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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별책부록|Family Vacance

영화·드라마 속의 섬

영화·드라마에서 눈길 끈 그림 같은 곳! 그 섬에 가고 싶다

■ 기획·최미선 기자 ■ 글·한은희, 이동미 ■ 사진·한은희, 동아일보 사진DB파트 ■ 미술·윤상석 최진이 김영화 이은이 기자 ■ DTP·김현주

2003. 07. 14

영화와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그림 같은 배경 화면이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화면 속의 그 장소를 찾아가고 싶어한다. 올여름엔 영화와 드라마에 ‘특별 출연’한 섬으로 떠나보자. 번잡하지 않고 조용한 작은 섬에는 때묻지 않은 자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살아있다.

어느날 불쑥 찾아온 인연. 그 인연을 키워가며 생겨나는 소중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소설 같은 영화가 ‘연애소설’이다. 그들의 소중한 이야기처럼 우리 앞에 불쑥 나타난 ‘소야도’는 덕적도가 품고 있는 작은 보석 같은 섬이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연애소설’ 주인공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죽노골해수욕장.


2002년 9월에 개봉한 이한 감독의 영화 ‘연애소설’. 차태현(지환), 이은주(경희), 손예진(수인)이 출연한 이 영화는 잔잔한 로맨스로 젊은이의 감성에 호소해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선배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진을 찍던 지환의 카메라에 어느날 경희와 수인이 잡힌다. 수인의 청순한 모습에 반한 지환이 용기를 내 마음을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하지만 이들은 연인이 아니라 친구로 지내며 우정을 키워간다. 늘 같이 지내던 세 사람이 어느날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찾아간 곳이 소야도.
이한 감독은 이 장면을 찍기 전에 제주도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제주도말고는 이 장면을 촬영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이곳 소야도의 바다를 보고 마음을 바꾸었다고. 확실히 영화 속에 나타난 소야도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저곳이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곳이 바로 소야도다.

소야도는…
걸어서 두어 시간이면 섬 한바퀴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섬 소야도. 소야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소야리에 있다. 덕적도의 진리 선착장에서 건너다 보이는 것이 소야도. 덕적도와는 500m 정도 떨어져 있다. 현재 이 섬에는 1백여 가구 2백2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소야도는 작은 섬이지만 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와 모래사장이 좋고, 해송이 만들어내는 그늘이 좋아 쉴 곳도 많다. 단, 버스가 없어 이 섬에서 운행하는 승합차를 타거나 걸어서 다녀야 하는 것이 좀 불편하다. 하지만 짐이 많지 않다면 섬 전체가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완만해 걷기에도 별 무리가 없어 오히려 걸으면서 이 섬의 정취를 흠뻑 맛보는 것이 더 좋다.
‘연애소설’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히는 곳이 이곳 소야도에서 촬영한 여행장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장면과 바닷가에서 서로 우정을 확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바다. 그리고 그들이 머물던 민박집. 모두 소박하고 정겨운 아름다움을 안겨주는 곳들이다.
영화 촬영지로 가장 소문난 곳은 상록수휴양원. 소야 분교를 개조해 만든 곳으로 콘도형 숙소가 5개 있고, 단체 숙소로 사용할 수 있는 교실이 있다. 식당과 주방을 별도로 갖추고 있으며 운동장이 2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곳의 숙소는 모두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최상의 전망을 자랑한다. 또한 학교 본관 건물의 지붕을 테라스로 이용할 수 있다.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배우와 스태프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함께했다. 휴양원 입구 길가에 있는 A동은 차태현의 숙소로, 학교 안의 C동과 D동은 손예진과 이은주의 숙소로 사용되었다. 휴양원 본관건물 앞에는 작은 분수대가 있다. 햇살모양으로 만들어진 이 분수대는 세사람이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앉아 있던 곳으로 바로 옆 왕벚나무 아래에서 지환이 타던 장작을 비벼 인공(?) 반딧불이를 만들었다. 이것을 보고 좋아하는 경희와 수인이 앉아 있던 곳이 분수대. 지금은 풀이 자라 분수대의 형태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수대 옆에 핀 꽃들과 운동장 한쪽에 타다만 장작이 영화의 흔적을 보여준다. 이곳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그 장면을 기억하고 어김없이 모닥불을 피우기 때문이라고.
휴양원을 나서 큰말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길 아래 파란 지붕이 하나 보인다. 이 집은 세사람이 민박을 하는 장면을 촬영했던 곳으로 원래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었으나 영화 촬영 이후 주인이 다시 돌아와 살기 시작했다. 영화가 나가 살던 섬사람을 불러들인 셈.

소야도의 숨은 해안, 죽노골해수욕장
영화·드라마 속의 섬

소박하고 정겨운 아름다움을 주는 소야도. 소야분교를 개조해 만든 상록수 휴양원 모습(오른쪽).


다음 촬영지는 죽노골해수욕장. 이곳은 뗏부루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중간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약 15분 정도 가야 만날 수 있다. 죽노골까지 가는 산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해안산책로다. 오솔길 가장자리에는 솔숲 사이사이로 비집고 올라온 하얀 민들레 군락도 있다. 육지에서 보기 힘든 하얀 민들레와 둥근 홀씨가 바다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만든다.
아이와 함께라면 숲으로 들어서기 전 가는 갈대 하나를 꺾어 들고 가는 것이 좋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어서 거미줄이 몸에 붙기 때문. 길 앞쪽으로 갈대 잎을 돌리면서 걸어가면 몸에 거미줄이 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좁은 산길을 걸으면 숲 사이로 바다와 절벽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도 볼 수 있다. 식수도 없고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이 없어 불편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한가로운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섬 트래킹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코스다.
솔숲 길이 끝나는 곳에서 언덕을 내려서면 금모래로 이루어진 해수욕장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모래사장 가운데 튀어나와 있는 큰바위가 영화 속에서 모래사장에 지환과 경희, 수인의 이름을 쓰던 중 경희가 숨어 있던 바위. 작은 굴 껍질로 뒤덮인 바위 뒤에 숨어 있는 경희를 찾느라 지환과 수인이 해변을 따라 목청 높이 부르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금모래사장에는 그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듯하다. 죽노골해수욕장에서 뗏부루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바닷물이 많이 빠질 때면 모래사장으로 연결되어 걸어갈 수도 있다. 이 길로 걸어가면 바위절벽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세 개의 섬이 만들어내는 바닷길이 열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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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락으로 유명한 북리 마을 전경.


큰말의 입구에는 소야파출소와 뗏부루해수욕장의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예전에 조기가 많이 잡힐 때는 큰말에 꽤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큰 마을을 뜻하는 큰말. 지금도 소야도 사람들에겐 어업이 생계수단이다. 이곳에서는 특히 꽃게가 많이 난다. 먼바다의 꽃게보다 연안의 꽃게가 맛있다고 하여 이곳 소야도의 꽃게는 가격도 꽤 나간다. 물론 섬에서 는 도시에서 사는 것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이른 아침에 큰말 선착장에 나가면 조업을 나갔던 배가 들어와 싼값에 생선을 구입할 수도 있다. 소야파출소 옆에는 소야보건소가 있는데 휴가중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이곳으로 달려가면 된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장관은 방파제 끝에 있는 세 개의 섬을 연결하는 길이 열리는 것. 물이 빠지는 시간이면 방파제에 연결되어 있는 가섬에서부터 간데섬, 물푸레섬까지 서서히 물길이 열린다. 이곳에는 굴과 조개들이 많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바위들이 드러나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방파제 끝 섬에서 살짝 뒤로 돌아가면 멀리 장군바위를 볼 수 있다. 섬 끝에 우뚝 솟아 섬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보이는 장군바위는 신라시대 당나라 장수인 소정방이 군사를 이끌고 가다 쉬어갔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소야도로 가려면 직접 가는 것보다 덕적도를 거치는 것이 더 편하다. 덕적도에서 소야도까지 작은 어선인 종선(032-831-3283)이 다니는데 이 배는 소야도에서 덕적도로 등교하는 아이들과 덕적선착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아주머니들의 발 노릇을 한다. 덕적도에서 소야도까지는 5분 정도 걸리며 여름에는 배가 수시로 다닌다. 따라서 소야도에 가기 전에 덕적도를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

이름난 해수욕장이 많은 덕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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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에는 서포리, 밭지름, 능동 자갈마당 등 이름난 해수욕장이 많다. 18km의 해안선을 따라 모래사장과 갯벌, 자갈마당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어 취향대로 골라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도우선착장에서는 덕적도 공영버스 2대가 기다리고 있다. 덕적도의 끝지점인 북리까지 좌우로 나누어 운행하는 것. 이 버스를 타고 고개를 넘어가면 면사무소가 있는 진말이 나온다. 덕적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한곳에 모여 있는데 이 학교 안의 소나무숲은 소나무보호지역으로 약 1백50년 된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서 있다. 진말을 지나 길을 달리면 다시 고개를 넘어 마을이 보이는데 바로 밭지름이다. 차에서 내려 밭고랑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또 하나의 소나무보호구역이 나오는데 모래 위로 얼기설기 뿌리를 엮고 있는 소나무들이 넓은 그늘을 만들고 있다. 밭지름 해수욕장에서는 소나무숲에서 야영을 할 수 있다. 식수와 화장실,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어 가족끼리 야영하기 좋은 곳이다.
서포리에서 호롱동을 지나면 벗개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간척공사를 해 논농사를 짓는 곳이다. 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커다란 저수지도 필요한 법. 바다와 맞닿은 곳에 낚시터를 겸한 저수지가 자리잡고 있다. 민물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찾아가면 좋을 듯. 주로 장어가 많이 잡힌다. 벗개를 지나 10여분 가면 덕적도의 가장 북쪽인 북리가 나온다. 쑥개라고 부르는 이 해안은 바지락이 많이 나는 곳이다. 물이 빠지면 바지락을 캐는 마을 사람들로 가득 찬다. 낙지도 많이 잡힌다. 북리 만물수산(032-832-1919)으로 연락하면 즉석에서 잡은 바지락을 싼값에 살 수 있다.



작은 금강산, 능동해안
북리에서 고개를 넘어 안쪽으로 들어가면 한적한 해안이 나온다. 교통편이 좋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인적이 드물어서인지 비경이 숨어 있다. 너른 벌판에서 소가 여물을 뜯고 갈대가 바다까지 이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 바로 능동해안이다. 이 해안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다. 크고 작은 자갈이 층층이 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삼형제바위와 곰바위 같은 기암괴석이 절벽, 숲과 조화를 이뤄 한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이곳에서는 물이 빠지고 나면 자갈을 들춰 고둥과 갱, 참갱을 잡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여름 뜨겁게 달구어진 돌 하나를 배 위에 올리고 돌뜸질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매점과 화장실은 있지만 식수대와 샤워장이 없어 수건과 식수를 준비해 가야 한다.

[찾아가는 길]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덕적도행 여객선을 탄다. 쾌속선인 프린세스호는 덕적도까지 50분이 소요되고 고속선인 원광훼리호는 2시간이 소요된다. 원광훼리호는 여름에만 운항하는데 차량을 싣고 갈 수 있으나 실을 수 있는 차량의 수가 적어 반드시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배의 출발시간은 월별로 변하기 때문에 출발 전에 문의해야 한다. 요금은 쾌속선 기준 대인 1만7천5백원, 중고생 1만5천9백원, 어린이(만2세 이상) 8천7백50원. 덕적도에서 소야도로 들어가는 종선 운임료는 어른 1천5백원, 중고생 1천원, 어린이 5백원. 문의 및 예약 원광해운 032-884-3391 www.wk.co.kr
[숙박정보]
소야도는 상록수휴양원(032-832-9961 www. sanglokone.com)을 비롯해 각 집마다 민박을 한다. 덕적도에서는 단체이용객은 북리의 폐교를 개조한 새마음연수원(032-834-2119)이 전망이 좋고, 투숙객들을 위해 지역특산물로 만든 식사를 내놓아 좋다. 1박3식과 덕적도 관광을 포함해 1인당 어른 3만원, 어린이 2만4천원이다. 가족단위의 여행객이라면 2003년 5월에 문을 연 씨사이드 민박(032-833-0707)이 좋을 듯. 덕적초등학교 옆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가기 쉽고 바다를 향한 객실 6개가 준비되어 있다. 2층에 있는 4개의 객실에는 주방시설과 취사도구, 화장실, TV, 냉장고, 넓은 테라스가 있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5인 기준 8만~9만원선. 초과인원에 대한 추가비용은 없다.
[맛 집]
소야도에는 특별한 식당이 없다. 그러나 외지에서 오는 손님을 위해 식당 역할을 하는 곳은 있다. 종선을 운영하는 선장의 집(032-831-3283)으로 소야도에서 나는 해산물과 나물로 만들어내는 소야도식 백반을 맛볼 수 있다. 1인분에 5천원.덕적도에는 식당과 횟집이 많이 있다. 그중 진리 이개에 있는 도우회가든(032-831-8704)은 외지의 사람들이 이곳의 음식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덕적도의 토속음식으로 염소불고기(1인분 1만원)와 염소탕을, 일반 메뉴로는 갓 잡은 우럭을 이용한 우럭백숙(3만5천원)이 맛있는 집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

고슴도치섬 위도는 해안선을 지키는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해안선’이 촬영된 곳으로 최근 들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풍부한 어장으로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섬, 위도로 여름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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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해안도로에서 바라본 풍경. 만을 이룬 절벽 아래 ‘해안선’의 세트가 있었다.


2002년 11월에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안선’. 장동건(강상병), 김정학(김상병), 유해진(철구)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화면을 꽉 채운 영화다. 이 영화를 촬영하기 전 김기덕 감독은 배우 전원을 2박3일 동안 실제 해병훈련을 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촬영 내내 배우들은 다시 군에 입대한 느낌으로 임했다고 한다.
철조망 하나와 어둠이 사람을 얼마나 두렵게 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로 김감독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바다에 직접 철책을 치고 그 안에 지어 놓은 막사 세트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위도의 아름다움을 어둠 속에서 빛나게 해준 영화 ‘해안선’을 따라가 본다.

위도는…
전북 부안군 위도면에 있는 위도는 격포에서 약 14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으로 격포항에서 여객선으로 40분 정도 걸린다. 위도면은 6개의 유인도와 30여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져 있다. 위도의 북쪽 해안선은 굴곡이 심하나 남쪽 해안선은 비교적 단조롭다. 섬의 모습이 웅크린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해서 고슴도치 위(蝟)자를 따 위도라 불린다.
위도는 칠산어장의 중심지에 있는 섬으로 조기와 보구치, 감성돔, 우럭, 농어 등이 많이 잡힌다. 풍부한 어종이 있어 지금도 위도를 찾는 강태공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격포항의 공판장은 위도 뱃사람들이 싣고 온 해산물을 판매하느라 정신이 없다.

물이 빠지면 운동장처럼 넓은 위도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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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완공된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달리면 위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다. 배에서 내려 맨 처음 마주치는 곳은 파장금. 고슴도치섬의 입에 해당하는 마을이다. 이곳은 항구를 넓히면서 방파제를 앞으로 길게 빼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그러나 풍수지리가들은 긴 방파제를 두고 고슴도치가 먹이를 먹는 입이 망가졌으니 앞으로는 전과 같이 큰돈을 벌기 어려울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고 한다.
풍수지리가의 말이 맞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후 위도는 점점 어장의 고기가 줄어들면서 조업량이 적어져 사람들이 하나 둘 이 섬을 떠나고 있다. 한때 조기잡이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는 이 섬의 인구가 2만 명이 넘었으나 지금은 인구 3천명의 ‘작은 섬’이다.
파장금을 지나면 벌금이 나온다. 항구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으로 위도의 면소재지를 지나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위도에서도 가장 길고 고운 모래해안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곳인데 물이 빠지면 운동장처럼 넓은 모래사장이 드러난다. 위도면에서는 이곳을 위도해수욕장으로 지칭하는데 이곳에 사는 이형철씨는 “이곳은 위도 운동장입니다. 우리 어렸을 때는 여기서 축구도 하고 그랬어요. 마을 사람 다 모여 놀아도 될 만큼 넓은 공간이지요” 하며 이곳에서 공을 차고 땀이 나면 바다에 들어가 씻었다는 것. 물이 들어와도 물이 가슴까지 밖에 차지 않아 안전한 물놀이터로 각광받고 있다.
올여름엔 새로 지은 샤워장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주차장과 야영장이 마련되어 있고 식수대도 있다. 위도는 섬답지 않게 커다란 상수원이 있어 물 부족을 모르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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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에서 가장 긴 백사장을 지닌 위도해수욕장.


벌금해안을 지나 해안도로를 달리면 깊은금을 지나 영화 촬영지인 미영금과 논금이 나온다. 미영금은 달빛이 바다에 아름답게 비친다고 하여 이름 붙은 마을이다. 이곳에 영화 ‘해안선’에서 철구횟집으로 나온 바다횟집이 있다. 이곳은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지만 ‘위도에서 가장 낚시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가진 주인 김영석씨 때문에도 유명한 곳이다. 배를 가지고 나가 그물 없이 낚시로 원하는 만큼의 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횟집 앞에는 ‘해안선’ 촬영지임을 알리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이 집은 강상병이 간첩으로 오인해 쏜 총에 맞은 영길의 여자친구 미영의 오빠 ‘철구’가 운영하는 횟집으로 나온다. 그 세트 앞으로는 깻돌로 이루어진 해안이 길고 동그랗게 펼쳐진다.
위도해수욕장에 타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위도 사람들은 이곳 미영금을 더 많이 이용한다. 모래 해안이 아니어서 몸에 붙지도 않고, 굵은 몽돌이 아닌 깻돌이어서 해안바닥에 누워도 몸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 깻돌을 밟고 걸을 때마다 서로 부딪혀 사그락거리는 소리도 정겹다. 바다횟집(063-584-5800)에 2층으로 된 콘도식 민박시설도 있다. 지은 지 1년밖에 안돼 깨끗하고, 해안 바로 앞에 통나무로 지은 방갈로도 있다.

이곳에서 논금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언덕이 시작되는 곳에 ‘해안선 촬영지’라고 쓴 입간판이 나온다. 주연배우인 장동건의 모습과 영화를 간단히 소개하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곳 해안에 군부대와 철책 등 세트를 지어 ‘해안선’을 촬영하고, 촬영을 마친 2002년 8월말에 세트를 철거했다. 고즈넉한 해안을 바라보니 밀물과 썰물의 때를 맞춰야 하고 밤 촬영을 위해 산에 쳐놓은 철조망을 따라 무거운 장비를 들고 산을 오르내렸을 스태프들과 분장이 아니라 실제로 검게 탄 구릿빛 피부를 갖게 된 배우들의 모습이 절로 상상된다.

조선 숙종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내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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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금해안에는 해안선 촬영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미영금에서 섬을 돌아 살막금으로 내려가는 해안도로의 2개 차선 중 한 개 차선은 실치들이 차지하고 있다. 살막금은 어선이 많이 다니는 포구로 이곳에서 많이 잡히는 실치를 길에 널려 말리는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실치는 뱅어포를 만드는 작은 물고기로 노르스름한 몸체에 고소한 맛을 낸다. 때문에 자동차로 이곳을 지날 때 널어놓은 실치를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중간중간 차에서 내려 보면 방파제 끝으로 보이는 막금 등대와 포구 가득 정박해 있는 배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 햇빛을 피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가 푸른 위도를 더욱 푸르게 한다.
살막금에서 치도리로 가는 길에 왼쪽으로 내원암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고슴도치의 음부에 해당하는 심구미 마을에 있는 사찰로 조선 숙종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예전엔 큰 규모의 절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비구니 스님 한명이 머물고 있는 작은 암자다. 창건 당시엔 이곳에 커다란 종이 있었다고 한다. 저녁에 종을 치면 은은하게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는데 이 종소리가 아름다워 위도팔경(내원모종)으로 손꼽혔을 정도라고.
그러나 지금은 종이 없어져 ‘내원모종’은 들을 수가 없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법당 옆에는 약수가 있고, 암자 앞마당에 있는 커다란 백일홍 나무가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한여름을 알리는 백일홍 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잠시 피하고 가도 좋을 듯. 시원한 그늘 아래 앉아있다 보면 바람소리, 산새소리, 꿩들의 푸드덕거림이 어우러져 전원교향곡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치도리로 들어가면 마을 앞바다 위로 크고 작은 두개의 섬이 나란히 서 있다. 이 근방에는 70년 새마을 사업을 하면서 꿩을 많이 방사해 지금도 꿩이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치도리는 물이 빠지는 썰물 때는 마을에서 섬을 잇는 물길이 열린다. 이 섬에는 굴이 많아 물이 빠지면 직접 굴을 채취해 볼 수 있다.
치도리에서 해안 순환도로를 따라 멋진 절경을 감상하면서 선착장으로 향하면 파장금에 다다르기 전 절벽 위에 있는 서해 훼리 위령탑을 볼 수 있다. 93년 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서해 훼리호 참사로 희생당한 3백여명의 넋을 기리는 탑이다. 이곳에 있는 위령탑을 보며 그때의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잠시 묵념을 하고 떠나자.

위도 관아와 파장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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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관아의 모습.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위도의 면사무소가 있는 진리. 원래 가리포라고 불리던 이 마을에는 숙종 8년에 설치한 위도진 관아가 있다. 관아의 본관은 일본의 침략으로 불에 타 없어지고 유일하게 동헌으로 사용하던 목조 건물만 남아 있다. 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1박2일 동안 머물면서 수군훈련을 하였다는 얘기로 미루어 짐작하면 위도진의 규모가 꽤 컸을 것 같다.
본 건물 앞으로 약 20m 지점에 있는 수령 3백~4백년의 느티나무는 동헌 신축 당시 기념식수한 것이라고. 이 관아는 82년 지방유형문화재 제 101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진리에는 면사무소와 보건소, 농협 등이 있는데 여행에 필요한 것들은 이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파장금은 위도의 출입구로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 2003년 5월, 위도사랑모임에서 자전거 대여소(011-685-1800, 자전거 20대 보유)를 만들었다.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이 배 시간에 맞춰 다니는 버스를 이용하기 불편할 때 자전거를 타고 위도를 일주할 수 있도록 한 것. 신분증을 맡겨야 대여가 되며 자전거 대여료는 3시간 기준 3천원, 1일 대여료는 5천원이다. 대여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찾아가는 길]
격포항에서 위도로 가는 배는 하루 6회 출항한다. 오전 7시, 8시20분, 11시50분, 오후 1시, 3시10분, 4시20분에 배가 출발한다. 기본운임은 6천5백원. 승용차와 1톤 차량은 2만4천원(운전자 1인 포함 가격)이다. 격포-위도노선은 3개의 선박회사가 운행하는데 각 회사마다 2회씩 운항하고 있다. 그러므로 출발시간 여부를 확인할 때는 반드시 3곳의 선사에 모두 전화해봐야 한다. 또한 기상에 따라 운항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한가지 더. 위도로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은 내리자마자 반드시 나올 때의 배표를 예약해야 한다. 차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배를 타고 나오는 경우에는 더욱 신경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섬에서 하루를 더 머물러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문의 신광카훼리(063-581-0023), 위도카훼리(063-581-1997), 위도신광호(063-581-7414)
[숙박정보]
위도면 치도리 깊은금 마을 해안에 있는 위도통나무별장은 객실 내 대형유리창으로 내다보이는 깊은금 바다가 아름답다. 대형객실은 12만원, 원룸형 객실은 7만원선이다. 미영금의 바다민박(063-584-5800)은 방갈로와 콘도형 객실이 여러 개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격포에서 자고 위도행 아침 배를 이용할 경우에는 변산 통나무집(063-584-2885)을 이용해도 좋을 듯. 통나무로 지은 펜션으로 국립공원인 격포를 돌아보기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맛집]
격포수협 내 66번집

격포항 격포수협 공판장은 오전 8시30분이 되면 수선스럽다. 어민들이 이곳에 와서 경매를 시작하는 시간이기 때문. 경매가 끝나면 상인들은 낙찰받은 고기를 받아서 저마다 자신의 가게로 가지고 간다. 격포수협에는 직접 고기를 사는 중매인이 운영하는 판매대도 있다. 이곳에서 손님이 고기를 고르면 즉석에서 회를 떠주고 매운탕거리도 따로 싸준다. 이렇게 회를 뜬 후 횟감을 들고 수협 앞에 있는 횟집으로 가면 쌈거리와 매운탕을 끓여주는 식당들이 있다. 격포수협 입구에 있는 66번 중매인 고정순씨는 이곳에서 각종 해산물을 취급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도소매를 함께 하는 곳이어서 싼값에 회를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8시 30분~오후 8시(연중무휴) 문의 063-584-1234 byunsan.new21.org

보리피리 불며 넘어가던 청산도의 보리밭 언덕. 여름이 완연한 지금은 이미 수확을 해 빈 벌판이 되었다. 그럼에도 청산도 하면 넘실거리는 황금보리밭이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 ‘서편제’의 유봉과 송화 그리고 동호가 거닐던 길이 아른거려서일 것이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당리 진터에서 내려다 본 도락포의 모습.


임권택 감독이 만든 영화 ‘서편제’. 판소리를 직접 부를 수 있는 배우 김명곤(유봉)과 오정해(송화)가 주인공을 맡아 우리 고유의 소리가 고스란히 녹아들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영화 내내 구성진 우리 가락이 울려퍼지는 ‘서편제’의 주무대는 청산도와 진도, 완도, 해남 등지다.
그 많은 장면 중 지금도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많이 남아있는 부분은 5분20초 동안 이어지는 롱테이크 장면일 것. 소리를 위해 딸의 눈을 멀게 한 아버지 유봉과 눈먼 딸 송화, 그리고 소리를 포기하고 떠나는 송화의 동생 동호가 함께 돌담길을 따라 어깨춤을 덩실거리며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5분이 넘도록 길게 이어진다. 그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청산도. ‘서편제’ 제작팀은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남도를 한달간 뒤졌다고 한다. 그들이 노력한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영화 ‘서편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명장면 속으로 떠나보자.

청산도는…
청산도는 일명 선산, 선원이라 불리며 고려시대에는 강진군에 속해 있던 섬이다. 그후 임진왜란이 일어나 섬 안에 사람을 살지 못하게 하는 도서금주령이 발표됨에 따라 무인도가 됐다가 16세기말 사람들이 다시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96년 완도군이 신설되면서 완도군에 편입된 이 섬은 완도 본섬과 약 19km 떨어져 있으며 배로 45분이 걸린다.
청산면은 본섬 청산도와 대모도, 소모도, 여서도, 장도 등 5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지고 약 3천명의 인구가 산다. 섬을 둘러보는 순환해안도로의 길이가 16km가 넘는데 드라이브하기에 아주 좋다. 진산리에서 신흥으로 넘어가는 약 1km 구간은 아직 비포장으로 남아있지만 그외 구간은 도로포장이 잘 되어있다. 남아있는 비포장도로도 올여름에 완공될 예정이다.

구성진 아리랑 소리가 흘러나오는 촬영지, 당리
도선을 타고 청산도에 내리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곳이 선창. 반농반어의 섬 청산도의 포구다. 선창에 발을 내딛어 100m 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서편제’ 촬영지인 당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배에서 내린 후 어영부영하다 시내버스를 놓치면 이곳을 어떻게 돌아보아야 할지 막막해진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걸어서도 돌아볼 수 있는 거리에 영화 촬영지들이 자리잡고 있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먼저 선창에서 이정표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마을이 ‘ㄱ’자로 꺾이면서 도로가 이어진다. 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언덕길을 약 10분간 걸으면 넓은 밭 한가운데 소나무가 빽빽이 서 있는 곳이 보인다. 바로 당리진터다. 그곳에서 ‘서편제’의 돌담길이 시작된다. 물론 도로에서부터 돌담길이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의 돌담길은 10여m 안으로 들어간 솔숲 앞에서부터 시작된다. 원래 이곳은 황톳길이었지만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난 후 주민들이 경운기가 다니기 불편하다며 민원을 넣어 한때 시멘트로 포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청산면에서 관광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황톳길로 복원공사를 하고, 영화의 스틸이 담긴 안내판도 세웠다.
길게 뻗은 황톳길을 따라 걸으면 ‘진도아리랑’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생계의 수단으로 소리를 하던 유봉이 약장수와 다툰 후 짐을 꾸려 떠나면서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다 ‘진도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유봉과 송화가 한 소절씩 주거니 받거니 부르고 동호가 북장단을 치던 아리랑은 이렇게 이어진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서편제’ 촬영지에는 영화 속 장면을 넣은 안내판이 붙어있다.


“사람이 살∼면 몇 백년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금자둥이냐∼ 옥자둥이냐∼ 둥둥둥 내∼딸, 부지런히 소리 배워∼ 명창이 되거라∼. 아우∼님 북가락에 흥∼을 실어, 멀고 먼 소리길을 따라∼ 갈라요. ……”
길 저 끝에서 소리를 하며 점점 다가와 화면 앞으로 빠져나가는 그 장면은 예정에 없던 것이었는데 장소가 좋아 즉석에서 연출해낸 것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황톳길이 명장면을 만든 격이다.
이곳의 솔밭에는 서너개의 벤치가 놓여 있다. 간단한 음식을 싸갖고 길을 나섰다면 소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을 듯. 솔숲 아래로는 항아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도락포의 바다가 있다. 바다로 이어진 논과 부채꼴의 바다가 어우러진 도락포 언덕 너머로 해가 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이곳에서 200m 정도 내려가면 당리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는 두채의 초가가 남아있다. 이곳에는 송화와 동호가 유봉에게 소리를 배우는 모습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유봉의 아내가 해산하는 장면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원래 이 곳은 빈집이었는데 촬영팀이 세트로 만들어 사용한 이후 마을사람들이 관리, 보존하고 있다.
당리마을은 산자락이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잠시 숨을 고른 분지에 자리잡고 있어 포근하게 안겨있는 듯 아늑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 마을은 돌로 쌓아올린 담장이 아름다운 곳이다. 청산도에는 돌이 많다. 돌로 된 해안도 많지만 산과 들에도 작은 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밭의 경계도, 집의 담장도 모두 돌로 쌓았다. 땅을 고르고 밭을 일구다 나온 돌들을 활용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나 지금은 그것이 청산도 마을의 독특한 매력이 되었다.

해수욕장 7~8곳, 청산도의 개성있는 해변
영화·드라마 속의 섬

청산도로 가는 배들의 이정표 ‘등대’.


청산도에는 7~8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은 지리해수욕장, 진산해수욕장, 신흥해수욕장이다. 수심이 완만하고 물이 맑아 외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지리해수욕장. 1.2km의 긴 모래사장과 울창한 노송 숲이 놀 곳과 쉴 곳을 동시에 제공한다. 해수욕장의 중심부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냇물이 흘러내려 바다로 들어가는 곳이 있다. 그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계곡이 나온다. 지리해수욕장에는 샤워장과 매점, 화장실 등 편의 시설도 모두 완비되어 있다. 지리해수욕장의 비경은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 2백년 된 노송 숲에 텐트를 치고 바라보는 해넘이는 가히 환상적이다. 선착장에서 지리로 가는 버스는 없다. 그러나 걸어서 30분 정도면 이곳에 닿을 수 있다. 마을에 민박집도 많다.
신흥해수욕장은 지리해수욕장의 반대편에 있는 곳으로 청산도의 주민들이 적극 추천하는 해변이다. 물이 빠지면 약 2km에 이르는 모래밭이 속살을 내놓는다. 해안에서 목섬까지 물이 빠지면 걸어서 목섬으로 갈 수 있다. 목섬 주위에는 갯바위가 많아 각종 조개류를 채취할 수 있고, 낚싯대를 드리우면 우럭, 감성돔, 농어 등이 잡혀 올라온다. 이곳은 어종이 풍부해 강태공이 몰리는 청산도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선착장에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된다. 갯바위낚시는 3월부터 10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한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간간히 제주해녀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진산해변.


진산리의 갯돌해변은 지리해수욕장과 신흥해수욕장의 중간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완도의 구계등이 사람의 손길을 많이 타고 시설물이 많이 들어서 예전의 아름다움을 찾기 어려운 것에 반해, 이곳은 원시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해안 입구의 폐교 운동장을 이용해 수련회나 단체야영 등을 할 수 있다. 가끔 물이 맑은 이곳 청산도 주변해역에서 물질하는 해녀들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떠오르는 햇살에 반짝이는 갯돌이 장관이다.
당리마을에서 신흥리 쪽으로 약 1km 정도 더 가면 전남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읍리 하마비(108호)와 읍리 지석묘(116호)가 나온다. 하마비는 이 앞을 지나가는 사람은 탈것에서 내려 경의를 표하라는 표지석으로 궁궐이나 향교, 사당 앞에 세워지는 것이다. 높이 1m, 폭 70cm, 두께 15cm 의 하마비는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석으로 만들었고 아랫부분에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있는 하마비보다 크기가 크다. 고인돌은 현재 3기가 남아있다. 20여년 전 도로공사로 훼손되어 몇 개나 더 있었는지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청산도에는 숭모사라는 제당이 하나 있다. 조선말기의 문신 김류는 당쟁에 휘말려 거문도에 유배되었다가 1838년(현종 4년) 유배가 풀려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청산도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에서 여생을 보냈다. 이곳에 머물며 서당을 세우고 후학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는데 그 열의가 얼마나 높았는지 ‘청산에 가서 글자랑 하지 마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숭모사는 그런 그를 기리기 위한 곳이다.

다락논과 어우러진 특이한 섬풍경
남해안에는 바다에서 산을 타고 가파른 땅을 일궈 만든 작은 다락논이 특이한 풍경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다락논과 어우러진 섬풍경을 볼 수 있다. 하마비에서 신흥리 쪽으로 더 가면 청계리, 신풍리가 나온다. 그곳의 다락논은 단순한 다락논이 아닌 ‘구들장논’이다. 이것은 논바닥에 돌을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서 만들어진 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가 많이 와도 물이 금방 빠져 버려 농사를 짓는 데 어려움이 많다. 청산도가 보리농사를 많이 짓는 이유가 이런 척박한 자연환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산도를 여름이 아닌 다른 시간에 찾는다면 섬 전체가 누렇게 물드는 5월에 찾아가 보자. 바람을 타고 흐르는, 다 익은 보리의 구수한 내음이 아주 그만이다.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를 나와 2번 국도를 타고 영암을 거쳐 해남, 완도로 간다. 완도대교에서 약 18.3km 떨어진 완도여객터미널에서 오전 8시20분, 11시20분, 오후 2시30분, 5시40분에 출항한다. 피서철에는 증편 운항되기 때문에 출항시간이 변동된다. 출발 전에 시간을 확인하도록 하자. 차를 두고 떠날 사람은 완도 여객터미널에 있는 무료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여객선 이용료는 어른 5천8백원, 중고생 5천3백원, 어린이 2천9백원이고 차량을 가지고 갈 경우는 완도에서 들어갈 때 2만3천원, 청산도에서 나올 때 1만9천원이다. 배 시간 문의는 청산농협(061-552-9388)으로 하면 된다.
[숙박정보]
숙박은 해수욕장 가까이에 있는 마을에서 민박을 할 수 있으며, 깨끗한 숙소를 원하면 선착장 쪽에 칠성모텔(061-552-8507), 경일장 여관(061-554-8572), 등대모텔(061-552-8558) 등이 있고, 지리해수욕장의 한바다민박(061-554-5035), 읍리낚시터의 읍리민박(061-552-8703), 우리민박(061-554-8251) 등이 있다. 여름철 모텔의 숙박료는 4인 기준 5만원선이다.
[맛집]
바다식당

청산항에서 약 200m 거리에 있다. 매운탕과 아구찜이 맛있는 집으로 어선을 가지고 있어 직접 잡은 생선으로 음식을 만든다. 가격은 매운탕이 2만~2만5천원, 아구찜이 2만~3만원이다. 백반은 5천원. 각종 회도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밤 12시. 문의 061-552-1502

드라마 ‘러브레터’ 촬영지, 안면도
신부가 되고자 하는 안드레아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러브레터’. 금지된 사랑으로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겼던 이 드라마에는 처음 두 사람이 함께 바닷가로 놀러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곳은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으로 해안에 있는 할아비바위와 할미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드라마에서도 역시 일몰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이밖에도 서울의 약현성당과 명동성당, 강원도 횡성군의 풍수원성당에서도 촬영이 이루어졌다.

영화 ‘봄날은 간다’ 촬영지, 삼척 ‘자연의 소리’ 여행
영화·드라마 속의 섬

자연의 소리를 찾아다니는 남자(유지태)와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여자 프로듀서(이영애)가 함께 녹음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되는 영화 ‘봄날은 간다’. 두 사람이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찾아다니는 장면에 비친 장소들은 하나같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영화 속 대숲의 바람소리를 담기 위해 찾아간 대나무숲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에 있는 곳으로 영화에서 이영애와 간단한 인터뷰를 나누던 강화순 할머니의 집 뒤 대숲이다. 또, 눈 내리는 겨울 새벽 산사의 풍경소리를 담던 곳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동막리 신흥사이고, 바닷가의 파도소리를 담은 곳은 삼척의 맹방 해수욕장이다. 이렇게 영화를 따라가는 삼척여행은 영화 속의 소리를 고스란히 들을 수 있어 좋다.
영화 ‘YMCA 야구단’ 촬영지, 전주
야구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의 얘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간 영화 ‘YMCA 야구단’. 시대를 거슬러올라간 장면의 촬영은 고풍스런 가옥들이 남아있는 전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시대물에 단골로 출연하는 전주향교와 학인당도 비쳐진다. 전주향교는 YMCA 야구단이 탄생된 태화관으로 묘사된 곳으로 향교의 명륜당과 동재, 서재에서 촬영되었다. 100칸짜리 건물인 전주향교에는 공자와 우리나라의 유학자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학인당은 교동 한옥마을의 대표적인 곳으로 주로 상류층 가옥에서 볼 수 있는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교동 한옥마을을 돌아나오면 경기전 앞의 전동성당에도 들러보자. 이곳에서는 밤에 송강호가 등을 들고 김혜수와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촬영되었다.

영화 ‘조폭마누라’ 촬영지, 창녕 화왕산 억새평원
창녕 화왕산은 드라마 ‘상도’와 ‘허준’ ‘왕초’ 등을 촬영한 단골 출연장소다. 억새가 넓게 펼쳐진 화왕산의 풍경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기 때문. 산 정상에 있는 화왕산성은 산성의 둘레가 2.6km나 되는 석성으로 의병 곽재우 장군이 왜적을 무찌른 전적지이기도 하다. 성 안쪽으로 펼쳐진 5만6천여평의 넓은 평원을 가득 메운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특히 가을 화왕산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는 것도 이 억새평원을 보기 위한 것. 이곳에서 ‘조폭마누라’ 신은경이 라이벌 남성과 1:1 결투 장면이 촬영되었다. 가까이에 우포늪도 있어 가족이 함께 찾아가기 좋은 곳이다. 화왕산성 동문 부근에는 ‘허준’의 나병환자촌 장면과 ‘상도’의 재인마을 장면을 촬영한 세트장이 남아있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촬영지, 포항 호미곶 해맞이광장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마지막 부분엔 두 주인공인 경(이나영)과 복수(양동근)가 여행을 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경북 포항.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로 나온 호미곶 해맞이광장과 환호해맞이공원, 맨발로 모래사장에 앉아 얘기를 나누던 바닷가인 칠포해수욕장이 등장했다. 두 사람이 포항을 돌아보는 장면이 포항제철 앞 다리 등에서 촬영되었는데 고즈넉한 분위기와 탁 트인 전경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다.

‘그녀의 머리에서 국화꽃 향기가 났습니다.’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 희재를 처음 만난 날 인하가 하는 말이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선배 희재를 학교에서 다시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두 연인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완성시킨 무대, 용초도로 떠나본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물 맑은 용초도 풍경. 가두리 양식이 이 섬의 주 수입원이다.


올2월에 개봉되어 많은 연인들의 가슴을 시리게 했던 영화 ‘국화꽃 향기’. 김하인의 원작 소설 ‘국화꽃 향기’를 고스란히 녹여 영상으로 표현한 이는 CF 감독 출신인 이정욱 감독. 대학 신입생인 남자 주인공 박해일(인하)이 장진영(희재)이 회장을 맡은 북클럽에 들어간 직후 봉사활동을 떠나는 곳이 용초도. 영화 초반부에는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는 희재와 인하의 모습이 그려지고, 희재의 첫사랑인 선배와 설레는 만남이 그려진다. 그리고 교실에서 두 사람(인하와 희재)의 짧은 키스신이 촬영되었다.
바다와 맞닿아 있는 영화 속의 작은 학교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예쁜 곳이 정말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용초도다. 영화사측은 이 장소를 찾는 데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또 용초도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며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을 담아낸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곳, 용초도. 이제 그 영화 속 공간으로 들어가보자.

용초도는…
용초도는 행정구역상으로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용호리에 속해 있다. 용초와 호두마을을 합쳐 용호리라 부른다. 해안선 길이가 8km 정도 밖에 안되는 이 작은 섬에는 1백57가구 3백7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용초도 부근에는 비진도·오곡도·조도·미륵도 등이 있다. 섬에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가 있고, 나무보다 풀이 많아 용초도라고 부른다.
섬을 지켜준다는 수동산(174m)이 이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는 이 섬에는 키 큰 나무보다는 잡목과 초지가 많다. 작은 섬이지만 논농사를 짓고 있으며 가두리 양식을 많이 하고 있다. 인근 수역에서 멸치·갈치·참돔 등이 많이 잡혀 사철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섬 전역에 미역 양식장과 굴·김 등의 양식도 활발하다. 용호·호두 어항에는 방파제·선착장 등의 시설이 있다.
‘국화꽃 향기’는 드라마 ‘가을동화’의 모티브가 되어 유명해진 소설. 동명 소설의 상황과 인물의 성격을 바꿔 영화로 만든 것이 ‘국화꽃 향기’다. 영화에서 처음 여행을 떠나는 인하가 배타는 곳을 잘 몰라 지각, 희재와 단둘이 들어오는 곳이 통영의 여객터미널이다. 이곳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설레는 사랑이 시작된다. 매력적인 후배인 인하를 슬쩍 쳐다보는 희재와 희재를 짝사랑하고 있는 인하. 이 둘의 앞날을 예고하듯 뱃전에 울리는 노래는 ‘산타루치아’다. 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에서 출발해 들어오는 용초도이니 제법 음악과 상황이 어울리는 선택이다.
그래서인지 용초도로 들어오는 배에 올라서면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산타루치아’를 흥얼거린다고. 불과 몇분 거리지만 통영을 떠난 배는 통영이 한려수도 국립공원임을 알리듯 점점이 떠있는 바다 위의 섬들을 순회하며 천천히 용초도에 다가선다.
배를 타며 용초도에 가려면 어디에서 내리냐고 물으니 “다섯째 부두에서 내리면 돼요” 하는 답이 돌아왔다.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쐬며 뱃전에 서서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탄하고 있을 즈음 호두에서 배가 멈췄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며 다 내린다. 다음 번에 내리면 되겠지 하고 있다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용초도에 내리니 영화 속에 나오는 학교에 가려면 호두에서 내리는 것이 더 빠르다고 한다. 이런….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다시 ‘산타루치아’를 신나게 부르며 학교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줄이야. 용초도에서 민박을 하려면 이곳 용초마을에서 내리는 것이 좋다. 이곳에 내려 먼저 숙소를 정한 후 짐을 풀고 가볍게 섬을 돌아보는 게 편하다는 것. 용초마을에서 용호분교까지는 산길을 따라 약 10여분 걸어가면 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영화 속의 학교는 어디 갔을까?
영화·드라마 속의 섬

‘국화꽃 향기’의 세트가 있었던 용호분교.


영화속에 나오는 용호분교는 한지작업소로 나온다. 이 세트는 용호분교의 해양수련원을 오픈세트로 만든 것으로 시멘트로 지어진 학교건물을 모두 나무로 둘러싸는 작업을 하는 데 꼬박 1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 속에 나왔던 세트를 다 볼 수 없다. 정자처럼 만들어진 나무그늘집이 하나 남아있을 뿐이다. 통영교육청에서 영화제작사측에 원상복귀해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현장에 많은 외지인들이 들어와 기웃거리는 것도 좋지 않을 뿐더러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떠올리며 찾아온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 그 아쉬움을 읽었는지 분교장이 연수원의 문을 열어준다. 건물의 안쪽에는 아직도 영화세트의 모습이 남아있다. 영화 속에서 독서교실을 열던 중 당돌한 섬아이의 제안으로 자신이 제일 무서워하는 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 희재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인하가 뛰어들던 바다가 영화에서처럼 코발트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바다에 빠져 정신을 잃은 희재를 간호하던 인하가 깨어난 희재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첫 키스를 하는 장면도, 종이 만드는 모습과 마지막에 희재가 서재에서 풍금을 치는 장면 모두 이 수련원 내부 세트에서 촬영되었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용호분교 전교생의 체육시간.


이 건물 앞으로 용초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인 모래사장이 이어진다. 영화 속에선 학교 건물에 잇대어 커다란 천막을 치고 그 아래 풍금을 놓고 아이들이 모여 앉아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던 독서교실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선 보이지 않던, 학교와 바다 사이에 담장이 있다. 바다로 둘러싸인 학교에 반해 저마다 ‘저곳이 어디일까’를 거듭 생각하게 했던 곳인데….
알고 보니 파도와 바람에 날리는 모래를 막기 위해 영화 촬영이 끝난 뒤 다시 담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담장이 없는 것이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담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담장 뒤로 펼쳐진, 진발치라고 부르는 해수욕장은 금모래로 이루어져 햇빛을 받으면 마치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이는 게 아름답다.
‘국화꽃 향기’에서 인상적인 또 하나의 소품은 선착장 위에 놓인 그네의자. 바다 위 선착장에 있는 그네에 앉아 건너편 섬을 바라보며 청기백기 게임을 하던 두 사람. 이제 곧 죽음이 다가올 것을 알면서도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애써 상대방을 위해 즐겁게 지내는 장면이다. 그런데 원래 이 장면은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현장에서 즉석 연출된 것.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 장면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하는 명장면이 되었다.
이들이 휠체어를 타고 건너다보던 마을은 한산도다. 용초도는 한산도가 있어 거친 파도에서 빗겨나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화면 속에 비친 잔잔한 호수 같은 바다는 그렇게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실어 나른다.

부부교사와 7명의 학생이 지키는 작은 학교, 용호분교
‘국화꽃 향기’의 추억이 담긴 학교는 용초마을과 호두마을 사이에 있는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다. 1943년에 개교하여 현재 초등학생이 7명, 유치원생이 1명이다. 이 학교에는 김도기 분교장과 제유경 선생님이 근무를 한다. 부부교사인 두 사람은 원래 통영에 집이 있지만 학교 내 사택에서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섬 안에서의 수업은 하루종일 이루어진다. 정규 수업시간이 끝나도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선생님들의 퇴근시간까지 거의 수업이 이어지는 것.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수업이 지겨워질 즈음 전교생이 모두 운동장으로 나와 선생님까지 합류해 두 편으로 나뉘어 축구를 한다. 바다를 향해 공을 날리는 아이들, 그 공이 물에 빠질세라 열심히 달려가 주워오는 아이들. 영화 속 독서교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용초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다. 외지 사람에 대한 경계도 없고 자신들만의 텃세도 없다. 물론 어른들도 그렇다. 인심이 넉넉한 용초도에서 마주치는 얼굴들엔 항상 웃음이 묻어난다. 외지에서 들어간 사람이 먼저 인사를 하는 것은 어떨까? 두배의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용초도 사람들을 만나면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전쟁의 흔적 따라 돌아보는 용초도
용초부두에 내리면 눈에 들어오는 표지판이 하나 있다. 용초도에는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곳, 포로수용소가 있다. 이 표지판을 따라 길을 오르면 산 정상이 운동장처럼 넓은 대머리산이 나온다. 산 정상에서 한산도 방향으로 서서 올라온 길 쪽을 내려다보면 오른쪽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낡은 건물이 보이는데 그곳이 포로수용소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 있는 포로수용소는 사람이 드나들기 힘들 만큼 풀들로 뒤덮여 있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그네의자가 놓여있던 해변선착장.


52년 5월경부터 54년말까지 약 3년간 미군과 국군이 주둔하여 설치했던 포로수용소는 박영준의 전후 소설 ‘용초도 근해’의 무대가 되기도 한 곳. 휴전 직후 국군포로가 된 주인공의 번뇌와 선택을 그린 소설에서도 포로수용소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 포로수용소는 섬주민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세워진 것으로 당시 2천여명의 포로들을 수용했다고 전한다. 당시 막사 사이사이에 이중 철조망과 원형 철조망으로 담장을 둘러 경비도 삼엄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30여평의 공간에 3칸씩 마주보고 있는 6칸짜리 시멘트 막사만이 남아 있다.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며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는 공간이므로 한번쯤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듯.
이곳에서 비진도 쪽 바다를 내려다보면 섬 끝으로 대머리치가 보인다. 용초도라는 이름을 갖게 해준 곳으로 용의 머리부분이라고 한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마치 새의 부리처럼 보이고 정상에서 바라보면 귀를 펄럭이고 있는 용의 머리처럼 보인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볼거리는 일몰과 일출.
용초도는 바다 위에서 바라보아야 더 깊은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배를 빌려 섬 한바퀴를 돌아보고 낚시 포인트를 잡아 움직여보자. 바다 위에서 바라다보는 학교의 풍경이야 여객선을 타고 가며 볼 수 있지만 섬 서쪽에 숨어 있는 굴강정이나 청동이치, 진널 같은 볼거리들은 사실 걸어다니며 보기는 힘들다.

[찾아가는 길]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에서 고려개발(055-645-3717)의 여객선이 1일 2회(오전 7시, 오후 2시) 출항한다. 차량은 통영여객터미널의 주차장에 세우고 가면 된다. 일일 주차비 5천원. 승선료는 어른 8천50원, 중고생 7천3백50원, 어린이 4천50원. 배 시간은 항구의 사정에 따라 변하므로 반드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또 여름에는 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으므로 배표를 예약하고 출발해야 한다.
[숙박정보]
용초도는 집집마다 민박을 한다. 민박에 대한 문의는 용초도 이장집(055-641-0636)으로 하면 된다. 학교 앞 바닷가에서 야영도 가능하다. 그러나 학교의 물사정이 좋지 않아 하루에 두번만 식수공급을 하고 화장실을 개방하지 않아 가능하면 야영보다는 민박을 하는 것이 좋다.배가 하루에 두번밖에 다니지 않아 섬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애매할 때는 통영시 항남동에 있는 통영해수랜드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2002년에 오픈한 해수랜드는 초대형 찜질방으로 먼거리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에게 요긴한 쉼터가 된다. 통영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고, 이른 아침 배를 타야 하는 일정이라면 정식으로 숙박업소를 찾아 들어가는 것보다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식사와 휴식, 그리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사우나까지 한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창밖으로 강구안 항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포구의 정취도 듬뿍 느낄 수 있다. 이용료는 어른 해수탕 4천5백원, 찜질방 8천원, 어린이 해수탕 3천원, 찜질방 6천원이다. 24시간 연중무휴. 문의 055-645-7700
[맛 집]
통영여객터미널 앞 충무김밥촌

통영여객터미널 건너편에는 수십개의 충무김밥집이 있다. 쉽게 상하지 않아 섬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도시락으로 적당하기 때문. 특히 낚시를 떠나는 사람에게 좋은 먹을거리가 된다. 막 지은 따뜻한 밥을 날김에 싸주는 충무김밥은 그냥 밥만 먹어도 그 고소한 맛에 반한다. 충무의 특산품인 김이 그 맛을 내는 것. 거기에 매콤한 오징어 무침과 깍두기가 어울리면 금상첨화. 항구 앞의 즐비한 식당 중 주차장 정산소 건너편에 있는 할매김밥의 대가(055-645-4703)는 테이블 4개만 놓인 작은 식당이다. 하지만 김밥의 맛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4시간, 연중무휴.

경상남도 진해와 거제 지심도를 배경으로 촬영한 미니시리즈 ‘로망스’. 진해 군항제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에 아름다운 섬 하나가 비춰졌다. 동백으로 터널을 이룬 섬, 지심도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강태공들을 유혹하는 지심도의 갯바위.


어린 제자와 여선생의 풋풋한 사랑을 애절하게 그려낸 ‘로망스’는 한때 말도 많았지만 남자 주인공 김재원의 ‘살인미소’를 앞세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의 초반부에 삽입된 두 사람의 상큼한 데이트 장면은 스토리를 이어가는 데 탄탄한 기초가 되었다.
“스물 다섯? 도대체 밥은 안 먹고 나이만 먹었나?” “대학생? 그럼 몇 살 차이야?” 고등학교 3학년인 관우와 선생인 채원이 서로 나이를 속인 채 속으로 하는 말이다. 우연한 사고로 만난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그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로망스’는 이대영 PD의 섬세한 연출과 김재원(관우)과 김하늘(채원)의 톡톡 튀는 연기로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얻은 트렌디 드라마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이 설레는 가슴으로 사랑을 키워나가던 곳, 지심도.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따라가 보자.

지심도는…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리에 위치한 지심도. 너비 500m에 해안선 길이가 3.7km인 작은 섬, 지심도는 한동안 무인도였다고 한다. 조선시대 현종 때에 주민 15세대가 이주하여 살기 시작하여 일제시대에는 군사 요새지로 활용되다가 1937년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후 일본군 1개 중대가 해방 직전까지 주둔한 섬이다. 그래서 지금도 섬 곳곳에 일본군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해방 이후 주민들이 다시 들어와 살기 시작하여 한때는 40여명의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12가구 20여명만 살고 있다.
사람들이 지심도로 돌아오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집이다. 지심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있기 때문에 건물을 증·개축할 수 없어 남아 있는 빈집을 보수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일제시대에 지은 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심도는 높은 파도를 피해 섬의 중턱부터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배에서 섬을 바라보면 마을이 보이지 않는데 이것은 울창한 숲이 마을을 가리고 있기 때문. 언뜻 무인도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심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쉴새없이 장승포항을 드나드는 배들이 눈에 띈다. 외도를 오가는 배들이다. 인공적인 손길에 의해 말끔하게 완성된 외도와 대비되는 ‘자연이 만든 정원’이 바로 지심도다.

드라마 속 여행지 따라가기
영화·드라마 속의 섬

관우와 채원의 여행은 진해 군항제에서 시작된다. 벚꽃이 만발한 진항제를 한바탕 즐기고 나서 해안을 끼고 달려 채원에게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 도착한 곳이 지심도. 극중에서는 진해 앞바다의 작은 섬으로만 묘사되고 있지만 실제는 이곳 지심도에서 촬영 되었다.
배타기를 망설이던 채원이 뱃고동소리에 놀라 순식간에 배에 올라타는 부두가 장승포항. 거제에서 해금강으로 나가는 유람선들은 거의 장승포항에서 출발하지만 지심도로 가는 배는 그 옆에 붙어있는 아주 작은 부두에서 출항한다. 지심도로 가는 배는 단 두척. 원래는 작은 배 한척만 다녔지만 한척만으로는 수송이 불편해 지심도 마을사람들이 주주가 되어 배 한척을 더 사들였다고. 지심도로 향하는 정기노선은 하루 3회. 그러나 여름 피서철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많을 때는 두 차례 더 늘려 하루 5회 운항한다.
배를 타고 섬으로 가는 동안 좌우로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해금강 한려수도를 가르고 달리면 비록 작은 배이지만 유람선을 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점점 멀어지는 장승포항의 모습도 정겹다.
장승포항에서 지심도 선착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 천천히 걸어 섬 안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데는 서너시간이 걸린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지심도로 들어가는 장승포 동사무소 앞 선착장.


지심도에 도착한 관우와 채원이 바다가 보이는 잔디밭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 바위틈에서 게를 잡아 손에 올려주며 즐거워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지심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국방해양연구소 앞 헬기장에서 촬영되었다. 그러나 실제 지심도에서는 섬 정상에서 자전거를 탈 수 없다. 그곳은 해양연구소의 헬기장이기 때문이다. 또 지심도에는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이 없다. 좁은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힘들기 때문. 절벽을 따라 걸어야 하는 좁은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은 섬 길을 잘 아는 섬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지심도를 둘러보는 방법은 걷거나 삼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뿐이다.
헬기장에서 새끝으로 가는 길은 바다를 따라 돌아가는 산책로로 이곳에서 지심도 순환 산책로가 시작된다. 지심도에는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오솔길이 연결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좁은 길이지만 바다와 해송, 그리고 동백이 어우러진 사이사이로 대숲과 포진지, 전망대, 방향 표시석 등 일본군이 주둔했던 흔적들이 남아 있어 볼거리도 제공한다. 그러나 지심도에서 즐기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늦가을, 낙엽이 쌓여 푹신한 동백숲 오솔길을 따라 걷는 섬 트래킹이다. 나무 사이사이로 바다가 보이고 대나무숲에 이는 바람소리와 향긋한 향기를 뿜어내는 자생초들, 그리고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만들어주는 동백터널은 ‘다만 마음을 다할 뿐’이라는 섬, ‘지심도(只心島)’가 숨겨놓은 보물이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동백나무가 터널을 이룬 오솔길.


예전에 등대가 있던 자리에 등대를 헐고 다시 지은 국방해양연구소의 입구에는 동백나무 그늘 아래 앉아 먼바다의 풍광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쉼터가 있다. 전망이 좋고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언덕을 오르느라 힘들었던 발길을 멈추고 쉬어갈 만한 곳이다. 이곳에서 바다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파른 언덕을 내려가면 너른 바위들이 바다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그곳은 강태공들의 천국이다. 지심도는 갯바위 낚시가 유명한 곳으로 낚시가 잘 되는 5~6월, 9~10월에는 배를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오기 힘들 정도. 섬이 아름답고 인심이 좋아 이곳에 들어온 강태공들은 예정보다 늘 더 있다 가게 된다고.
지심도를 촬영하면서 어찌 선착장을 빼놓을 수 있을까. 사람이 드나드는 곳인 선착장은 어떤 상황에서건 잠시 스쳐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관우와 채원이 바닷가에서 놀다가 배를 놓쳐 가파른 언덕길을 뛰어 내려오는 장면이 두번 촬영되었다. 첫날 배를 놓치는 장면과 그 다음날 배를 타기 위해 달려가는 장면이다. 떠나는 배를 잡기 위해 “아저씨”하고 고함치며 선착장 앞의 비탈길을 뛰어내려오는 장면은 노을진 항구 장면과 어우러져 지심도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길조차 숲으로 숨어드는 곳, 지심도
처음 지심도에 도착하면 지그재그로 이어져 있는 가파른 길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먼저 길을 눈으로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숲 사이로 종적을 감춰 얼마나 더 올라가야 마을이 있는지 내심 걱정될 정도다.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지심도는 섬을 가득 메우고 있는 나무의 60%가 동백나무이다. 수령 1백년에서 2백년 사이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자라 섬 전체를 덮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가는 손가락만한 가지만 보아오던 도시 사람들에게는 저것이 동백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크다.
지심도의 나무들이 울창한 것은 땅이 좋아서라고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육지에서 한번 피고 마는 꽃들도 이곳에선 세번 꽃을 피운다고. 그러고 보니 다른 꽃이나 야채도 육지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실해 보인다. 지심도 사람들은 동백꽃보다 열매를 더 좋아한다. 동백 기름을 짜서 쓰기도 하고 종자로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심도의 동백은 2월말에서 3월 중순까지가 제철이다. 길 위에 뚝뚝 떨어진 동백꽃잎들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왕대나무 숲과 섬 정상에 있는 헬기장.


지심도는 자체적으로 전기발전기를 가동해 전기를 만들어 쓴다. 불과 몇해 전까지만 해도 전기는 밤이 되어야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4시간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지심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요즘은 냉장고와 세탁기, 텔레비전을 마음껏 사용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지심도에는 여섯살짜리 아이 하나만 있을 뿐 아이들이 없다. 그것도 4년 전 젊은 부부가 들어오면서 아이가 하나 생긴 셈이다. 그만큼 섬 생활이 힘들어 젊은 사람들이 점점 섬을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섬에 하나밖에 없는 초등학교도 폐교된 지 이미 오래다. 지금은 교사도 뜯겨 없어지고 관리사무소와 철봉만이 학교 터를 지키고 있다. 텅빈 운동장은 마을 사람들의 모임이 있거나 이 섬에 놀러온 여행객들이 있을 때만 활기를 찾는다.
지심도는 거제와 마주 보고 있는 방향의 해안은 완만한 해안선을 이룬다. 하지만 반대편 해안은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바위 해안이다. 섬 양쪽 끝을 부르는 말은 막끝과 새끝. 포구 오른쪽이 막끝, 헬기장에서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는 곳이 지형이 다른 만큼 새끝이다. 막끝과 새끝에서 보는 바다와 지심도의 풍경은 서로 다르다. 지심도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은 한곳뿐이다. 마을에서 새끝으로 내려가는 대숲 아래 있는 몽돌해수욕장으로 규모는 작지만 물이 맑고 시원해 좋다. 물이 많이 밀려들어 올 때는 모래사장이 아주 작게 남지만 해수욕을 즐기는 한낮의 시간에는 물이 많이 빠져 있어 몽돌해안의 해변도 길어진다.
지심도는 한번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평생 찾아오게 하는 무공해 섬이다. 하루를 쉬고 나면 하루 더 있고 싶어져 섬을 떠나기도 쉽지 않다. 편의시설이 완벽하진 않지만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외딴 섬에서의 ‘완벽한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섬이다.
[찾아가는 길]
장승포항 옆 동사무소 앞에 있는 도선 선착장에서 지심도행 여객선이 하루 3회 운항한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운항 횟수가 늘어난다. 정기노선 시간은 장승포 출발 오전 8시, 오후 12시30분, 오후 4시30분이다. 요금은 어른 3천5백원, 어린이 1천7백50원이다. 자동차를 가지고 간 사람은 장승포 동사무소 뒤의 주민 무료주차장에 세워두면 된다. 주차장은 작은 규모로 여러 곳에 있다. 문의 지심도 도선 매표소 055-681-6007
[숙박정보]
한목민박

지세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집앞으로 지세포의 야경이 예쁘게 펼쳐진다. 헬기장 바로 아래에 있어 언덕 위로 올라가면 아침해가 떠오르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지심도는 물이 부족한 편이다. 한여름에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을 때면 부족한 물로 인해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집은 단독으로 지하수를 퍼올려 상대적으로 물 걱정을 안해도 된다. 또한 지하수가 올라오는 길목에 참숯을 묻어 정수작용을 하도록 장치해 물맛이 좋다. 도착하는 시간을 미리 연락하면 포구로 오토바이 삼륜차가 마중을 나온다. 문의 055-681-6901
[맛 집]
지심도에는 별다른 식당이 없다. 대체로 민박집에 식사를 부탁하면 지심도에서 나는 것들로 상을 차려준다. 하지만 잠시 들러갈 사람이라면 해돋이민박(055-681-7180, 016-9663-8853)에 식사를 부탁하면 된다. 정식 식당은 아니지만 외지에서 찾아온 손님에게 정성껏 밥상을 차려내는 집이다. 가정식 백반이 6천원. 또 선착장에 있는 매점에서 지심도 특산품인 돌멍게와 홍삼을 비롯,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낚시 도구도 대여한다.장승포항에서 맛집을 찾는 사람은 항만식당(본점 055-682-3416, 분점 055-682-4369)으로 가보자. 이 식당의 메뉴는 20여가지 해산물과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인 해물뚝배기다.

‘밀애’의 격정이 살포시 내려앉은 섬 남해도. 얼마전 사천에서 초량도와 늑도를 징검다리삼아 남해 창선도까지 이어지는 연륙교를 완공하여 화제가 된 섬이다. 연륙교가 시작되는 곳 창선면 삼동리에 있는 ‘밀애’의 현장으로 떠나본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벽련포구와 노도.


2002년 11월에 개봉된 변영주 감독의 영화 ‘밀애’. 이 영화는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이 원작으로 김윤진(미흔)과 이종원(인규)의 연기가 돋보인다. 평범한 주부인 미흔이 남편의 외도로 사랑에 대한 믿음을 잃고 의미 없이 살던 중 또 다른 남자인 인규를 만나 사랑게임에 탐닉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다큐멘터리를 주로 다루었던 변영주 감독의 첫 상업 영화로 영화의 80%가 남해도를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남해도는…
남해도로 들어서면 먼저 섬의 크기에 놀란다. 조그만 섬일 거라고 생각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남해도가 우리나라에서 네번째로 큰 섬이라는 사실에 놀란다는 것. 하지만 크다고 해서 섬의 정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섬은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경계선에 있는 곳으로 73년 남해대교가 놓이면서 연륙도가 되었다. 그러나 섬 자체의 모양이 나비처럼 생긴 이 곳은 해안선이 길고 아름다워 그저 차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일주하는 데만도 4~5시간이 걸린다.
남해군에는 3개의 유인도와 65개의 무인도 등 부속 섬이 있어 해안 어느 곳에서나 점점이 떠있는 작은 섬들을 볼 수 있고, 섬 속의 섬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은 조용하고 한적한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이 남해의 바다가 심심치 않은 이유다. 해안도로를 따라 짙푸른 바다와 깨끗한 하늘,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만만찮다.
큰 섬이지만 도시의 냄새도 별로 안 난다. 남해도는 무엇보다 환경을 위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 생태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섬의 생김새 때문에 교통이 좋지 않아 아직도 오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 많다. 바다를 따라 내려간 좁은 땅을 가꾸어 만들어낸 다락논, 전통어업 방식인 죽방렴, 돌로 쌓아놓은 밭고랑 등 아직도 전통적인 어촌 생활 풍습을 간직하며 생활하고 있는 곳이 남해도다.

아름다운 방파제가 있는 소벽마을
삼천포와 남해 창선도 사이에 새로 생긴 연륙교를 건너 창선도로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영화 촬영지는 소벽마을. 연륙교를 건너서 오른쪽 1024번 지방도를 따라 대벽마을을 지나면 소벽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미흔이 인규와 데이트를 즐기다 남편 효경에게 들킨 장소로 아름다운 방파제가 있는 곳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이어서 어촌의 잔잔한 풍치를 느낄 수 있고, 저녁 무렵에는 노을진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마을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단항마을에 있는 천연기념물 299호 왕후박나무를 보러 가는 것도 좋을 듯. 수령 5백년이 넘은 나무 한 그루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는 모습이 가히 압도적이다. 9.5m 높이에 밑둥치에서 뻗어나온 가지만 해도 11개로 가지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길이가 21m나 된다. 이 나무가 이곳에 심어진 내력도 재밌다. 옛날 단항마을 어부가 잡아온 큰 물고기의 뱃속에서 나온 씨앗을 마당에 심었더니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는 것. 신령스런 나무라고 해서 단항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동제나무라 부르며 해마다 음력 섣달 그믐날이면 이곳에서 동제를 올리고 풍년 풍어를 빈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상주해수욕장에서 출발하는 사랑의 유람선(055-862-6059).


단항에서 동제나무를 지나면 창선도 면소재지인 수산리가 나온다. 이곳은 영화 속에서 인규가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 읍으로 나오던 곳이다. 이곳에서 공룡의 발자국이 남아있다는 가인과 모상개 해수욕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수산리에서 창선대교를 건너 남해도의 본섬으로 들어오면 바로 삼동면이다. 삼동면 금송리의 전도마을은 인규가 바람을 쏘이러 나가는 장면에 자주 등장한 곳이다. 원래는 섬이었지만 간척공사로 육지가 되었다. 이곳에서 동천리 작은 길로 들어서면 영화 속 미흔의 딸이 다니는 학교인 삼동초등학교가 나온다. 학교 앞에서 미흔이 딸과 만나는 장면과 2학년 교실에서 아이들이 얘기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학교에서 주 촬영무대인 양지마을까지는 봉화리 이정표나 편백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따라 들어간다.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양지마을. 영화 속 나비마을의 주소다. 극중 나비마을은 효경과 미흔이 새로운 출발을 위해 선택해 내려가는 시골마을로, 미흔이 남편으로부터 받은 충격과 삶에 대한 허무로 새로운 사랑에 탐닉하는 곳이다.

나비마을 세트가 있는 곳, 양지마을
양지마을은 섬이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 첩첩 산중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바다까지는 불과 2km 거리. 마을입구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커다란 정자나무가 있다. 미흔이 버스를 타고 내리던 곳으로 나비마을의 입구이기도 하다. 이곳을 지나 200m 정도 가면 편백자연휴양림과 봉화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이 나오고 그 앞으로 조그만 다리가 나온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양지마을에 남아있는 미흔과 인규의 집 세트.


양지마을은 작은 다리를 건너기 전에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좁은 시멘트 도로를 따라 500m 정도 오르면 20여가구가 사는 마을 끝에 미흔의 집과 인규의 집이 있다. 마을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마을의 끝부분에 잇대어 세트를 지은 것. 이 세트를 짓는 데 남해군이 세트부지 구입에 1억원, 세트제작비용 1억원 등 총 2억원을 지원하였다. 영화를 통해 새로운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인 것. 그러나 사후 보존이 잘 되지 않아 세트가 망가지고 있어 안타깝다.
길을 따라가며 먼저 만나는 곳은 미흔의 집. 그 위로 약 100m 올라가면 인규의 집이 나온다. 미흔의 집은 예쁜 테라스와 커다란 단풍나무가 자라고 있는 전원주택이다. 하얀 나무담장을 두른 이 집 옆으로는 작은 계곡이 흐른다. 미흔의 집은 실내까지 만들어진 세트로 영화 속 집 내부장면도 이곳에서 촬영하였다. 집 밖에는 영화 막바지에 미흔의 남편이 새로운 삶을 계획하며 만들던 연못 공사 흔적이 마당에 그대로 남아있다.
한밤중에 미흔이 창을 넘어 남편 몰래 달려가던 인규의 집은 사각으로 지은 회색건물이다. 이 건물은 외관만 지어진 세트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면 양지마을과 미흔의 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미흔의 집 오른쪽 아래로 대숲이 보인다. 이 대숲은 미흔이 아내의 친구들과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인규를 낚아채 정사를 벌이는 곳으로 쭉쭉 뻗어 올라간 굵은 왕대가 인상적이다.
바다를 달리는 장면은 물미해안도로에서 촬영되었다. 오픈카를 타고 바닷바람을 흠뻑 마시며 달리고 싶은 도로인 물미해안도로는 물건리에서 미조리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다. 물건리에서 서서히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절벽 위까지 연결되어 일출을 볼 수 있는 도로로 어촌 풍경이 잘 살아있는 설천해안도로와 함께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다. 영화 곳곳에 나오는 드라이브 장면은 이 도로에서 촬영한 것인데 특히 미조면 가인포에 만들어진 휴게소 세트 뒤로 보이는 바다가 아름답다. 아쉽게도 이 휴게소 건물은 영화 촬영이 끝나고 난 뒤 철거되었다. 하지만 세트가 있던 자리는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멈춰 해안을 바라다보는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물미해안도로가 시작되는 물건리에 2003년 5월에 문을 연 해오름예술촌(055-867-0706 sunupart.co.kr)은 옛 물건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예술체험공간이다. 나무와 흙을 이용해 독일풍으로 외관을 만들고 1층에는 도예와 그림, 염색, 사진, 영화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2층에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과 독일문화를 알리는 독일 와인관, 다도예절을 배울 수 있는 다실, 그리고 장구섬과 물건방조어부림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 카페를 만들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전통가마와 가스가마가 있어 옛것과 지금의 것을 비교해볼 수 있는 작업장을 만들었다. 이곳은 초보자들과 전문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 과정별 전문가들이 수업지도를 하고 있다.
남해의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예술촌은 남해 창선고등학교 선생님을 지낸 촌장 정금호씨가 5년 동안 준비해 문을 열었다. 해오름예술촌은 윗마을에 조성되고 있는 독일마을과 연계해 독일어 수업과 독일문화 알리기 등의 행사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독일마을은 독일로 일하러 떠났던 광부, 간호사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살 보금자리로 남해를 선택해 만들고 있는 고급 주택단지로, 연말 입주가 완료되면 해오름예술촌과 연계한 홈스테이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통 독일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초전 몽돌해변과 인광식품 무료 야영장
영화·드라마 속의 섬

상주해수욕장 풍경.


가인포에서 내려가면 미륵이 도운 마을이라는 ‘미조면’이 나온다. 미조면 송정리 초전마을에 조용한 몽돌해변이 있다. 초전해변 또는 삼정개해변이라 부르는 이곳은 수심 1.5m의 완만한 해변으로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이곳에서 삼거리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남해 자연산 해산물로 만든 저염도 젓갈로 유명한 인광식품(www.ikfood.com)이 나온다. 젓갈이 짜지 않고 원재료의 자연향이 살아있어 맛깔스럽다. 남해의 숨어있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올해부터는 여행객을 위한 무료 주차장과 여름철 무료 야영장도 운영한다. 야영장은 젓갈을 숙성시키거나 포장하던 편평한 마당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유휴공간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다. 이곳 앞에는 초전바다가, 뒤에는 숲이 있어 야영하기에 좋다. 아울러 수질 좋은 상수도와 화장실까지 마련되어 있어 텐트를 가지고 가면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야영장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예약(055-867-7114)을 해야 한다.
남해 여행을 마무리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상주해수욕장이다. 너무 유명해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곳은 둥근 만 안에 자리잡고 있어 마치 호수 같은 느낌을 준다. 맑은 물과 곱고 긴 모래사장, 해변을 둘러싸고 있는 해송숲, 숙박시설을 비롯한 편의시설이 잘돼 있어 연중 사람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찾아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진주 JC에서 사천방향으로 갈아타고 사천IC로 나와 직진. 삼천포 항에서 이어진 사천-남해 연륙교를 건너면 남해 창선도다.
[숙박시설]
남해군 남면 홍현리에 있는 황토휴양촌(055-864-3501)은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숙박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앵강만을 굽어보고 있는 휴양촌은 2001년 7월에 문을 연 곳으로 항아리를 깨 얹은 버섯 모양의 집들로 이루어졌다. 13평에서 25평에 이르는 객실이 6개가 있고, 바다 쪽으로 10평짜리 11채를 신축하여 2003년 7월에 오픈할 예정이다. 객실 내부에는 에어컨, TV, 주방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객실 이용료는 10평 8만원, 13평이 10만원, 25평이 20만원이다. 밀애 촬영장소인 양지마을에서 약 5km거리에 위치한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055-867-7881 www.huyang. go.kr)도 있다. 바다와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곳으로는 서면 서상리에 해수 사우나, 각종 스포츠 시설, 가족호텔을 갖추고 2002년 5월 문을 연 스포츠파크(055-862-8811, www.nsfh.co.kr)가 있다.
[맛 집]
창선면 삼동리에 있는 배가네해물탕(055-867-4004)은 부부가 운영하는 깨끗하고 맛깔스런 식당이다. 지족해협이 바라다 보이는 이 식당은 해물뚝배기(7천원)와 매일 아침 두부를 빚어 만들어내는 두부전골(2~3인분 1만5천원)이 별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연중무휴로 영업한다. 남해읍 교육청 옆에 있는 ‘솜씨와 정성’(055-864-2338)은 남해에서 기른 한우만을 사용한 곱창 맛이 기막힌 집이다. 사료가 아닌 짚을 먹고 자란 소의 부산물만을 재료로 쓰는 곱창전골(6천원)과 갈비찜(2인분 2만원)이 아이들의 입맛과 어른들의 입맛을 골고루 만족시킨다. 소머리 곰탕(5천원)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도 할 수 있다. 연중무휴.

2003년 최고의 화제를 몰고 온 드라마 ‘올인’. 카지노를 무대로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장면마다 아름다운 영상이 펼쳐져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올인’의 현장, 제주도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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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의 주 촬영지인 롯데호텔. 인하와 수연의 사랑이 시작된 곳이다.


2003년 4월 종영한 ‘올인’은 송혜교(수연)와 이병헌(인하)이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드라마로 시작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드라마. 강행군으로 이루어진 촬영으로 배우들이 쓰러지고 현장에서 쪽 대본을 받아가며 완성한 이 드라마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종일관 아름다운 배경을 제공한 제주도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드라마는 끝났어도 제주도에는 ‘올인’ 열풍이 여전히 불고 있다.

수연의 집 ‘천사원’이 있는 섭지코지
국내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인 섭지코지는 ‘올인’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초원으로 이루어진 완만한 언덕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성당과 천사원 세트가 선보였다. 이 야외세트는 바다와 맞닿은 절벽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에 자리잡아 푸른 바다와 함께 지중해풍의 성당이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세트 앞으로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과 끝없이 펼쳐지는 에메랄드빛 수평선, 그리고 바다와 어우러진 검은 바위들이 있다. 이국적인 제주의 아름다움을 이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것.
섭지코지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뛰어난 곳으로 평소에도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곳. 여기에 그림 같은 드라마 세트가 더해져 요즘은 이곳을 보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성당 위에는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고 미래를 약속하던 장소인 협자연대가 있다. 연대는 조선시대에 지은 봉수대로 바닷가에 있는 것을 연대라고 부른다. 이 연대의 난간에 앉아 인하는 수연에게 “방 하나 줄 테니까 같이 살래” 하는 말을 한다. 청혼치고는 너무 싱겁다. 그곳에 앉아 언덕을 내려다보면 성당 너머로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인하가 수연과 함께 살기 위해 지은 하얀 집도 보인다. 성당 내부 장면은 중문관광단지 입구에 있는 중문성당에서, 보육원 내부 장면은 모슬포 천사의 집에서 촬영되었다.

드라마 안의 중문단지 돌아보기
카지노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를 찍기 위해 중문단지 내의 특급호텔들이 총동원되었다. 극중 중문호텔인 롯데호텔, 씨월드호텔인 하얏트호텔, 마지막에 한라호텔로 등장하는 신라호텔까지. 재밌는 것은 이 호텔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그대로 극중에 반영되었다는 점. 드라마 중간중간에 눈길을 끌던 풍차가 아름다운 곳은 롯데호텔로 화산분수쇼 장면과 많은 연인들의 부러움을 자아내던 멋진 키스신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롯데호텔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촬영장소는 인하의 생일에 수연이 소중하게 간직해온 엄마의 유품을 인하에게 선물로 줄 때 앉았던 풍차 앞 벤치. 이 벤치는 ‘올인 벤치’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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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기념품 상점 앞으로 난 복도를 따라 가면 테라스로 연결된 길이 나온다. 이 테라스는 고등학교 때 헤어졌던 수연과 인하가 다시 만나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롯데호텔의 전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특히 저녁시간, 멀리 바다 위에서 조업하고 있는 어선의 불빛과 호텔 풍차가 조화를 이룬 야경이 일품이다. 저녁시간에 볼 만한 것 중 하나는 화산분수쇼. 여름이면 야외뷔페를 여는 수영장 옆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화산분수쇼는 매일 오후 8시30분이면 어김없이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호텔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그램을 드라마가 차용한 것이다. 드라마가 끝난 후 이 시간이 되면 인근 호텔에 투숙하는 사람들까지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롯데호텔에서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은 로비 테라스 이외에 한곳이 더 있다. 풍차를 돌아 내려가면 나오는 전망대가 바로 그곳. 이곳에 서면 건너편 주상절리대에 자리잡은 국제컨벤션센터와 중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드라마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각각 회상하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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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지코지에 있는 성당세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드라마의 전개가 미국으로 옮겨갔을 즈음 국내 촬영은 ‘씨월드호텔’로 이동해 이루어졌다. 바로 중문 관광단지에서 가장 조망권이 좋은 하얏트리젠시 제주다. 하얏트리젠시 제주는 11층까지 탁 트인 아트리움 형식으로 지어진 로비와 실내전경 등이 화면에 잡혔고, 테라스 아래 정원 한쪽에 자리잡은 전망대에서 인하를 그리는 수연의 모습이 촬영되었다. 이 전망대에는 열대 야자수로 둘러싸인 육각형의 벤치가 있는데 야자수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앉으면 코발트빛 바다가 나무울타리 건너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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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와 수연의 재회와 이별이 이뤄지는 장소인 신라호텔.


하얏트에는 특별한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드라마 끝 부분, 정원(지성)의 어머니가 수연을 불러 “호텔 중에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함께 산책하던 곳으로 하얏트리젠시 제주의 별관인 한국관이 그곳이다. 외국인을 위한 연회나 단체 예약자들을 위한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드라마 종반부에 등장한 한라호텔은 신라호텔로 로비라운지와 수영장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수영장은 가장자리에 테이블을 설치하여 해외투자자들에게 사업설명회를 하던 곳으로 촬영되었지만 그보다 먼저 미국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인하가 살아있다는 것을 안 수연이 인하에게 이제는 잊겠다고 이별을 고하는 장소가 되었다. 운명 앞에 무릎 꿇은 수연이 인하에게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더 욕심도 미련도 두지 않을래요” 하며 돌아서서 가는 뒷모습에 비친 불빛이 애잔하게 서 있는 인하의 모습과 함께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2003년 3월에 오픈한 국제컨벤션센터는 인하의 사무공간으로 나온 곳이다. 지삿개 주상절리 위에 2만여평 규모로 지어진 국제컨벤션센터는 회의 중심의 리조트형 컨벤션센터다. 유리로 된 외관은 하얏트리젠시 제주에서 시작된 중문해수욕장의 곡선과 주상절리대의 풍광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제주의 자연이 더욱 돋보이는 곳이다. 컨벤션센터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테디베어뮤지엄도 수연이 인하를 그리며 혼자 돌아보는 공간으로 브라운관에 잠깐 모습을 내밀었다.

항구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서귀포항’과 ‘도두항’
국토 최남단 항구 서귀포항은 굽이굽이 돌아 내려가는 길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봄이면 이 길을 따라 벚꽃이 만발하여 더욱 아름답다. 서귀포항은 천재화가 이중섭이 놓았던 붓을 다시 들게 할 만큼 뛰어난 정취가 묻어나는 곳이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관광도로로 지정해놓은 ‘서귀포 칠십리’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점점이 떠있는 범섬, 문섬, 새섬과 그 위를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갈매기들이 화폭을 옮겨놓은 듯하다.
천지연 폭포가 인접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도 잦다. 이 부두의 방파제로 나가면 포장마차촌이 있다. 이곳에서 수연과 인하가 함께 술을 마시고 잠든 수연을 업고 돌아오며 인하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촬영되었다.
또 하나의 항구 모습은 제주시 외곽에 위치한 도두봉 아래 있는 도두항. 극중에서 인하와 정원이 포장마차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며 남자들의 우정을 확인하는 장소로 등장했던 곳이다. 그러나 도두항에는 포장마차촌이 없다. 포장마차를 이곳으로 옮겨 촬영한 것. 도두항을 굽어 내려보고 있는 도두봉으로 올라가면 도두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의 한가로움과 제주공항을 오르내리는 비행기들의 이착륙을 볼 수 있다. 또, 제주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고, 한라산의 전경을 볼 수 있기도 하다. 도두봉에서 내려오면 바다에 인접한 이호리 해변의 카페촌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영화박물관이 있는 남원 큰엉에는 새로운 명소가 하나 더 생겼다. 감독의 의자라는 뜻을 가진 레스토랑 ‘디렉터스 체어’다. 정원과 수연이 차를 마시고 산책하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2002년 9월에 문을 연 이곳은 영화박물관을 세운 신영균씨가 주인이지만 고품격의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하얏트리젠시 제주에 경영을 맡겼다. 영화를 컨셉트로 하는 레스토랑인 이곳의 메뉴판은 필름통. 이 필름통을 구하기 위해 영화진흥공사에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이용 가능하고 일년 내내 문을 연다.
송악산은 인하와 정원이 송악산 관광단지 개발 사업권을 두고 마지막 한판을 벌이는 무대다. 송악산은 제주 서남쪽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장소. 이곳에서 본 섬 쪽으로 바라보면 멀리 한라산과 삼방산, 형제섬이 보인다. 그 반대쪽으로는 가파도와 마라도가 지척에 보인다. 이곳에는 경주마를 육성하는 송악목장이 있어 바다를 배경으로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늘씬한 자태의 말들도 볼 수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만화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초콜릿박물관
마치 만화영화 속에서 세상으로 걸어나온 듯한 공간이 하나 있다. 2002년 5월,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일과리 대정농공단지 내에 문을 연 ‘초콜릿박물관(064-711-3171)’이 바로 그곳. 제주도의 현무암으로 지은 거대한 성처럼 보이는 이 박물관은 정원 한쪽에 서있는 트롤리 버스와 함께 이국적인 제주를 더욱 이국적이게 하는 공간이다. 정원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이들의 입에선 절로 웃음이 번져 나온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거리인 초콜릿을 만드는 곳인데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동화 속 세계로 들어온 듯하기 때문이다.
영화·드라마 속의 섬

제주는 해안 도로가 많아 드라이브하기에 아주 좋다.


국제박물관협회의 인증심사를 받아 등록된 국내 첫 초콜릿박물관으로 총 2천여 평의 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되어 있다. 현재는 지상 1층만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수장고로 사용하고 있다. 영상관과 초콜릿의 역사 박물관, 초콜릿 제조과정을 볼 수 있는 제조실로 나누어져 있는 박물관은 직접 만든 초콜릿에 ‘초코레토(草古來土)’라는 고유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박물관의 개관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는 무료다.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는 늘 전시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제주공항에서 나와 좌회전하여 12번 국도를 따라 성산 방향으로 간다. 성산에서 신양 쪽으로 난 좁은 해안도로로 들어서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섭지코지 이정표가 보인다. 섭지코지 입구에서 주차비를 받는데 그곳에 주차하지 않고 안으로 계속 들어가면 주차장이 하나 더 나온다. 주차비는 소형 8백원, 대형 1천원.
[숙박정보]
하얏트리젠시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에 있는 중문관광단지에는 크고 작은 호텔들이 즐비하다. 이중 중문관광단지의 터줏대감인 하얏트리젠시 제주(064-735-8554~6, 080-224-5555, www.hyatt-cheju.com)가 지난해 5월, 새단장을 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하얏트리젠시 제주는 조금 일찍 떠나는 휴가객을 위한 여름 패키지 상품을 2003년 7월16일까지 판매한다. 1박과 2인 조식, 피트니스센터 및 실내수영장 무료이용, 바다전망 사우나 50% 할인, 렌터카 50% 할인이 포함된 여름 패키지는 일반객실 기준 주중 사용가가 20만~ 25만원선이다.
숙소닷컴
제주도 내에 있는 싸고 깨끗한 숙소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숙소닷컴(064-711-8290 www. sukso.com)을 이용해보자. 호텔부터 렌터카까지 손님의 취향에 따라 예약할 수 있다.
맛 집
해송수산물 회센터

북제주군 애월읍 애월리에 위치한 해송수산물회센타는 자연산 회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횟집이다. 활어를 잡아 매운탕으로 끓여내는 특매운탕(1만원)과 손님이 고른 고기를 그 모습 그대로 회를 떠주는 통사시미가 이집의 주요 메뉴다. 간단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싱싱한 회와 야채를 얹은 회덮밥(7천원)을 먹을 수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 둘째, 넷째 일요일은 쉰다. 문의 064-799-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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