 멋지기 이를 데 없네요. 이 훌륭한 풍경을 병풍처럼 두르고 두 사람의 시인이 시를 주고받습니다. 고대의 유명한 여류 시인 사포와 서정시인 알카이우스입니다.
지금 시를 먼저 읊는 것은 알카이우스군요. 알카이우스는 클리스모스라고 하는 고대 그리스의 의자에 앉아 키타라라고 하는 악기를 연주하며 시를 낭송하고 있습니다. 키타라에는 음악의 신인 아폴로와 그의 누이 아르테미스가 조각돼 있어 알카이우스가 가히 음악의 신을 감동시킬 만한 재능을 가진 사람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강독대 위에 턱을 괸 사포는 알카이우스의 시가 얼마나 훌륭한지 깊이 매료된 표정입니다. 이 낭송이 끝나면 다음에는 사포의 아름다운 시가 이어질 것입니다. 사포의 시가 어떤 내용일지는 사포 뒤의 소녀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포는 아리땁고 순수한 소녀들의 사랑과 우정, 마음속 비밀 같은 것을 지중해의 저 부드러운 공기처럼 읊을 것입니다.
‘사포와 알카이우스’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영국 화가 앨머 테디머의 출세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앨머 테디머는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 옛날의 옷이나 가구 같은 것을 꼼꼼히 연구했고 사포와 알카이우스가 즐겨 만나 시를 나눴다는 사실도 확인해 표현했습니다.
두 사람을 모두 부각시켜 그렸지만 화가가 더 중요하게 취급한 사람은 사포입니다. 사포는 뛰어난 시인이자 아름다운 미모로 이름을 떨친,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그 지성과 아름다움에 반해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도 여러 훌륭한 시인들과 화가들이 사포를 칭송하는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지요. 앨머 테디머도 그렇게 이 시인에게 존경과 흠모의 마음을 바쳤습니다. 고대의 낭만에 대한 짙은 향수가 담긴 그림을 통해서요.

한 가지 더∼
옛날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릴 때는 비록 상상에 의지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당시 사람들이 살던 모습과 사물, 건축물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합니다. 그래서 역사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고대의 문화유적지나 발굴지,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합니다. 앨머 테디머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 폼페이 등 발굴 유적지를 여러 차례 답사하고 라틴어를 공부해 옛 문헌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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