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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CANDAL

초호화생활 과시한 SNS 닭살 커플, 알고 보니 대우조선 횡령왕과 내연녀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셔터스톡 REX | 디자인 · 최정미

2016. 07. 05

대우조선해양 직원 A씨는 회삿돈을 빼돌려 내연녀와 함께 재벌 2세 못지않은 럭셔리한 생활을 즐겼다. 외제차와 초고가 시계,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 해외여행과 미슐랭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양심과 맞바꾼 A씨의 문제적 사치 생활을 따라가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휘감고 백화점에서 놀기를 즐기는 A(46)씨와 그를 ‘X오빠’라고 칭하는 젊은 여성 B(36)씨는 SNS상에서 부러움과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A씨는 명품 시계와 자동차 마니아로, B씨는 명품 가방과 해외여행, 쇼핑으로 유명했다. A씨가 SNS에 올린 게시물 중 압권은 한쪽 손목에는 2억원을 호가하는 스위스 명품 시계 바쉐론 콘스탄틴을, 다른 쪽 손목에는 에르메스 브레이슬릿을 착용하고 페라리 로고가 새겨진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진이었다. 여기엔 ‘이날따라 핸들링이 절묘하게 되더라’는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 6월 8일 이들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폴로어들이 재벌 2세쯤으로 짐작했던 두 사람의 뜻밖의 배경이 드러났다.

A씨는 대우조선해양 시추선사업부의 전 직원이다. 대학 졸업 후 1996년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15년 만에 차장으로 승진한 평범한 샐러리맨인 그가 호화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름 아닌 회삿돈에 있었다. A씨가 회사 자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건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08년 5월부터 시추선 건조 기술자 숙소 임대차 계약을 허위로 맺는 방법으로 2백45차례에 걸쳐 9억4천만원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아무런 감시나 제재를 받지 않자 더 대담해진 A씨는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선주사와 기술자들이 쓰는 비품을 구매하면서 허위 거래명세서를 만드는 방법으로 2천7백34차례에 걸쳐 1백70억원을 더 횡령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마세라티, 페라리, 재규어, 아우디, 롤스로이스, 레인지로버 등 럭셔리 카를 번갈아 타고, 명품 시계를 사 모으는 한편 내연녀 B씨에게는 명품 가방과 보석을 사 안겼다. 이들이 도피 중 은신처로 삼았던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에선 롤렉스,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태그호이어, IWC, 오메가, 까르띠에, 브레게 등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명품 시계 24개, 5억원가량의 현금과 수표, 명품 가방과 보석이 쏟아져 나왔다. 사건을 담당한 거제경찰서 경제2팀 윤종기 팀장은 “경찰관 8명이 압수수색을 하러 들어갔는데, 백화점 명품관을 방불케 하는 시계와 보석 컬렉션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서민들이 사는 세상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별세계였다”고 말했다. 냉장고엔 유기농 과일과 수입 생수 등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경찰관들이 거실 바닥에 떨어진 명품 헤어밴드를 알아보지 못해 그냥 두고 나왔다가 수백만원짜리임을 확인하고 다시 가서 압수해 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명품을 병적으로 좋아했다”

이들의 사치 행각은 SNS로도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범죄 사실이 들통나기 전 인스타그램 등에 올린 사진에는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해 해외여행에 나서는 장면, 프랑스 유명 백화점에서의 쇼핑 장면, 〈미슐랭 가이드〉에 오른 파리 포시즌 호텔과 레종브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등 상상을 초월한 초호화 생활과 샤넬·고야드 가방, 에르메스 파나마 해트 등 쇼핑 목록이 해시태그와 함께 등장한다. A씨는 조사 과정에서 “명품을 병적으로 좋아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다른 사람이 고급 시계를 갖고 있는 걸 보면 똑같은 걸 사야 직성이 풀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렇게 유흥 생활을 즐기는 한편 재테크에도 열을 올렸다. A씨는 2014년 부산 강서구 명지동에 시가 1백억원 상당의 상가를 사들인 데 이어, 2015년에는 B씨가 해운대에 50억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호텔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A씨는 증권사 6곳에 계좌를 개설하고 10억원 상당의 주식도 운용해왔다. 은행에 70억원가량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부동산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가압류를 해놓은 상태며, 압수된 명품 시계와 보석은 향후 공매 처분 등을 통해 피해자(대우조선해양)에게 환부될 예정이다.



8년 동안 횡령 사실을 감쪽같이 숨겨왔던 A씨는 지난해 후배 직원 C씨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C씨는 시추선사업부의 과거 거래 내역을 살피다 이상한 점을 발견해 이를 회사에 알렸고,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A씨는 11월 명예퇴직을 신청해 회사를 나왔다. 명퇴금 1억원도 챙겼다. 뒤늦게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회사는 지난 1월 A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서울과 부산의 호텔 등을 전전하며 도피 행각을 벌이던 이들은 얼마 전부터 부산 해운대구에 보증금 2천만원, 월세 1백40만원짜리 아파트를 얻어 생활해왔다. 수사 결과 A씨의 아내와 가족은 그의 횡령 및 불륜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A씨가 천문학적 숫자의 회삿돈을 횡령한 것도 놀랍지만, 회사가 10년 가까이 이어진 직원의 범죄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도 충격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운 경기 불황과 부실 경영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4조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최근에는 수 조원 대의 분식회계를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결국 경영진과 직원들의 부정과 비리를 덮는 데 국민의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거제경찰서는 6월 16일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B씨를 범인 은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초고가 한정판 쇼핑 몰두한 횡령남 A씨와 내연녀 B씨

1 고야드 요나 백

의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은 B씨는 가방 브랜드 중에서는 특히 심플한 고야드를 좋아해서 여권 지갑부터 캐리어까지 다양한 종류의 고야드 백을 소장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요나 백은 미니 크로스백 사이즈에 탈착이 가능한 벨트 형태의 핸들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 가격은 2백만원 상당.

2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A씨는 두세 달에 한 번씩 고급 외제차를 번갈아가며 리스해 탔지만 이 차는 직접 구입했다. 스포츠카 드라이빙 쾌감을 세단에 접목시킨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이탈리아 명차 브랜드 마세라티에서도 53년의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라인이다. 현재 6세대 모델까지 나와 있으며 2003년 생산된 5세대 콰트로포르테는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 선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 10’에 뽑혔다. 가격은 2억원 상당.

3 바쉐론 콘스탄틴 말테 문페이즈 투르비옹

2백60년 전통을 지닌 바쉐론 콘스탄틴은 ‘기술력에 예술적 감성을 접목한 시계 미학의 극치’라는 평을 얻고 있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 특히 A씨가 소장하고 있던 말테 문페이즈 투르비옹은 토뉴(측면 곡선) 형태의 프레임에 달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문페이즈를 탑재한 것이 특징. 투르비옹은 중력으로 생기는 오차를 보정하는 기술로, 극소수의 명품 브랜드에서만 가능하다. 가격은 2억원 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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