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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rich #fashion

재벌 남자들의 리얼 패션 ‘리턴’

bad rich look

editor 정희순

2018. 02. 28

‘악역이 떠야 드라마가 뜬다’는 말이 있다. 여자 주인공의 갑작스런 교체에도 불구,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드라마 ‘리턴’의 악벤저스 4인방이 이 명제를 증명한다.

봉태규
사학 재벌신학대 교수김학범

1.‘리턴’ 1회 방영 분에서 봉태규는 제작발표회 때와 비슷한 스타일로 등장했다. 체크 슈트에 핑크색 셔츠, 그 안에 얼굴 프린팅이 들어간 티셔츠를 매치했다. 슈트와 티셔츠 모두 비비안웨스트우드 제품.

2.일명 ‘봉태규 안경’으로 유명해진 이 안경은 ‘페이크미’라는 아이웨어 브랜드와 봉태규가 콜래보레이션한 Mr.B라는 제품이다.

3.포멀한 코트와 후드티의 조합은 ‘리턴’ 김학범의 트레이드마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스타일의 조합에서 자유분방함이 배가된다.


4.드라마 ‘리턴’ 제작발표회 현장에 등장한 봉태규의 모습.

폭주하는 진상 재벌 2세

1월 17일 방영 직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리턴’은 배우 고현정과 이진욱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희대의 악역 연기를 선보인 배우 봉태규(37)였다. ‘개인의 취향’ 이후 8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봉태규가 맡은 캐릭터는 극중 사학 재벌가 아들 김학범 역. ‘내 학교’ 신학대 교수이기도 한 김학범은 알고 보면 전형적인 강남 날라리에 클럽 죽돌이. 도박과 마약은 기본에 심지어 친구의 부인과도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드라마 속 봉태규는 마치 해리성 인격 장애처럼 한순간에 딴 사람이 된다. 살인사건에 함께 연루된 친구가 자수하겠다고 나서자 갑자기 돌변해 친구의 머리를 돌로 내리쳐 중상을 입히고 ‘진심으로’ 엉엉 눈물을 흘리는 식. 자신을 추월하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불러 세운 뒤 돈을 주고 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현실 속에서 벌어졌던 재벌가의 ‘맷값 폭행’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리턴’의 볼거리 중 하나는 봉태규의 패션. 그는 ‘리턴’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앞으로 보여주게 될 재벌 룩은 어떻게 준비했냐는 질문에 “잘 사는 집 아들이라고 하면, 방송에서 일관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그들의 실제 스타일은 매체에 비춰진 것과 많이 다르다. 전형성에서 탈피하고자 스트리트 느낌의 패션을 많이 선보이려 한다. 스트리트 패션이 유행이기도 하지만, 김학범이라는 캐릭터의 자유분방한 모습에도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봉태규의 패션스타일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럭셔리 스트리트 아메카지’다. 아메카지는 ‘미국 노동자들이 입던 의상에서 시작된 아메리칸 캐주얼’을 일본식으로 줄인 말로, 주로 여러 겹을 레이어링해서 입는 스타일로 표현된다. 비비드한 톤과 빈티지 컬러를 넘나들며 종잡을 수 없는 김학범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누구나 알아보는 로고를 드러내지 않지만 모피, 캐시미어처럼 매우 사치스런 소재에 ‘추리닝’, 티셔츠 하나도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한눈에 봐도 럭셔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탁월한 연기력에 개성 넘치는 패션 스타일까지 캐릭터에 완벽하게 ‘빙의’한 그의 모습은 혹시 이게 실제 봉태규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게 하는 상황. 그는 ‘리턴’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밑도 끝도 없이 화를 내는 일춘기 아들이 주는 육아 스트레스가 악역 연기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봉태규는 드라마 ‘리턴’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새롭게 만났다.

신성록
재벌2세IT 스타트업 대표오태석

1.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올블랙’ 룩으로 시크한 매력을 뽐냈다.

2.MBC ‘죽어야 사는 남자’의 한 장면.


별에서 온 악한 그대

“패션은 사소한 것을 실수하면 안 되거든. 명품 옷에다 싸구려 커프스 핀 하나 잘못 채우면 스타일 구기는 거거든.” 드라마 속 오태석의 대사다. 패션에 대한 철학과 함께 명품 같은 자신의 삶에 오점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재벌 2세이자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 오태석을 연기하는 배우는 신성록(36)이다. 김학범이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악인이라면, 오태석은 싸이코패스로 그려진다. 살인 사건에 휘말린 뒤 문제가 되는 인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살인도 서슴지 않지만, 누군가 자신들을 점점 더 덫으로 옭아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학창 시절부터 현재까지 대책 없는 재벌가 친구들의 사고를 완벽하게 수습해온 것도 그였다. 협박범을 엽총으로 쏴 죽이고 고라니 사냥 때처럼 ‘샷’이라 말하는 장면은 싸이코패스의 캐릭터를 표현한다. 오태석은 그레이, 군청색 슈트로 ‘빈틈없고 차가운 도시 남자’의 정석을 보여주면서 타이 핀, 커프스, 행커칩 등으로 고급스러운 디테일을 챙긴다. 전작 MBC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트레이닝복에 흰 양말, 정장 구두를 매치한 ‘패션 테러리스트’ 짤을 떠올려 보면, 이게 정말 그때 그 배우가 맞나 싶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또 한 번 악역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신성록은 악역일 때 더욱 빛나는 배우임이 틀림없다.

박기웅
재벌기업 상속자강인호

패션의 완성은 얼굴임이 분명하다. 박기웅은 강인호의 날카로운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해 5kg 가량의 몸무게를 감량했다고.

이 남자의 더블 슈트

배우 박기웅(33)은 국내 굴지의 재벌가 상속자인 ‘모태 금수저’를 연기한다. 눈에 띄는 외모와 비상한 머리, 착한 인성까지 겸비한 완벽한 인물. 말 잘 듣는 아들, 자상한 남편, 더할 나위 없는 사위, 다정한 아빠다. 그의 패션은 기업인으로서의 슈트와 유복한 가정의 가장을 표현하는 니트 캐주얼로 나뉜다. 어느 쪽으로든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다. 그런데 왜 악역이냐고? 실제로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삶의 이면을 꽁꽁 숨기고 사는 인물이기 때문. 강인호의 악랄한 모습은 극 초반 압축적으로 그려졌다. 내연녀 염미정이 자신의 가정생활에 끼어들려 하자 강인호는 차갑게 돌변한다. 일주일 후, 미정은 싸늘한 시신으로 유기된 채 발견되고, 강인호가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드라마 ‘리턴’이 시작된다.

윤종훈
종합병원장 아들의사최준희

독특한 패턴의 슈트 차림으로 등장한 배우 윤종훈.

유약한 악역

국내 최고의 종합 병원장 아들 최준희로 분한 배우 윤종훈(34). 그는 악벤저스 4인방 중 가장 유약한 존재다. 하지만 유약함이 악함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마약 주사기를 팔뚝에 꽂고 약이 없을 땐 주사바늘 자국을 포크로 자해한다. 약에 취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강간, 폭행 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중학생 시절 4인방이 함께 저지른 어떤 사건 이후 생긴 트라우마가 그를 ‘약쟁이’로 만들었다는데, 혹시 그게 ‘리턴’의 마지막 반전이 되지 않을까.

designer 최정미 사진 뉴스1 사진제공 스토리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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