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나의 작은 굴이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고 울어도 남들은 모른다. 그래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선팅이 짙은 나의 소형차에서 말이다. 한동안 집으로 곧장 올라가지 않았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시트를 뒤로 눕히고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봤다. 그게 편했다. 영상은 걸 그룹 ‘여자친구’의 안무 연습이었다. 그걸 보고 나면 무대 공연이 이어서 재생된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여자아이들이 방긋거리며 춤을 춘다. 사뭇 진지하게 춤을 추기도 한다. 모두 반듯하게 옷을 입었고, 섹시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다. 건전하고, 밝다.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아저씨는 나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 머리가 희끗한 형들도 ‘여자친구’의 신곡을 들으면서 운전한다. 그 아이들이 예쁘기도 하지만 화질에 매혹된 것도 있다. 4k 영상도 있고, 60프레임짜리 영상도 있다. 세상이 좋아져서 소녀들이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 작은 차에 갇혀, 홀로 위로의 시간을 갖는 걸 보면 세상이 아주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나는 종종 한 시간 넘게 차 안에서 영상을 본다. 그럼 시간이 빨리 간다. 주차장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이 조용하다. 무엇보다 그 걸 그룹은 참 예쁘다. 예전에는 왜 그걸 몰랐을까?
이십대 때는 모든 게 반짝거렸다. 거울을 자주 봤고, 시선을 돌리면 주변 사람들도 반짝거렸다. 그중에는 눈부신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은 더 오래 쳐다봤다. 그때는 빛이 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 생기가 넘쳤고, 뜨거운 시절이었다. 그 열기를 감당 못 해 알코올로 식혀보려 했었고, 동틀 무렵까지 몇 번이고 사정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반짝임은 유튜브에만 있다. 친구들은 탈모로 고민하고, 그래서 반짝이긴 하지만 어쨌든 달갑지는 않다. 여자애들도 나이가 들었다. 예쁘다는 말을 못 하겠다. 그래서 좋아 보인다는 말을 사용하게 됐다. 물론 그래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친구들이지만 예전처럼 쳐다보진 않게 됐다. 대화는 좋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는 게 미안하다. 물론 그녀들도 그렇겠지만 나는 나이 드는 것이 아직 어색하다. 하지만 걸 그룹은 어리다. 그리고 J는 질투하기 시작했다.
걸 그룹을 좋아하는 게 어때서? 나이 먹으면 다 그래. 삼촌 팬이 왜 삼촌 팬이겠어. 아냐 그런 짓은 안 해. 그냥 귀여워서 보는 거야. 내가 변호할수록 J의 얼굴은 무거워졌다. 그녀는 정색했고, 실망했다. 그래서 내게 화를 냈고, 한동안 창밖만 쳐다봤다. 우울한 표정과 함께.
나는 J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장난 섞인 질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농담으로 장난치려 했지만 우리의 대화는 진지해져만 갔다. 그녀는 자신의 심연에 있는 고충들을 털어놓으며, 홀로 괴로워했다. 왜 이런 싸움이 벌어지는가? 어이가 없었다. 나는 넋을 잃고, 구름이 흘러가는 광경만 바라봤다.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J와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줄 것도 아니다. 남들 중의 남인데. 왜 그 아이들 때문에 싸워야 하나?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는 송중기에 반한 여자면서 도리어 내게 화를 냈다. 그럼에도 나는 송중기를 부러워한 적이 없다. 어차피 J는 송중기와 친분이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녀가 송중기를 좋아하는 건 내가 배트맨을 동경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예인에 대한 질투와 시기는 사춘기 즈음 정리되는 일 아닌가?
J가 느낀 것은 단지 젊음에 대한 부러움만이 아니었다. 자괴감도 있었다. 우리는 예전만큼 열정적으로 섹스를 하지 못한다. 대신 섹스보다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했다. 함께 올레tv로 미드를 보며 밤을 새우는 것. 게임을 하거나 캠핑을 가는 편이 즐거웠다. 운동을 하고 나면 성욕은 사그라지는 법. 근육이 생길수록 섹스에 대한 생각이 줄어들었다. 가끔 J는 와인을 사왔고, 촛불을 켜놓고 함께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과음을 하면 발기가 되지 않았다. 이상했다. 예전에는 섹스하려고 술 마셨는데, 이제는 술 마시면 섹스를 못 한다. 섹스는 맑은 정신 상태에서만 가능했다. 더군다나 이제는 피곤한 날이 더 많다. 그래서 의무감에 성의 없는 섹스도 했다. 우리는 오래된 연인들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섹스리스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J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건 곧 자신이 여성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었고, 사랑이 식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J는 점차 외모에 예민해졌다. 비싼 화장품을 샀고, 비싼 옷으로 치장했다. 그렇게 적은 월급으로 빚을 내고 있었다. 그즈음이었다. J가 내 유튜브 재생 목록에서 ‘여자친구’ 영상들을 찾아냈다. 나는 웃으면서 너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함께 ‘덕질’을 하자며 말이다. J가 화를 낸 건 그때였다.
나는 육체적 만남만이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송중기를 질투하지 않는다. 하지만 J는 달랐다. 마음을 주는 것, 생각하고 웃는 것만으로도 질투한다. 내가 걸 그룹에게서 위안받고, 그녀들을 생각하며 행복해한다는 것이 J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어린애들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이다. 판타지를 갖는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 행동으로 옮겼다고? 영상을 찾아본 것뿐이다. 하지만 이건 남자와 여자의 차이다.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J와 나의 감정적 교류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확실히 말수가 줄어들었다. 함께 있으면 할 말이 없었다. 먼저 말을 거는 건 J였다. 그녀는 하루 일을 이야기했다. 동료 이야기, 가족 이야기. 어떤 이야기들은 지겹도록 들은 에피소드다. 다시보기를 좋아하지만, 한 번 뿐이지. 열 번은 아니다.
서른이 넘으면 안정된 삶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삼십대 중반이 되어도 여자 친구와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문제로 싸운다. 여자들의 감정은 예상할 수가 없다. 웃다가 갑자기 화를 낸다. 기복이 심하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부녀 친구들은 결혼하라 했고, 유부남들은 헤어지라 했다. 하지만 결혼한다고 걸 그룹 영상을 안 보겠나? 헤어지면 다시 연애하기가 쉽겠나? 나는 둘 다 싫었다. 섹스를 하는 것. 열정적으로 몸을 섞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나아질까? 내가 아는 것은 J가 사랑을 증명받길 원한다는 것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껴안고, 키스하고, 애무하길 원했다. 물론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꾸준할지는 모르겠다. 유부남들은 성인용품을 권했고, 유부녀들은 야외 섹스를 시도하라고 했다. 어쨌든 새로운 걸 시도하라는 공통적인 목소리였다. 맞는 말이다. J와 나는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보수적이었다. 섹스에 있어서만이 아니다. 우리는 자주 서로의 나이를 언급했고, 한계를 지어버렸다. 새로운 것보다는 값비싼 것만 바라봤다. 닿은 수 없는 것, 비현실적인 목표들만 쳐다봤다. 우리는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본다. 겨우 서른 중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은 상상도 못 했을 젊은 나이다. 여전히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도 좋을 때다. 우린 아직 못 해본 체위가 더 많다. 구매하지 않은 성인용품은 수두룩하고, 섹스로 정복 못 한 공공장소가 더 많다. J를 위해 성인용품이라도 구입하기로 했다. 술에 취해 발기가 안 된다면,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알파고에 베팅한 커플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어쩌면 내가 어린 걸 그룹에게 열광하는 건, 그녀들이 새롭기 때문은 아닐까? 아, 그건 아닌가?
조진혁
인생의 대부분을 여자에게 할애했다. 많이 차이고, 가끔 고백을 받았다. 체력은 줄어드는데 성욕이 증가하는 기묘한 현상을 겪고 있다.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이 칼럼에선 요즘 남자의 솔직한 연애와 섹스 후일담을 연재한다.
이십대 때는 모든 게 반짝거렸다. 거울을 자주 봤고, 시선을 돌리면 주변 사람들도 반짝거렸다. 그중에는 눈부신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은 더 오래 쳐다봤다. 그때는 빛이 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 생기가 넘쳤고, 뜨거운 시절이었다. 그 열기를 감당 못 해 알코올로 식혀보려 했었고, 동틀 무렵까지 몇 번이고 사정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반짝임은 유튜브에만 있다. 친구들은 탈모로 고민하고, 그래서 반짝이긴 하지만 어쨌든 달갑지는 않다. 여자애들도 나이가 들었다. 예쁘다는 말을 못 하겠다. 그래서 좋아 보인다는 말을 사용하게 됐다. 물론 그래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친구들이지만 예전처럼 쳐다보진 않게 됐다. 대화는 좋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는 게 미안하다. 물론 그녀들도 그렇겠지만 나는 나이 드는 것이 아직 어색하다. 하지만 걸 그룹은 어리다. 그리고 J는 질투하기 시작했다.
걸 그룹을 좋아하는 게 어때서? 나이 먹으면 다 그래. 삼촌 팬이 왜 삼촌 팬이겠어. 아냐 그런 짓은 안 해. 그냥 귀여워서 보는 거야. 내가 변호할수록 J의 얼굴은 무거워졌다. 그녀는 정색했고, 실망했다. 그래서 내게 화를 냈고, 한동안 창밖만 쳐다봤다. 우울한 표정과 함께.
나는 J의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 장난 섞인 질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농담으로 장난치려 했지만 우리의 대화는 진지해져만 갔다. 그녀는 자신의 심연에 있는 고충들을 털어놓으며, 홀로 괴로워했다. 왜 이런 싸움이 벌어지는가? 어이가 없었다. 나는 넋을 잃고, 구름이 흘러가는 광경만 바라봤다.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J와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의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줄 것도 아니다. 남들 중의 남인데. 왜 그 아이들 때문에 싸워야 하나?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는 송중기에 반한 여자면서 도리어 내게 화를 냈다. 그럼에도 나는 송중기를 부러워한 적이 없다. 어차피 J는 송중기와 친분이 없을뿐더러 앞으로도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녀가 송중기를 좋아하는 건 내가 배트맨을 동경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예인에 대한 질투와 시기는 사춘기 즈음 정리되는 일 아닌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걸 그룹이 내게로 왔다
사실 서른 살이 넘으면 걸 그룹이 좋아진다. 그녀들의 풋풋함이 좋다. 풍파를 겪지 않은 유리알 같은 모습, 씩씩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그래서 바라보게 된다. 보면 기분이 나아지니까. 걸 그룹의 영상은 고양이나 강아지 영상과 같은 맥락에 있다. 셋 다 귀엽지만 자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성욕과 무관하다는 거다. 이렇게 설명했다. J가 그런 이유로 질투하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J가 말했다. “이제 내가 만날 수 있는 남자들은 어려봐야 삼십대 중반이야.” 그 나이에는 송중기 같은 도자기 피부를 가진 남자는 없다. 몸도 마음도 주름이 생기는 나이다. 그 주름이 펴지질 않아서 문제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운동을 하고, 자동차를 사도 주름은 더 깊어진다. J는 한숨을 쉬었다. 주름이 모든 걸 빨아들인다고. 체력은 물론이고 욕구도 그 골짜기로 사라진다. 내게 더 긴 팔이 있다면 스무 살의 의욕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텐데. J가 나를 붙잡아준다면 나는 더 깊이 내려가 반짝이던 시절의 무엇들을 꺼내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기왕이면 왕성한 체력과 호기심, 도전정신을 집고 싶다. 하지만 J도 나도 그럴 시간이 없었다. 우리는 뒤를 돌아볼 나이가 아니었다. 처리해야 할 삶의 짐들이 다달이 쌓여갔다. J도 나도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다. J의 피부는 탄력을 잃었고, 화장을 해도 빛나지 않았다. 그래서 젊은 여자가 좋냐고? 아니. 내가 젊었으면 좋겠다.J가 느낀 것은 단지 젊음에 대한 부러움만이 아니었다. 자괴감도 있었다. 우리는 예전만큼 열정적으로 섹스를 하지 못한다. 대신 섹스보다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했다. 함께 올레tv로 미드를 보며 밤을 새우는 것. 게임을 하거나 캠핑을 가는 편이 즐거웠다. 운동을 하고 나면 성욕은 사그라지는 법. 근육이 생길수록 섹스에 대한 생각이 줄어들었다. 가끔 J는 와인을 사왔고, 촛불을 켜놓고 함께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과음을 하면 발기가 되지 않았다. 이상했다. 예전에는 섹스하려고 술 마셨는데, 이제는 술 마시면 섹스를 못 한다. 섹스는 맑은 정신 상태에서만 가능했다. 더군다나 이제는 피곤한 날이 더 많다. 그래서 의무감에 성의 없는 섹스도 했다. 우리는 오래된 연인들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섹스리스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J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건 곧 자신이 여성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뜻이었고, 사랑이 식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J는 점차 외모에 예민해졌다. 비싼 화장품을 샀고, 비싼 옷으로 치장했다. 그렇게 적은 월급으로 빚을 내고 있었다. 그즈음이었다. J가 내 유튜브 재생 목록에서 ‘여자친구’ 영상들을 찾아냈다. 나는 웃으면서 너도 좋아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함께 ‘덕질’을 하자며 말이다. J가 화를 낸 건 그때였다.
나는 육체적 만남만이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송중기를 질투하지 않는다. 하지만 J는 달랐다. 마음을 주는 것, 생각하고 웃는 것만으로도 질투한다. 내가 걸 그룹에게서 위안받고, 그녀들을 생각하며 행복해한다는 것이 J를 화나게 만들었다. 그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어린애들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이다. 판타지를 갖는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나? 행동으로 옮겼다고? 영상을 찾아본 것뿐이다. 하지만 이건 남자와 여자의 차이다.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J와 나의 감정적 교류가 늘어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확실히 말수가 줄어들었다. 함께 있으면 할 말이 없었다. 먼저 말을 거는 건 J였다. 그녀는 하루 일을 이야기했다. 동료 이야기, 가족 이야기. 어떤 이야기들은 지겹도록 들은 에피소드다. 다시보기를 좋아하지만, 한 번 뿐이지. 열 번은 아니다.
서른이 넘으면 안정된 삶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삼십대 중반이 되어도 여자 친구와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문제로 싸운다. 여자들의 감정은 예상할 수가 없다. 웃다가 갑자기 화를 낸다. 기복이 심하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부녀 친구들은 결혼하라 했고, 유부남들은 헤어지라 했다. 하지만 결혼한다고 걸 그룹 영상을 안 보겠나? 헤어지면 다시 연애하기가 쉽겠나? 나는 둘 다 싫었다. 섹스를 하는 것. 열정적으로 몸을 섞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나아질까? 내가 아는 것은 J가 사랑을 증명받길 원한다는 것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껴안고, 키스하고, 애무하길 원했다. 물론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꾸준할지는 모르겠다. 유부남들은 성인용품을 권했고, 유부녀들은 야외 섹스를 시도하라고 했다. 어쨌든 새로운 걸 시도하라는 공통적인 목소리였다. 맞는 말이다. J와 나는 새로운 걸 시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보수적이었다. 섹스에 있어서만이 아니다. 우리는 자주 서로의 나이를 언급했고, 한계를 지어버렸다. 새로운 것보다는 값비싼 것만 바라봤다. 닿은 수 없는 것, 비현실적인 목표들만 쳐다봤다. 우리는 그렇게 늙어가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본다. 겨우 서른 중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은 상상도 못 했을 젊은 나이다. 여전히 세상에 호기심을 가져도 좋을 때다. 우린 아직 못 해본 체위가 더 많다. 구매하지 않은 성인용품은 수두룩하고, 섹스로 정복 못 한 공공장소가 더 많다. J를 위해 성인용품이라도 구입하기로 했다. 술에 취해 발기가 안 된다면,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는 알파고에 베팅한 커플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어쩌면 내가 어린 걸 그룹에게 열광하는 건, 그녀들이 새롭기 때문은 아닐까? 아, 그건 아닌가?
조진혁
인생의 대부분을 여자에게 할애했다. 많이 차이고, 가끔 고백을 받았다. 체력은 줄어드는데 성욕이 증가하는 기묘한 현상을 겪고 있다.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이 칼럼에선 요즘 남자의 솔직한 연애와 섹스 후일담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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