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을 파는 배다리 헌책방거리


“인천둘레길 코스가 참 좋거든요. 계양산·청량산 등의 산길도 있고, 포구도 있고, 일본 근대 문화와 중국의 흔적도 남아 있고요. 참 다양한 재미가 있는 길이죠.”
여행은 어떻게 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 꼭 오래 산 동네에 온 듯 조곤조곤 우리가 걷는 길에 대해 설명해주는 이준휘 작가와 단숨에 친해졌다.
첫 번째 코스는 우각로문화마을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구경할 데가 많은 이 코스는 인천 여행을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출발점이다. ‘배다리’라는 지명은 바닷물이 들어오는 수로가 있던 시절, 배가 닿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다. 개항 이후 일본인들에게 삶의 터전을 넘겨준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기도 하다. 배다리 최고의 명물은 마을 초입에 위치한 헌책방거리다. 한때는 50개가 넘는 헌책방이 거리를 메울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섯 곳만 남아 쓸쓸하게 골목을 지키고 있다.
이런 내 마음을 위로하듯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젊은이들이 시끌벅적 나를 보고 사진 찍기를 청한다. 이렇게 또 새로운 추억과 인연이 이어진다.

알록달록 벽화가 있는 우각로 문화마을


벽화를 따라 걷다 이 골목의 모퉁이를 돌면 또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기대가 된다.
우리 사는 인생처럼.


세상에! ‘일월산수도’를 직접 보네요


“바다에는 배가 들어오고 나가고, 하늘엔 인천국제공항의 비행기들이 보이죠. 저기 삐죽삐죽 높게 솟은 곳은 무의도예요. 이렇게 한곳에서 섬, 비행기, 배까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장소가 흔하지 않은데 이런 역동적인 풍경이 인천의 특징이에요.”
이준휘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다를 뜨겁게 물들이는 낙조의 장관을 보다가 반대쪽 하늘에서 은색의 차가운 달과 눈이 마주쳐 정말 깜짝 놀랐다. 같은 하늘 아래 달과 해가 함께 있는 풍경이라니! 다섯 봉우리의 산과 파도치는 물결, 소나무를 배경으로 해와 달이 떠 있는 ‘일월산수도’가 현실인 곳이 바로 인천이다.

어린 시절 외식의 로망, 짜장면



근대 역사의 현장을 마주하는 시간



사람 냄새 정겨운 소래포구



구한말의 개항 도시에서 뉴욕의 센트럴파크로


이준휘 작가는 바다를 메워 도시를 만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초고층 빌딩과 드넓은 공원, 쭉 뻗은 도로까지 갖춘 첨단 도시가 되었다며 감탄한다. 송도의 심장과 같은 센트럴파크의 수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황혼의 풍경은 마치 고층 빌딩에 둘러싸인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와 흡사하다. 신도시에 가면 항상 10년 뒤 이곳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본다. 빌딩 숲에 물도 나무도 있고, 인천의 역사와 문화도 있으니 더 재미난 걷기 길이 되길 바란다. 종종 들러 변화하는 인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맛있는 인천

하지만 인천에는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맛집도 많고, ‘최초’ 혹은 ‘원조’라는 수식어가 붙은 메뉴도 많으니 취향 따라 입맛 당기는 대로 골라 가기만 하면 된다.

쫄깃쫄깃한 쫄면은 사실 ‘실수’로 탄생한 음식. 1970년 인천시 중구 경동에 있는 ‘광신제면’이라는 냉면공장에서 냉면을 만들다가 사출기를 잘못 끼워 두꺼운 면이 만들어졌고, 이 면을 인근 분식집에서 고추장 양념을 해 새로운 메뉴로 개발해 지금의 쫄면이 만들어졌다. 이 분식집이 바로 신포국제시장에 위치한 ‘신포우리만두’ 본점. 이곳의 쫄면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면이 유독 두껍고 쫄깃하다. 매콤함과 새콤함의 비율이 절묘한 양념도 특이하고, 콩나물, 신선한 채소를 함께 넣어 아삭아삭 씹을 때 식감도 좋다.
30년을 지켜온 맛, 신포닭강정_(오)
신포국제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1985년부터 30년 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닭강정이다. 시장 초입부터 이어지는 가게들은 저마다 원조라는 간판을 달고 커다란 솥 가득 강정을 데우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신포닭강정의 특징은 바삭거리는 식감과 달착지근하고 매콤한 맛의 소스. 고추장 대신 고추기름을 사용해 텁텁함을 없애고, 땅콩가루를 넣어 고소함을 더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 중 대다수는 학창시절 맛 본 닭강정의 맛을 잊지 못해 자식들의 손을 잡고 다시 찾는 경우가 많다.

화평동 냉면 거리는 1970년대에 탄생했다. 화평동 냉면은 큰 그릇에 양도 푸짐한 ‘세숫대야 냉면’으로 유명한데, 처음부터 ‘세숫대야 냉면’을 팔았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보통 냉면과 같은 식으로 팔았는데, 인천 부두,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냉면 사리를 더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처음부터 큰 그릇에 푸짐하게 담아 손님상에 올리게 된 것. 화평동 냉면가게 주인들이 밝히는 냉면 맛의 비결은 열무김치. 매콤한 육수에 잘 익은 열무김치와 절임무, 싱싱한 오이채를 얹고 통깨를 뿌려 쫄깃한 면발과 버무려 먹는다.
생선 굽는 냄새 가득, 삼치구이 골목_(오)
동인천역 맞은편 지글지글 생선 굽는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대한민국 유일의 삼치구이 거리. 동인천 삼치거리의 시작은 약 45년 전, 막걸리 공장 앞에 ‘인하의 집’이 들어서면서부터. 당시 가게를 운영하던 주인은 막걸리와 함께 먹을 안주를 찾다가 삼치를 구워 내기 시작했다. 두툼한 삼치는 가격도 저렴하고 막걸리와도 잘 어울려서 꾸준히 찾는 사람이 많았고, 이후 골목에 하나 둘 삼치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생선구이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삼치구이 골목에서 잘 구운 삼치를 먹으면 그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겉은 바삭한데, 속살은 부드럽고 담백하니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지도로 보는 인천둘레길 걷기 코스

배다리 헌책방거리 → 신포국제시장 → 개항장 거리 → 차이나타운 → 커낼워크 → 센트럴파크
1박2일 코스
배다리 헌책방거리 → 신포국제시장 → 자유공원 → 개항장 거리 → 차이나타운 → 월미문화의거리 → 월미전망대 →숙박 →소래포구 어시장 → 소래습지생태공원 → G타워 → 커넬워크 → 센트럴파크
인천에 대한 추가 정보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 홍태식 이상윤
디자인 김영화
헤어&메이크업 파크뷰칼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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