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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권말부록|명문대 진학한 6인의 공부습관

미국 명문대 11곳 합격, 예일대 장학생으로 입학한 김별

“TV 시청 시간 제한하고 항상 책 읽는 부모님 덕분에 자연스레 공부하는 습관 갖게 됐어요”

■ 기획·이한경 ■ 글·이태균‘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2004. 11. 16

올해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9월 미국 예일대에 입학한 김별양.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무작정 공부에만 매달리는 공부벌레는 아니다.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집중력과 재미있게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김양과 그의 어머니 임석영씨에게 공부 노하우를 들어봤다.

미국 명문대 11곳 합격, 예일대 장학생으로 입학한 김별

“지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워요. 17곳이나 되는 대학에 원서를 넣은 것도, 10개가 넘는 합격통지서를 받은 것도요.”
지난 9월 미국 예일대 사회과학부에 입학한 김별양(18)은 자신의 속마음을 수줍게 밝혔다. 김별양은 미국 대학 진학 적성검사인 SATⅠ에서 1천6백점 만점에 1천5백80점을 받았고, SAT Ⅱ에서도 물리와 수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는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여기에다 영어능력 시험인 토플에서는 3백점 만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예일대 입학을 결정하기까지 김별양과 그의 어머니 임석영씨(44)의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SAT 성적이 워낙 좋고,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조기입학에 지원한 프린스턴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아무 연락이 없었어요. 시험 성적은 문제가 없는데, 성적 외의 특별활동 및 봉사활동이 걸림돌이 된 것 같았어요. 딸아이도 저도 크게 당황했죠.”

좋아하는 것에 한번 빠지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
민족사관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SAT 성적을 받았던 김별양은 함께 공부한 다른 친구들은 합격통지서를 받는데 자신만 제외되자 큰 충격에 휩싸였다. 정시 입학에서 무려 15개 대학에 입학원서를 넣은 것도 바로 이런 사연 때문. 하지만 그 후 예일, 듀크, 버클리, 다트머스, 윌리엄스 칼리지 등 원서를 낸 거의 모든 명문 대학에서 입학허가서가 날아왔고 김별양은 오랜 고민 끝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예일대를 선택했다.
김별양은 강원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아버지 김준기씨(48)와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어머니 임석영씨 밑에서 자란 세 자매 중 맏딸.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냐”는 질문에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한 그는 초등학교 때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공부만 하는 아이’라는 소리였다고 한다.
“사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아이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저를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환교수로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잠시 살다가 중학교 1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그때 ‘전교 1등보다 공부 잘 하는 아이’라고 소문이 났었어요. 그런데 첫 중간고사 시험에서 전교 등수가 세 자리 숫자였어요. 시험 공부를 어떻게 하는 줄 몰라서 교과서만 한번 읽어봤거든요(웃음).”
김별양은 몽상하기를 좋아하고 잠이 유난히 많다. 그런데도 줄곧 상위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집중력 덕분이다. 특히 좋아하는 것에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무서울 정도로 몰입한다고 한다. 김별양의 어머니 임석영씨는 “별이가 초등학생 때 피아노 앞에 서너 시간 동안 꼼짝 않고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별양은 지금도 피아노 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건너간 그는 영어도 빨리 익혔는데 그 역시 집중력 덕분이다.

미국 명문대 11곳 합격, 예일대 장학생으로 입학한 김별

어머니 임석영씨는 딸에게 민족사관학교 진학을 권했지만 민족사관학교 진학이 맞지 않는 학생도 많다고 조언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 학습지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막상 미국에 가보니 실생활 영어와는 큰 차이가 있었죠. 특히 읽기와 쓰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3개월 동안 영어 읽기 공부에 매달렸어요. 짧은 동화책 여러 권을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고, 모르는 단어는 옆에 적어놓고 열심히 외웠죠. 그렇게 공부를 했더니 나중에는 두꺼운 책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겠더라고요.”
원래 책읽기를 좋아하던 터라 김별양은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영어소설을 열심히 읽는 동안 자연스레 영어 실력이 늘어갔다. 1년6개월에 불과한 미국 생활 동안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집중력과 독서 때문이다.
김별양이 책읽기를 좋아하게 된 것은 이모 덕분이다. 아직 글자도 깨치지 못한 다섯 살 꼬마에게 이모는 책을 선물했고, 이때부터 책읽기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되었다. 김별양은 어렸을 적 꿈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읽는 것’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민족사관학교에 들어가서 2학년 1학기 때까지는 다른 친구들처럼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았어요. 선생님과 부모님은 모르지만 1학년 때는 내내 공부 대신 웹 서핑만 했죠. 친구들이 걱정할 정도로 인터넷에 빠져 있었어요.”
김별양이 빠진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 헨리 제임스, E.M. 포스터, 오스카 와일드 같은 작가의 팬 페이지에 접속해 글을 읽는 것. 영어만 가득한 웹 페이지를 주로 탐색하다 보니 선생님들은 그가 공부를 하고 있는 줄 알고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영어동화책과 영어소설 반복해서 읽은 것이 좋은 성적 거둔 비결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 몰래 외국 작가 팬 페이지에 실린 엄청난 양의 팬픽(팬들이 작가의 글을 흉내낸 소설)을 읽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 읽다 보니 영어 읽는 속도가 빨라졌거든요. 또 다양한 글을 읽으니 영어 작문에도 도움이 되었고요.”
김별양의 웹 서핑은 평소 좋아하던 책읽기의 연장이나 다름없었다. 덕분에 그는 SAT에서 원어민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뛰어난 작문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김별양이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시작한 것은 2학년 2학기 때부터다. 비로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부에만 집중한 것. 그에 의하면 그 전까지는 자율학습 시간에 졸다가 선생님께 지적을 받은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잠이 많고 인터넷에 푹 빠져 있던 그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친구들은 무척이나 놀라는 기색이었다고.
“뒤늦게 입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중학교 때 쌓아둔 수학 실력과 틈틈이 놀며(?) 닦아온 영어 실력 때문에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어요. 특히 중학교 때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죠” 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미국 명문대 11곳 합격, 예일대 장학생으로 입학한 김별

김별양은 강원대 수학과 교수인 아버지와 수학교사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친구들은 수학을 전공한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에 제가 수학을 잘 하는 줄 알아요. 아무도 제가 중학교 때 수학경시대회 때문에 고생했던 것은 모르죠. 열심히 공부하기는 했지만 수학에 큰 흥미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부모님이 수학을 공부하시기에 저도 당연히 해야 되는 줄 알고 열심히 했던 거죠. 친구들에게 왜 이야기 안 했냐고요? 수학경시대회에서 한번도 입상을 못 했거든요. 그게 창피해서 이야기 안 했어요(웃음).”
김별양은 그 흔한 학원도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다. 피아노 학원을 빼놓고는 대부분 중도하차했다. 초등학교 시절 한문, 수학, 영어 학습지를 했지만 밀리지 않고 꾸준히 한 것은 영어뿐이다. 영어 학습지를 열심히 한 이유는 재미있었기 때문. 영어 공부를 위해 방학 동안 대학에서 운영하는 어학원에 다닌 적도 있지만 며칠 만에 시들해졌다고한다. 과외 역시 마찬가지. 어머니 임석영씨는 김별양에게 논술, 영어, 과학 과외 등을 시켰지만 모두 오래가지 못했을뿐더러 별 효과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그의 뛰어난 집중력도 발휘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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