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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갈등 심화가 점쳐지는 가운데 중국 증시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부동산·플랫폼·사교육을 규제한 정책의 실패로 ‘피크 차이나(중국 경제 정점)’ 담론까지 나왔으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에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을 선보여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발 ‘차이나 쇼크’에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 증시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역시 중국의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우증권 상무와 한화증권 전무를 거친 전병서 소장은 국내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IB 업계에 몸담으며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베이징의 칭화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푸단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불붙은 관세전쟁, 중국이 여유로운 이유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갈등이 장기화할까요.중국이 미국의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듯합니다. 중국은 이미 4년 전에 경험이 있어요. 말 폭탄을 터뜨려 상대가 움츠러들면 뒤로 협상해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소위 ‘미치광이’ 전략이 이번에도 보입니다만, 중국에 통하기 어려워요. 중국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14억 자국민의 시선, 전 세계 80억 인구의 시선이 더 무섭습니다. 트럼프의 압력에 무릎 꿇었다는 인상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더 센 카드를 내는 거죠.
확실히 중국과 캐나다, 유럽 등의 대처가 예전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넘어가지 않아요. 특히 유럽은 가만히 있다가 돌멩이를 맞는 격이잖아요. 사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던 취임 후 24시간 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때문이에요. 전쟁을 끝내려면 우크라이나를 경제적·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유럽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조기 종전을 위해 유럽을 압박해야 하는데 그 카드로 일단 관세를 꺼낸 겁니다. 미국으로서는 전쟁이 지속되면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없어요. 또 종전 시 4000억 달러 이상의 복구 사업이 기다리기도 하고요.
실제로 EU에 사전 안내 없이 미국 주도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로 전후 복구 사업이 이뤄진다면 미국 기업들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어요. 또 종전 후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할 확률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북극 항로를 통해 셰일가스를 대량으로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주도로 전쟁을 종결하려는 진짜 속내입니다.
종전 협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유럽이 미국과 대치 중인 중국과 동맹을 맺을 가능성도 있나요.
기본적으로 유럽은 미국이 최대 시장이고, 서로 협력하는 관계예요. 미국과의 우호를 통한 중국 견제는 분명한 바인데, 다만 미국이 유럽에 과대한 요구를 했을 때 전술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모양새를 갖춰 미국의 요구를 조금 줄이려는 전략을 쓸 수 있으리라 보입니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전쟁은 중국이 스스로 풀어가야 할 문제다. 원래 중국과 미국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였다. 2000년대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해 축적한 달러를 다시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함으로써 미국이 통화 금융 권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해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 국채 최대 보유국 중 하나가 바로 중국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에 이은 경제 강국이 되면서 역사적으로 구소련, 일본 등 ‘넘버 2’들을 견제해온 미국의 칼날이 중국을 향했다. 전병서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한 과거 4년간의 대중 정책은 누가 봐도 무리수였다”며 “이는 미국이 역대 최강·최대의 넘버 2를 만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1년 경제 위기설 이후 중국은 미국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중국 경제 위기론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내수 소비 살리기 위해 역대 최대 재정정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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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경제를 잡아먹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 받았고, 거기에 더해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새로운 정치 어젠다 ‘공동부유론’ 때문에 경제가 망가지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는 목표 아래 부동산·플랫폼·사교육 업체를 한 3년 정도 집중적으로 규제했는데, 이에 따라 소비 침체가 오고 결국 부동산 하락이 금융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친 거죠.
부동산 시장 침체는 아직도 현재진행형 아닌가요.
중국이 부동산 때문에 망한다는 이야기가 최근 2년간 한국에서 넘쳐났죠. 엄밀히 말하면 1, 2등 하던 회사들이 부도가 났을 뿐이에요. 중국의 경우 건설 회사가 워낙 많고, 1등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5% 내외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다른 면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토지 사용권을 매각해서 예산을 충당하던 지방 정부의 수입이 떨어져 재정이 나빠졌던 것인데요.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모든 규제를 싹 풀고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거래량이 다시 늘고 있어요. 중국 부동산에 대한 비관적인 상황들은 아마 올 하반기가 되면 낙관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강력한 경기부양책들을 내놓은 중국 정부가 올해는 어떤 정책을 제시할까요.
중국은 경제정책을 발표할 때 보고서에 숫자 없이 추상적인 단어를 나열해요. 대신 중요한 정책은 반복되는 키워드를 통해 알 수 있고 새로운 단어가 새 정책을 뜻합니다. 2025년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부동산 경기부양’ ‘자본시장 경기부양’이란 단어를 집어넣고 역대 최대의 재정정책을 쓰겠다고 했어요. 아마 3월 양회 끝나고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를 바로 단행하면서 경기부양의 의지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간의 규제 내용들을 보면 중국이 코로나19라는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듯합니다.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공교롭게도 정치 어젠다를 바꿔 생긴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코로나19를 통해 중국이 얻은 것도 있어요. 지금 전 세계를 휩쓰는 CBT(Cross-border Trade) 최강자가 ‘테무·쉬인·알리’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집 밖으로 못 나가게 된 중국인들이 모든 걸 스마트폰으로 구매함으로써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만들어졌어요. 지금 우스갯소리로 중국에서는 지갑에 현금이 있으면 외국인, 현금이 없으면 중국인 이렇게 구분합니다.
최근 테무·쉬인·알리만큼 이름을 알린 중국 스타트업이 있잖아요. 딥시크 AI 모델이 다른 거대 모델보다 파격적으로 저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국의 제재가 딥시크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미국이 고성능 칩을 중국이 구매할 수 없도록 2023년부터 제재를 시작하자 중국으로서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 H800을 이용해 고효율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낸 거죠. 전 세계 AI 산업에서 1등 미국을 100이라 봤을 때 65 정도인 중국이 압도적인 2등입니다. 한국은 35 정도로 중국의 절반 수준이에요. 중국은 AI 인프라가 강합니다. 여기에 정부 지원까지 어마어마해요. 흙수저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성공 이후 수많은 ‘마윈 키드’가 등장한 것처럼 ‘딥시크 키드’가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요. 중국 칭화대학에는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칭화사이언스파크가 있는데, 칭화대 출신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무료로 입주 가능해요.
‘대륙의 실수’가 아니라면 딥시크 외에도 다른 AI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건가요.
딥시크는 오픈 소스입니다. 딥시크가 나오고 나서 일주일 사이에 딥시크 모델의 오픈 소스를 이용한 파생 모델이 2700개가 소개되었어요. 이미 중국에 딥시크 말고도 거대 AI 생성형 모델이 14개가 있는데, 여기에 제2, 제3의 딥시크가 수없이 더해질 수 있겠죠.
딥시크에 대해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우려를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다만 정작 미국 AI 기업들은 딥시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요. 엔비디아부터 시작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들의 사이트에 딥시크를 같이 올려놓고 써보게 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지금 생성형 AI는 전 세계 데이터를 끌어모아 답을 내주는 겁니다. 현재는 사용자들이 자료를 찾고 리포트 쓰는 수준이기 때문에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우려보다는 오히려 이 좋은 성능을 활용해 자신들의 모델을 업그레이드하고, 업무를 효율화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국이 경제 위기여도, 기술력으로 치고 나가도 고민이에요. 산업의 흐름상 자본·노동 집약적인 산업들은 임금이 저렴한 중국으로 이전된 경우가 많아요. 중국으로 제조업이 넘어간다고 해서 아쉬워할 게 아니라 제조업을 해본 경험 노하우를 가지고 돈이 일하게 하고 더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세계에서 1등 하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중국에서 공장을 빼나요? 우리가 정치적인 레토릭을 섞은 ‘감정 경제학’으로 중국을 인지하기보단, 글로벌한 시각에서 ‘탈(脫)중국’과 천천히 비중을 줄여야 할 ‘감(減)중국’, 지금 뛰어들어야 할 ‘진(進)중국’ 분야로 나눠 각기 다른 전략으로 가야 해요.
눈여겨볼 섹터는 반도체·전기차·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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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 전쟁은 지구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중국 거시경제의 흐름이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지금이 중국 투자에 적합한 시기인가요.
투자는 귀신도 모릅니다(웃음). 반드시 피크가 있고 떨어질 때도 있는데, 중국의 경우 최근 3년 6개월 동안 주가가 반토막이었어요. 2025년에는 미중 전쟁으로 오히려 중국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좋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듯합니다. 또 중국 투자는 리스크는 분명히 있지만, 정부 정책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섹터를 보면 수익을 충분히 낼 수 있는 시장입니다.
그럼 트럼프 2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중국 섹터는 무엇인가요.
미국의 제재 속에서 살아나려고 노력하다 보니 경쟁력이 생긴 분야가 있어요. 바로 반도체입니다. 국산화 노력에다가 정부가 우선 구매해주고 세금을 감면해주면서 전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했어요. 두 번째는 전기차입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신차 침투율이 40%를 넘었어요. 전기차가 1200만 대 가까이 팔렸고 전기차 캐즘도 넘어섰다는 의미예요. 게다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에 대해 7500달러의 보조금을 안 주겠다고 한 상황에서 비싼 전기차를 누가 사겠어요.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중국 전기차는 4년 정도 지나면 미국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갈 겁니다. 이 외에 주목해야 할 섹터는 중국이 올해 내수 경기 부양에 올인할 제조업과 부동산이라 할 수 있어요.
잘나가는 섹터라 하더라도 리스크를 줄이려면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
중국은 주가가 사상 최저치라고 해도 시가총액은 사상 최대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어요. 그 말은 시총은 커지지만 지수는 올라가지 않는 옆으로 자라는 나무 같다는 거죠. 중국은 인덱스를 보면 안 되고 철저하게 섹터와 업종을 봐야 합니다. 시장 평균보다 높은 성장을 하는 유망 산업에 투자하는 게 답이에요. 예를 들어 중국의 GDP가 5% 성장한다고 할 때 50%, 60%씩 성장하는 기업을 찾으면 거래소가 무너져도 살아남을 거예요.
일반 투자자가 중국 증시에 직접 투자하기엔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그런 산업과 기업을 어떻게 찾죠.
요즘 많이 하는 ETF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어요. ETF도 상장된 곳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현재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은 주로 플랫폼 회사입니다. 홍콩에 상장된 회사들은 중국 국유 기업이 대부분이고요. 중국 본토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우 제조업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 금융 등 다 있어요. 그 3개 지역의 종목 특성이 다 다릅니다. 따라서 관심 기업에 맞춰 ETF를 고르면 되겠습니다. 모든 투자가 그렇겠지만 아는 만큼 수익을 얻어요. 먼저 중국과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춰야 하고, 중국 사이트에서 직접 번역기로 번역해 정보를 구하세요. 각 증권사 리서치 자료도 좋습니다.
#중국투자 #관세 #트럼프대통령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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