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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moviestar

여전히 청춘 정우성

editor 정희순

2016. 10. 06

청춘은 흘러가지 않고 깊어지기도 한다. 정우성이 그 증거다.

그를 만났다. 이름 석 자만 들어도 그의 훈훈한 외모가 그려지며 입꼬리가 쓱 하고 올라가는 그 정우성(43) 말이다. 그의 외모를 칭찬하자면 날을 새워도 끝이 없다. ‘남편과 정우성이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다가 옆을 보니 오징어가 팝콘을 먹고 있었다’는 일화부터 가수 윤종신이 “정우성과 셀카를 찍었는데 나는 마치 초장 찍은 오징어 같았다”고 말했던 에피소드까지. 1994년 영화 〈구미호〉를 통해 강렬하게 데뷔한 정우성은 20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의 훈남 스타로 손꼽힌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와 함께 영화 〈아수라〉 제작보고회 현장에 등장한 정우성은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굴욕 없는 외모를 자랑했다. 오죽하면 어떤 기자는 영화에 관한 공식 질의응답 시간에 “‘정우성은 잘생겼다’는 말은 이미 정언명제다. 감독이 보는 그의 장점은 뭔가”라는 말로 그의 외모를 에둘러 칭찬하기도 했다. 기자 역시 이제는 지겹다 못해 진부하게 느껴지는 정우성의 외모 예찬을 이번에는 하지 않겠다 그렇게 다짐했건만, 워낙 강렬했던 그의 인상을 빼놓는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영화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 영화다. 극중 강력계 형사로 등장하는 정우성은 점점 악인으로 변해가는 인물 한도경 역을 맡았다. 영화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만난 정우성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그는 출연진 중 막내 배우 주지훈에 대해서 “지훈이가 놀~고 있네요. 얘는 반성 좀 해야 해요”라며 친형 같은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이번 작품으로 네 번이나 호흡을 맞춘 김성수 감독에 대해서 “예전엔 마냥 좋은 감독님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호흡을 맞추면서 그때는 몰랐던 단점들을 보게 됐다”며 ‘디스 아닌 디스’를 하는 재치까지 보여줬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배역, 그리고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거창한 말로 포장하진 않았지만, 깊은 눈빛으로 차분히 설명을 이어나가는 표정에서 청춘을 연기했던 20여 년 전 그 모습이 오버랩됐다.



김성수 감독과 15년 만에 재회

그를 지금의 스타덤에 올려놓은 건 김성수 감독의 영화 〈비트〉(1997)와 〈태양은 없다〉(1999)에서의 역할이 컸다. 방황하는 청춘을 그린 두 작품으로 남자 주인공이었던 정우성은 ‘청춘의 아이콘’이 됐다.  이번 작품 〈아수라〉는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이 함께한 네 번째 영화다. “영화 〈무사〉(2001) 이후 15년 만에 작품을 통해 감독님과 만났어요.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작업인 셈이죠. 하지만 감독과의 관계나 세월이 주는 단순한 의미에 치중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작품의 본질에 다가가서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던 것 같아요.”

영화에서 감독과 배우의 호흡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 배우는 감독이 설정한 캐릭터에 맞게 눈빛과 말투, 행동으로 인물을 표현해낸다. 그중에서 어떤 장면을 영화 안에 삽입해 스토리를 구성할 것인지 골라내는 것은 또다시 감독의 몫이다. 감독과 배우는 그만큼 서로를 잘 이해해야 하는 관계인 셈이다. 정우성과 김성수 감독의 친분은 유명하다. 영화 〈무사〉 이후 공식적인 작품 활동은 함께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사석에서도 종종 술잔을 기울이는 영화계 동료다.



“감독님을 좋아했어요. 함께하는 작업도 그리웠고요.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불태우는 현장을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시 만난 감독님은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안 변할 수 있지?’ 싶을 정도로 여전하시더라고요. 저를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서 쓰시려고 하는 감독님의 모습에서 ‘연기를 편하게 하는 꼴을 못 보는 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저도 나이 들어서인지 ‘그땐 내가 어려서 마냥 좋아했구나’ 싶더라고요(웃음).”

액션 연기를 위해 정우성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동료 배우 정만식이 “촬영 내내 정우성의 손이 도라에몽 손처럼 일반인보다 두 배는 부어있었다”고 할 정도. 대역 없이 자동차 추격 신을 촬영할 때는 배우 주지훈이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감독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돈 많은 나라에서는 비행기도 날려서 매달리는데 저희는 그런 여건이 안 되니 차라도 박아야 하지 않겠어요? 저는 ‘정우성이 그걸 직접 했대’라는 말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관객에게 현장의 강렬함과 치열함이 얼마만큼 전달되느냐’의 문제이니까요. 저는 배우의 감정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길 바랐어요. 감독님은 배우가 스스로 표현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셨고요. 절대 배우가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법이 없으시죠(웃음).

”대답의 끝은 항상 ‘감독에 대한 가벼운 디스’였지만 내용은 김성수 감독에 대한 두터운 신뢰와 존경이었다. 김성수 감독 역시 “정우성 덕분에 지금껏 영화감독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시나리오를 건네면서 혹시 이 작품이 오히려 정우성 씨의 커리어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신사 이미지’가 강한 정우성이 악인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주어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감독님 작품에서 줄곧 제 가치관을 투영해 캐릭터를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면, 〈아수라〉의 ‘한도경’ 역은 전혀 그럴 수가 없었어요. 영화에서 한도경은 자신의 주체성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져요. 저 역시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한도경이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좇아가기 위해 계속 고군분투했죠. 이번에 영화를 보시면서 ‘지금까지의 정우성 모습과는 다른 표정이 보인다’고 느끼실 것 같아요.”

정우성은 분명 존재만으로도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배우다. 그의 눈빛 하나, 손짓 하나에도 대중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를 만나보니 그가 여전히 우리 가슴에 ‘청춘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영화 하나만 바라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으니까. 그게 삶의 이유인 정우성이니까.

사진 이상윤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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