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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부동산 재테크에 도전하는 ‘나 홀로 재테크족’ 정이화 주부

“인터넷이 없었다면 집에서 애 키우며 부동산 투자하는 건 상상도 못했겠죠”

■ 글·박윤희 ■ 사진·조영철 기자

2003. 07. 10

최근 ‘맞벌이’보다 집에서 살림하며 ‘나 홀로 재테크’에 열중하는 신세대 주부들이 늘고 있다. 안정된 직업인 공무원도 그만두고 인터넷을 통한 재테크로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 주부 정이화씨의 ‘e라이프’.

인터넷으로 부동산 재테크에 도전하는 ‘나 홀로 재테크족’ 정이화 주부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이메일을 확인해요. 제가 회원으로 가입한 재개발 재건축정보 사이트 ‘미리주닷컴(www.mirizu.com)’에서 보내주는 부동산 뉴스, 재개발, 재건축에 관한 이메일 내용이 궁금하거든요. 요즘처럼 부동산 시장이 급변할 때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즐겨찾기’에 만들어놓은 각종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나름의 재테크 전략을 세웁니다.”
주부 정이화씨(33)에게 인터넷은 재테크 과외교사나 마찬가지다.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도저히 수집할 수 없는 각종 부동산 재테크 정보를 인터넷이 쏙쏙 집어주기 때문이다. 그가 ‘즐겨찾기’ 메뉴에 저장한 재테크 관련 사이트만 해도 1백여 가지. 인터넷에 뜨는 각종 재테크 정보가 그의 손안에 몽땅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 부동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에 주택청약에는 관심이 없고, 주로 재개발·재건축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 사두었다가 이윤을 남기는 방식으로 재테크를 하죠. 건강보험, 교육보험만 몇개 들었을 뿐 은행 적금통장도 따로 만들지 않았어요.”
부동산 전문 사이트 ‘부동산114(www.r114.co.kr)’는 부동산의 기본적인 자료와 가격을 알기 위해 그가 자주 찾는 사이트. 주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을 훑어본 다음 스스로 괜찮다고 판단되는 지역이 있으면 좀더 구체적인 매매자료와 전세자료를 일일이 찾아본다.
“각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유료로 재개발 관련 자료를 오픈하고 있는데 이 자료를 100% 다 믿진 않아요. ‘물건 좋다’고 올라온 정보 중 30% 정도만 ‘알곡’이고 나머지는 어느 누구도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는 영업성 정보죠. 초보자일 땐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자꾸 부동산 전문 사이트를 서핑하다 보면 나름대로 ‘보는 눈’이 생겨요.”
일단 알곡이라고 판단되면 2단계 작전 돌입. 그가 가입한 재테크 동호회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물건에 대한 2차 검증작업을 거친 후, 직접 해당 지역에 찾아가 자신의 눈으로 이모저모 확인 작업을 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에 ‘젊은공인중개사모임(cafe.daum.net/jangshhouse)’이 있는데요. 이 동호회 회원으로 가입해서 부동산 전문가들의 얼굴을 익혀두었어요. 이 분들과 제가 얻은 투자정보를 공유하면서 전문적인 조언도 듣고, 재개발 현장을 함께 답사해보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그가 빼놓지 않고 보는 인터넷 사이트는 각 구청의 주택과 게시판. 부동산 전문 사이트에 비해 ‘거품’이 없고 구청에서 올리는 믿을 만한 재개발 정보가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각 구청 주택과 게시판에서 일반인이 공개질의를 할 수 있는데, 지역특성이나 수익성에 대해 질문하면 아주 친절하게 답글을 달아줘요. 구청직원이 직접 전화상담을 해주기도 하고요. 의외로 부동산 업자들이 괜찮다고 추천하는 곳도 구청에 문의하면 ‘전혀 아니다’ 라는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어요. 저도 놀랄 정도로 구청 인터넷서비스가 좋아요.”
경매 물건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대법원 사이트(www.scourt. go.kr) ‘법원경매정보’ 코너와 조이스랜드(www. joinsland.com) ‘개발 컨설팅’ 코너에도 수시로 접속해 재테크 정보를 수집한다.
“법원경매정보 코너에는 매각 물건의 용도와 소재지 등의 정보가 상세하게 나와서 좋아요. 조이스랜드는 6개월에 10만원씩 회비를 내는 VIP유료회원으로 가입했는데, 대부분 안정성이 보장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회비가 아깝지 않아요.”

인터넷으로 부동산 재테크에 도전하는 ‘나 홀로 재테크족’ 정이화 주부

정이화씨는 아이와 함께 지낼 시간을 늘려준 인터넷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한다.


최근 이런 눈품, 손품, 발품의 삼박자가 빛을 발해 좋은 경매 물건이 그의 안테나에 포착됐다. 그는 재빨리 시아버지에게 투자 정보를 귀띔했고, 시아버지는 며느리 덕에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결혼 전부터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많았어요. 직장 다니면서 모아둔 돈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것을 합쳐 제 힘으로 집을 샀으니까요. 재미가 붙으니까 좀더 전문적인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껴 작년에는 경매, 부동산 공인중개사 강좌도 들었어요.”
한국산업인력공단(www.kmanet.or.kr)에서는 일반인 대상으로 ‘공인중개사강좌(2개월 과정)’와 ‘경매강좌(1개월 과정)’를 무료로 여는데 이곳을 찾아 ‘프로 주부’가 되기 위한 재테크 실력을 연마했다.
“경매강좌는 지금 한국부동산경매연구원(www.eddang.com)에 계신 분이 강의를 하셨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재테크 전문성을 쌓기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에도 도전했어요. 집에서 인터넷 동영상 강의도 듣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그만 떨어졌어요(웃음).”
그는 가끔 혼자 있는 시간에 ‘혹시 내가 인터넷 중독자는 아닐까?’ 하고 의아심을 품어본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생활 전반을 인터넷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인터넷이 없었다면 아이 키우면서 부동산 재테크 하는 일은 불가능했을 걸요. 회사에 출근한 남편과 이야기할 때도 전화보다 인터넷 메신저를 많이 이용해요. 가족회의 할 때도 채팅을 하면서 의사결정을 하니까 시간도 절약되고 비용도 안 들고 참 편리하죠.”
그는 간단한 가계부 프로그램도 직접 만들어서 전자가계부를 쓰고 있고, 재산세나 각종 공과금도 ‘인터넷 빌링 사이트(인터넷에서 세금납부가 가능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인터넷 뱅킹으로 아이 교육비도 내고 ‘인터넷지로(www.giro. or.kr)’를 이용해서 세금을 내요. 쌀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배달시켜 먹고요. 인터넷 중독자라고 할 만하죠?(웃음)”
뭐니뭐니 해도 그가 온라인을 통해 가장 크게 터뜨린 ‘대박’은 지금의 남편이다. 94년 하이텔 온라인 모임 ‘70년 개띠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동갑내기 남편 김철현씨(33)를 만나게 된 것.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 없었으니까 PC통신에서 채팅하면서 알게 됐죠. 한달 전화요금이 30만원 넘게 나온 적도 있을 만큼 PC통신에 푹 빠져 있었죠. 오프라인 모임에서 남편을 처음 봤는데 ‘필’이 팍 오더라고요. 제가 찍었어요.”
인터넷 음악감상 사이트 벅스뮤직(www.bugsmusic.co.kr) 인터넷사업부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남편은 집에서 자다가도 비만 오면 회사로 달려나간다. 날씨가 조금 흐리거나 비라도 쏟아지면 음악을 듣기 위해 벅스뮤직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폭주, 갑자기 회사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재테크 공부하니까 편하고 좋지만 한밤중에 남편이 회사로 달려나갈 때는 인터넷처럼 원망스러운 게 없죠. 남들은 제가 부동산 재테크를 열심히 한다고 하니까 꼭 떼돈을 벌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어디 여행 가고 싶을 때 돈 걱정 안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훌쩍 떠날 수 있을 만큼만 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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