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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DANCER

BAE YOON JUNG

대한민국을 흔드는 여자

글 · 정희순 | 사진 · 홍태식 | 디자인 · 최정미

입력 2016.05.11 16:29:34

〈브아걸〉의 시건방춤, 〈카라〉의 엉덩이춤, 〈EXID〉의 위아래춤, 〈걸스데이〉의 멜빵춤.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놓은 이 춤들의 공통점은 바로 만든 이가 같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Mnet 〈프로듀스 101〉에서 신랄한 독설로 연습생들의 눈물을 쏙 빼게 했던 대한민국 대표 안무가 배윤정. 무섭고 센 언니인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수줍음 많고 사랑스러운 성격의 ‘예쁜 언니’였다.
BAE YOON JUNG

솔직히 놀랐다. 춤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탄력적인 몸매의 소유자일 것이라 지레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긴 팔다리에 연예인처럼 조막만 한 얼굴. 여기에 초콜릿빛 글래머러스한 몸매에선 건강미가 넘쳤다.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작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살짝 리듬도 탔다. 대한민국 걸 그룹의 유명 안무를 직접 짜 유행시킨 야마앤핫칙스의 배윤정(36) 단장이다.

배 단장은 최근 〈프로듀스 101〉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댄스 선생님’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업계에선 20년 가까이 활동해온 그녀지만, 방송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 단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케이팝 역사의 산증인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 ‘카라’의 엉덩이춤, ‘티아라’의 롤리폴리춤·보핍춤, ‘EXID’의 위아래춤, ‘걸스데이’의 멜빵춤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춤들은 모두 그녀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최근 〈프로듀스 101〉을 통해 공개돼 선거송으로 채택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픽미 댄스 역시 배 단장의 작품이다. 대한민국을 흔드는 여자, 배윤정이 궁금했다.

▼ 〈프로듀스 101〉이 끝났어요. 첫 출연인데 어땠나요.

촬영 중간 제작진에게 “그만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적도 있었어요. 그들을 짧은 기간 동안 완벽하게 가르쳐서 무대에 세워야 한다는 건 제게도 부담이었거든요. 무엇보다 “배 단장이 가르쳤는데 저 정도밖에 안 돼?” 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호랑이 선생님’처럼 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초반에 일부러 기선제압을 하려고 더 엄하게 한 부분도 있어요. 무엇보다 탈락한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어요. 4개월 동안 정이 많이 들었거든요.



▼ ‘픽미 댄스’의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1천만이 넘었더라고요.

일단 노래 자체가 인기가 많았어요. 동작 하나하나가 화려한 것보다는, 큰 그림을 봤을 때 멋있게 나오기를 기대했어요. 손을 하늘 위로 뻗고 높이 뛰는 것이 춤의 포인트죠. 곡을 받고 일주일 안에 안무를 짰던 것 같아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안무여서인지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성원에 힘입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직접 안무를 보여드리기도 했죠.

▼ 히트작이 많잖아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걸 그룹의 안무는 뭐였나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안무를 맡기 전에 조만간 회사를 접으려고 했어요. 댄스팀 아이들을 데리고는 있는데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춤 하나만 보고 들어온 아이들을 내 욕심 차리자고 잡아두고 있는 건 아닌가 고민을 많이 했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매달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해에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 카라의 엉덩이춤, 티아라의 보핍춤이 연달아 대박이 난 거예요.

▼ 2009년은 잊지 못할 한 해였겠네요.

실감이 안 났죠. ‘사람 인생이 이렇게 한 번에 잘될 수도 있는 건가?’ 싶었어요. 사실 춤이 대박 났다고 해서 저희가 돈을 더 많이 버는 건 아니거든요. 하지만 가르친 아이들이 잘되니 기분은 정말 최고더라고요. 아이들이 무대에서 1위를 하고, “야마앤핫칙스 감사합니다”하고 말해주었을 때 희열을 느꼈어요. ‘아, 이 일은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구나’를 깨달았죠.



BAE YOON JUNG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한 배윤정 단장이 ‘모르모트’라는 별명이 붙은 PD에게 ‘픽미 댄스’를 가르치고 있다.

▼ 연달아 히트를 치고 업계에서 위상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저희 아이들 1위 좀 만들어 주십시오”하고 부탁하시는 경우도 생겼어요. 일은 꾸준히 많이 들어오는 편인데, 1백 개가 들어온다고 해서 저희 안무팀이 전부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기존에 함께 작업했던 회사와는 꾸준히 하려고 해요.

▼ 친한 아이돌 가수는 누가 있나요.

아무래도 제가 직접 맡아서 가르쳤던 친구들이죠. 카라의 구하라와는 사석에서도 자주 만나는 관계예요. 바깥에 다니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언니 밥 먹으러 올래요?” 하면 제가 하라네 집으로 가는 식이에요. 같이 요리도 해 먹고 수다도 떨고 그래요. 걸스데이의 혜리와도 인연이 있어요. 얼마 전엔 밖에서 밥을 먹는데 혜리가 혼자 지나가기에 “혜리야! 밥 먹었냐? 안 먹었으면 이리 와, 같이 먹게” 하고 불러서 식사도 같이 했어요. EXID 친구들도 참 착해요. 제가 방송에 나온 걸 볼 때마다 “잘 봤다”면서 안부 문자도 보내더라고요.

▼ 원래부터 춤을 좋아했나요.

윤현숙 씨가 1990년대 초반에 5인조 혼성 그룹 ‘잼’에서 홍일점으로 활동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이더라고요. 그룹 룰라의 채리나 씨는 제 우상이었어요. 본격적으로 춤을 추겠다고 선언한 것도 그때였고,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도 리나 언니를 보면 괜히 떨리고 그랬어요. 춤을 출 수 있는 곳이라면 록 카페나 클럽 등 어디든 달려갔어요. 하루는 록 카페에서 만난 댄서 오빠들이 “너 춤 좀 춘다며?” 하면서 연습실에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 어릴 적부터 춤을 잘 추셨나 봐요.

잘 춘다기보다 그냥 좋아했던 것 같아요. 다른 남자 댄서들과 똑같이 기합과 체벌을 받으며 ‘빡세게’ 훈련받았어요. 처음 나간 연습실에서 “계집애가 말도 안 듣고 춤도 못 추냐”고 무시 당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가 세진 것 같아요(웃음).

▼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요.

아버지가 군 공무원 출신이셨는데 한번 하지 말라고 하면 눈길조차 주면 안 될 정도로 집안 분위기가 상당히 엄했죠. 춤을 추겠다고 했더니 아예 외출 금지 명령을 내리셨어요. 어머니가 저를 위해서 핑곗거리를 만들어주시곤 했어요.

▼ 그렇게 시작한 댄서 생활은 어땠나요.

그땐 아끼는 게 상책이었어요(웃음). 집에서 차비는 대주셨는데 돈벌이가 시원치 않았으니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활했어요. 끼니는 거의 라면으로 때웠죠, 뭐. 사발면도 비싸다고 봉지 라면을 사서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불려 먹곤 했으니까요. 열일곱 살에 처음 연습실에 들어가서 이듬해에 첫 무대를 치렀어요. 그룹 스크림의 ‘천사의 질투’가 제 첫 번째 데뷔곡이에요. 그땐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어요.  

▼ 지금 이렇게 잘된 걸 보고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나요.

춤을 추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부모님이 두 분 다 암 선고를 받으셨어요. 어머니는 제가 고등학교 때 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살아나셨고, 아버지는 제가 20대 초반일 때 암 투병을 하시다 돌아가셨어요. 요즘 어머니께서는 “나중에 뭐가 되려나 하고 걱정했는데, 결국 지금은 인정받는 아이가 됐다”면서  대견해하세요. 제가 잘된 모습을 아버지가 보셨으면 좋았을 텐데 걱정만 시켜드린 게 아직도 안타까워요.  

▼ 가장 힘든 시기였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부모님이 두 분 다 암 투병을 하시면서 가계가 점점 어려워졌으니까요. ‘빨리 나가서 돈벌이를 해야 할 시기에 나 하고 싶은 것 하자고 춤추러만 다녀도 되나’ 하는 고민은 많이 했어요. 하지만 춤 추는 게 좋아서 이 일을 그만두지는 못했죠. 몇 푼 안 되는 돈이지만 수입이 생기면 집에 꼬박꼬박 가져다 드렸어요.

▼ 처음 이 일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 어떤가요.

화려한 겉면만 보고 왔다가 실망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10명을 뽑으면 그중 8명은 제 풀에 지쳐 나가떨어지죠. 예전에는 제가 직접 오디션도 보고 새로 들어온 친구들과 소통도 많이 하면서 정을 줬는데 점점 그게 지치더라고요. 워낙 중간에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으니까요.



가수 겸 VJ 출신 남편 제롬

BAE YOON JUNG
그녀는 얼마 전 tvN 토크쇼 프로그램 〈택시〉에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중 가장 화제를 모은 것은 그녀의 남편이 바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가수 겸 VJ 출신 제롬이라는 것.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한 제롬은 변함없는 입담을 과시하며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근황을 밝혔다. 교포 출신으로 자유분방한 제롬과 털털한 성격의 배 단장은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 남편과는 어떻게 만났나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브라운아이드걸스와 공연을 하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미국에서 머무르던 남편이 가이드를 해줬거든요. 그때부터 2년 정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제롬이 한국에 올 때면 술 한잔씩 하다 친해졌어요. 연예인을 했던 사람이라 어깨에 힘을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되게 성실하고 소탈한 사람이더라고요. 프러포즈도 삼겹살 집에서 받았어요(웃음). 정장 차림을 한 빡빡이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덜덜 떨면서 프러포즈를 하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여웠어요.

▼ 남편은 어떤 사람인가요.

원래는 베트남 음식전문점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마케팅 회사를 차려서 자리를 잡았어요. 제가 출연한 프로그램은 모조리 모니터링을 해줄 정도로 자상한 면도 있어요. “그 타이밍에는 왜 눈물을 흘린 거야?” “어설프게 화내지 말고 원래 너의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줘!” 하는 식이죠. 서로 놀리고 농담 따먹기 하면서 거의 친구처럼 지내요. 결혼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저는 아직도 남편에게 존댓말을 써요. 그렇게 하면 싸우더라도 크게 번지지 않더라고요. 서로 하는 일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고 경제권도 분리할 정도로 지킬 건 지키는 사이예요.

▼ 남편에게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나요.

제가 건망증이 되게 심한 편이거든요. 남편과 대화한 내용을 잘 기억 못해요. 똑같은 걸 남편에게 몇 번이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은데 남편은 그게 서운한가 봐요. 꼭 이것 때문에 싸우는 것 같아요.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제 이런 점을 조금만 더 이해해주고 참고 넘어가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걸 그룹 기획자로 보폭을 넓힐 계획 

90년대 백댄서로 시작해 2000년대에는 댄스팀 야마앤핫칙스를 만들었다. 재작년엔 ‘가온 차트 K-POP 어워드’ 올해의 스타일 안무상을 수상했고, 작년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안무가다. 그런 그녀가 올해 안에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있다. 직접 걸 그룹 만들기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그녀가 이끄는 야마앤핫칙스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오는 하반기 5명 내외로 이루어진 걸 그룹을 탄생시킬 계획이다. 수많은 걸 그룹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봐온 배 단장의 야심찬 도전이기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

▼ 걸 그룹 론칭 계획이 있다고 들었어요.

작년부터 기획해 현재는 웬만큼 멤버가 구축된 상황이에요. 이제 곡을 정하고 안무 연습을 시켜서 올해 하반기쯤에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보려고요. 주변에선 “배 단장이 키운 애들이니 엄청 기가 센 거 아니야?” 하시는데 처음에는 일단 편안하고 대중적인 콘셉트로 내보낼 계획이에요.

▼ 걸 그룹 멤버가 되기 위한 조건이나 결격 사유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일단 나약한 애들은 안 돼요. 실제로 여자 연습생들과 작업을 하다 보면 정말 핑계가 많은 친구들이 있어요. 피곤해서 쉬고 싶다, 집에 일이 있어서 연습을 못 했다 같은 핑계를 대면서 쉽게 쉽게 가려는 거예요. 그런데 그룹 활동을 할 땐 누구 하나가 그러기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친구들까지 맥이 빠지고 물이 들 수밖에 없어요. 한길을 꾸준히 걷다 보면 언젠가는 그게 빛을 발한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어요. 칼을 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죠. 이 바닥에서 제일 중요한 건 정신력이에요.

스타일리스트 · 박성연 | 장소협조 · 리스톤 청담(02-546-8530)





여성동아 2016년 5월 6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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